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풀어보는 음악의 비밀과학으로 풀어보는 음악의 비밀 | 존 파웰 지음
장호연 옮김 (뮤진트리, 2012)

 

음악이란 문학보다는 차라리 수학에 더 가깝다.
물론 수학 그 자체와 같다는 뜻은 아니지만, 수학적인 사고 및 수학적 연관성과 유사한 것이다.
–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작곡가, 1882-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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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존 파웰(John Powell)은 음악가이자 동시에 물리학자다. 영국 셰필드대학교에서는 음향학을, 노팅엄대학교와 스웨덴 룰레아대학교에선 물리학을 가르친다. ‘과학으로 풀어보는 음악의 비밀’이라는 번역서 제목이 암시하듯(원제는 ‘How Music Works’이다) 집필 동기가 음악을 과학적으로 바라보고 그것의 원리를 짚어보자는 것이라 해도 무방할 듯하다. 국내의 경우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음악 관련 대중서가 대체로 감상평 중심의 에세이나 잡다한 분야에 걸친 문화비평의 영역에 배치되어 있는 현실에서, 이처럼 쉽게 씌어진 ‘음악이론 입문서’가 오히려 새롭게 느껴질 여지도 있다. “음악의 수수께끼”(앞표지 홍보 문구)를 알고 나면 음악을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거라는 직설적 유혹이 흥미롭게 들릴 만도 하다.

저자는 “음악은 100퍼센트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12)는 문제 제기와 함께 책을 연다. 사실 대단히 특별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음악이론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악기를 다룰 줄 알거나 감상에 필요한 기본 지식을 어느 정도 가진 이들에게는 새롭게 들리지 않을 상식 수준의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음의 파동을 비롯해 음악의 몇몇 물리학적 성질을 분석하고 있기는 하나, ‘과학으로 풀어보는 음악의 비밀’이라는 제목에서 ‘과학’이란 말이 다소 거창하게 들리는 측면도 그런 점에서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은 책의 장점에 비하면 사족이다. 책의 혁신성은 내용보다 형식에 있다. 책이 음악이론 및 음악 상식을 전달하는 방식만큼은, “앞으로 10년간 이보다 훌륭한 음악 입문서는 나오기 어렵다!”라고 단언한 옮긴이의 심정이 이해될 만큼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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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지향은 저자가 상정하는 음악의 정의에서부터 잘 드러난다. 그는 음악을 “누군가를 자극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직된 소리”(17)라고 풀이한다. 그리고 악기란 “통제된 방식으로 음을 만들어내도록 설계된 장치일 뿐”(46)이며, 음악가란 “손가락의 움직임이나 폐의 힘을 활용하여 무언가를 고정된 주파수로 진동하게 하는 사람”(46)이라 말한다. 음악에 대해 일반 사람들이 가질 법한 두려움을 직관적 혹은 물리학적 관점을 통해 최대한 아래쪽으로 끌어내려놓고 시작하려는 것이 그의 전략이다.

책이 다루는 내용은 대략 이런 것들이다. 왜 우리는 절대음감을 가진 이들을 부러워 할 필요가 없는가? 악기를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 기타가 바이올린보다 더 빨리 습득 가능한 이유는 무엇인가? 왜 100명이 연주하는 플루트 소리는 1명이 연주하는 소리의 100배가 되지 않는가? 바흐나 섹스 피스톨스 같은 서양 음악이 인도나 한국의 동양 음악과 다르게 들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음의 주파수는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가? 왜 단음계가 장음계보다 더 구슬프게 들리는가? 조에 따라 각기 다른 분위기가 발산된다는 말은 사실인가? 그렇다면 정말로 A장조는 쾌활하고 C장조는 중립적인 느낌을 가지는가? 악기 연주에 있어 음악적 재능이란 실제로 존재하는가? 교향곡과 협주곡의 차이는 무엇인가? CD와 비닐(LP)의 음향적 차이는 얼마나 있을까?

이러한 질문 중에는 당신이 답할 수 있는 것도 있고 아리송한 것도 있을 수 있다. 분명한 점은, 위의 물음들에서 알 수 있듯 대중음악이나 클래식 음악 어느 쪽에도 딱히 편중되어 있지 않은 이 책의 내용들이 ‘음악이론에 기초한 상식’에 가깝다는 것이고, 그래서 ‘과학으로 풀어본 음악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연상되는 내용보다도 더욱 실용적이라는 것이다. 자세한 항목은 (차례만을 통해서는 파악이 어려우니) 직접 책을 뒤적여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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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무엇이 이 책을 빛나게 하는가? 대략 이런 설명들이다. (볼드체는 이 서평을 쓰는 이가 강조한 부분이다.) “4분의 4박자에서 마디 하나의 길이는 온음표와 같지만, 4분의 4박자로 된 스무 곡을 골라서 초시계를 들고 각 마디의 시간을 재어본다면 아마 서로 다른 스무 개의 결과가 나올 것이다. 온음표의 정확한 길이는 아무도 모른다. 대략 6초보다 짧고 1초보다 길다. 물론 이것은 지나치게 넓은 범위다. 그래서 음악가들이 작곡가의 의도대로 연주하려면 박자표 이상의 정보가 필요하다.”(259) 이런 서술도 있다. “화음chord은 셋 이상의 음이 동시에 울려 만들어내는 소리이고, 화성harmony은 화음의 연속적인 배열이다. 그러므로 화음과 화성의 관계는 단어와 문장의 관계와 비슷하다.”(146)

