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의 세계적인 성공에 있어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실력과 매력이 중요한 요소였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겠으나,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 바로 스타 프로듀서들의 배출이다. K-Pop은 스윗튠ㆍ신사동호랭이ㆍ용감한 형제ㆍ이단옆차기ㆍTeddyㆍKUSH 등을 배출해내면서, 굳이 외국 프로듀서의 곡을 받지 않더라도 한국 프로듀서의 곡으로 세계를 공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신사동호랭이ㆍ용감한 형제 등과 함께 작업하며 입지를 굳혀 온 포미닛은 작년 이맘때 발표한 “미쳐”에서부터 흥미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신진 프로듀서라 할 서재우ㆍ빅싼초ㆍ손영진과 함께 작업하면서 강렬한 트랩 비트로 인상적인 사운드를 선보인 것이다. 걸그룹 가운데 이른바 가요스러움과 나름대로 대척점에 있다고 할 수 있는 팀이 f(x)와 2NE1일 텐데(K-Pop보다는 J-Pop의 느낌이 강했던 카라 역시 특기할 만한 사례임에 분명하다), f(x)가 유로 일렉트로니카를 지향한다면 2NE1은 일렉트로 힙합을 지향한다. 좌표상으로 볼 때 포미닛은 2NE1과 가깝다고 하겠지만, 2NE1보다는 가요 지향적이다. 그러한 노선이 잘 드러난 곡이 “미쳐”였다.

여느 때보다 포미닛의 신곡을 기다린 이유는 솔직히 스크릴렉스(Skrillex) 때문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미쳐”에서부터 덥스텝에 관심을 보여 온 포미닛이 덥스텝의 제왕과 함께 만들어낼 결과물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데뷔 앨범에서 G-DragonㆍCL과 함께 작업한 바 있는 스크릴렉스가 갑자기 포미닛과 작업했다는 사실이 꽤나 흥미로웠다. 역시 싸이의 “강남 스타일”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현아의 세계적인 인지도가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결과물을 놓고 말하자면, “싫어”는 “미쳐”의 연장선상에 있는 곡이다. 덥스텝의 제왕의 가세로 얼마나 새로운 결과물이 나올지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이 없지 않다. 사운드 소스에서 스크릴렉스가 감지되는 것은 분명히 인상적이다. 그러나 덥스텝과 가요 지향성이 매끄럽게 뒤섞여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스크릴렉스와의 협업이 갖는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좀 더 과감하게 가요 지향성을 덜어내고 승부를 거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들어 외국 프로듀서로부터 곡을 받는 아이돌 그룹이 부쩍 늘고 있다. 세계적인 프로듀서의 곡을 듣는 재미도 분명히 존재하고, 그만큼 세계 시장 공략에 유리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K-Pop에서 이 글의 도입부를 통하여 언급한 스타 프로듀서들의 뒤를 잇는 신진 프로듀서들의 배출이 어느 정도 둔화된 감도 없지 않다. K-Pop 아이돌 그룹과 세계적인 프로듀서들의 협업은 세계 시장에서 K-Pop이 경쟁력을 갖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신진 프로듀서들이 설 자리가 줄어드는 것이기도 하다. ‘한류 3.0’을 말하기 전에, ‘지속 가능한 K-Pop’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 주민혁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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