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얼 음감회 6

어제(13일) 합정 무대륙에서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정규 3집 앨범 [사람의 마음] 발매 기념 음감회가 열렸다. 음악은 팬들의 정성으로 준비된 CD플레이어와 AKG에서 협찬한 헤드폰으로 들을 수 있었고, 정성스레 준비된 프레스킷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 “내사람”, “사람의 마음” 뮤직비디오를 보고, 장기하와 얼굴들 멤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선 뮤직비디오에 대해서는 ‘멤버들은 잘 모르겠지만, 무대에서 흥이 많아져서 정해진 안무보다는 그런 것 없이도 스스로 봤을 때 잘 놀더라’는 너스레와 함께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건강한 신체를 영상에 담아놓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사의 내용에 있어 노골적인 표현이냐, 혹은 자연에 가까운 순수함이냐를 놓고 이야기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음란하게 생각하든, 순수하게 생각하든 생각하는 것이 정답이다. 처음 의도는 있지만 굳이 말씀드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오고 가는 것 자체에 대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뮤직비디오의 두 편은 하나의 소스로 만들어졌는데, 이는 사실 제작 과정상 간편함도 반영되어 있다고. 편의를 생각한 점에서 비롯했지만 같은 움직임을 화면이 재생되는 속도의 변화를 통해 다른 정서를 나타낼 수 있다면 멋진 일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특유의 막춤을 두고 국내 정상급 현대무용수에게 배운 것이 아니냐는 정보에 대해서는 ‘배운 건 맞지만 뮤직비디오에서 선보이는 건 막춤이다. 구체적으로 써먹은 동작도 별로 없다. 안무 감수를 받을까 생각했지만 자신이 가진 고유의 움직임을 담는 것이 더 우선된 목적이고 정제된 춤을 보이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고 답했다. 더불어 뮤직비디오에서는 노래를 안 부르면서 춤만 춘 것이며 공연을 할 때는 뮤직비디오에서 본 것과 다른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이후 하세가와 요헤이(혹은 양평이형)이 밴드 사운드의 발전에 대해 얘기해줬다. 그는 ‘2집에서는 공동 프로듀서고 얼마 참여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번에서야말로 멤버로 합류해서 작업한 느낌’이라고 했다. 그래서 지금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면이 있다고. 더불어 이전에는 장기하라는 리더가 있고 얼굴들이라는 밴드가 따라갔지만 점점 더 ‘장기하와 얼굴들’이 되어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만큼 멤버 각자가 아이디어도 많이 냈고, 제 몫을 다 했으며 밴드 자체가 견고해졌다고 한다. 밴드 구성원은 6명이지만 가장 조심한 것은 소리를 빼는 작업이라고 했다. 이 시점에서 록 음악에 가장 필요한 건 뭘까 생각했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소리를 빼야 더 소리가 풍부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하세가와 요헤이는 꽉 찬 사운드에서는 그루브가 사라지며 오히려 소리를 조금 빼고 질감에 신경을 써야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실제로도 굉장히 뿌듯하게 느끼는 것이 보였다. 같은 맥락으로 장기하는 ‘록 밴드로서 6년 차에 접어들었는데 지금 해야 할 것, 하고 싶은 게 뭘까’라고 생각했을 때 ‘록큰롤의 기초’가 아니라 록큰롤의 ‘기초’에 충실한 음악이라고 했다. 복잡하고 화려한 사운드가 전면에 나서는 게 아니라 간소한 요소들을 이용해 툭툭 던지는 방식을 택했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 장기하와 얼굴들이 이번 앨범에서만 그런 것도 아니다.

