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IU) │ CHAT-SHIRE │ 로엔트리, 2015

아이유 (IU) │ CHAT-SHIRE │ 로엔트리, 2015

동화 이후의 영토와 가면 놀이

언젠가부터 [CHAT-SHIRE]를 논하려는 사람은 일단 둘 중 하나를 골라잡아야만 하게 되었다. 아이유는 진정한 예술가인가, 아니면 표절이나 일삼는 소아성애 옹호자인가. 차고 넘치는 말들이 이 대립 구도 속에서 쏟아졌다. 그렇지만 아쉽다. 무엇보다도 저 둘은 충분한 대립각을 세우지 못한다. ‘무엇을’과 ‘어떻게’와 ‘왜’에 관한 물음들을 뒤섞은 채 한 방에 입장을 밝히라고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질문이 애매하니 어떤 답을 던져도 남을 설득하지 못한다. 게다가 소란 속에서 정작 음악 자체에 대한 말들은 사라져 갔다. “Zezé”의 가사나 “스물셋”의 영상이 아니어도 할 말은 많이 있었다. 더 자세히 듣고 더 정확하게 묻고 싶었다. 그런 아쉬움을 이유로 글을 보탰다.

 

1. 상황: 동화 이후의 성장 서사

“좋은 날”, “너랑 나”, “분홍신” 이후의 아이유에게 더 올라갈 곳이 있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크게 주목받진 못했던 “미아”, 제법 얼굴을 알린 “Boo”를 거쳐 정상에 올랐다는 성장 서사는 행복한 결말로 막을 내릴 것 같았다. 동화 속 결말 이후에 벌어질 일들에 대해선 누구도 확신할 수 없었다. 당장 눈에 들어오는 건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이었다.

세상 제일 쓸모없는 게 연예인 걱정이라더니 [CHAT-SHIRE]는 이번에도 1위에 올랐다. 순위보다 중요한 건 아이유의 성장 서사가 여전하단 점이었다. 아이유는 예능이나 연기가 아닌 음악만으로도 이룰 일이 남았다는 인상을 준다. 올해 발매된 “마음”과 “레옹”은 직접 쓴 곡으로도 1위를 할 수 있단 걸 보였고 [CHAT-SHIRE]에선 음반 전체를 기획할 능력까지 보였다.

물론 자작곡이나 셀프 프로듀싱은 성장의 충분조건도 필요조건도 아니다. 실패한 자작곡들, 작곡하지 않고도 거장이 된 이들을 헤아리다 보면 직접 곡을 써야만 진정한 예술가가 된다는 주장은 차라리 환상처럼 들린다. 하지만 환상의 효과를 얕잡아 볼 수도 없다. 일단 그 환상을 접한 사람은 음반에서 소속사의 전략 대신 가수의 본심을 찾아내려 애쓰게 된다. 상업적 노림수 너머의 속내를 상상하게 된다. 그것만으로도 노래의 힘은 달라진다. 이번엔 심지어 아이유의 속마음이다. 이적이 곡을 쓴 “삼촌”에서 ‘삼촌 짱’을 외치던 아이유가 이젠 ‘난 몹시 예민해요’ 같은 가사를 부른다. 대중의 눈치를 덜 본다는 생각이 드니 이번엔 진심일 것만 같다. 이 음반을 ‘삼촌 없는 세상에 선 여왕’으로 요약한 리뷰에 동감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2. 음악: 여왕의 영토

그러나 더 물어야 한다. 아이유가 여왕이 되었다는 진단에 그칠 게 아니라 그 여왕의 영토에 놓인 게 무엇인지를 살펴야 한다. 홍보자료에 따르면 이 영토는 ‘한 떨기 스물셋 아이유의 사소한 현재’이자 ‘스물세 걸음이면 모두 돌아볼 수 있는 작은 사회’라고 한다. 사소하고 작다는 표현은 우선 태도에 관한 진술로 읽힌다. 능력 이상을 욕심내지 않겠단 겸손인 동시에 자신이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것만 하겠단 욕심으로 들린다. 게다가 저 표현들은 ‘홍대의 인디 음악’을 관습적으로 수식해온 단어들이기도 하다. 자연히 ‘인디’라는 기호가 표상하는 풋풋함, 진정성 따위를 빌려 오려는 의도까지 읽힌다.

그 의도는 어쿠스틱에 집중한 음악과도 썩 어울린다. ‘작은 사회’라는 말은 크레딧에서도 드러난다. 오래 함께한 조영철, 이민수, 김이나 같은 이름은 모두 빠지고 이종훈, 이채규, PJ, 김제휘의 이름만이 올랐다. 특히 김제휘와의 협업은 흔히 ‘인디’에게 기대할 법한 결과물들을 그대로 내놓았다. 예쁜 단어들로 여름을 회상하는 포크송 “푸르던”, ‘나 지친 것 같’다는 고백을 담은 발라드 “무릎”이 그런 예다. 이번엔 CD에만 수록된 “마음”은 그중에서도 빛난다. 기타, 피아노, 몇 겹 목소리만으로 담은 짝사랑의 마음은 맑은 듯 쓸쓸한 정서와 잘 어울린다.

