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16년 1월 7일 목요일
장소: 봉천동 머쉬룸 레코딩
질문, 정리: 정구원 [email protected]

404의 [1]. 단편선과 선원들의 [동물]. 전기흐른의 [우리는 밤에 산다]. 큰아버지 박준범의 [쓸모없는 입술]. 스컴레이드의 [Out Of Order EP]. 장르도 스타일도 확연히 다른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레코딩/믹싱 엔지니어 천학주가 운영하는 스튜디오 ‘머쉬룸 레코딩’에서 작업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머쉬룸 레코딩의 전신인 ‘다리밑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시작한 이래, 그는 (단편선과 선원들의 말을 빌리면) 오랫동안 이 씬의 사운드를, 우리의 귀에 꽂힌 바로 그것을 만들어 왔다. 하드코어 펑크로부터 출발해 점점 다양한 장르로 넓어져 가고 있는 머쉬룸 레코딩의 작업 궤적은, 이제 현재의 한국 인디 씬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선명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오는 16~17일, 23~24일에 열릴 예정인 머쉬룸 레코딩 3주년 기념 공연을 맞아, [weiv]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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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원: 학주 씨, 그리고 머쉬룸 레코딩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천학주: 저는 천학주라고 하고요. 봉천동에 있는 머쉬룸 레코딩이라는 작은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구원: ‘다리밑 스튜디오’라는 머쉬룸 레코딩의 전신격 되는 스튜디오 때부터 레코딩 작업을 해 오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곳에 대한 이야기를 부탁드려요.
천학주: 다리밑 스튜디오는… 정말 말도 안 되는 곳이었어요. 일반 주택가에 있는 건물 지하 창고 같은 곳이었는데, 거기를 개조해서 조그맣게 스튜디오를 차렸었죠. 원래는 배다른 형제라는 밴드에서 드럼을 치던 이동훈 씨의 개인 작업실이었어요. 작업실 겸 자기 연습실로 만들었던 공간인데, 거기서 녹음 같은 것도 하자고 해서 시작이 된 거에요.
처음 생길 당시에는 저는 전혀 관계없는, 그냥 공연 보러 다니던 꼬꼬마 시절이었어요. 원래는 동훈이 형이 거기서 주거까지 해결했었는데, 거기를 정리해야 한 거죠. 정리하면서 제도리 누나라는 분한테 넘겼어요. 지금은 씬에서는 전혀 활동을 안 하는 분인데, 그 누나가 원래 집은 광주고 서울에서 생활하면서 밴드를 하고 작업도 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혼자서는 공간을 운영하기가 힘드니까, 그리고 제가 이런 일을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 거를 아니까 저한테 같이 해보지 않겠느냐고 얘기를 했죠. 그래서 2006년 말부터 거기서 작업을 시작했어요. ‘다리밑 스튜디오’라는 이름도 제가 지은 게 아니고 그 누나가 공간을 물려받으면서 지은 이름이에요. 물려받으면서 저를 끌어들인 모양새랄까 (웃음).
저는 그 때 재즈 아카데미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고, 공부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작업도 하고 하는 식으로 시작이 된 거죠. 빡세게 작업을 했다기보단, 친구들 작업 위주로 많이 했어요. 펑크 공연을 많이 보러 다녔으니까, 스컹크헬 같은 곳에서 친해진 친구들하고 작업을 많이 했었죠.

정구원: 그러면 조금 더 전으로 가서, 음악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그리고 레코딩/사운드 엔지니어링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천학주: 음악을 처음 듣게 된 건 다 비슷하죠. 제가 고모님들이 되게 많은데, 그 중 한 분하고 같이 살았던 적이 있었어요. 그 때 나이 차이가 한 10살 정도 나는 사촌 형들이 있었거든요. 그 당시 사촌 형들이 고등학생이었는데, 한창 음악 좋아할 때잖아요. 그러니까 맨날 집에 오면 음악 듣고 있고, 저도 집에 있으면 형들하고 같이 놀면서 음악을 많이 듣게 됐어요. 그 땐 대중음악이 대부분 밴드 음악이었잖아요. 한국에서 한창 헤비메탈이 유행할 때였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많이 듣게 됐죠. 90년대 초반에.
레 코딩의 경우에는, 우선 처음에는 단순히 음악을 좋아하는 학생이었죠. 중학교에 보면 팝을 들으면서 영어공부 하는 특별활동 같은 게 있잖아요. 그런 거 위주로 듣는 거에만 치중하면서 자랐던 것 같아요. 그러다 고등학교 들어가면서 방송반에 들어갔어요. 방송반 들어가면 장비를 많이 보게 되는데, 영상이나 조명을 빼면 남는 게 전부 음향 장비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학교에 있는 음향 장비를 익히게 되고, 콘솔을 다루거나 배선  등을 배우고, 그러면서 장비하고 친해졌고, 레코딩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그리고 학교에 있는 밴드나 힙합 동아리 친구들하고도 친하게 지냈는데, 그 친구들이 녹음 같은 걸 하기도 해요. 그래서 그 친구들하고 작업을 많이 했었죠. 힙합 동아리 친구들이 믹스테잎 같은 걸 만들 때 녹음을 같이 하고… 그러면서 시작이 되었던 것 같아요. 물론 그 때는 ‘이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고, 별 생각 없이 놀면서 작업을 했던 거죠. 동아리가 놀려고 들어가는 거잖아요.

