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차우진

연희동 <스테레오 커피> ⓒ차우진

싸지타는 ‘화살자리’라는 뜻의 라틴어다. 사수자리와는 별개의 별자리로 헤라클레스가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쪼아 먹는 독수리를 죽일 때 쓴 화살이라는 의미도 있고, 아폴론의 화살이라는 주장도 있다. 가끔은 큐피트의 화살로도 여겨진 이 낭만적인 이름은 초기 홍대 앞 인디 씬에서 경력을 쌓으며 1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록 앨범상을 받은 밴드 코코어의 보컬이자 만화가 이우일의 동생인 이우성과 공연 기획자이자 디제이, 그래픽 디자이너이면서 이우성의 아내인 이은정이 함께 만든 팀의 이름이기도 하다. 2005년에 발표한 첫 앨범 [Hello World]는 명백하게 60, 70년대 사이키델릭 포크를 재현하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내며 복고, 향수, 키치주의 같은 키워드를 떠올리게 한 앨범이었다. 2008년 5월에 발표한 두 번째 앨범 [Hello Stranger]는 조금 더 담백한 앨범이다. 쿵자작쿵작 진행되는 뽕짝 리듬을 괴기스러운 신서사이저 사운드가 에워싸는 오프닝 ‘Seoul Soul Sul’과 함께 초기 비틀스를 연상시키는 곡 ‘마음에 남았네’가 이어질 때 비로소 앨범을 관통하는 깔끔한 어쿠스틱 사운드와 만나게 된다.


싸지타 – 오키나와 러브송 | 2008

단적으로 말해 앨범의 정서는 노스탤지어다. 그런데 노스탤지어는 지금 여기에 없는 것, 따라서 다가가고자 하면 할수록 멀어질 수밖에 없는 정서다. 그것은 그리움과는 다르다. 특히나 이 사운드의 정서가 가리키고 있는 것이 1960, 70년대의 사운드라면 더군다나 그렇다. 우리는 70년대의 사운드를 ‘시대적으로’ 경험하지 못했다. 따라서 그 경험은 라디오를 듣다가 문득, 이런 식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의 것이고 그래서 그 정서는 기억이 아니라 취향의 환기로 수렴된다. 이를테면 도시적이지 않은 것, 첨단적이지 않은 것, 과거지향적인 것, 느린 것, 넉넉한 것 같은 정서에 맞닿은 취향이다. 이것은 어느 정도는 반-도시적인 정서일 뿐 아니라, 서울이라는 도시의 상징성을 활용한다면 강북적인 정서라고도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싸지타가 주로 활동하는 곳이 홍대 앞이 아닌 연희동이라는 것과, 홍대 앞이라도 대형 클럽이 아닌 작은 규모의 클럽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도 있다. 또 ‘회전목마’, ‘도레미’, ‘오키나와 러브송’, ‘보물섬’ 같은 노래 제목과 동네 카페 사장, 단골 치킨집 사장, 초등학생 조카 등 지인들의 20자평도 모두 가 지향하고 있는 가치를 드러낸다. 그러니까 그것은 어떤 공동체적인 가치들이다.

특히 싸지타의 홍보 글 중에는 다음과 같은 20자 평이 있다. “우리 동네에 이런 음악가가 있다니 덩달아 우쭐해집니다.”(스테레오 커피 김미영), “레게치킨은 혼성 싸이키델릭 듀오 싸지타 곁에 있습니다.”(레게치킨 대표 류광희), “삼촌! 노래 정말로 좋았어~”(초등학교 4학년 이은서), “싸지타와 함께라면 지겹던 출근길도 즐거워져요.”(강동농협 선사지소 예금계 연수희) 전문적이지도 않고 분석적이지도 않은 이 20자 평은 오히려 생활밀접형 사운드를 드러낸다. 그러니까 그냥 들으면 되는 음악인 것이다. 평론가 같은 존재가 개입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연희동 골목길에 있는 스테레오 커피는 5월 초에 싸지타가 공연을 열었던 조그만 카페고, 레게 치킨의 대표 류광희는 머스탱스의 드러머이기도 하다. 이들의 정체보다 흥미로운 것은 싸지타가 홍대가 아닌 지역 커뮤니티에 속해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거스를 수 없는 자본주의 시장의 결과이자 지금의 홍대 앞에 대한 반감의 결과이기도 하다.

물론 홍대 앞의 변화에 대해서는 가치 평가를 내릴 수는 없다. 10년 동안 홍대 앞이라는 공간이 만들어낸 놀라운 결과들도 있고 참혹한 과정들도 있다. 하지만 많은 한계와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자연발생적인 씬이 거의 완벽하게 시장으로 자리 잡은 건 세계적으로도 드문 경우다. 그런데 지금의 홍대 앞에는 공동체적인 정서, 하나의 씬이 만들어지는데 반드시 있어야 할 커뮤니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 중 일부는 홍대 앞을 떠나 다른 공간에서 다른 상상력을 실천하고 있다. 홍대 앞으로 모여드는 사람들도 늘어나지만, 동시에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커뮤니티는 사라진 게 아니다. 다만 그 주체가 바뀌고 공간이 바뀌었을 뿐이다. 나는 그런 사실이 흥미롭다.

싸지타가 연희동과 연남동 부근에서 일상을 보내며 사람들과 만나고 나름의 활동을 선보이고 있다면, 스웨터의 보컬이자 ‘열두폭병풍’이라는 솔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이아립은 얼마 전 성북구에서 디자인 전시를 진행하기도 했다. 앨범의 판매처도 홍대나 신촌의 인디음반전문점이 아니라 상수동에 있는 작은 가게였다. 재미있는 건 연희동과 연남동, 성북동과 상수동 모두 재개발과는 거리가 먼 지역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에서 골목과 구멍가게를 품은 동네들이 10년 전 홍대처럼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이런 사례만 가지고 ‘홍대가 지고 연희동이 뜬다’는 말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비교는 부동산 업자들에게만 도움이 될 거니까. 사실 거기가 강남이면 어떻고 일산이면 어떤가. 이런 식의 ‘동네 무브먼트’가 더 많이 자주 일어나는 것이야말로 누구에게나 이득일텐데. 얼터너티브 무브먼트도 결국 시애틀 동네 모임에서 출발했다. 지역과 공간, 그리고 사람들이 바로 씬(scene)을 만든다. [Hello Stranger]라는 싸지타의 새 앨범 제목이 흥미로운 건 마침 그 때문이다. | 차우진 [email protected] | <씨네21> 20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