더 주목할 이름은 이종훈이다. 이종훈은 데뷔곡 “미아”의 작곡가이기도 하지만 [CHAT-SHIRE] 같은 음악을 한 건 다시 돌아온 작년부터였다. 모델이라고 해도 좋을 두 곡이 있다. 첫째는 리메이크 음반 [꽃갈피]에서 이종훈이 편곡한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다. 재지한 전자 건반, 예상 밖의 화성, 리얼 악기를 비집고 나오는 최소한의 전자음은 [CHAT-SHIRE]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된다. 또 다른 모델은 [무한도전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의 “레옹”, 그중에서도 일렉트로 스윙(Electro Swing)에서 쓸 법한 둔탁한 드럼 샘플이다. 이종훈과의 결과물은 두 모델의 사이를 오가고 특히 “Zezé”는 이 모델들의 특징을 모두 품었다. 드럼 샘플, 재즈에 가까운 건반, 후렴에서 보코더가 얹는 화음, 후렴이 끝날 무렵 솟아나는 신디사이저까지, “Zezé”는 이종훈과 아이유가 그간 만들어온 음악을 압축적으로 제시한다. 가벼운 스트링을 얹고 가사에 맞춰 보컬 톤을 끊임없이 바꾸는 “스물셋” 역시 음반을 잘 대변하는 곡이다.

이 음반엔 이렇게 두 문단으로 요약해도 좋을 일관성이 있다. 물론 그게 과하다 싶은 대목도 있다. 가령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의 “Gimme More”에서 끝내 자유롭지 못할 보너스 트랙 “Twenty Three”는 앞의 곡들과 이어지는 드럼 톤 때문에 애매한 클럽튠에 그쳤다. 그런데도 이 일관성이 대체로 지루하지 않은 건 [CHAT-SHIRE]가 ‘스물세 걸음이면 모두 돌아볼’ 미니 앨범인 덕이다. 그래서 이제는 이 팀의 정규음반이 궁금해진다. 이 팀 안에서 어떤 새로운 소리가 가능할지를 알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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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태도: 가면 놀이

“스물셋”의 가사에 주목한다. 시작부터 ‘난 수수께끼’라더니 자신이 누구인지 맞춰보라고까지 한다. 당장에라도 진짜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을 것만 같다. 프리 코러스에선 ‘지금이 좋’고 ‘사랑이 하고 싶’다고 하다가도 ‘사실은 때려치우고 싶’고 ‘돈이나 많이 벌’겠다고 한다. 익숙한 건 긍정과 사랑을 말하는 앞의 아이유다. 그래서 청자들은 도리어 뒤의 아이유, 냉소적인 아이유가 진짜 아이유라고 믿게 된다. 여기에서 멈추면 [CHAT-SHIRE]는 처음 말하는 진심을 담은 진정성의 음반에 머문다.

하지만 듣다 보면 수상해진다. “스물셋”의 뮤직비디오 속 아이유가 드라마 〈프로듀사〉 속 ‘신디’와 똑 닮았단 점부터가 그렇다. “스물셋”은 웃는 얼굴의 가면을 벗기는 듯하지만 그 아래 찡그린 얼굴 역시 ‘신디’라는 또 다른 가면일지 모른다. 몇 겹의 가면을 벗기려 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애초에 아이유는 ‘단 한 줄의 거짓말도 쓴 적이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렇듯 아이유도 자신의 민낯을 모른다. 스스로 믿어온 민낯 역시 ‘뭐든 한쪽을 골라’ 적당히 구성된 가면일지 모른다. “스물셋” 아이유는 진짜를 맞추라고 했지만 실은 가면 놀이를 즐기고 있다. 이런 발상이 가사의 해석을 풍성하게 늘린다. 어떤 가사를 써도 얼마간은 아이유이며 얼마간은 아이유가 아니다. 이제 진정한 아이유라는 환상은 불가능하다.

아이유는 민낯에 관심이 없다. “스물셋”에선 자신의 가면에 ‘대충 속아’달라고 하더니 “안경”에선 남이 ‘공들여 감춰놓은 약점을 짓궂게 찾아내’는 대신 ‘그저 적당히 속으면 그만’이라고 노래한다. ‘비밀’을 말한다는 “Red Queen”에서도 자신의 이야기는 진리가 아닌 ‘믿거나 말거나 한 가벼운 얘기’라고 강조한다. 어차피 모든 게 가짜라는 생각은 대개 무심하고 차갑게 들리지만 여기서는 다르다. “안경”과 “Red Queen”은 이런 생각을 타인의 진실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으려는 태도로까지 넓힌다. 자신의 도덕을 강요하려는 열기와 비교하면 미지근한 태도일지도 모르지만 가끔은 이런 태도도 ‘믿을 수 없이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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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내용: 가면의 내용과 책임

이번에도 더 물어야 한다. 가면 놀이에 어떤 가면이 등장했는지 밝혀야 한다. 잘못된 가면에 대해선 따져 묻기도 해야 한다. “Zezé”와 소아성애 혐의라는 주제를 피할 수 없는 이유다. 문제는 이 주제에 이미 너무 많은 논점이 얽혔다는 점이다. 결론을 내리기보단 질문들의 정체를 살피는 데 집중할 생각이다.

