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P 엔터테인먼트는 소위 말하는 한국의 3대 대형 기획사 중 하나이다. 하지만 다른 회사에 끊임없이 그 입지를 위협받고 있고, 또 ‘위태롭다’는 인상을 주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내부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회사는 여러 인디 음악가들과 교류하고 있고, 또 적극적으로 외국 프로듀서들의 곡을 받고 있다. 그 결과 타이틀곡에서 박진영의 이름이 조금씩 줄어 들고 있다. 여전히 회사의 색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더욱 유연해진 모습을 발견했다. 그 결과 핫펠트, 지소울이 나왔고 15&는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는 A&R팀의 배수정 씨를 만났다. | 웨이브x네이버연예의 인터뷰 기획 [힘들게만난사람] 

 

배수정1004323355

박준우: 지금의 회사 JYP 엔터테인먼트를 어떻게 소개해주실 수 있으신지.
배수정: 대한민국에서 소위 말하는 메이저 레이블 중 하나이고, 소속 가수이자 대표 프로듀서인 박진영 씨가 세웠죠. 그 안에서 음악을 만들어내는 곳이죠. 아이돌을 만들어낸다기보다는 음악을 만들어낸다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이돌도 만들기는 하지만 지소울, 핫펠트도 그렇고 일본에서의 2PM 멤버들이 활동하는 것을 보면 그들이 직접 기획하고 곡을 만들거든요.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음악가를 길러내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박준우: 앞에서 말씀하신 분들도 있지만 최근에는 GOT7도 나왔어요. 아이돌보다는 음악가에 초점을 두고 있나요?
배수정: 그런 것보다는 때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음악가의 역량이 되었을 때 (활동을) 생각해보게 되는 거죠. 예은(핫펠트)같은 경우나 실제로 지소울 같은 사람들이 나올 가능성이 충분히 많은 곳이죠. 왜냐면 박진영 씨가 스스로 가수 생활을 오래 하셨기 때문에 본인이 잘 아세요. 회의하다 이런 아티스트들은 직접 곡을 써라, 혹은 가사를 직접 쓰게 해보라고 많이 주문하시거든요. 그런 것 자체가 단순히 아이돌을 기획하는 것만이 아니라 트레이닝을 시키는 과정에 가까워요. 곡도 쓰게 해보고, 그런 기회를 계속 주고 동기부여도 만들어 주거든요. 외부에서 보는 시각과는 좀 다른 것 같아요. 무조건 강압하고 그런 것도 없고요.

박준우: 입사 전에도 음악과 관련된 일을 했다고 들었어요.
배수정: 어렸을 때는 홍대에서 사진 찍는 일을 했어요. 밴드 공연이나 클럽, 파티, 페스티벌 등지에서 사진을 찍다 상상공장에서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참여했고, 이후 몇 번의 기획을 함께했죠. 그러다 정말 뜬금없게, 대학원에 가게 되었어요. (웃음) 학부 때는 학교도 잘 안 나가고 홍대에서 공연 보고 사진을 찍고 그러다 문화예술경영학과가 학교에 생긴 걸 봤어요. 홍대에서 일만 하던 애가 졸업을 할 때가 되니까 앞이 막막한 거죠. 도피처를 찾다가… (웃음) 대학원에 간 뒤에는 프리랜서로 사진을 찍고 기획도 돕다가 바빠지면서 조금씩 일을 놓치게 되는 거죠. 대신 현장에서 경험했던 것들을 좀 더 학문에 가깝게 풀어냈어요. 수치를 내고 분석을 해서 결과를 발표하고. 그러다 여기 오게 된 거죠. 대학원에서는 글을 썼고, 음악과 관련된 걸 계속했죠.

