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작열하는 여름은 생명력이 약동하는 계절이다. ‘여름’이라는 단어로부터 떠올릴 수 있는 것들로는 ‘맥주, 피서, 해변,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 록 페스티벌’ 등이 있을 것이다. 2016년 여름을 떠올릴 때에는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축구’다.

2016년 여름에는 코파 아메리카 100주년 기념 대회로 2016 코파 아메리카(Copa América Centenario 2016)가 개최됨에 따라 2016 코파 아메리카와 유로 2016(Le Championnat d’Europe UEFA de football masculin 2016) 경기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축구 팬들은 프리미어 리그(The Premier League)ㆍ프리메라 디비시온 데 에스파냐(Primera División de España)ㆍ분데스리가(Fußball-Bundesliga)ㆍ세리에 A(Serie A)의 새 시즌을 기다리는 시간을 흥미진진하게 보낼 수 있었다.

축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다. 물론 나 역시 재미와 흥분을 느끼기 위하여 축구 경기를 보지만, 축구 경기를 보면서 인생을 깨닫기도 한다. 이를테면 2016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을 떠올려 보자. 절대 다수의 축구 팬들은 축구의 신으로 불리는 리오넬 메시(Lionel Messi)가 이끄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우승을 예상하였다. 리오넬 메시 이외에도 하비에르 마스체라노(Javier Mascherano)ㆍ곤살로 이과인(Gonzalo Higuain)ㆍ앙헬 디 마리아(Angel Di Maria)ㆍ니콜라스 오타멘디(Nicolas Otamendi)ㆍ세르히오 아구에로(Sergio Aguero) 등 슈퍼스타들이 포진한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우승을 못 차지하는 게 더 어려울 것 같았다. 하지만 2015 코파 아메리카(2015 Copa América)에 이어 연거푸 칠레 대표팀에 패하고 말았다. 특히 2016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에서 리오넬 메시의 승부차기 실축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 분명하다. 나는 킥의 정확도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도 실축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리오넬 메시의 실력에 의구심을 가질 자는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왜 이런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저 공은 둥글기 때문이라고, 그것이 축구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2016 코파 아메리카 공식 주제가의 제목이 바로 “Superstar”이다. 2014 피파 월드컵(Coupe du monde de football de 2014) 공식 주제가에 이어서 다시금 핏불(Pitbull)이 2016 코파 아메리카 공식 주제가를 맡게 되었다. 핏불은 이미 2014 피파 월드컵 공식 주제가 “We are One (Ole Ola)”를 통하여 축구대회 공식 주제가의 모범을 선보인 바 있다. “We are One (Ole Ola)”는 1998 피파 월드컵 공식 주제가였던 리키 마틴(Ricky Martin)의 “La Copa de la Vida (The Cup of Life)” 이후 가장 인상적인 피파 월드컵 공식 주제가였다. 흥미로운 점은 두 곡 모두 라틴 리듬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아메리카에 축구강국이 많을 뿐만 아니라 스페인ㆍ포르투갈 등도 모두 축구강국인 만큼, 축구와 라틴 리듬은 더없이 잘 어울리는 짝꿍이라고 할 수 있다.

“Superstar”는 “We are One (Ole Ola)”와 마찬가지로 저절로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라틴 하우스(Latin House) 음악에 핏불의 랩과 베키 지(Becky G)의 보컬이 어우러진 곡이다. 이미 베키 지의 “Can’t Get Enough (feat. Pitbull)”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핏불과 베키 지는 “Superstar”에서도 근사한 호흡을 자랑하였다. 핏불은 다재다능한 뮤지션으로 명성이 자자하지만 역시 라틴 하우스가 장기(長技)인 듯하고, 핏불 못지않게 다재다능한 싱어송라이터이자 랩퍼인 베키 지는 라틴 팝의 신성(新星)답게 시원시원한 보컬 실력을 뽐냈다. 베키 지는 샤키라(Shakira)를 잇는 라틴 팝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을 듯하다. (축구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사족을 덧붙이자면, 샤키라의 남편이 바로 FC 바르셀로나(Futbol Club Barcelona)와 스페인 대표팀의 수비수인 헤라르드 피케(Gerard Pique)이다)