정구원: 초기 다리밑 스튜디오의 작업을 보면 주로 하드코어 펑크 쪽의 레코딩이 많은데, 이런 하드코어 펑크 장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시나요?
천학주: 원래 펑크를 좋아하긴 했어요. 장르를 안 가리고 좋아하긴 하는데, 그래도 듣다 보면 흥미가 생기는 게 펑크 쪽이었던 거죠. 이쪽은 테크를 타는 게 비슷하거든요. 그린 데이(Green Day), 오프스프링(The Offspring), 랜시드(Rancid)처럼 그 때 유행하던 펑크 듣다가 뒤로 쭉쭉쭉쭉 가는 거에요 (웃음). 클래시(The Clash),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까지 뒤로 가거든요. 그렇게 갔다가 또 어어어 하다 보면 블랙 플랙(Black Flag) 나오고, 마이너 쓰렛(Minor Threat) 나오고, 스트레이트 엣지가 뭔지 알게 되고. 그러다가 주변에 PC통신에서 그런 쪽을 좋아하는 사람들하고 친해지고, 공연 보러 다니고요. 한국에서 그 당시 펑크 공연을 많이 볼 수 있었던 곳이 스컹크헬 그런 곳인데 공연을 보러 다니다 보면 밴드들하고 친해지게 되고. 그러면서 작업을 많이 하게 됐죠. 사실 음악을 가리지 않고 듣긴 하지만 그래도 펑크 쪽에 애정을 가지게 되더라구요. 음악적으로, 그리고 사운드적으로 연구를 많이 하게 되고.

 

다리밑 스튜디오 시절의 환경을 보여주는 사진

다리밑 스튜디오 시절의 환경을 보여주는 사진

 

정구원: 다리밑 스튜디오를 시작하고 나서는 어떤 작업을 맡으셨나요?
천학주: 제가 시작했다기보단, 위에서도 말했듯이 끌려간 거죠 (웃음). “너 와서 이것 좀 해라.” 이런 식으로. 거의 친구들이 하는 밴드의 작업을 했고요. 이름도 없는 밴드의 데모도 녹음했고, 초창기 파인드 더 스팟(Find The Spot)의 작업도 했고, 현재 데드 가카스(Dead Gakkahs)에서 드럼 치는 미즈노 씨가 옛날에 하던 I.C.B.M.이라는 밴드의 EP도 녹음했고요. 지금 보이즈 인 더 키친(Boys In The Kitchen)에서 기타 치는 강성민 형의 옛날 밴드 커먼돌스(Common Dolls)라는 밴드의 음원도 작업했는데, 싱글로 내겠다고 하고 결국 발매되지 못했죠 (웃음). 이런 식으로 주로 친구들하고 작업을 했어요. 제도리 누나가 친구들이 굉장히 많았거든요. 술 마시고 약간 코맹맹이 소리로 “야, 너 이거 좀 해라” 하는 식으로 녹음할 밴드를 구해 오고, 자기도 밴드를 하니까 “우리 거 녹음 좀 해라” 하면서 시키고 그랬었죠 (웃음).

정구원: 그러면 지금 머쉬룸 레코딩 홈페이지에 있는 아카이브에는 다리밑 스튜디오 시절의 작업도 있는 건가요?
천학주: 예, 그 때부터의 작업들이에요. 그런데 잃어버린 것도 많아요. 데모로 나오고 없어진 거라든지, 밴드가 녹음을 하고 갔는데 연락이 끊긴다든지 하는 식으로 정보를 얻을 수가 없어져서 해서 아카이빙이 안 된 게 많죠. 그 땐 밴드 이름도 모른 채로 작업을 했던 적도 많았거든요.
사실 작업이 그렇게 엄청 많지는 않았어요. 사실 이걸로 돈을 벌어야겠다 생각해서 작업한 게 아니라, 내가 좋아서 작업한 거니까. 상업 스튜디오에서 어시스턴트 같은 일을 했던 적도 있었는데, 잘 안 맞더라구요. 다리밑 스튜디오에서 하던 작업이 더 재미있었던 거죠. 제 마음대로 이것저것 해 보고 하는 게.
그런 식으로 해서 5년 정도를 여러 가지 일하고 다리밑 스튜디오 작업을 병행하면서 지냈어요. 학교 과 선배 중에 프리랜서로 현업에서 일하고 계신 분이 있어서 그 선배 어시스턴트로 일하기도 하고, 티셔츠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기도 하고, 레이블에서 일하기도 하고요. 낮에는 일하고 와서 밤에는 스튜디오 작업을 하는 식으로 지냈죠.
그러다가 다리밑 스튜디오 건물 계약기간이 끝나고, 제도리 누나도 고향으로 내려간다고 해서, 더 좋은 환경을 찾아서 지금의 이 자리로 옮기게 됐죠. 처음 여기로 왔을 때는 지금 보시는 것보다 훨씬 더 열악했어요. G마켓에서 산 평범한 책상 하나 놓고, 스피커 스탠드도 집에서 쓰던 쇠봉 스탠드 놓아두고. 책상 위에 CDP 놓고 그 위에 모니터 올려둔 채로 작업하고. 가관이었죠. 지금은 정말 많이 나아진 거에요.

