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즈슝띠(筷子兄弟) – 쌰오핑궈(小苹果) | 라오난할-맹룡과강(老男孩之猛龙过江) (2014)

 

1. 콰이즈슝띠(筷子兄弟)와 “쌰오핑궈(小苹果)”

하나의 노래가 중국을 떠돌고 있다. “쌰오핑궈(작은 사과, 小苹果)”라는 노래가. “쌰오핑궈”를 부른 콰이즈슝띠(젓가락 형제, 筷子兄弟)는 (영화)극본/감독을 담당하는 쌰오양(肖央)과 작사/작곡을 담당하는 왕타이리(王太利)로 구성된 팀으로, ‘극본ㆍ감독ㆍ배우ㆍ프로듀서ㆍ가수’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 만능 엔터테이너들이라고 할 수 있다. 2007년에 결성되었으며, 같은 해에 “축복해줄게, 자기야(祝福你,亲爱的)”라는 노래로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콰이즈슝띠는 2010년에 단편영화 [11도청춘계열영화-라오난할(11度青春系列电影之老男孩)]이 인터넷에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며 주목을 끌었고, 영화와 동시에 발표한 “라오난할(올드 보이, 老男孩)”도 인기를 끌며 순식간에 스타가 되었다. 2011년 말에 발표한 단편영화 [아버지-부녀편(父亲-父女篇)]과 삽입곡 “아버지(父亲)”도 인기를 얻었다. “쌰오핑궈”는 2014년 7월 10일에 개봉한 장편영화 [라오난할-맹룡과강(老男孩之猛龙过江)]의 삽입곡이자 홍보곡이다. 영화 개봉에 앞선 2014년 5월 3일에 발표된 “쌰오핑궈”는 발표 직후 각종 차트 1위에 올랐고, [라오난할-맹룡과강]은 상영 하루만에 2,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 곡이 발표된 지 석 달이 지난 현재, 중국에서는 노래는 물론 콰이즈슝띠가 추는 ‘사과 춤’이 각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중국인들은 “쌰오핑궈”를 ‘세뇌신곡(洗脑神曲)’이라 부르는데, 이는 ‘후크송’의 중국식 표현이다.

복고풍의 디스코인 “쌰오핑궈”는 첨단의 전자음보다는 경쾌함과 간명한 구성을 특징으로 삼는다. ‘세뇌신곡'(혹은 후크송)답게 후렴 부분이 귀에 박히는데, ‘너는 나의 작은 사과야/ 너를 아무리 사랑해도 지나치지 않아/ 작고 빨간 얼굴은 내 마음을 따스하게 하고/ 내 생명의 불을 밝혀 주네/ 불불불불불/ 너는 나의 작은 사과야/ 하늘가의 가장 아름다운 구름 송이 같아/ 봄이 오고 산비탈에 꽃이 만개했어/ 희망을 심으면 수확하게 될 거야(你是我的小呀小苹果/ 怎么爱你都不嫌多/ 红红的小脸儿温暖我的心窝/ 点亮我生命的火/ 火火火火火/ 你是我的小呀小苹果/ 就像天边最美的云朵/ 春天又来到了花开满山坡/ 种下希望就会收获)’라는 낭만적인 가사와 대비되는 코믹한 뮤직비디오가 인상적이다.

1403263070417‘사과 춤’을 추는 배슬기

 

2. “쌰오핑궈” 뮤직비디오와 한류, 혹은 케이 팝(K-Pop)

“쌰오핑궈” 뮤직비디오는 지금까지 1억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유쿠(http://www.youku.com/)나 유튜브 등에 수많은 패러디 동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그런데 “쌰오핑궈” 뮤직비디오의 핵심은 전부 한국 인력이 맡았다. 조성모의 “To Heaven”으로 드라마타이즈드 뮤직비디오 열풍을 일으킨 김세훈 감독이 연출을 맡고, 싸이의 ‘말춤’을 만든 이주선이 안무를 담당해 ‘사과 춤’을 만들었다. 그리고 한때 ‘복고댄스’로 유명했던 배슬기가 배경으로 등장해 ‘사과 춤’을 선보인다. 이미 여러 동영상 사이트들에는 각양각색의 ‘사과 춤’의 패러디 영상이 올라오는데, 2년 전 “강남 스타일”이 히트했을 당시의 ‘말춤’ 패러디 릴레이가 떠오를 정도다.


