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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마지막 주 위클리 웨이브는 라디, 블락비, 코어매거진, 피콕의 새 앨범에 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 [weiv]
 

 

 


라디 | Soundz | 리얼콜라보, 2014
라디

정은정: 라디(Ra.D)는 자신에게 맞는 옷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한마디로 ‘라디표’ R&B 발라드를 들려준다. 트레이드마크인 멜로우한 보컬은 건재하고, 그루브와 리듬은 한층 진화되었다. 신스 멜로디, 베이스, 퍼커션, 어쿠스틱 기타, 피아노, 그리고 하와이 민속 타악기까지 다양하게 이용해 곡을 표현하면서도, 악기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목소리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트랙 또한 전체적으로 통일성 있게 정돈된 느낌을 준다. “For Me”는 그의 대표곡 “I’m In Love”와 “Couple Song”의 명맥을 이을 만큼 로맨틱한 분위기와 찰진 리듬을 선사한다. “1998”은 올드스쿨 비트가 다소 의아하나, 1998년에 음악을 시작할 무렵 만난 동료(UMC, KeepRoots, 현상)들과 과거를 회상하며 불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7/10
블럭: 앨범은 사운드에 맥락을 담고, 그 맥락을 가사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몇 가지 구성 요소들이 긴밀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여기에 앞뒤로 붙어 있는 곡들이 흐름을 만들어내는 트랙리스트, 곡 간의 연결, 개별 곡이 가지고 있는 서사는 그 자체로도 완전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앨범은 그러한 서사를 표현해내면서 깔끔하게 떨어지는 소리까지 좋다. 비행, 여행, 하와이, 바다 등을 표현하는 소리를 어색하지 않게 가져오는 부분 역시 장점이다. 그것이 가볍게 기술적인 구현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색채가 된다는 것이 대단하다. 라디 특유의 감미로우면서도 리듬감을 잘 유지하는 보컬은 덤이며, 지난 정규 앨범이 그래왔듯 1, 2년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들어도 좋을 만큼 트렌드나 흐름과는 별개의 앨범이다. 다만 타이틀곡 “그렇게”는 타이틀이라는 점을 의식한 듯하여 조금 아쉽다. 7/10

 

 

블락비 | HER | 세븐시즌스, 2014.07.24
블락비

블럭: 이제 한두 명이 주축이 되는 그룹에서 벗어났다. “Very Good” 때부터 그러한 모습은 충분히 보였지만, 이제는 여유를 갖추면서 본격적으로 두각이 드러나는 듯하다. 태일의 솔로곡 “이제 날 안아요”를 제외하면 그러한 부분을 판단할 수 있는 곡은 셋뿐이지만(그마저도 “Jackpot”은 먼저 공개되었다), “보기 드문 여자”와 “HER”를 이어 듣다 보면 다른 그룹에서 보기 힘든 파트 분배, 곡을 소화하는 모습이 보이며 각 멤버의 캐릭터나 기량을 느낄 수 있다. 정규 1집 이전의 말랑말랑한 트랙들이 다소 흑역사에 가까웠다면, 이번 곡들은 블락비라는 팀의 성격을 안정적으로 구축한 상태에서 나왔기에 훨씬 자연스럽다. 다만 태일의 솔로곡이 다른 곡들과 너무 다른 데다가 “HER”가 지나치게 안정적으로 나왔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6/10
미묘: 시작부터 들려오는 “사람이 그렇게 매력 있음 못써요, 정도껏 하세요”라는 가사가 귀에 밟힌다. 케이팝의 정신없는 콜라주 같은 성격에 관한 이야기는 얼마든지 있지만, 이 음반은 그 방법론을 확장하여 ‘누구나 좋아할 팝’ 이상의 무기로 만들어낸다. 무례하고 저속한 에너지와 보이그룹의 상쾌함을 기민하게 이어 붙인 타이틀곡 “Her”의 모양새를 보라. 이들에게 ‘악동’ 이미지가 대중 아이돌로서의 악재로 작용했다면, 이 음반은 그것을, 음반의 첫 가사처럼, “뭐?”라고 웃음을 터뜨리며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매력으로 뒤집어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과정은 힘 조절의 타이밍을 예민하게 잡아내는 노력 덕분에 설득력을 얻는다. (이질적인 “이제 날 안아요”에서 맥이 빠지는 것 또한 다른 트랙들의 조율을 ‘다양한 매력을 한꺼번에 보여주자’ 수준으로 전락시키기 때문이다.) 다음 음반이 무척이나 기다려진다. 7/10

 

 

코어매거진 | Rude Banquet | 힙스퀘어, 2014.07.25
코어매거진

한명륜: 코어매거진은 오랜 경험을 통해 동시대에 활동 중인 비슷한 유형의 밴드들과의 변별 요소를 만들어내는 데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크런치한 기타 톤의 여유로운 울림이 돋보이는 “달리”, 저/중/고를 넘나들며 긴 호흡으로 뽑아내는 보컬의 “Shall We” 등은 다른 믹스처 록밴드와 구분되는 그들의 개성을 강조한 트랙. 다만 모든 악기가 고루 드러나는 선명함은 좋지만 “Shiva”나 “Bitter Sweet Rock and Roll”처럼 리듬감이 드러나는 곡에서는 리듬 파트가 좀 더 확연한 존재감을 드러냈으면 어땠을까. 다시 말해 마스터링이 조금 평면적이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러나 그것이 앨범 전체의 완성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7/10

 

 

피콕 | Apprivoiser| 롤링컬쳐원, 2014.07.16
피콕

한명륜: 메이저 키의 피아노 선율을 차분히 따라가는 보컬의 호소력이 돋보이는 러브송들이다. 그러나 한껏 아름답게만 가꾼 풍성한 사운드는 비교적 단순한 화성과 어울리며 다소 곡을 지루하게 만드는 느낌이 있다. 특히 “옥”과 같은 곡은 비교적 긴 러닝타임을 고려하면 청자들의 집중을 요구하기엔 무리가 있다. 뉴에이지적인 접근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음악을 BGM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점점 커지는 지금의 음악 소비 형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곡을 들어보면 각자 역할이 나뉘는 멤버가 존재하는지도 알기 어렵다. 훌륭한 목소리를 바탕으로 좀 더 흥미로운 다음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5/10
최성욱: 베이스와 기타 그리고 신서사이저의 울림과 음을 조금씩 변형하여 무채색 바탕을 채우고 보컬의 음색과 건반의 멜로디로 곡의 임팩트를 가하는 형식이다. 여타의 어쿠스틱 팝 밴드와는 다룬 피콕만의 차별점이기도 하다. 변조된 사운드의 잔향을 활용하여 서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점에서 푸른곰팡이 레이블의 몇몇 음악가와 이이언, 윤상 등이 떠오른다. 싱글 간의 변별력이 없이 유사한 무드의 노래들이 반복된다는 점이 흠이다. 그러나 사운드를 직조하는 법을 아는 듀오이기에 앞으로의 작업들이 기대된다. 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