정구원: 작업하신 결과물을 보면 초기에는 주로 하드코어 펑크 쪽 아티스트의 음반을 작업하시다가 서서히 포크, 슈게이징, 일렉트로닉, 팝 등으로 장르를 넓혀 가고 있는 흐름이 보입니다. 이렇게 타 장르로 작업의 반경을 넓히게 된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천학주: 옛날에는 주로 친구들 작업만 알음알음 하던 수준이라고 위에서 말씀드렸죠? 다리밑 스튜디오 시절에는 환경이, 정말 쓰레기장이었거든요 (웃음). 나무 같은 걸로 벽을 세워서 드럼 하나 들어갈 만한 공간만 만들어 놓고, 바닥에는 타이어를 반으로 잘라서 얹어 놓고 합판 깔고… 냄새도 엄청 심해서 고양이 냄새가 진동을 했거든요. 심지어 고양이는 보이지도 않는데 고양이 냄새가 나요 (웃음). 여름 되면 물이 새서 양말 벗고 삼선으로 갈아 신고 다니고.
저희들이야 그런 게 상관없었죠. 펑크 친구들은 오래 전부터 거기서 같이 지내고 술도 먹고 했던 친구들이니까 그런 게 자연스러운데, 다른 밴드들의 경우에는 그런 환경이 쉽지는 않았을 거에요. 작업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긴 했었는데, 저랑 제도리 누나가 미리 얘기를 하죠. 공간 상태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고 전문적인 스튜디오 수준은 안 된다, 이런 식으로. 그런데 머쉬룸 레코딩으로 옮기고 나서는 모양새는 갖추게 된 거잖아요. 그렇게 갖춰 놓고 나니까 사람들한테 문의가 들어와도 환경이 안 좋다고 얘기하지는 않아도 되는 거죠. 뭔가 얘기하고 나니까 아름답지 않은 내용인데? (웃음) 아무튼 이것도 계기라고 보지 않을 수는 없을 거에요. 밴드들 입장에서는 그래도 깨끗하고 장비가 갖춰진 곳에서 작업을 하고 싶을 테니까요. 아무리 저렴하더라도.
하지만 더 큰 이유라고 하면, 역시 두리반이죠. 두리반이 가장 큰 계기일 거에요. 그 때 나왔던 밴드들, 뮤지션들하고 같이 작업을 하게 되면서 소문이 나기 시작했어요. 2010년 ~ 2011년 즈음에요. 그 당시 두리반에서 반란이나 파인드 더 스팟이나, 비셔스 너즈(Vicious Nerds) 같은 친구들이 공연을 하니까 보러 갔다가 거기에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회기동 단편선, 404의 정세현 씨, 하헌진 씨 같은 분을 만나게 됐던 거죠. 그 분들하고 작업을 하면서 그 분들의 친구분들한테도 알려지게 되고, 그러면서 장르가 다양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아마 그게 제일 큰 이유일 거에요.

정구원: 어떻게 보면 딱 겹친 거네요. 다리밑 스튜디오에서 머쉬룸 레코딩으로 옮긴 시점하고 두리반 뮤지션들과의 작업이 알려진 시점이.
천학주: 그렇죠. 헌진 씨하고 했던 [지난여름 EP]나 [김일두X하헌진] 스플릿 앨범, 단편선하고 했던 [백년] 같은 결과물들이 2011년 말에서 2012년에 발매되었거든요. 404의 [1]도 2012년에 나왔고. 작업을 했던 건 다리밑 스튜디오 시절이었는데 발표가 된 게 여기로 옮기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때였으니까, 묘하게 겹쳤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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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원: 머쉬룸 레코딩의 작업 과정은 보통 어떤 순서를 거쳐서 이루어지나요?
천학주: 우선 전화가 와요. 전화나 메일이 오죠. 그렇게 연락을 받으면 스케줄을 잡아요. 스케줄을 잡고 나면 오세요. 녹음을 하고 가시죠. 끝. (웃음)