‘사과 춤’의 패러디 영상

뮤직비디오에는 왕타이리가 여자로, 쌰오양이 남자로 등장한다. 여기서 콰이즈슝띠는 어색하나마 한국어로 대사를 하는데, 자국에서 발표한 뮤직비디오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어 대사를 하며 중국어 자막을 삽입했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듯한 효과를 노린 기획이기 때문이다. 여러 편의 이야기가 담긴 뮤직비디오의 4번째 에피소드는 무려 한국전쟁을 다루는데, 쌰오양이 연기하는 캐릭터의 이름은 ‘장동건’이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패러디인 것이다. 이런 설정 덕분에 중국에서 케이 팝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생각하게 된다. 중국에서 케이 팝은 그저 음악으로 이해되기보다는 통칭 ‘한류’라 칭해지는 다양한 문화콘텐츠의 일부로 소비되고 있는 셈이다.

그 중에서도 무엇보다 주목을 요하는 지점은 단연 싸이의 영향, 정확하게는 “강남 스타일”의 영향이다. 이주선 안무가의 참여나 완성된 결과물을 봐도 알겠지만, “쌰오핑궈”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강남 스타일”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빠르고, 간결하고, 중독성 있는 음악’+’따라 추기 쉬운 재미있는 춤’+’코믹한 내용의 뮤직비디오’의 삼각 구성을 따라 이 곡은 “강남 스타일”과 같은 대성공의 희망을 담게 되었고, 그 결과는 나름의 대중적 반응과 상업적 수확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시작과 함께 화면에 등장하는 한 여성은 유창한 한국어로 앞자리에 앉은 남자(쌰오양)에게 “오빠, 나 예뻐?”라고 묻는다. 그러자 이 남자는 어눌한 한국어로 “너 별로야” 하고 말한 뒤, 신경질을 내며 “얼굴이 중요해?”라고 반문한다. 한국어로는 어색하겠지만, 일단 그의 말은 반어로, 결국 여성의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망한 여성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 성형외과를 찾고서는 “하나님, 제발 예뻐지게 해주세요”라고 기도를 하고 성형수술을 받는다. 대중문화 안에서 이렇게 주체성이 결여된 여성의 모습을 그저 코미디적인 요소를 강조하기 위한 설정일 뿐이라고는 수긍하기 어렵다. (편집자: 단순 비교겠지만, 세계경제포럼(WEF)의 [2013 세계 성 격차(Gender Gap Index) 보고서]에서 한국은 136개국 중에서 111위를, 중국은 69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중국은 한국보다 제도나 실생활에서 여성의 권리와 발언권을 상당히 보장하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비디오의 남녀의 태도는 사뭇 모순적인데, 어쩌면 이런 대화/설정 자체가 한국 문화를 패러디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0“오빠, 나 예뻐?”

 

