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힙합은 ‘16년에도 여전히 구린가’라는, DJ 섀도우(DJ Shadow)의 20년 전 곡을 패러디한 선언적인 곡 제목과는 달리 불싸조의 신곡은 시종일관 느긋한 기타 사운드로 꽉 차 있다. 이 느긋함은 제목뿐만이 아니라 이들의 이전 두 작품 – ‘프로그레시브 마샬 아트 록’ – 과 비교했을 때도 이례적이다. “어줍잖은 스탭”처럼 감상적이거나 “임금님의 분노”처럼 치열하게 층을 쌓아나가는 노이지한 멜로디도, “Fuck To Fuck #2”처럼 노이즈 사이를 우스운 존재감으로 파고드는 옛날 영화 샘플링도, 이 곡에는 없다.

그렇지만 “Why Hip Hop Still Sucks In ’16”가 아예 처음 접하는 불싸조의 모습은 아니다. 노이즈가 최대한 자제된 유머러스한 기타 멜로디에서 순간 생각나는 건 “그랜드 믹서 DST” 연작의 얼척없는 깨끗한 소리다. 맞다. “Why Hip Hop Still Sucks In ’16”에서 나는 이들의 데뷔 앨범 [Furious Five]를 다시 떠올렸다. 아닌게아니라 곡 전반을 감싸고 있는 여유로운 (혹은 후줄근한) 분위기는 [너희가 재앙을 만날 때에 내가 웃을 것이며 너희에게 두려움이 임할 때에 내가 비웃으리라 (잠언 1:26)]나 [뱅쿠오: 오늘밤 비가 내릴 모양이구나. / 첫번째 암살자: 운명을 받아 들여라.]의 격렬함보다는 [Furious Five]의 그것과 더 맞닿아 있다. 이들의 1집을 그 이후의 앨범 못지않게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이러한 재현은 새삼 반갑게 느껴진다.

물론 한국 힙합 씬을 씹어먹을 포스트힙합록을 표방하는 이들의 신작 [한(국힙)합]이 [Furious Five]를 재현하는 작품이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장선우 감독의 <나쁜 영화>를 적절하게 편집한 90년대-불량청소년-심층포착 뮤직비디오에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노스탤지어가 단순히 영상만의 힘으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이 밴드가 (비록 일종의 맥거핀일지언정) 과거의 좋은 유산을 지향하면서 그것과는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사운드를 지닌 이상하고 즐거운 음악을 만들어 왔다는 걸 생각해 보면, 이들이 지금 이 순간 ‘자신들의’ 과거를 다시 소환했다는 점은 꽤 흥미로운 함의를 불러일으킨다. “Why Hip Hop Still Sucks In ’16” 내에서 터널을 터벅터벅 걸어가고 지하철 개찰구 밑으로 기어가는 청년들의 모습과 겹치는 후줄근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처연한 기타 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그 선택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 점이 [한(국힙)합]에 대한 기대를 한층 증폭시킨다. 일단은,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 정구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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