정구원: (웃음) 구체적인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천학주: 경우에 따라서 굉장히 달라요. 녹음 같은 경우에는 그 경우가 굉장히 다양한데, 드럼 녹음만 받는 경우도 있고, 보컬 녹음만 받는 경우도 있죠. 드럼 녹음만 받는 경우는… 밴드의 경우 사실 기타나 베이스, 보컬은 합주실 아니면 자기 집에서도 작업할 수가 있거든요. 기타도 소프트웨어가 요새는 워낙 잘 나오니까요. 그런데 드럼은 가상 악기로 작업을 했을 때 정말 정교하게 작업을 잘 하지 않으면 아무리 가상 악기가 좋아도 좋은 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아요. 오히려 좀 투박하더라도 연주해서 녹음하는 게 훨씬 나을 수가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밴드 같은 경우는 드럼 녹음만 받아서 그 위에다 자기들이 나머지 파트를 녹음하는 경우가 많죠.
반대로 가요 같은 팝 음악, 그런 경우에는 전자악기들을 많이 쓰기도 하잖아요. 그리고 작곡을 전공한 분들 같은 경우에는 그런 악기를 잘 다루니까 가상악기로만 해도 그럴싸한 음원들이 나와요. 그런데 보컬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발성이라든가 성량이 큰 목소리라면 집에서 작업하는 것이 쉽지 않잖아요.  물론 그런 분들은 따로 작업실이 있어서 문제 없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작업실에서 쓰는 것보다 성능이 좋은 마이크, 프리앰프 같은 장비를 사용하거나 조금 더 전문적인 편집을 받기 위해서 스튜디오로 오기도 해요. 이렇게 부분적으로 작업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엔 제가 녹음을 해서 소스를 드리면 그 소스를 가지고 곡을 만드시는 거죠. 선결하고 세이수미(Say Sue Me)가 드럼만 녹음해서 직접 작업하신 케이스고, 김승아 씨 같은 경우가 보컬만 녹음하신 케이스죠. 입시 준비하는 보컬 전공 학생들이 경험 삼아 MR에다가 작업하는 경우도 있고요. 이렇게 원하는 파트만 부분적으로 녹음을 할 수도 있는데, 그걸 모르는 분들이 생각보다 꽤 계시더라구요. 스튜디오 가면 전부 다 녹음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정구원: 믹싱 작업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요?
천학주: 믹싱 같은 경우에는 직접 스튜디오에 오셔서 같이 들으며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고, 제가 작업을 해서 모니터링용 파일을 보내드리면 그 쪽에서 모니터링을 하시고 피드백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두 경우의 장점과 단점이 분명히 있는데, 우선 오셔서 같이 작업하는 경우에는 실시간으로 요구를 듣고 바로 반영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지만 실시간으로 정확한 판단을 해서 요구를 한다는 것 자체가 꽤 힘들어요. 실제로 아무리 좋은 환경이라고 하더라도 스튜디오에만 가면 판단력이 흐려진다는 음악가 분들도 있고요. 그래서 결국 수차례 수정을 하게 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믹싱을 새로 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반면 저 혼자 작업해서 보내드리는 경우에는 음악가 분들도 좀 더 여유를 가지고 편하고 냉정하게 모니터링을 하시고 수정할 부분에 대해 정확한 피드백을 주시곤 합니다. 시간이 좀 더 걸릴 수는 있지만 그래도 이후에 2~3차례 간단한 수정만 거쳐서 음원이 완성될 수 있죠. 하지만 이 경우에는 애초에 각 악기들의 중요도라든가 위치 배치에 대한 부분을 미리 상의하지 않으면 한없이 수정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해요.
두 경우에서 공통적인 문제는 서로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는 건데, 사람들마다 감성적인 부분이 다 다르고 주관적인 경우가 있으니까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거든요. 예를 들어서 ‘풍성하다’는 표현이 있을 때, 저 같은 경우는 풍성하다고 하면 저음부가 넉넉한 그런 느낌을 생각하는데 풍성하다는 걸 고음이 죽 뻗어 있는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다는 거죠. 누가 옳다는 건 아닌데 같은 표현에 대해서 차이가 있으니까, 그런 부분의 차이로 인해 작업시간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아요.

정구원: 작업 기간은 보통 얼마나 걸리는 편인가요?
천학주: 그것도 천차만별이에요. 피컨데이션(Fecundation)은 이틀 하긴 했는데 실제로 작업했던 시간은 12시간밖에 안 걸렸고 (웃음). 이틀 녹음한 다음에 마스터 CD를 받아갔어요. 반대로 해일은 7개월 정도 걸렸는데, 이 경우에는 멤버들이 시간이 안 되니까 오래 걸렸던 거고. 그리고 컨셉 자체가 달랐던 게, 피컨데이션은 데모 뜨듯이 와아아악 하고 간 거고 해일은 드럼부터 해서 모든 악기를 녹음하고 편집하고 녹음하고 편집하고 이런 식으로 진행을 한 거니까요.

정구원: 그러면 앨범을 처음부터 만든다고 쳤을 때 평균적으로 얼마나 걸리는 건가요?
천학주: 매일 틀어박혀서 작업을 할 수 있다면, 그리고 곡이 완전히 완성된 상태라고 하면 2주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길게 끌어서 좋을 건 없는 것 같아요. 곡을 쓰면서 앨범을 만든다고 하면 몇 달이 걸릴 수 있지만, 실제로 해일도 작업을 한 날짜를 계산해 보면 날짜 자체는 며칠 안 되거든요. 믹스를 한 번 갈아엎기도 했고, 중간에 멤버들의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한 달 정도 작업을 못 했던 기간이 있고 하니까 길어졌던 거지, 실제 작업을 한 날짜만 보면 그렇게 길지는 않죠. 현실적으로 매일 틀어박혀서 작업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물론 이것도 정답이 없는 문제죠. 밴드들이 물어봐도 확실하게 대답을 하기가 애매한 부분이 있어요. 자기들도 자기를 잘 모르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두 프로* 정도로 드럼 다섯 곡 정도만 녹음할게요, 라고 연락이 온다고 치죠. 작업을 들어가서 녹음을 받아요. 그런데 두 프로에 한 곡 정도밖에 녹음을 못 끝내게 되는 거에요. 하다 보니까 막 길어져요. 그러면 서로 멘붕이 오기 시작하는 거죠. 저는 다음 타임 예약이나 개인적인 약속이 잡혀 있는데 녹음이 끝나지 않으니까 멘붕. 밴드는 밴드대로 왜 이렇게 못 할까 하면서 좌절하고.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긴 해요. 이틀 정도 예약 했는데 하루만에 끝내버린다든가… 그런 경우도 있기 때문에 딱 집어서 말씀드리기가 쉽지는 않아요.

