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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ce The Rapper | Coloring Book | Self-Released, 2016

 

우리 모두의 색칠공부책

장르를 막론하고 인디 아티스트로 남기 위해선 나름의 소신이 수반된다. 특히 힙합 아티스트에게 인디펜던트라는 것은 (줄곧 흑인의 스테레테오타입을 이용하는) 거대 레이블의 제어를 거부하는 상징적인 반항이다. 또한 랩퍼들 간에서 셀아웃(sell-out)을 향한 배척이 유난히 심하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챈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는 오늘날 음악 산업에서 유별난 뮤지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Acid Rap]과 [Surf]에 이어 이번 앨범 [Coloring Book]까지도 무료 믹스테잎으로 공개했다. 비록 대머리가 된다 한들, 공짜를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이 심리를 이용하여 다양한 리스너들에게 접근하려는 의도가 느껴지는데, 좀 더 많은 청중에게 전달하고자 한 이야기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Acid Rap] 시절부터 줄곧 챈스는 낙천적인 페르소나를 자신의 주된 아이덴티티로 삼아왔다. 무엇보다 크리스천으로서의 신앙을 엿볼 수 있는 노랫말들로 차별성을 두고 있다. 이전 프로젝트의 수록곡 “Sunday Candy”에서 뒷심을 얻은 듯, 이번 앨범은 가스펠 음악에서 감명을 받은 트랙이 큰 부분을 이룬다 (“Blessings”, “How Great”, “Finish Line/Drown”). 이러한 영향은 어쩌면 챈스 본인이 피쳐링에 참여했던 [The Life of Pablo]의 칸예 웨스트(Kanye West)가 제공했을 가능성도 있다. 시카고 어린이 합창단(Chicago Children’s Choir)과 가스펠 뮤지션 커크 프랭클린(Kirk Franklin)의 참여 또한 가스펠 음악의 영향을 부정할 수 없게 만든다. 복음성가 가수 크리스 톰린(Chris Tomlin)의 원곡을 재해석한 “How Great”의 전반부는 교회 음악으로 쓰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재기발랄한 코드와는 상반되는 모습으로 (구체적으로는 시카고 출신의) 흑인으로서의 경험담을 털어놓기도 한다. 이런 서사가 가장 큰 페이소스를 남기는 트랙은 단연 “Summer Friends”이다. 이 트랙에서 그는 여름과 함께 떠나가버린 옛 친구들을 애모하며, 그가 자란 79번가를 넘어 시카고 전 지역에서 여름마다 솟구치는 살인 범죄율을 재조명시킨다. 사운드적으로도 굉장히 ‘시카고’다운 면모가 돋보이는데, 풋워크/주크 그리고 80년대 풍 시카고 하우스를 영리하게 버무려놓은 넘버들이 유독 그렇다고 할 수 있다. (“All We Got”, “Angels”, “All Night”)

마지막으로, 어른으로서 또는 한 사람의 아버지로서 어린 시절을 동경하는 순박함을 가득히 담아냈다. 이번 프로젝트의 제목을 색칠 공부책(‘Coloring Book’)로 정한 이유도 어쩌면 동심으로 돌아가자는 취지였을거라고 추측해본다. 동화 <피터팬>을 모티브 삼은 트랙 “Same Drugs” 중 ‘언제부터 날아다니는 법을 잊어버리기 시작한 거니? (When did you start to forget how to fly?)’ 라는 질문은 괜스레 민망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떨구게 만든다.

감상적인 측면 외에도 이번 앨범에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부분은 (의외로) 화려하기 그지 없는 피쳐링진, 그리고 그 이름값에 휘둘리지 않는 챈스의 꾸준한 응집력과 주도권이다. 단순히 러닝 타임을 메우기 위한 피쳐링이 아닌, 다른 아티스트들을 초청하는 개념으로 삼았다는 인상을 준다. 다소 뜬금없는 릴 웨인(Lil Wayne)이나 영 떡(Young Thug) 등의 참여는 스토리텔링을 잇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나 티-페인(T-Pain)처럼 몸값 높은(?)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과욕 대신 절제력 있게 활용했다. 도니 트럼펫(Donnie Trumpet), 자밀라 우즈(Jamila Woods), 사바(Saba), 토우키오(Towkio) 등 이전부터 함께 해온 동료들의 참여에서는 다시 한 번 챈스와 그들 사이의 우정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전 프로젝트의 영광을 뒤잇도록 만들어준 일등공신은 바로 그들이었을 것이다.

이론의 여지 없이 챈스는 오늘날 가장 순수하게 음악을 하고 있는 극소수의 뮤지션들 중 한 명이다. 그 어느 레이블도 그를 훼방할 수 없다는 패기 어린 천진난만함으로 청자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퍼뜨린다. 혹자에게는 민감할 법한 주제들 – 신앙 간증와 흑인 인권 문제 그리고 성장담 – 까지도 이번 앨범에서만큼은 거부감 없이 쉽게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챈스는 흑백 논리로 피로해진 작금의 음악 시장에 명랑한 색깔으로 활력을 불어 넣었다. | 이선엽 [email protected]

 

Rating: 8.5/10

 

수록곡
1. All We Got (feat. Kanye West & Chicago Children’s Choir)
2. No Problem (feat. Lil Wayne & 2 Chainz)
3. Summer Friends (feat. Jeremih & Francis & The Lights)
4. D.R.A.M. Sings Special
5. Blessings
6. Same Drugs
7. Mixtape (feat. Young Thug & Lil Yachty)
8. Angels (feat. Saba)
9. Juke Jam (feat. Justin Bieber & Towkio)
10. All Night (feat. Knox Fortune)
11. How Great (feat. Jay Electronica & My cousin Nicole)
12. Smoke Break (feat. Future)
13. Finish Line / Drown (feat. T-Pain, Kirk Franklin, Eryn Allen Kane & Noname)
14. Blessings (Reprise) (feat. Ty Dolla Sign)

 

“Angels” (feat. Saba)

 

One Response

  1. Tish

    I know in your pregnancy posts you’d talked about using cloth diapers – updates on how it’s goi?LnREPgY16 KERF November 20, 2012 at 1:29 pmWe are easing into them with a hybrid system right now. Cloth at home and disposable when were out and for now at night too. We’ve already had some trouble with diaper rash type symptoms with the cloth but I don’t really want to get into for M’s priv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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