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스트레인저]는 지금 우리 곁에 있지만 아직 만나보지 못한 신인 뮤지션들을 콕 찍어 만나는 기획입니다. 궁금증을 담아 꽉 채운 10개의 질문을 던집니다. 물건이 좋지 않으면 권하질 않은 영업인생 20년, 인디 음악계의 큐레이터, 김윤하가 연재합니다. | [weiv]

오늘의 스트레인저: 파라솔
일시: 2014.10.2 목요일 PM 8:00
장소: 제비다방
질문, 정리: 김윤하 [email protected]

 

01parasol

인기 있는 밴드의 공연이 있는 날이면 1시간 전부터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공연장 제비다방. 특히 이 날은 파라솔의 단독 공연이자 평소 이들의 팬임을 자처하던 밴드 몽구스의 몬구가 오프닝 게스트로 출연한다는 소식까지 알려지며 공연 시작 한 시간 전부터 명당을 잡기 위한 관객들의 눈치 싸움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이제 막 한 장의 EP를 세상에 내놓은, 한 시간짜리 세트리스트를 채우는 것도 아직 조금 버거운 이들이지만 이 날은 색다른 분위기의 편곡들이 흥을 돋웠다. 일렉트릭/어쿠스틱 기타, 베이스, 드럼, 건반 등 다양한 악기들을 멤버별로 당번처럼 돌려가며 연주하는 통에 색다름과 친숙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흔치 않은 밤이기도 했다. 평소 이들의 음악을 들으며 종종 떠올리던 테임 임팔라(Tame Impala)의 커버 곡을 들을 수 있었던 것도 이 날의 소중한 소득 가운데 하나. 겉 속 다른 싸이키델릭 사운드로 느슨하지만 매력적인 풍경을 만들어 내는 파라솔 멤버들을 공연 직전 만났다.

 

1. 파라솔의 멤버이면서 각자 다른 밴드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포지션과 개인활동 소개를 부탁해요.
윤해: 파라솔에서 베이스를 치는 지윤해입니다. 보컬도 하고요. 술탄 오브 더 디스코도 하고 있습니다.
나은: 전 파라솔에서 기타와 코러스를 맡고 있는 김나은입니다. 지금은 줄리아 하트랑 트램폴린에서 기타 치고 있습니다.
원진: 저는 파라솔에서 드럼과 심벌을 치는 정원진이고요, (나은: 스네어도 치잖아 그럼!?) 푸르내라는 밴드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2. 멤버들이 워낙 여러 밴드를 하고 있어서 올해 안에 EP가 정말 나올까 싶었는데 나오긴 나오더라고요. 부지런하신가 봐요. 
윤해: 그건 진짜 발등에 불 떨어져가지고 진짜 후딱 했어요.
원진: 저희가 나오는 날짜를 그냥 정했어요. 정하니까 어떻게든 나오더라고요.
윤해: 그 때 레코드폐허가 있었는데, 그 날 팔아야겠다고 생각을 하니까 이건 진짜 지금 안 하면 안되겠다 싶더라고요.

3. 처음으로 같이 합주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요!
나은: 윤해가 어느 날 갑자기 그냥 ‘밴드하자!’ 이러더라고요. 자기 곡 있다고. 밴드 하고 싶다고. 그래서 저도 ‘나도 곡 있어, 나도 곡 보내줄게’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작했던 것 같아요.
윤해: 사실 저도 한 2009년 정도부터 혼자 집에서 이렇게 저렇게 노래를 만들고 했었는데, 너무 못쓰겠다 싶어서 아무도 안 들려주고 있다가 이제 하나씩 하나씩…
나은: “법원에서”라는 노래가 첫 합주곡이었어요.

4. 굉장히 느긋한 것 같으면서도 그 안에 예민하고 히스테릭한 부분이 숨어있는 부분이 파라솔 음악의 매력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그럼 보컬 이야기로 살짝 바꿔보겠습니다. 윤해씨는 파라솔을 하면서 처음으로 보컬을 해보시는 건데, 그에 따르는 부담감이라던가 이걸로 뭔가 새로운 음악적 정체성을 표현해보고 싶다 그런 욕구는 없나요. 
윤해: 옛날부터 혼자 노래를 녹음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론 남들한테 못 들려줬던 게 제가 노래하는 걸 제가 들으면 너무 거지 같아서 거든요. 사실 훨씬 빨리 시작하고 싶었는데 이제야 하게 된 건… 제가 그냥 포기를 하게 된 것 같아요. 진짜 말 그대로 포기에요. 그래서 솔직히 지금 상황은 음이라도 안 틀렸으면 좋겠다는 그런 상황이거든요. 공연할 때마다, 술탄 할 때야 뭐 베이스는 계속 쳤으니까 큰 부담이 없는데, 파라솔 할 때는 공연할 때마다 매번 힘들어요. 베이스는 뭐 좀 틀려도 괜찮은데, 제가 노래 못 부르면 오늘 공연 이거 막 망한다 이런 생각이 계속 들어 가지고. 예전에는 술을 계속 마셔서 완전 만취해서 하고 그랬거든요. 그러면 기분은 좋으니까. (웃음)