*프로: 녹음 작업을 하면서 통용되는 시간의 단위. 3시간 반에서 4시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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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원: 지금까지 학주 씨께서 프로듀싱을 맡으셨던 아티스트에는 404, 단편선과 선원들, 보이즈 인 더 키친, 전기흐른, 해일, 넌 아만다 등의 아티스트가 있습니다. 프로듀싱 과정은 레코딩이나 믹싱하고는 또 다른 작업인데, 어떤 식으로 작업이 이루어지는지가 궁금합니다.
천학주: 일단은 아티스트 측에서 먼저 의뢰를 했을 때 프로듀싱을 맡게 되죠. ‘이런 부분을 도와줬으면 좋겠다’ 라고 먼저 얘기를 하는 경우에 작업을 하게 됩니다.
404 같은 경우엔 작업을 하다 보니까 세현 씨께서 말씀하시더라구요. ‘이거 크레딧에 프로듀서로 학주 씨 이름을 넣어야 되겠다’ 라고 세현 씨가 말씀해주셨어요. 그래서 프로듀서로 들어가게 된 거고. 단편선과 선원들하고 전기흐른 같은 경우에는 아티스트 쪽에서 먼저 연락을 해서 이러이러한 부분을 부탁하고 공동으로 프로듀싱을 해 줬으면 좋겠다, 라고 얘기를 했고요.
보이즈 인 더 키친은 아예 제가 먼저 앨범 내라고 닥달을 했어요 (웃음). 왜 곡이 쌓여 있는데 녹음을 안 하냐, 녹음해서 음원만이라도 내야 이거 가지고 레이블에 찔러 보기라도 하고 할 거 아니냐, 이런 식으로. 개인적으로 친한 밴드니까 먼저 기타 치는 형한테 막 얘기를 했죠. 그렇게 해서 작업을 하다 보니까 프로듀싱적인 부분에 많이 관여하게 되더라구요. 편곡이라든가 기타 멜로디 라인이라든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 같이 얘기를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프로듀서를 맡게 된 경우고요.

정구원: 개인적으로 머쉬룸 레코딩에서 작업한 음반을 듣고 있으면 장르에 상관없이 소리가 굉장히 ‘또렷하게’ 들린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하이파이한 느낌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악기나 보컬의 사운드가 굉장히 귀에 선명하게 들어온다는 인상을 받거든요.
천학주: 이건 잘못 생각하시는 거 아니에요? 잘 들릴 때까지 열심히 들으시는 게 아닌가 싶은데? (웃음)

정구원: (웃음) 예를 들어 스컴레이드나 자이언트베어같이 ‘지저분한’ 음악을 한다고 해도 레코딩은 굉장히 악기 구분이 잘 된다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단편선과 선원들, 전기흐른 같은 경우에도 색이 또렷한 인상을 받았고요.
천학주: 스컴레이드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이쪽 장르의 밴드들이 자기들끼리 합주실에서 녹음해서 앨범을 내는 경우가 많으니까, 상대적으로 장르 특성에 비해서 그렇게 들리는 게 아닐까요? 단편선과 선원들이나 전기흐른의 경우에는 반대로 소리들이 선명해질 필요가 있는 음악이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그렇게 작업한 것이 맞아요. 우와악! 하면서 때려부수는 음악은 아니니까요.

정구원: 그러면 사운드를 만드는 데 있어서 가지고 있는 기준이 따로 있으신 건가요?
천학주: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까… 생각해보니 잘 들려야 한다는 게 기준인 것 같기도 하네요 (웃음). 고민을 되게 많이 해요.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잃는 게 당연한 거니까요. 예를 들어 육중한 느낌을 내려고 소리들이 육중해지는 방향으로 작업을 하면 디테일한 부분이 사라지는 경우들이 있거든요. 반대로 디테일한 부분을 살리려고 하면 단단한 느낌이 줄어들고. 거기서 밸런스를 찾아가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작업 시간을 길게, 여유 있게 하면 더 신경을 쓸 수 있어요. 하지만 아무래도 밴드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시간에 쫓기게 되거든요. 시간이 돈이니까. 그러다 보니 세심하게 작업을 하기 힘든 부분도 있고, 놓치는 부분도 있어요.

정구원: 그런데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에 비하면 소리의 퀄리티가 굉장히 높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천학주: 감사합니다 (웃음). 그래도 아마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다 똑같을 거에요. 내놓으면 아쉬운 게 생기는 거죠. 어제 한 것보다 오늘 하는 게 더 좋아야 한다는 건 당연한 거니까, 항상 그 생각을 가지고 작업하고 있죠.

