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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ánico – Subliminal Kill – Tigersushi Records/Rough Trade, 2005/2006

 

 

칠레산 댄스 펑크의 압도적인 그루브

4인조 포스트 펑크 밴드 파니코(Pánico)는 무명의 인디 밴드에다 칠레 산티아고(Santiago) 출신이라는 독특한 배경을 지니고 있다. 라틴 아메리카에 실력있는 록 밴드들이 꽤 있긴 하지만, 칠레 출신 록 밴드의 존재, 게다가 포스트 펑크 스타일을 구사한다는 점은 호기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에두아르도(Eduardo, lead vocal), 까롤리나(Carolina, bass/ backing vocal), 메모(Memo, guitar), 세바 앤드 스꾸아뜨(Seba and Squatt, drums/turntable)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멤버들은 1990년대 중반부터 로컬 씬에서 연주활동을 시작했던 베테랑 뮤지션들이다. 게다가 이들의 연주력과 재능을 간파한 메이저 레코드사와 계약을 하는 등 한 때 잘 나갔던 밴드이기도 하다(앨범의 존재 자체를 확인하기 어렵지만 [Pornostar]라는 앨범은 EMI를 통해 발매된 바 있고, [Telepathic Sonora](2001)는 Sony International에서 배급하였다). 이러한 기회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변방 출신의 무명 밴드로 활동해오던 파니코는 2005년 본작을 통해 일부 평론가들과 매니아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다.

[Subliminal Kill]은 조악한 커버 디자인만큼 거칠고 질 낮은 사운드를 담고 있다. 좋게 말하면 로파이(lo-fi)지만 의도적이기보다는 ‘어쩔 수 없어서’라는 말이 더 어울리지 싶다. 그러나 이들의 사운드는 결코 얕잡아 볼 수 없는 내공을 발휘하고 있으며 잼 세션을 하는 듯한 즉흥성 있는 연주력도 뛰어난 편이다. 일단 막나가는 태도나 거칠고 로(raw)한 사운드 질감은 스투지스(The Stooges) 같기도 하고, 그루브와 리듬이 강조된 아트 펑크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역시 갱 오브 포(Gang of Four)나 가깝게는 랩쳐(The Rapture)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덥(dub), 싸이키델릭, 그리고 브라질 무도음악인 바투카다(batucada)나 삼바 리듬까지 활용하여 이국적인 요소도 갖추고 있다(“Make It 3” 같은 곡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파니코가 칠레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이들의 로큰롤이 라틴 무드를 물씬 풍길 거라 단정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사운드 자체는 영미 포스트 록 밴드들의 그것과 흡사하며 (발음이 좀 꼬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영어에 스페인어를 간간이 혼용하는 가사 역시 친절한 편이다. 아무튼 선입관 없이 들어보자는 말이다.

첫 곡인 “Que Pasa Wey!”는 그루브로 충만한 반복적인 덥 베이스 리듬과 ‘끽끽’거리는 거친 생톤의 기타, 신경질적인 피드 백 이펙트, 다채로운 퍼커션 비트가 뒤섞인 흥겨운 오프닝 넘버이다. 앨범의 대표곡 중 하나인 “Transpiralo”는 역시 그루비한 베이스 연주도 돋보이지만 리드 보컬 에두아르도와 여성 백킹 보컬리스트 까롤리나의 보컬 호흡이 인상적이다. 또한 맘보 리듬이 등장하는 ‘댄스 필’ 가득한 “Lupita”는 재기발랄하고 감각적인 반면, 기타 이펙트의 운용이 돋보이는 “Guerra Nuclear”는 실험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등 수록곡들의 다양성도 잘 발휘되고 있다. 이 밖에 다채로운 퍼커션 비트가 펼쳐지는 잼 연주같은 “Icecream”, 거칠게 왜곡된 덥 베이스 음이 이끌어가는 “Iguana”, 속도감 있는 거라지 펑크 넘버 “Anfetaminado”, 그리고 마지막 곡으로 삽입된 라이브 트랙 “Telephone Dilemma”의 거친 드라이빙감까지 앨범은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한다.

파니코의 로큰롤은 최근 쏟아져나오고 있는 댄디한 백인 청년들의 댄스 펑크 스타일과 크게 차별화되지는 않지만 본토의 라틴 리듬의 흔적이 남아있는 이국적인 요소와 다소 터프한 태도는 신선하게 다가온다. 물론 월드 뮤직 팬들이 듣기엔 너무 시끄럽고 세련된 영미 모던 록 사운드에 익숙한 팬들에게는 다소 촌스럽게 들릴지 모르지만, ‘제3세계 록 음악에 대한 지나친 기대, 혹은 편견’만 없다면 몸을 흔들며 즐길만한 유쾌한 앨범임에는 틀림이 없다. 20060212 | 장육 [email protected]

7/10

수록곡
1. Que Pasa Wey!
2. Transpiralo [음원 스트리밍]
3. Icecream
4. Iguana
5. Anfetaminado [음원 스트리밍]
6. Guerra Nuclear
7. Lupita
8. Santiago Song
9. Make It 3
10. Telephone Dilemma

관련 사이트
Pánico 공식 사이트
http://www.panico-ba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