배수정1004320183

박준우: A&R 일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나요?
배수정: 인디 레이블에서 일을 잠깐 도운 적이 있어요. 사진 찍는 일뿐만이 아니라 리뷰도 부탁해서 썼고, 다른 레이블에서 음악을 리뷰 해달라고 하면 글을 쓰고 그랬죠. 열네 살 때부터 마스터플랜을 다녔는데 (웃음) 거기서 나쁜 오빠들을 많이 만나 이렇게 되었죠. 거기서 알게 된 사람들이 다들 음악을 하니까 저에게도 음악을 들려주고,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리뷰를 시작했어요. (웃음) 밴드도 워낙 많이 보면서 조금씩 보는 눈을 길렀는데, 어느 날 서태지컴퍼니에 넬이 영입된 거에요. 제가 서태지 팬이면서 넬의 팬이었는데, 굉장한 충격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이렇게 될 수 있는지 궁금해서 찾는 과정 중 A&R이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죠. 인디 레이블은 마케팅 일까지 직접 하고, 곡을 고르는 작업이 아니라 음악가를 서포트하는 개념에 가까워요. 제가 JYP 엔터테인먼트에 오게 된 건 직접 제작에 관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어요. 음악에 관한 전반적인 일을 할 수 있으니까, 그게 좋았어요. 회사 사장님은 저를 뽑은 이유 중 하나를 제 취향으로 꼽으셨어요. 회사 전체가 힙합/알앤비 취향인데 저는 밴드 취향이거든요. 면접 때 포트폴리오를 발표하는데, 저는 킬러스(The Killers)를 얘기했거든요. (웃음) 백인 록 밴드를 얘기했는데, 정반대의 취향이 오히려 괜찮다고 생각하셨나 봐요.

박준우: 사실 좀 작은 회사에서는 A&R이라는 직책이 있어도 그 일을 못 하는 경우가 많아요. 제가 보기에는 JYP 엔터테인먼트는 그래도 제 임무을 수행하는 곳이거든요.
배수정: A&R은 일단 음반을 만드는 데 제작 전반에 관해 일하고 있습니다. 회사 내 A&R 팀이 본부로 되면서 캐스팅, 트레이닝, A&R팀으로 나눠졌어요. 캐스팅, 트레이닝 부서는 신인개발 쪽이고요, A&R은 음악, 스타일리스트, 프로덕션, 뮤직비디오, 아트워크 등과 관련된 일들이 모여 있어서 앨범을 만드는 시작부터 끝까지 다 하게 돼요. 저는 음악 쪽이니까 앨범의 컨셉을 잡고, 어떤 곡이 필요한지 같이 회의한 뒤 작곡가들과 미팅을 해요. 이후에는 곡을 받아서 녹음하고, 엔지니어링 과정을 거치는 것까지가 일이죠. 그 사이에 자켓 촬영, 뮤직비디오 촬영 등도 팀이 담당하는 일이고요.

박준우: 입사하기 전 생각했던 JYP 엔터테인먼트는 어떤 곳이었나요?
배수정: 대중들이 생각하는 바로 그거요. (웃음) 보통 박진영이 쓴 타이틀곡, 박진영이라는 존재 아래 진행되는 것들이라는 생각이 있어요. 근데 저 역시 어쨌든 박진영 씨의 곡을 듣고 자란 세대니까요. 희화화되는 것도 있지만, 그래도 곡을 잘 쓰시는 분이예요. 박진영 씨의 존재감이 워낙 크다 보니까, 저도 ‘박진영이 말하면 모든 게 이루어지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런 건 있었죠. 제가 생각하는 좋은 곡은 많이 회자하고 패러디되는 곡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박진영 씨가 만든 곡은 정말 그렇잖아요. 그래서 좋은 곡을 만드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배수정1004321944

박준우: 입사한 뒤 회사 내부의 변화 같은 게 있었는지도 궁금해요.
배수정: 제가 사실은 변화가 시작할 때 와서… (웃음) 제가 입사하던 때는 말 그대로 ‘문호개방’이었어요. JYP 엔터테인먼트가 생긴 이래로 외부 작곡가를 가장 많이 만나던 때가 그때였거든요. 그때부터 하기 시작했고. 그전 앨범을 보시면 많은 곡들이 내부 작곡가의 곡이었어요. 제가 입사하던 때 이후로는 외부 작곡가들을 적극적으로 만나기 시작했고, 소위 말하는 메인스트림 프로듀서들을 다 만나기 시작했거든요. 그때부터 회사는 새로운 걸 해야 한다고 계속 얘기했어요.