3. “쌰오핑궈” 이후의 중국대중음악, 그리고 K-Pop

우리가 “쌰오핑궈” 열풍에 주목해야 하는 까닭은, 이 현상이 향후 중국 대중음악에서 시작될 변화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상반기까지 중국에서 댄스 음악은 주변적인 위치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한국으로부터 “강남 스타일” 바람이 불어온 후, 자국에서 시작된 “쌰오핑궈” 바람이 또 한 차례 대륙을 휩쓸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 댄스 음악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아이돌도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흐름이 이어진다면, 중화팝(혹은 C-Pop)의 부상 가능성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중화팝의 부상 가능성을 이야기한 까닭은, 역설적으로 이 단어가 아직 정착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198~90년대 홍콩 대중문화의 인기와 더불어 꽝뚱어(*꽝뚱어는 학술적 개념은 아니다. 꽝뚱성 안에만 해도 다양한 방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홍콩에서 들을 수 있는 방언은 꽝쩌우 방언에 속하는 홍콩 방언이다)로 된 대중음악이라는 의미로 ‘칸토 팝(Cantonese Pop)’이 주목받기도 했다. 칸토 팝은 아시아 시장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었지만, 케이 팝만큼 국제적인 반향을 얻지는 못했다. 칸토 팝이 [채널 V] 등의 매체를 통해 아시아 시장을 공략했다면, 케이 팝은 유튜브ㆍ페이스북ㆍ트위터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그러나 홍콩이 중화인민공화국의 특별행정자치구가 된 이상, 칸토 팝이 거뒀던 성공은 중화팝(혹은 C-Pop)의 부상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한편 “쌰오핑궈” 열풍을 보면, 의외로 케이 팝의 미래에 관해 생각해볼 기회를 얻기도 한다. 케이 팝은 현재 국제적인 반향을 얻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K-Pop’이라는 용어의 지속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용어의 지속 가능성이 검증되기 위해선 이에 열광하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 이를테면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K-Pop’이 브랜드화 되어 등장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이런 사안을 고려할 때, 중국의 “쌰오핑궈” 열풍은 케이 팝이 수용되는 맥락을 따지며 조심스럽게 그 미래까지 점쳐볼 수 있게 해준다.

일단 “쌰오핑궈” 뮤직비디오만 보면, 중국 대중음악의 새로운 유행을 만드는 데에 케이 팝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음악은 물론 안무, 뮤직비디오 연출과 촬영 장소까지 전부 한국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이렇게만 보면, 케이 팝이 중국 문화산업에 제대로 안착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중국 언론을 비롯해 대중들의 반응을 보면, 어마어마한 조회 수와는 별개로 “쌰오핑궈” 뮤직비디오가 거론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오히려 관심은 ‘세뇌신곡’이라 불리는 이 곡의 구조와 무엇보다도 ‘사과춤’에 집중되어 있다. ‘사과춤’은 현재 가장 인기 있는 ‘광장 춤’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광장 춤’이라는 것은 대략 이런 것입니다…

중국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도시의 광장에 많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 똑같은 춤을 추는 광경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를 ‘광장 춤’이라 하는데, 중국 특유의 광장문화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광장에 한데 모여 함께 춤을 추면서 스트레스 해소도 하고 건강관리도 하는 것인데, 한국인들로서는 낯선 광경이 아닐 수 없다. 보통 한국에서 춤이란 댄스 클럽이나 나이트클럽, 콜라텍 같은 실내에서 즐기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아무튼 남녀노소가 즐기는 ‘광장 춤’을 지켜보면, 향후 중국에서 부상할 중국 댄스 음악이 반드시 케이 팝을 모방하는 차원에 그치지만은 않을 것이라 짐작해볼 수 있다. 혹은 중국 댄스 음악의 미래가 케이 팝을 모방하는 수준에서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대중적 인기를 얻는 과정은 한국에서와는 상당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 볼 수도 있다.

위에서 언급한 특징들로 미루어 볼 때 중국 대중음악이, 특히 향후 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중국 댄스 음악이 케이 팝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빌리거나, ‘케이 팝적’이라고 할 만한 요소를 차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중국 댄스 음악에 있어 케이 팝을 비롯한 한국 대중문화의 영향은 결코 적지 않겠지만, 이는 케이 팝의 확장이라기보다는 중화팝의 독자적인 부상으로 이어질 여지가 높다는 것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내수 시장은 물론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화교들을 생각할 때, 중화팝이 나름의 체계와 특성을 가지고 등장했을 때의 영향력은 가히 세계 대중음악 혹은 대중문화의 흐름을 바꾸기에 충분할 것이다.

먼 미래일지도 모르지만, 앞으로 이런 예상이 실제로 전개된다면 케이 팝의 입지는 심각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198~90년대에는 상당한 인기를 모았으나 지금은 쇠락해버린 칸토 팝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케이 팝의 무국적성 혹은 잡식성을 그저 장점으로 여기기만 해도 좋은지 고민도 된다. 이제 케이 팝은 외형적 규모나 성과 외에 그 질적 요소에 대해 더 깊은 고민을 요구받는 시점에 이른 것이다. | 주민혁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