2차 장얼 음감회 3

더불어 인상 깊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옛날 사운드를 재현하려는 시도가 5, 6년 전이었으면 차별적인 포지션이었을 텐데 지금은 한국뿐만 아니라 영국 쪽에서도 새로 나오는 음악 중에는 옛날 스타일이 많다. 그런 현상에도 관심이 있으신지, 21세기에 록 음악이 더 예전의 것들을 반영하려고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는 게 있다면”(차우진)이라는 질문에 “기본적으로는 영미권, 특히 인디 씬에서 6, 70년대 음악을 재현하려는 밴드가 많아졌다는 걸 알고 있고 국내에서도 몇 년 전부터 해오던 작업이다. 사실은 그 사람들이나 저희나 좋아서, 꽂혀서, 재밌으니까, 결국 락덕이라서 하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우리의 세대가 음악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세대는 아닌 것 같다. 비관적인 얘기일 수도 있는데 로망으로 삼는 시기의 음악들을 본받는 노력이 지금 시대에 있어서 꽤나 괜찮은 시도들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새로운 게 안 나오고 있는 시대라는 소리다. 그런 상황에서 앞으로도 아예 새로운 걸 할 수 있다면 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어쨌든 가장 하고 싶은 건 이런 음악과 분위기다.”라고 답했다.

더불어 멜로트론이라는 악기에 대해서도 하세가와 요헤이는 뿌듯함을 숨기지 않았다. 멜로트론이라는 악기를 직접 공수해서 녹음했고, 이를 자랑하고 싶었는데 자랑할 길이 없었다고 밝혔다. 멜로트론이라는 악기는 매력적이고 아름답지만 고장도 잘 나고 다루기 까다로운 아날로그 빈티지 악기로 알려졌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2집 작업 당시에는 VST로 작업했지만, 이번엔 하세가와 요헤이가 잘 아는 일본 지인이 오리지널 악기를 구했다는 얘기를 듣고 딱 두 곡에 썼다고 했다.

“마스터링 엔지니어를 바꿨는데 기존과 어떻게 다른지, 왜 바꿨는지”(하박국)에 대한 질문에도 인상적인 답변이 나왔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이번 앨범 마스터링은 미국에서도 하고 일본에서도 하는 등 총 세 가지 버전이 나왔다. 이 중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더 많은 의견이 나온 쪽으로 골랐다”고 답했다. 이어 하세가와 요헤이는 “나는 사실 블라인드 테스트를 안 했다. 판단을 나머지 다섯에게 맡기려고 했다. 사실 미국에서 마스터링한 버전을 들었을 때, 악기 위치나 이런 것들은 확실한데 조금 락 스피릿과는 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마스터링을 해주신 분은 어렸을 때 알게 되었던 분이고 일본 갈 때마다 만나는 형이다. 또한 좋아하는 밴드의 음악을 마스터링한 사람이고 예전에도 마스터링을 맡겼다. 회사에서는 미국에 맡겼는데, 한 곡만 하면 안 될까 싶어 부탁했는데 이렇게 결과가 나왔다. 아주 뿌듯했고 마지막에 공동 프로듀서의 일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는 답변을 꺼냈다. 이어 “무엇보다 그분이 세계적인 분들과 비슷한 정도의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히려 한국에서 다른 뮤지션들이 많이 한, 이름있는 사람이 한 것보다 (장기하와얼굴들의) 개성을 빛내기 위한 좋은 방법이 아닌가”라고 답했다.

외에도 음감회 속 질문과 답변에는 청년실업 때 처음 세상에 나온 “기상 시간은 정해져 있다”라는 곡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착한 건 나쁜 게 아니야”가 라디오 디제이 로고송에서부터 비롯되었다는 이야기 등을 꺼냈다. 타이틀 곡 “사람의 마음” 역시 라디오 디제이를 하지 않았다면 만들지 않았을 곡이라고 했다. 라디오 디제이로서의 경험이 그에게 많은 변화를 줬고, 실제로 영감을 준 것 외에도 보컬 변화에도 영향을 줬다고 답했다. 한 시간가량 꽤 많은 이야기가 오갔는데, 기사로 올라오지 않은 이야기들을 위주로 추려보았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새 앨범 [사람의 마음]은 오는 15일 오전 0시에 음원이 발표된다. 직접 들으면서, 장기하와 얼굴들과 대화하는 듯한 느낌으로 앨범을 감상해보면 어떨까 제안해본다. | 블럭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