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결 – 마음을 둘 곳 | 급진은 상대적 개념 (2015)
 

[급진은 상대적 개념]은 성기다. 구조에 있어서 특별히 밀도가 높지도 않고, 어떤 과잉이나 극적인 효과를 추구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예쁘장’한 모습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귀를 잡아끄는 멜로디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 멜로디 라인은 지속적인 반복으로 인해 처음의 효용을 다하고 풍화되거나 재잘대듯이 끼어드는 다른 악기들의 소리로 인해 끊임없이 방해받는다. 인상이 흐릿하다. 마스크를 낀 소녀를 찍은, 노이즈가 자욱한 앨범 커버만큼이나.

그런 첫인상을 품고, “마음을 둘 곳”을 계속해서 다시 듣는다. 기억이 되살아난다. 5년 전 이들의 첫 EP를 처음 들었을 때도 똑같은 첫인상을 받았었다는 기억이. 그리고 그 ‘성김’이 선결의 음악을 오랫동안 들을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었다는 사실 또한 기억났다. 밀도는 높지 않지만, 그만큼 듣기 편안하다. 비록 풍화되어 가는 멜로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다. 무심하게 퍼석거리는 스네어 드럼과 귓가에서 가르랑거리는 기타 소리, 산뜻하게 밑을 받치는 베이스 라인이 서로를 파묻지 않고 각자의 결을 오롯이 드러낸다. 그리하여 우리는 비로소, 이 성기지만 또렷한 소리에 마음을 맡긴다. | 정구원 [email protected]

덧. [급진은 상대적 개념]은 현재 발매 기념 한 달 한정 할인가 5,000원에 판매 중이다. 게다가 음원 다운로드 쿠폰도 CD와 함께 동봉되어 있다. LP에서는 일반화된 방식이지만 CD에 음원 쿠폰이 동봉된 건 흔치 않은 케이스다. 이런 뜻밖의 전략에 대해서는 김영혁 김밥레코드 대표의 글을 추천한다. 굉장히 자세한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