무엇보다 다음과 같은 설명은 기가 막히다. 두 문단 정도를 인용해보겠다.
“서양 음악과 비서양 음악의 가장 큰 차이는, 서양 음악에서는 악기를 연주할 때 화음과 화성을 많이 활용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피아노, 기타 같은 여러 음을 동시에 낼 수 있는 악기가 개발되었다. 물론 이런 다성 악기(한 번에 많은 음을 내는)뿐만 아니라 플루트, 클라리넷 같은 단성 악기(한 번에 하나의 음만 내는)도 많지만, 서양 음악은 주로 이런 [다성] 악기들을 함께 사용해서 화성으로 선율을 반주하는 식으로 구성된다. 이런 체계에서는 음들의 관계가 중요하다. 화성이 작동하려면 음들의 주파수 관계가 가급적 단순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이 말은 결국 선택할 수 있는 음의 경우의 수가 제한적이라는 뜻이다.
다른 나라들의 전통음악은 선율의 음높이가 한결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따라서 듣기 싫은 충돌을 피하려면 반주 화성이 훨씬 단순해야 한다. 여기서 우리가 다섯 명으로 구성된 곡예비행 팀의 일원이라고 상상해보자.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 신중하게 호흡을 맞춘 제한된 동작들을 다 함께 취하거나, 아니면 한 명이 마음껏 곡예를 펼치도록 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 아래에서 함께 배경을 이루며 도는 것이다. 어떤 경우든 밑에서 올려다보는 군중은 하늘에서 벌어지는 곡예에 즐거워할 것이다.
서양 음악은 이 가운데 첫 번째 방식으로 발달했다.”(160)

책의 말미에는 음악을 보다 세밀하게 즐기기 위한 귀여운 조언도 잊지 않는다. “팝송이든 헤비메탈이든 고전음악이든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 하나의 악기를 따라가면 감상의 즐거움이 커진다. 가령 팝송을 들으며 베이스기타 선율을 흥얼거려보라. 이어 다른 악기를 따라가보라. 이렇게 하면 음악이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그냥 듣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듣는 감상이다.”(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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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하게 복잡한 상태로 알고 있는 것과 명확하게 일반화하여 이해하는 것의 차이는 크다. 저자는 단순명료한 언어로 기초 음악이론을 중심으로 한 곁가지 이야기들을 쉽게 일반화하여 설명한다. 이 점이 이 책과 다른 음악이론서들과의 결정적 차이다. 적절한 비유와 현실감 있는 용어들은 독자로 하여금 이전에는 어렵게만 느껴졌던 내용들을 오해나 의문 없이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결국 《과학으로 풀어보는 음악의 비밀》은 친절한 음악교과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낸다고 말할 수 있다. 바꿔 말해, 기본적인 음악 소양을 쌓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 그러므로 중고등학교 음악교과서 및 대학의 음악이론 교재로도 사용할 만한 책, 더불어 음악을 가르치는 선생들이 읽어두면 좋을 강습법이 담긴 책이라 해도 무방할 듯하다. 학창 시절, 만약 음악선생님들이 이 책의 저자 존 파웰처럼 수업을 진행했다면 어땠을까? 흥미진진함을 넘어 짜릿했을 것이다.

번역자가 ‘옮긴이의 글’을 통해 책을 강추한 이유 또한 수긍이 간다. 전반적으로 쉽게 씌어졌다는 점과 글이 유머러스하다는 점이 가장 큰 미덕이라는 데에는 누구나 동의하지 싶다. 선별적으로 개관된 음악이론 입문서에 가깝기에 ‘음악의 A to Z’로 활용되긴 어렵겠지만, 음악교과서나 음악교육학 서적의 보충 교재로는 유용하게 쓰일 만하다. 물론 일반 대중에게 기본적인 음악이론을 전달하기에도 충분하다. | 김영진 [email protected]
 

2 Responses

  1. Jeong

    흥미가 가는 책이네요. 그런데 “온음표의 정확한 길이는 아무도 모른다. 대략 6초보다 짧고 1초보다 길다.”라는 말은 제가 잘 못 이해를 한건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음표의 길이는 곡의 템포에 따라 결정되는 걸로 알고있거든요. 그러니까 작곡가가 원하기만 한다면 16분음표 하나의 길이가 1분이 될 수도 있는거고 온음표 하나가 0.1초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예를 들어 ♩=30이라는 템포에서의 온음표와 ♩=250이라는 템포에서 그것은 많이 다를텐데요. 뭐 보편적인 사실로 간주하는 것이라면 할 말 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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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진

      지적 감사합니다. 그 인용문 이후의 부분도 넣었어야 좀 더 맥락이 갖춰졌을 텐데, 제 부주의로 생긴 혼동 같습니다. “온음표의 정확한 길이는 아무도 모른다. 대략 6초보다 짧고 1초보다 길다.”에 이어지는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물론 이것은 지나치게 넓은 범위다. 그래서 음악가들이 작곡가의 의도대로 연주하려면 박자표 이상의 정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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