5. 나은씨 같은 경우에는 파라솔에서 연주하는 걸 들어보면 이전의 연주들과는 또 다른, 기존의 나은씨 기타 사운드를 들어왔던 사람들은 조금 놀랄 수도 있을만한, 불도저 같은 기타톤을 들려주고 있는 것 같아서 꽤 신선했어요.
윤해: 원래 성격이 그래요. (웃음) 제가 짜증이라면 이 사람은 분노조절장애가 있어 가지고…
나은: 화가 많지. (웃음) 근데 저는 사실 예전에 하드코어 밴드 같은 데에서도 활동을 했거든요. 물론 그 땐 세컨 기타 같은 거여서 별로 눈에 띄진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강한 음악을 좋아하긴 해요. 뭐 트램폴린 할 땐 트램폴린이 좋고, 줄리아 하트 할 때는 그런 모던록 사운드도 좋고요. 윤해랑 할 때는 또 윤해 음악이랑 맞는 사운드를 내야 하는 거고… 꼭 막 이걸 하고 싶다는 고집이 있다기 보다는 그냥 계속 색깔 바꾸면서 맞춰나가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자기 주장만 해서는 밴드 하기 힘들잖아요. 솔로로 하면 얼마든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밴드에 들어온 이상 친구들에 맞춘 음악을 계속 생각해내야 하는 것 같아요.
윤해: 홍대 함춘호! (웃음)

6. 주위에서 ‘파라솔 같은 밴드가 나왔는데 씬에서의 반응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건 너무 이상하다. 씬이 그만큼 죽었다는 소리다’ 같은 얘기들을 왕왕 하거든요. 다들 지금까지 홍대 주위에서 꾸준히 활동을 해온 편인데, 혹시 요즘 씬이 전반적으로 좀 죽은 것 같다거나 조용하다는 느낌 받아보신 적 있나요.
나은: 저 같은 경우에는 옛날이 더 안됐던 것 같은데요. (웃음)
윤해: 저는 개인적으로 지금 대박난 것 같은 느낌인데요! 전 제가 EP를 냈는데 누가 이렇게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해요. 처음으로 저랑 친구들이 노래를 만들어서 하는 밴드이다보니까 공연하면 사람들이 오는 것도 아직 막 신기해요. 그리고 저는 어릴 때 이상한 밴드들 하고 그럴 때에는 관객이 두 명 밖에 없고 그럴 때도 있었거든요. (나은: 이상한 밴드 안 해도 관객 두 명이야(웃음)) 옛날에는 아예 항상 클럽공연은 당연히 손님이 없는 거라고 생각했고요.
원진: (얄개들 때에 비해) 죽긴 좀 죽었는데, 어차피 너무 적은 인원이어서 차이가 아주 미세한 것 같아요.
나은: 그냥 밀물썰물 같은 거에요. (웃음)
윤해: 이제 EP 하나 냈으니까, 저희가 진짜 열심히 하고 잘 하면 더 좋은 반응들이 눈에 보이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있어요.

7. 아직 레이블이 없는 상태라고 들었는데 알아볼 계획은 있나요.
나은: 아, 레이블이 많이 죽은 느낌은 있는 것 같아요. 옛날에 비트볼이 파티하고 이런 시절은 이제 아닌 거죠.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저희는 아직 레이블을 알아볼 생각은 없어요.윤해: 저희가 별로 안 바쁘니까요. (웃음) 저희가 막 공연이 정신 없이 들어와서 ‘와 이거 어떡하지! 큰일이다!’ 이러면 필요하겠지만, 전혀 아니에요. (웃음)

8. 다음 앨범이나 정규 1집 준비는 혹시 하고 있나요.
윤해: 어떻게 보면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완성된 신곡이라고 할 건 없지만 집에서 계속 곡은 쓰고 있어요.
나은: 곡이 쌓여야지 앨범이 나오는 거니까요. 곡 작업은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9. 파라솔이라는 밴드는 각 멤버들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나은: 사실 전 이런 질문에 대답을 생각해놓은 게 있는데. (웃음)
윤해: 뭐? 안돼! 난 못 들어! (귀를 막고 아아아 소리를 낸다)
나은: 밴드 파라솔이라기 보다는 각 멤버들이 저에게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는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 근데 나도 말 못하겠다! 아 오글거려!
윤해: 이 질문은 누나만 대답 하는 걸로 하자. 아 못 듣겠다.
나은: (한참 숨을 고른 후) 우선 윤해는 저에게는 네 잎 클로버 같은 존재에요. 굉장히 잘 건진 행운 같은 존재고요. 원진이 같은 경우는 산삼 같은 스타일이에요. 네잎 클로버는 행운이 따라서 발견하는 거지만 산삼은 노력해서 발굴해야지만 얻을 수 있는 거잖아요. 같이 힘을 합쳐서 찾아야 하는.
윤해: 이걸 혼자 집에서 생각을 했다고? 아~~ 진짜 사람 별로다~

10. 마지막 질문입니다. 파라솔로 어디까지 가 보고 싶으세요.
윤해: 저는 우선 록페. 일단은. 헤드라이너 이런 거 말고라도 그냥 아무 거나요. (이걸로 끝까지 가는 건데 너무 소박한 거 아니에요?) 아 그래요? 원래 먼 일을 잘 생각 안 하는 편이라… 진짜 끝이라면 이건 정말 꿈이긴 한데, 저희 음악을 잘 알고 계신 스태프분들과 온전한 음향장비들이 다 갖춰진 곳에서 저희가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사운드로 공연 해보고 싶어요. 그 정도면 될 것 같아요.
나은: 그건 정말 모든 밴드들의 꿈이죠. 전 잘 되면 해외 한 번 나갔다 왔으면 좋겠다 정도?
원진: 제가 소유하고 있는 스태프가 한 명 있었으면 좋겠어요. (테크니컬 스태프요?) 네, 그래서 세팅 다 시키고 꼬봉처럼 부리고.
윤해: 그냥 노예가 하나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웃음)

 

파라솔(parasol) – 판 (Acoustic 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