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ana | State Of Play EP | Sony, 2015

Indiana | State Of Play EP | Sony, 2015

 

재해석의 미

올해 초 첫 정규앨범 [No Romeo]로 단단한 첫걸음을 디뎠던 영국 출신의 신스팝 싱어송라이터, 인디아나(Indiana)의 새 EP다. 그녀의 데뷔싱글이기도 했던 피아노 발라드 “Blind As I Am” 외에 세 곡의 커버곡 “Breathe” “Jolene” “Careless Whisper”이 함께 실려 있다. 세 곡의 커버는 어느 하나 빼놓을 것 없이, 원곡들이 전하는 그것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다른 감각을 자극한다.

앨범 내내 그녀의 보컬은 다소 건조하고 힘이 빠져 있으며, 종종 귀 가까이 속삭이는 듯한 중얼거림과 얕은 가성을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곡의 절정에 다달아서도 그런 느슨한 태도는 달라지지 않으며 – 그런 ‘밀어붙임 없는’ 보컬은 때로는 베스 기븐스(Beth Gibbons)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인디아나의 음반을 인디아나답게 만드는 것은 보컬보다는 곡의 전개 쪽으로, 전작에서도 그러했듯 그녀는 결코 서두르지 않지만 꾸준한 리듬을 갖고 있다. 시종일관 몽환적인 가운데에서도 분명한 개성을 들려주는 것이다.

앨범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트랙은 블루 캔트럴(Blu Cantrell)의 곡을 새로이 해석한 “Breathe”로, 댄서블한 원곡과는 사뭇 다른 미니멀한 비트의 곡이다. 어쩌면 그 가사에 비해 원곡이 너무 신났던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디아나는 담담하고 처연하게 이별을 암시하는 가사를 부른다. (‘Maybe we need some time alone, we need to let it breathe, breathe’) 퍼커션과 건조한 보컬뿐인 단촐한 인트로지만, 리드미컬하게 반복되는 비트는 청자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얇은 층을 겹겹이 쌓는다. 때문에 곡이 절정으로 도달한 이후에야 빽빽하게 들어찬 소리층을 깨닫고 – 그러고 나면 일순간, 담담하고 단호하게 모든 게 무너지는 것이다.

돌리 파튼(Dolly Parton)의 “Jolene”을 재해석한 동명의 곡은 어떤가. 이 곡은 “Blind As I Am”과 함께 이 앨범의 더블 타이틀곡이다. 곡은 1분이 넘는 시간 동안 크게 강약 없이 물 흐르듯 흘러가지만, 리버브가 많이 들어간 기타가 끼어들면서 마치 밤의 콘서트장처럼 드라마틱하게 변화한다. 또한 왬(Wham!)의 원곡을 커버한 “Careless Whisper”는 앞에 언급한 두 곡처럼 색다른 편곡을 들려주지는 않지만, EP 중 그녀의 보컬을 가장 잘 살리는 곡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벌스와 벌스 사이를 잇는 중얼거리는 코러스가 무척 매력적이고 재미있게 기능하고 있다.

하나의 오리지널 넘버와 세 개의 커버로 이루어진 EP이지만, 오히려 오리지널 넘버가 다소 동떨어지게 느껴질 정도로 세 개의 커버곡은 유사한 무드와 감각을 전달한다. 커버곡의 원곡들이 비교적 직설적인 태도로 선명한 이미지를 그린다면, 인디아나에 의해 다시 빚어진 곡들은 조심스럽고 흐릿한 선으로 불완전한 이미지를 더듬다가 비로소 형태를 갖춘 순간 느닷없이 무너져 버린다. 이전의 정규 앨범이 그랬듯이 공통된 무드 안에서 배리에이션을 선보이는 능력은 갓 데뷔한 싱어송라이터에서 찾아보기 쉽지만은 않은 장점이다. 특히 확실한 인상을 갖춘 기존의 넘버들을 재료로 새로운 그림을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은 더 그렇다 – 다만 하나의 곡 안에서 상승하는 드라마가 그리 크지 않은 것과, 절정으로 치달은 뒤 여운을 남길 새 없이 허무하게 모든 진폭이 잦아드는 것은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오히려 그 약간의 여백 같은 아쉬움이 그녀의 음악을 반복하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일지도 모르지만. | 카미캣 [email protected]

 

Rating : 7/10

 

수록곡
1. Blind As I Am
2. Breathe
3. Jolene
4. Careless Whisper

“Blind As I Am”

One Response

  1. bemymuse

    덕분에 처음 접해보는 뮤지션인데, 보컬로만 판단할 때 겹쳐지는 이름들이 많이 있군요. 대중성을 갖춘 목소리지만 개성은 부족하고 편곡 상의 독특함도 아직은 발전할 여지가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소개 잘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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