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를 따고 처음 핸들을 잡았을 때를 기억한다. 20년 만에 다시 걸음마를 떼듯 엉금엉금 기어가는 내 뒤통수를 겨냥한 클랙슨 소리. 위협적으로 끼어드는 노련한 차들. 빨간색으로 바뀐 신호를 보지 못하고 달리다 골로 갈 뻔한 순간이 뒤엉킨 순간 등줄기를 타고 내리던 땀의 느낌을 생생히 기억한다. 하지만 그 순간 어떤 음악을 듣고 있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어쩌면 오디오 버튼을 켤 생각조차 못했는지도. 보고 있어도 보지 못하고, 듣고 있어도 듣지 못한다는 게 이런 걸까?

운전경력 만 10년. 거북이를 우습게 보는 토끼가 된 지금, 운전의 백미는 음악이다. 볼륨을 높이는 대로 몸을 두드리는 묵직한 베이스, 그리고 음악 덕분에 한층 아름답게 느껴지는 차창 밖 풍경은 음악 애호가에게 종이 다른 신세계다. 선루프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을 맞으며 뻥 뚫린 도로를 질주할 때 듣는 음악과 꼼짝달싹 못하는 만원 지하철 속에서 듣는 음악적 경험이 과연 같을까? 운전하며 듣는 음악의 맛을 알기에 음악 애호가들은 카오디오를 위한 추가 비용 지불을 마다하지 않으며, 어떤 자동차에 어떤 오디오가 장착되어 있는지 궁금해 한다. 그래서 꼽아봤다. 최고의 오디오를 품은 자동차는?

삼성 SM3 + 보스BOSE 사운드 시스템

국내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소형차에 프리미엄급 사운드 시스템을 장착했다. 공간감과 풍부한 저음으로 손꼽히는 보스 사운드 시스템이 SM3에 적용된다고 했을 때 음악 애호가들은 고민 좀 했을 거다. 수입차와 중·대형차에서만 경험할 수 있었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아니던가. 물론 프리미엄급 스피커만 달랑 쑤셔 넣은 게 아니다. 자동차의 설계단계부터 사운드 시스템을 공동 개발해 최적의 스피커 위치와 구성을 구현했다. 사운드 시스템 인기에 힘입어 최근엔 보스 스페셜 에디션까지 출시했다. 보스 사운드 시스템을 차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다.

아우디 A8 + 뱅앤올룹슨Bang&Olufsen 사운드 시스템

음향기기에 눈을 뜬 사람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동공이 확장되고 심장박동수가 증가하는 뱅앤올룹슨이 자리 잡은 곳은 아우디 A8L. 가죽으로 감싼 고급스럽고 포근한 느낌의 인테리어로 눈길을 끈 아우디 A8L는 뱅앤올룹슨으로 럭셔리의 방점을 찍는다. 비행접시처럼 위로 올라와 있는 트위터 스피커는 대시보드 안으로 슬며시 숨었다가 시동을 켜면 고개를 쳐든다. 중저음을 잘 구현하는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은 클래식 음악과 궁합이 잘 맞는다. 외부 소음을 완벽히 차단하는 아우디의 기술 역시 음악 감상의 질을 높이는 데 한 몫 한다. 아우디 외에 뱅앤올룹슨이 선택한 브랜드는 벤츠 AMG, BMW, 애스톤 마틴뿐이다.

재규어 All New Xj + 바우어스&윌킨스Bowers&Wilkins 사운드 시스템

우리나라에서는 뱅앤올룹슨만큼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브랜드 인지도보다는 음질을 우선순위로 두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오디오 회사다. 소리를 있는 그대로 충실하게 구현하는 정직한 사운드가 바우어스&윌킨스의 강점이다. 재규어에 설치된 바우어스&윌킨스의 음질과 기능은 카오디오 부분에서 높은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최대 출력 1200W, 돌비 프로로직 II와 DTS Neo:6 기술이 더해져 소스를 한결 실감나게 조리한다. 운전자는 물론 어떤 좌석에서도 풍성한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총 20개의 스피커가 최적의 위치에 부착되어 있다.

랜드로버 레인지 로버 4.4 TDV8 Vogue + 하만/카돈Harman/Kardon 사운드 시스템

레인지 로버에 장착된 사운드 시스템은 하만/카돈 로직7 사운드 시스템으로 차량 내부에 14개의 스피커를 장착해 어떤 자리에서든 입체 음향을 즐길 수 있다. 다양한 기기에서 음악을 가져올 수 있도록 아이폰과 USB 메모리, MP3 등을 위한 연결단자를 갖췄고, 글로브막스에 CD/DVD 체인저가 설치되어 있다. 랜드로버는 레인지 로버 외에 디스커버리, 레인지 로버 스포츠 시리즈에도 하만/카돈 로직 7을 적용했다. 랜드로버 외에 하만/카돈 사운드 시스템을 사용하는 브랜드는 BMW, 스바루, 쌍용 체어맨이다. 한마디 덧붙이면, 도시바가 이 회사의 스피커를 얹은 노트북을 출시하기도 했다. | 우해미 [email protected]

info. 필자 우해미는 월간 [스터프 Stuff]의 피처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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