박준우: 외부 곡을 많이 받고 있는데, 회사 소속 작곡가가 줄었는지 궁금해요.
배수정: 오히려 정말 많이 늘어나고 있어요. 저희는 작곡가 오디션을 보고 있는데, 박진영 씨는 아직 데뷔 안 한 작곡가들, 어린 작곡가들을 계속 트레이닝하고 있어요. 데뷔 안 한 작곡가분들도 많으시고, 얼마 전에 계약하신 라이크 라익스(Like, Likes)도 있고요.

박준우: 다른 회사 소속의 작곡가나 인디 음악가들과 계속 교류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계속 범위를 확장하게 되는 이유가 있나요?
배수정: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여기는 변화가 정말 빨라요. 트렌드를 따라잡으려면 확장할 수밖에 없어요. 회사 색은 바꾸기가 힘들지만, 그 안에서 계속 변화는 있어야 하는 거예요. 변화의 제한을 두게 되면, 결국 안에서만 하게 되는 거죠.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야 하니까 계속 범위를 확장하고 바꾸게 되는 거죠.

박준우: 작년부터 최근까지 회사가 부지런히 변화를 모색했어요.
배수정: 구체적인 성과를 많이 느끼고 있죠. 특히 GOT7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타이틀곡이 박진영 씨의 곡이 아니었어요. 예전에는 외부 작곡가들도 저에게 곡을 빨리 안 주려고 했어요. ‘타이틀곡 = 박진영 곡’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거에요. 처음 시작은 백아연의 “A Good Boy”였고, 다음은 미스에이의 “Hush”였어요. 가장 큰 인식의 변화가 있었던 건 선미의 “보름달”이었죠. JYP 엔터테인먼트가 외부 곡을 타이틀곡으로 쓴다는 인식이 커지게 된 거죠. 최근에는 2PM 곡 중에 “Awesome”이라는 곡을 레이백사운드라는 팀이 만들었거든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곡을 받아서 앨범에 실었을 때 뿌듯해요.

배수정1004318622

박준우: 많은 작곡가의 곡을 받다 보면 곡을 고르는 기준이 생길 것 같아요.
배수정: 소속 가수들과 맞는지 아닌지가 가장 중요해요. 그리고 이게 얼마나 새로운지 아닌지도 중요해요. 새롭다고 해도 너무 빠른 건 아닌지, 사람들이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는지도 중요하고요. 새로운 걸 하더라도 단발적으로 끌어올 수 있는 걸 하자고 이야기해요.

박준우: 최근 가장 성사시키고 싶었던 그림인데 구현해서 뿌듯했다거나, 가장 아쉬웠던 게 있다면.
배수정: 몇 가지가 있어요. 우선 라이크 라익스가 계약한 것. 프란츠 님은 제가 게토밤즈 때부터 팬이었고, 텔레파시 때도 팬이어서 촬영을 했고. 제가 들어오자마자 곡을 달라고 했죠. 그때는 잘 안 되다가, GOT7 미니앨범에서 “A” 리믹스를 라이크 라익스 두 분이 하시면서 계약한 거에요. 그리고 15&의 앨범 [Sugar]. 만드는 데 1년 걸렸거든요. 그런 경우도 있었고. 갓세븐 앨범도 워낙 고생을 많이 해서 기억에 남아요. 다 쏟아 부었는데도 아쉬움이 남는 그런 앨범이거든요.

