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대교”, “꺼내 먹어요”에 이은 자이언티의 새 싱글이다. 건반이 코드를 짚어 나가며 간소한 편곡을 밀고 나가는 전략은 이번에도 여전하다. 드럼 샘플과 신스 베이스 톤의 소소한 차이들을 제쳐놓으면 크러쉬와 함께한 “뻔한 멜로디”, “그냥” 역시 비슷한 계보에 편입시킬 수 있겠다. “No Make Up”은 언제나처럼 모난 데 없이 매끄럽게 시작하고 끝난다. 자이언티의 목소리도 언제나처럼 높지 않은 음역을 편안하게 오간다. 이번에도 자이언티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바를 정확하게 꺼내놓았다.

[Red Light]나 [미러볼]의 독특함을 기대한 이들에겐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몇몇은 내친김에 팔릴 곡만 만든다는 혐의를 씌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업적인 동기가 이 노래들의 전부는 아니다. 이 단출한 편곡은 듣는 이에게 차분히 말을 거는 가사의 형식과 조응한다. 곡이 같기만 한 것도 아니다. 예컨대 “양화대교”가 현악기를 동원해 기승전결을 꾀한다면 브라더수가 참여한 “꺼내 먹어요”는 같은 코드를 끝까지 반복한다. “양화대교”가 가족 서사의 감동을 전한다면 “꺼내 먹어요”는 ‘사랑 비슷한걸’ 하는 상대에게 조심스레 마음을 전하기 때문일 것이다. 윤석철이 참여한 “No Make Up”엔 경쾌한 신스 루프가 얹혔다. 차오르는 마음을 에두를 줄 모르는 어린 사랑의 말들을 똑 닮았다.

자이언티는 자꾸 말을 건다. “양화대교”만 해도 후렴에서만, 그것도 부모님께만 말을 걸었지만 “꺼내 먹어요”부터는 본격적으로 청자를 건드린다. 별스런 말도 아니다. 그런데도 ‘넌 그냥 그대로 너무 예쁜걸’ 같은 뻔한 칭찬, ‘너무 지쳐 보여 너 이리 와서 내 품에 안겨’ 같은 뻔한 위로가 마음을 흔든다. 화장 안 한 얼굴이 더 예쁘단 말이 립서비스로 흔히 쓰인단 것조차 모른다는 듯이 말을 밀어붙이는 태도 때문일 것이다. 이 천진한 뚝심이 어쩌면 저 모든 말이 진심일 지도 모른다고 믿게 만든다. 그런 믿음이 이 뻔한 말과 멜로디를 각별하게 만든다. 왜 실험적인 음악과 가사를 만들지 않느냐는 불만의 눈도 곱게 감긴다. 여성을 향한 차별적인 말이 쏟아지고 여성을 편드는 남성이 변절자쯤으로 여겨지는 시기에는 이런 천진한 진심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이런 진심이라면 몇 번이고 계속되어도 밉지가 않다. | 김세철 [email protected]

3 Responses

  1. ㄸㅎ

    여성으로서 이번 곡 가사는 정말 기분 나빴는데 글 쓰신 분께서는 “천진한 진심”과 “위로”로 들렸다는 게 흥미롭네요. 자기가 화장을 하겠다는 여잘 보고 너는 화장을 안 한 게 더 예쁘다면서 립밤 타령까지의 별 오지랖에 여자가 화장을 하는 이유가 남자 때문이라는 뉴앙스가 참 불편하게 느껴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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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세철

      반갑습니다. 리뷰를 작성한 김세철입니다.
      우선 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의견 전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말씀해주신 문제의식에도 깊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제게는 이 노래가 ‘No Make Up’이 좋다는 자신의 취향을 상대에게 강요하려는 노래로 들리지는 않았기에(‘진하게 화장을’ 한 너에게 불만을 표시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글을 작성할 당시 저는 연인에게 ‘넌 그냥 그대로 너무’ 예쁘다고 말하려는 마음에만 집중했습니다. 그러나 말씀해주신 것처럼 오롯이 여성이 선택할 몫을 두고 자신의 선호를 반복적으로 발화하는 상황만으로도 분명 불쾌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보내주신 의견 덕에 제가 담지 못한 시선이 글 아래에 담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중한 의견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더 섬세하게 듣고 옮긴 글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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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는 여성으로서 달달하기만했던거같네요…ㅎㅎ 위 김세철님의 말처럼 화장한모습에대한 불만을 표시한것도 아니었기에.. 너의 민낯스타일을 선호한다 보다는 너가어떤모습이던 너가 좋다 의 뉘앙스로 들렸던거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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