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박물관 – 불 | 앨범? (2014)

소리박물관_앨범

“불을 피워라/훨훨 불을 피워라/훨훨 타올라라”라는 노랫말이 끝나자마자, 곡은 마치 자그마한 불씨가 커다란 모닥불로 변하는 것처럼 타오르기 시작한다. 어렸을 적 들었던 동요 반주 같은 피아노 소리와 느긋하면서도 아련한 기타 사운드가 손을 잡고 빙빙 돌듯이 템포를 올려가다가, 바람처럼 밀려드는 심벌 소리와 함께 훅 하고 사그라든다.

“불”의 58초부터 2분 40초까지의 연주는 이 밴드의 지향점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소리박물관의 “불”은 근래 들었던 트랙 중 가장 시각적이다. 곡에서 들을 수 있는 모든 요소가 ‘불’이라는 존재를 이미지화하는 것에 집중한다. 최근의 인디 씬이 사운드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과 비교하면, 이러한 모습은 사뭇 고전적으로 보인다. 그러고 보면, 스타일 자체도 70년대의 아트 록을 떠올리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하지만 그런 인상에서 낡았다는 느낌보다는 여유로운 생동감을 살려낸다는 점에서 “불”은 매력적이다.

소리박물관의 첫 번째 레코딩인 [앨범?]은 지난 7월에 열렸던 ‘레코드폐허’에서 첫 선을 보였으며, “불”을 포함해 “방랑자”와 “엘도라도”의 세 곡을 담고 있다. 아직 무언가 판단을 하기에는 담고 있는 것이 너무 적지만, ‘더 들을 필요는 없겠군’ 보다는 ‘더 많이 들어보고 싶다’에 가까운 결과물이라는 건 장담할 수 있다. 다음에는 ‘앨범’ 끝에 물음표가 아닌, 느낌표가 달려 있었으면 좋겠다. | 정구원 [email protected]

구입처 : 향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