예술적 표현의 자유란 말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원론적인 단어가 오르내릴 땐 원칙의 권위에 기대 허수아비를 때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예술적 표현의 자유는 표현물을 비판조차 못 하게 만드는 ‘까방권’이 아니다. “Zezé”의 존재를 옹호하는 이들이 곧 소아성애 표현물을 지지하는 건 아니다. 마찬가지로 “Zezé”를 반대하는 이들이 곧 국가 권력의 개입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공적 기관의 예술 검열이 주제였다면 대립은 이처럼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국가가 아닌 시민들이 음원 폐지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시민들의 직접행동은 때때로 정당하고 때때로 맹목적이다. 사회적 원칙을 합의하는 과정일 수도 있고 대중을 경유해 낡은 도덕을 휘두르는 순간일 수도 있다. 그러니 대화를 이어가려면 표현의 자유라는 형식을 넘어 내용 자체를 따져야 한다.

내용에 대한 질문은 더 복잡하다. “Zezé”는 소아성애를 다뤘는가? “Zezé”는 그것을 옹호하는가? 그 옹호는 나쁜 결과로 이어질 것인가? 어느 것 하나 단언하기가 어렵다. “Zezé”가 소아성애로 읽힌 건 원작 소설의 맥락과 제제를 ‘섹시하다’고 언급했다는 맥락 때문이었다. 가능한 의심이다. 그렇지만 가사 속 제제는 ‘소설 내용의 모티브만 차용한 제3의 인물’이며 ‘다섯 살 어린아이를 성적 대상화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아이유의 해명 역시 새로이 던져진 맥락이다. 어떤 맥락을 어디까지만 받아들여야 마땅한지 답하기는 쉽지 않다. 재해석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이냐는 문제도 이 문제와 얽혀있다. 소아성애를 옹호했느냐는 물음도 복잡하다. 이는 가사 속 화자와 작사가를 동일시할 것이냐는 물음이기도 하지만, 설령 둘이 다르다는 결론을 내려도 작사가는 화자가 불러온 사회적 효과에 얼마나 책임져야 하느냐는 물음으로 이어진다. 사회적 효과를 가늠하는 건 더 어렵다. 한편에는 말의 힘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원칙이 있다. 다른 한편엔 ‘나는 이 가사의 위험을 알지만 다른 사람은 이 가사에 세뇌될 것’이라는 오만함을 경계하란 주문이 있다. 설령 그 효과를 가늠한다 해도 그게 곡을 금지할 만큼 위협적인지는 또 다른 문제다.

모든 답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할 말이 아주 없지도 않다. 적어도 문제가 이다지도 복잡한데 아이유를 단죄하는 일이 이다지도 간편해선 안 된다. 자리를 골라야 한다면 음원과 영상을 폐기하라는 주장의 반대편에 설 것이다. 그러나 그 판단의 옆에는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비판 또한 함께할 것이다. 아이유가 롤리타 콘셉트의 객체로 소비되어 온 자신의 처지를 더 고민했다면 아마 그 컨셉의 주체로 보일만 한 가사를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아성애는 그저 아이와 성을 연결했기에 때문이 아니라 권력과 폭력이 개입하기 때문에 문제다. 그러니 소설을 뒤집어 읽으려 할 때는 그게 제제 주변의 권력관계에 대한 윤리적 입장마저 뒤집지 않는지도 살폈어야 했다. 그렇게 뒤집힌 입장이 정말 자신의 의도인지 반문했어야 했다. 제제가 모순적인 아이라는 아이유의 해석도 그래서 이상했다. 제제를 천사라고 부르는 건 누구이며, 악마라고 부르는 건 누구인가? 어떤 위치에 놓인 누구의 말인지를 묻지 않고 모든 말을 받아들이는 순진함은 아이유의 가면 놀이가 보인 신중함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타인의 기쁨과 슬픔과 고통을 함부로 단정하지 않던 바로 그 태도 말이다.

 

고민 끝에 점수를 매겼다. “Zezé”에 대한 아쉬움이 점수를 낮췄지만 이만한 주목을 얻은 음반의 힘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 그러니 이 모든 소동이 낙인찍고 단죄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기를 소망한다. 논란 속에서 쏟아진 말들이 아이유 개인만을 향하지는 않기를 소망한다. 관음을 부추겨온 무수한 시선들에 눈감은 채 아이유만을 비난해서 얻은 안락한 도덕심으로는 달라질 게 많지 않다. | 김세철 [email protected]

 

Rating: 7/10

 

수록곡
1. 새 신발
2. Zezé
3. 스물셋
4. 푸르던
5. Red Queen (Feat. Zion.T)
6. 무릎
7. 안경

“스물셋”

One Response

  1. kcah

    제제가 양면성을 띄워 모순적인 아이라는건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꼬릿말에 있는) 동녘의 번역자의 말과 같은 맥락이지요. 굳이 이상하게 볼 필요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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