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iv]의 이번 기획은 ‘지역의 음악 씬’이다. 보통 한국의 ‘인디 록’은 ‘홍대 앞’이라는 공간과 연관되어 사용되지만, 이미 다른 지역에서도 다양한 음악적 실천들이 수시로 벌어졌고, 또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인디 록이란 홍대 안에 있는 게 아니라 홍대 앞으로 집중된 결과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이런 맥락에서 서울 이외의 도시와 그 음악적 경험과 실천 들을 포괄적으로 살피고자 한다. 이번에는 1980-1990년대에 ‘메탈의 도시’라고 불렸던 인천과 부산을 비롯해, 대전과 제주의 과거와 현재를 다룬다. 이외의 다른 지역들도 차차 정리하도록 애쓸 것이니, 지역 음악 씬에 대한 글을 쓰고 싶거나 정보를 제공할 분들은 연락을 부탁드린다. 이를 통해 지역 씬과 음악 팬들에게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 차우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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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밴드 언체인드 @네이버 온스테이지

 

어쩌다가, 어쩌자고 나는 영화를 만들고 있나?
– 부산 인디 씬에 대한 장편 음악다큐멘터리 [변방의 북소리-갈매기 공화국 리턴즈] 를 만드는 이유

사실, 내 영화 이력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중공군 연기를 한 게 전부였다. 10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했으나 중공군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는지 차기작이 들어오지 않았다. (응?) 식순에 따라 엎어진 시나리오를 두어 편 쓰기도 했다. 지금은 돈 안 되는 ‘글쓰기’를 해오다 돈이 안 될뿐더러 심지어 돈까지 더 드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고 있으니, 이 또한 나름의 발전이라 할 수 있을까? 이게 다 최근 ‘네이버 온스테지’에 연달아 소개된 부산 출신 밴드 망각화와 언체인드 때문이다. 모니터에 뜬 그들을 발견하고 반가움과 놀라움이 교차되었다. 추억인 줄 알았는데 떡하니 앞에 나타난 것이다.

10여 년 전, 나는 부산 지역에서 이름만 대면 아무도 모르는 ‘진짜 인디’ 밴드의 보컬이었다. 락커의 자존심 따윈 개나 주고 언체인드와 현재 망각화의 보컬 양주영이 속해있던 타부의 빠돌이를 자처하며 서면 625, 부산대 앞 무몽크, 경성대 앞 바이닐 언더그라운드 등등의 클럽으로 그들의 라이브를 쫓아다니곤 했다. 망각화는 서울에서도 종종 공연 소식을 듣곤 했지만 부산을 지키며 활동해온 언체인드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오래 전 그들은 당시 록의 트랜드였던 시애틀 그런지 사운드를 표방한 밴드였는데, 1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러고 있었다. 사운드는 오히려 강렬해졌고, 11년간 숙성되어온 내공과 ‘간지’는 더 깊고 풍부해졌다. 그간 노출이 없었던 탓인지 부산의 장수 밴드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찾아보니 ‘신선하다(?)’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러고 보니 작년엔 밴드 앤이 뜬금없이 10여 년 만에 재결성되어 신보를 발표하기도 했다. 앤과 함께 부산밴드연합 ‘갈매기 공화국’ 출신이었던 피아, 레이니 선, 에브리싱글데이는 설명할 것도 없이 현재진행형의 밴드로 활동하고 있다. 수소문해보니 그밖에도 나초푸파, 21스캇, 개차반, 그리고 게토밤즈의 현민호가 속한 스톤드, 서스펜스 출신이자 현재는 포크 싱어 송라이터와 펑크밴드 지니어스의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김일두 등 숱한 추억의 밴드들이 부산(과 서울)에서 여전히 별 탈 없이 활동 중이었다.

‘인디=홍대’라는 공식이 당연시되는 현실 속에서, 또 대중매체의 열화와 같은 무관심 속에서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버틸 수 있었을까? 문득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누구라도 좋으니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가능한 빨리 영상으로 기록해주길 바랐다. 왜냐면 일단 내가 보고 싶었으니까! 그래서 주위에 영화하는 친구 몇몇을 쿡쿡 찌르며 부추겨보았으나 별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목마른 놈이 우물을 판다고, 결국 나는 틈틈이 준비하던 장편소설을 접고 직접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곧장 부산에 내려가 취재를 시작했다.