박준우: 박진영 씨가 소속 가수이고 또 소속 작곡가이잖아요. 회사 차원에서 케어하기 어렵지는 않나요?
배수정: 없다고 할 수 있는 이유가 뭐냐면, 저희는 일주일에 한 번씩 회의해요. 박진영 씨와 사장님과 A&R팀이 모여서 회의하거든요. 그 앞에서는 모든 걸 다 얘기해요. 박진영 씨가 곡을 들려줘도 싫으면 싫다고 얘기해요. 어제도 그런 일이 벌어졌는데 (웃음) A&R 전원 반대 같은 경우가 나타나요. 그러면 본인은 어디를 고치면 되는지, 수정해서 될 것 같은지, 버려야 할 것 같은지를 물어봐요. 회의 시간에 ‘이런 게 있어요, 들어보세요’라고 하면 평가를 하기도 하지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박준우: 음악가는 보통 스스로 정체성을 구축하지만, 그룹을 만들 때는 회사가 구축해야 할 것 같아요.
배수정: A&R이 그런 일을 하죠. GOT7 역시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키워드가 있어요.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도 2PM과 GOT7은 색깔이 달라야 하잖아요. 그래서 나머지 키워드에서 차이가 있고요. GOT7은 애초에 처음 회의를 할 때도 그 키워드를 잡고 갔어요. 왜냐면 2PM과 색이 겹쳐서도 안되고, 그렇게 할 수도 없는 멤버들이기도 하고요. 그런 식으로 컨셉을 잡고 가는 거죠. 이건 모든 그룹을 할 때 시작을 해요. 예를 들어 다른 신인 그룹을 만든다고 하면 먼저 키워드부터 찾고, 레퍼런스를 쌓고, 회의하면서 만들어가는 거죠.

박준우: 소속 음악가들에게 계속 음악을 만들 기회를 주는 편인가요?
배수정: 박진영 씨가 GOT7 예전 곡을 했을 때, 해외 곡을 많이 가져오니까 딱 들으시고는 ‘아티스트가 (가사를) 한 번 써보라고 하세요’라고 했어요. 데뷔한 지 만 1년이 되지 않았고, 어느 정도의 역량이 있는지는 아직 잘 파악되지 않는 시기였어요. 활동은 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할 수 있을지 예상이 되지 않는 상태였는데 기회를 주시는 거에요. 그 친구들은 참여하고 가사를 쓰면서 방법을 배워나가는 거죠. 본인들도 ‘하고 싶다’고 얘기를 하고. 가수가 직접 기획회의에 참여하기도 해요. 그게 다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요.

박준우: 지금 JYP 엔터테인먼트는 평론가, 기자 등에게 자문을 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얻는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배수정: 일단 우리가 어떻게 보이는지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어요. 우리가 어느 정도로 만드는지 알 수 있고, 표절 시비 문제도 미리 예방할 수 있어요. 평가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좋은 부분이죠. 대중들의 평가가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 수 있기도 하고요.

박준우: 사실 지금 JYP 엔터테인먼트의 이미지가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아요. 회사에서 어느 정도 체감하고 있는지, 그것 때문에 노력을 하는지도 궁금해요.
배수정: 체감은 다 하죠. 기사에 맨날 나오는데. (웃음) 충분히 체감하고 있어요. 그래서 2015년이 새로운 JYP 엔터테인먼트가 되기 위한 해에요. 항상 회사를 새롭게 바꾸려는 시도는 해요. 타이틀 곡을 많은 작곡가로 범위를 넓히는 것에서부터 시작한거예요. 일단 그것부터 변화였고요. 외부 곡을 받게 되면서 할 수 있는 색의 스펙트럼도 넓어졌고요. 트레이닝의 결과도 조금씩 성과를 보이고 있어요. 그 누구도 핫펠트 앨범 같은 게 나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거에요. 회사는 아이돌 시장 안에서 음악가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계속 곡을 쓸 기회를 주고, 작품을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조금씩 당사자들에게 맡기고 있고요. 또 그걸 뒤에서 조력해주기도 해요. 얼마 전에는 백아연이 예은에게 조금씩 뭔가를 배우고 있더라고요. 신인이라고 볼 수 있는 가수들이 직접 곡을 작업할 수 있게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이상적인 형태인 것 같아요. 박진영 씨에게서 배운 누군가가 또 누군가에게 알려주는. | 박준우 [email protected]

 

One Response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