정구원: 머쉬룸 레코딩을 운영하시면서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으시다면 꼽아 주실 수 있으신가요?
천학주: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작업이라면, 역시 404죠. 처음으로 밖에서 녹음을 땄던 밴드거든요. 스튜디오가 아닌 곳에서요. 로라이즈(Lowrise)에서 작업을 했었는데, 노트북이나 오디오 인터페이스랑 마이크 같은 장비들을 가방하고 망태기 같은 곳에 때려박아서 가지고 갔죠. 로라이즈가 기본적으로 공연장이었으니까 거기에 있는 케이블 중에 상태 좋은 것들을 사용하고, 채널 많은 베링거 믹서를 연결해서 녹음을 받고요. 악기가 많지 않은 밴드였으니까 다행스러운 부분도 있었어요. 휑한 로라이즈 바닥에 드럼 놓고 녹음하고, 기타하고 보컬 녹음하고. 심지어 믹스는 로라이즈 옆에 있는 세현 씨 방에서 했어요. 스피커도 조그만 PC 스피커였는데 거기에 제 노트북하고 오디오 인터페이스 연결해서 셋이서 들으면서 작업했죠.
404 같은 경우에는 고마운 부분이 있어요. 404뿐만이 아니라 제가 2010~2011년에 만났던 뮤지션들에게 고마운 게, 그 분들은 같이 작업을 하면 꼭 언급을 해 주셨어요. 단편선도 그렇고 헌진 씨도 그렇고, 저와 했던 작업에 대한 이야기들을 계속 꺼내 주셨거든요. 그런 것들이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됐죠. 404가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을 받고 나서도 인철 씨가 수상소감 때 이야기를 해 주시고, 단편선 같은 경우도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곳에서 계속 얘기를 해 주고 작업기도 공개해주고. 헌진 씨도 공연 때 멘트로 이야기해 주시고. 그런 것들이 되게 도움이 되었고 고마웠죠. 그 때 작업했던 밴드들이 항상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요. 결과물의 내용을 떠나서 작업했던 방식이라든가 하는 부분에서 재미있었던 게 많았고. 개인적으로도 도움이 많이 됐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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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원: 레이블 “음악부 音樂部”도 운영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레이블은 어떤 곳인가요?
천학주:  편의상 레이블이라고 소개할 때도 있지만, 레이블이라기보단 ‘크루’?, 그냥 DIY 음악가들이 모여있는 모임 같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계약 관계에 있는 게 아니거든요. 회사도 아니고요. 실제로 음원이나 음반 유통 계약도 아티스트 자체적으로 하고 있어요. 보통 DIY 밴드들이 계약하는 것처럼 유통업체와 밴드가 1:1로 계약하는 거죠. 여기서 제가 하는 일은 실무적인 부분에 대한 조언 정도랄까요? 레이블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으니까요.
아무튼 펑크 쪽에서는 이런 게 많잖아요. 레이블 중에서도 옛 타운홀 레코드 같은 경우는 거의 DIY 크루 같은 개념이었고요. 펑크 쪽에서는 이런 크루가 일반적인 모양새인데, 펑크가 아닌 음악들로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음악부를 시작할 때 가지고 있었어요. 그리고 일단 재미있으니까. 제가 재밌으려고 하는 것도 있었죠. 친구들하고 같이 하는 거잖아요.

정구원: 개인적으로 넌 아만다를 굉장히 좋게 들었는데, 음악부의 소개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됐거든요. 어디서 이런 밴드를 찾아내셨나 싶었어요.
천학주: 사운드마인드에서 ‘오픈 마인드(Open Mind)’라는 프로그램을 매달 진행하거든요. 넌 아만다가 결성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거기서 공연을 했었어요. 몇 달 지나고 쌀쌀해지고 나서 한 번 더 거기서 공연을 했는데, 제가 우연히 그 두 공연을 다 보게 됐어요. 오픈 마인드에 밴드가 지원하는 경우가 별로 없거든요. 어쿠스틱 쪽 음악을 하시는 분들이 공연하는 경우가 많은데, 밴드가 공연을 하는 게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요즘 느낌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옛날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던 스타일이니까 뭔가 이런 음악이 지금 가지는 의미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같이 음악부를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고요.
뭐 사실 이렇게 거창한 설명보다는 들었을 때 굉장히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웃음). 이미 좋은 연주력을 갖추고 있는데 새로운 것을 계속 찾아 들으면서 여러 가지를 흡수하려고 하는 느낌이 특히 좋았던 것 같아요. 실제로 아직 음원으로 나오지 않은, 공연 때 하는 곡들을 보면 그런 부분이 확실히 느껴지고요. 이제 곧 정규 음반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에요.