인터뷰 촬영 중인 조태준(TJ)

“부산에도 라이브 클럽이 있어?” 서울 친구들의 부산 음악 씬에 대한 인식은 딱 그 정도였다. 사실 나도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거의 10년 전 남포동과 함께 부산 최대의 번화가 서면에 자리 잡은 클럽 625의 마지막 공연을 씁쓸하게 지켜본 이후 서울로 올라왔다. 10년을 떠나 있었으니 부산 씬도 이젠 무척 생소해져… 있기는 개뿔, 다 그 놈이 그 놈들이었다. 밴드 이름이 바뀌고 멤버들이 하나 둘 바뀌었을 뿐이었고, 그마저도 서울에 비해 ‘바닥이 좁은 탓’에 이 밴드에서 저 밴드로 멤버들이 이적하는 바람에, 막장 드라마가 따로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혹자가 ‘부산 인디는 개족보’라고 말할 정도였으니. 물론 공연이 끝나면 출연 밴드들과 대부분의 관객들이 5, 60명씩 몰려다니며 밤새 벌이는 술판도 여전했다. 그러다 보니 부산에서 ‘음악 좀 한다’ 하면 장르와 상관없이 어떻게든 엮여 있었다. 나로선 다행이었다. 그 덕분에 단 일주일 만에 13개 팀의 부산 로컬 밴드와 서울에서 활동하는 부산 출신 밴드들을 섭외할 수 있었으니까. 그날 이후 지금까지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정신없이 촬영 중에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부산에서는 오히려 몇 년 전보다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은 늘어난 듯했다. 부산대 앞의 무몽크, 인터플레이 등의 클럽은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클럽 625가 사라진 서면을 지키고 있는 록 하우스와 경성대 앞에서 메탈, 코어 중심의 공연이 열리는 리얼라이즈가 생겼고, 바이닐 언더그라운드 역시 건재했다. 그 밖에도 전용 라이브 클럽은 아니지만 라이브가 가능한 장비와 시스템을 갖춘 펍 형식의 바(bar)도 꽤 생겼다. 그런 곳들 역시 부산의 밴드들에게 늘 우호적으로 열려 있다. 밴드들은 주로 섭외를 기다리기 보다는 몇몇 팀들씩 어울려 공연을 기획하고 공연장소를 정하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 홍보를 한다. 그리고 재미난 복수, 부산 노리단, 미디토리, 보일라 등 여러 부산의 독립문화단체들과 함께 다양한 무대를 만들기도 한다. 하고픈 것이 단지 음악이란 이유만으로 고향과 부모님과 친구들을 등지고 ‘메인스트림이라 할 수 있는 서울’로 떠나는 밴드들 역시 많지만, 남아 있는 밴드들 역시 고향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적 수요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지난 달 부산대 앞 ‘전람회의 그림’에서 있었던 ‘시싯골 디스커버리’의 공개방송에서 사회자가 언체인드의 보컬 김광일 군에게 맥락없이 물었다. “부산이 왜 좋아요?” 김광일은 대답했다. “밥값이 싸고 여자가 이뻐서요.”

인터뷰 촬영 중인 강산에

어쩌면 사실 그렇게 거창한 명분 따위는 없을지도 모른다. 왜 메인스트림으로 진출하지 않고 문화적 ‘변방’인 부산에 남아 있느냐, 라고 묻는다면. 단지 3000원짜리 푸짐한 밀면 한 그릇, 순대국밥이 결코 대신할 수 없는 돼지국밥 때문일 것이다. 이것들은 결코 한강이 대신할 수 없는 것들이다. “오빠야~” 하고 가성을 쓰며 애교 부리는 여자들의 사투리, 쌍욕으로 인사를 대신하는 친구들도 물론. 그게 다 이유일 수 있는 것이다. 더 많은 기회라든가 매체의 관심이 없어도, 자기들이 나고 자란 곳에서 그저 즐겁게 노래하며 사는 걸 선택한 사람들이 잘못된 건 분명 아닐 것이다.  내 영화에는 그런 얘기가 담기길 바란다.

모든 것이 처음해보는 작업이라 정신없이 촬영하는 와중에 틈틈이 걱정했다. 이게 과연 완성될 수 있을까?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이런 걱정을 하지 않는다. 믿는 건 내 자신 따위가 아니라 (그 딴 걸 믿어서야…) 카메라 앞에 서 있는 내가 기록하기로 한 대상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기록되어야 마땅한 존재들이고, 심하다 싶을 정도로 펄떡이며 살아있다. 잘 따라다니며 찍기만 해도 충분한, 그리고 즐길만한 영상이 될 것이라 믿는다. 취재나 촬영 중에 ‘부산 인디씬 다 죽었다’ 란 푸념도 허다하게 듣지만, 생각해보면 10여 년 전에도 똑같은 소리를 하던 양반들이다. 그렇게 투덜대며 지금까지 끈질기게 버티고 있다. | 방호정_컬럼니스트, 예비 감독. 두어 개의 밴드를 말아먹고 국제신춘문예 소설 당선 후 소설, 시나리오, 드라마 대본, 온갖 잡문을 쓰며 문화월간지 보일라에서 뮤지션 인터뷰와 음반 리뷰 등을 기고해오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영화 촬영 중.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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