정구원: 이렇게 크루라는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천학주: 확실히 DIY음악가들이 모여있다 보니까 활동에 제약이 없다는 장점이 있죠. 극단적으로 예를 들면 앨범 내놓고 활동을 아예 안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아요. 친구들이 공연 좀 하라고 툴툴거리는 경우는 있지만…
반면 레이블과 계약을 한다는 건 금전적, 마케팅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눈치를 봐야 할 대상이 하나 더 생긴다는 단점도 동시에 가지고 있어요. 이게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에요. 누구는 DIY 방식으로 작업했을 때 더 좋은 결과물을 내기도 하고, 누구는 레이블의 지원을 받아서 더 성장하기도 하니까요. 어떤 게 본인들에게 더 필요한지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거죠.
물론 DIY 음악가들은 자금, 정보수집, 홍보 등에서 불리한 측면이 있어요. 그래서 더욱 음악가들 사이의 교류가 중요하다고 생각돼요. 음악부 내부에서의 교류도 그렇고, 저희와 비슷한 성격의 또 다른 크루라든가 소규모 레이블들이 교류하면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뭔가 새로운 방식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야 하는 것 같아요. DIY라는게 엄청 특별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의 기존 시스템과는 조금 다른 방식이기도 하고, 심지어 기존의 시스템도 안정적이지만은 않은 상황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작년에 선결이 보여준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에요. 정규앨범 발매 이후 1년 동안 공연 횟수를 손에 꼽을 수 있잖아요. 심지어 음원 유통도 제대로 안 했어요. 발매 초기에 보여준 파격적인 가격 실험도 그렇고요. 선결이 과연 다른 레이블과 계약되어 있는 상태였다면 이런 행보를 보일 수 있었을까요? 결과에 대해서는 사실 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런 시도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에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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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원: 음악부뿐만 아니라, 자립음악생산조합에서 진행하는 워크샵 프로그램인 ‘자립에듀’ 등에서 레코딩과 믹싱에 대한 교육도 하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천학주: 자립에듀에서는 2013년에 프로그램을 하나 진행했었고, 2014년에는 룰루랄라에서 이틀 동안 홈레코딩에 대해서 워크샵을 진행했었어요. 작년에는 광주음악창작소에서 했던 프로그램, 대구 인디053에서 진행했던 프로그램에서 워크샵을 맡았었고요.

정구원: 그런 워크샵에 어떤 사람들이 오나요? 그리고 교육을 많이 들으러 오는 편인가요?
천학주: 음악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 음악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죠. 음악 기획을 하고 있는데 다른 방면에 대한 정보나 지식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있고요. 학생들의 숫자는 경우에 따라 다른데, 지원을 받아서 일정한 비용을 내고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홍보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자립에듀 때는 꽤 많은 분들이 와 주셨었고, 대구에서 했던 프로그램의 경우에도 40명 정도가 참여하셨었죠. 깜짝 놀랐어요.

정구원: 워크샵을 진행하시면서 느끼신 점이나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천학주: 확실히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 중에서 음향쪽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도 많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분들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눠볼 수 있는데 하나는 음악을 만드는 분들, 홈레코딩에 관심있는 분들이고 하나는 공연을 만드는 분들, 소규모 공연 오퍼레이팅에 관심있는 분들이에요. 요즘 어쿠스틱 음악이 인기있기도 하고 카페같은 공간에서 열리는 소규모 공연도 활발해서 그런지 이쪽에 관심있는 분들도 꽤 많으시더라구요. 그런데 이게 기초적인 얘기를 넘어서면 홈레코딩과 공연, 둘 사이에 주로 말씀드려야 할 내용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그리고 공연 오퍼레이팅 같은 경우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차라리 실습이 더 필요한 부분도 있구요. 혼자 집에서 해볼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이런 부분을 고려해서 세미나가 기획된다면 관심있는 분들께서 각자 원하는 내용에 대해서 좀 더 제대로 배워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돼요.

정구원: 현재 한국 인디 씬에서 레코딩 등의 환경이 어떤 상황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천학주: 레코딩 환경 자체는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다른 스튜디오를 가 보면, 여기 있는 장비로는 어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장비가 좋아요. 여기서 유일하게 ‘저는 이거 쓰고 있어요’라고 내밀 수 있는 건 저기 있는 맥 프로 정도? (웃음) 그 정도로 환경도 좋고 시설도 좋고요.
그런데 문제는, 밴드들이 돈이 없다는 거에요. 돈이 없으니까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하는 게 부담이 되죠. 돈을 들여서 앨범이나 음원을 냈을 때, 내가 들인 만큼의 돈을 회수하지도 못할 게 너무 뻔하니까. 그러다 보니 스튜디오를 멀리하게 되는 경향이 있죠. 욕심이 있는 밴드이거나 수익을 낼 자신이 있는 밴드이거나, 아니면 그냥 집에 돈이 많은 밴드인 경우에만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할 수 있는 거니까. 그런 점이 아쉽죠.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니까요. 안타까운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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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원: 오는 1월 16-17일, 그리고 23-24일에 머쉬룸 레코딩 3주년 기념 공연이 열립니다. 3년이라는 기간이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닌데, 지난 3년을 되돌아보면 어떻게 평가하고 싶으신가요?
천학주: 월세가 올라서 짜증나요 (웃음). 농담이구요.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낫다는 것,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나을 수 있도록 그래도 계속 올 수 있었던 게 다행스러운 거죠. 망하지 않고. 여기 왔을 때 첫 번째로 녹음했던 게 베거스(The Veggers)거든요. 오자마자. 원래 다리밑에서 하려고 하다가 일정이 늘어져서 머쉬룸에서 하게 됐는데, 베거스랑 할 때는 진짜 아무것도 없었어요. 아무것도 없는 창고에다가 스튜디오 공사를 하고 들어온 건데 공사를 하고 나니까 돈이 바닥난 거죠. 딱 공사만 해 놓고 G마켓 책상하고 컴퓨터, 스피커만 놓고 작업을 시작했는데 스튜디오라고 하기엔 엄청 민망한 장비들이었거든요. 기본적인 녹음을 받을 수 있는 장비만 가지고 텅 빈 데서 시작했는데, 말도 안 됐었죠. 그랬었는데, 하나씩 하나씩 장비나 설비 등을 바꾸고, 밴드나 회사한테 작업비를 받으면 장비를 사들여 놓았죠. 이 책상도 제작년에 단편선과 선원들 작업을 하고 난 다음에 산 거고요. 그러면서 지금의 모양이 갖춰진 건데,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게 다행이죠. 더 나아질 수 있었던 게 다행인 거고. (웃음).

정구원: 라인업을 보면 한국 인디 씬에서 나름대로의 개성을 가지고 음악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좋은 아티스트들이 가득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머쉬룸 레코딩이 이 부분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잘 모르는 아티스트라도 머쉬룸 레코딩과 함께 작업한 아티스트라면 일단 믿고 들어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 일종의 레이블하고 비슷한 인상이랄까? 음악가들 입장에서는 어떤 스튜디오가 녹음을 잘 한다, 장비가 좋다, 이런 식으로 스튜디오에 대한 인상을 공유할 수 있어도 일반적인 음악 팬의 입장에서는 그런 ‘인상’ 자체를 형성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으니까요. 표면적으로 다가오는 아티스트에 비해서는 눈에 잘 띠지 않는 존재니까. 머쉬룸 레코딩은 그런 점에서 굉장히 큰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부분을 의식하고 스튜디오를 운영해 오신 부분도 있지 않으신가요?
천학주: 그건 그냥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음악가가 본인들이 작업할 스튜디오를 선택하는 거지 스튜디오가 같이 작업할 음악가를 고른다는 건 말이 안되거든요. 저는 그냥 찾아오시는 분들과 작업을 했을 뿐인데 그분들이 좋은 활동을 해 주시니까 덩달아 그런 이미지가 생긴 것 같아요. 그 점은 정말 고마운 부분이죠. 말씀해주신 것처럼 스튜디오라는 공간이 음악가가 아닌 음악 팬들한테까지 어떤 이미지를 만든다는 게 쉽지 않거든요.
물론 음악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요. 지금도 구체적으로 고민을 하는 건 아니지만 ‘캐릭터가 생기면 좋겠다, 이게 브랜드가 돼서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좋겠다.’ ‘여기서 작업을 하면 어떠한 효용이 있다고 알려질 수 있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긴 했죠. 부족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런 걸 만들어 보고는 싶어요.

정구원: 3주년 공연도 그러한 연장선상에 있지 않나요?
천학주: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스튜디오가 이름 걸고 공연을 만드는 건 한국에서 흔치 않잖아요. 그러다 보니 우선 특이하다고는 생각하실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다른 이유들이 더 크긴 해요. 일단은 재밌어서 하는 게 있고. 어떻게 보면 작업을 같이 했던 사람들은 모두 친구들이잖아요. 엄청 살가운 사이는 아니더라도 홍대나 공연장에서 만나게 되면 인사하고 같이 술 마실 수 있는 사람들. 그러니까 친구들을 모아서 같이 공연을 하면 재밌겠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밴드들끼리 서로 아는 경우도 있고 모르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끼리 모여서 공연을 하면 재밌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처음에 시작했던 거에요. 그리고 3주년이라는 시간을 기념하고 싶기도 했고요. 기념해야 하는데 뭘 만들어서 팔기도 그렇고, ‘할인 행사’ 같은 걸 여는 것도 너무 웃기잖아요. 음악하는 사람들이니까 공연을 하자, 이렇게 결론이 난 거죠.
처음에는 하루나 이틀 정도로 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아티스트들한테 연락을 했는데, 연락을 하면 안 된다는 사람이 있을 줄 알았거든요. 근데 다 하겠다는 거에요 (웃음). 그래서 나흘 동안 하게 됐어요. 20팀이나 되는 밴드들이 흔쾌히 하겠다고 해 준 게, 고마웠죠. 감동적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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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원: 음악부를 통해 2016년 올해 발표될 예정인 음반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려요.
천학주: 넌 아만다 정규 앨범이 나올 예정이에요. 그 다음에 버튼 브라이트는… 아마 EP 정도의 사이즈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버튼 브라이트의 경우에는 제가 쪼고 있어요. 작업해야 한다고.

정구원: 앞으로의 전망, 그리고 목표로 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천학주: 제일의 목표는, 잘하는 거죠. 항상 생각하는 건 작업을  더 잘해야 한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잘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안 망하고 지속해 나가는 거고요.

정구원: 마지막으로, 함께 작업해 보고 싶으신 아티스트가 있다면 이 자리를 빌어 말씀해 주세요.
천학주: 크게 생각해 보진 않았는데… 꼭 누구와 같이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 봤어요. 웬만한 밴드들하고는 다 해 보고 싶죠. 장르를 떠나서. 다만 중요한 건 제 방식대로 해 보고 싶다는 것. 그렇게 하면 저는 재미있겠죠. 앨범은 이상하게 나오더라도 (웃음). 아, 플레이밍 립스(The Flaming Lips)하고는 같이 해 보고 싶네요. 작업을 한다기보다는, 그냥 이 사람들은 스튜디오에서 무슨 짓을 하는지 옆에서 구경을 해 보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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