 

 

스페인 대표팀의 헤라르드 피케 이야기를 꺼냈으니, 이쯤에서 2016 코파 아메리카 이야기를 마치고 유로 2016 이야기로 넘어가도록 하자. 앞서 언급한 바 있는 헤라르드 피케는 이전 대회인 유로 2012에서 UEFA 올스타팀에 선정되기도 하였으며, 스페인 대표팀은 3번째 우승을 차지하였다. 유로 2016에서도 스페인 대표팀은 프랑스ㆍ이탈리아ㆍ독일ㆍ잉글랜드 대표팀 등과 함께 유력한 우승후보로 점쳐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16강전에서 이탈리아 대표팀과 맞붙는 바람에 일찌감치 탈락하고 말았다. 스페인 대표팀이 이전 대회 우승팀이라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아쉬운 성적이 아닐 수 없다.

스페인 대표팀에 이어 잉글랜드 대표팀도 16강전에서 패하고 말았다. 그나마 스페인 대표팀은 또 다른 우승후보인 이탈리아 대표팀에 패하였으니 수긍할 수 있지만, 잉글랜드 대표팀은 약체로 평가 받았던 아이슬란드 대표팀에 패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이번 유로 2016에는 영국에서만 3팀(잉글랜드ㆍ웨일스ㆍ북아일랜드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였는데, 웨일스 대표팀과 북아일랜드 대표팀이 16강전에서 맞붙는 바람에 잉글랜드 대표팀과 웨일스 대표팀이 함께 8강에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였다. 그러나 예상외로 웨일스 대표팀만 8강에 진출하였고, 16강 진출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웨일스는 4강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하며 축구 종주국 영국의 자존심을 지켰다.

유로 2016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경기는 16강전에서 이탈리아 대표팀과 독일 대표팀의 경기였다. 유난히 이탈리아 대표팀 앞에만 서면 작아졌던 독일 대표팀이 나름 선전하여, 연장전까지 치르는 접전 끝에 잔혹한 승부차기가 시작되었다. 2016 코파 아메리카에서와 같이 슈퍼스타들의 실축이 이어졌다. 이탈리아 대표팀에서는 시모네 자자(Simone Zaza)ㆍ그라치아노 펠레(Graziano Pelle)ㆍ레오나르도 보누치(Leonardo Bonucci)ㆍ마테오 다르미안(Matteo Darmian) 등이 실축하였고, 독일 대표팀에서는 토마스 뮐러(Thomas Muller)ㆍ메수트 외질(Mesut Ozil)ㆍ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Bastian Schweinsteiger) 등이 실축하였다. 총 18명이 키커로 나선 끝에 독일 대표팀이 극적인 승리를 차지하였다.

이탈리아 대표팀을 꺾고 기세등등하게 4강에 진출한 독일 대표팀은 4강전에서 프랑스 대표팀에 패하였다. 4강전에서 독일 대표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목전에 두고 있던 프랑스 대표팀은 조별 예선에서 1승도 거두지 못했던 포르투갈 대표팀에 패하여 준우승에 머물러야 했다. 아이슬란드 대표팀의 8강 진출ㆍ웨일스 대표팀의 4강 진출ㆍ포르투갈 대표팀의 우승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약팀도 승리할 수 있으며, 강팀도 패배할 수 있고, 슈퍼스타도 실축할 수 있다. 공은 둥글고, 그것이 축구이다. 예상했던 대로,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축구이다. 인생도 그렇지 않은가.

새벽잠을 설치며 유로 2016 중계방송을 시청했던 이들이라면 귀에 익은 노래가 있을 것이다. 바로 유로 2016 공식 주제가인 다비드 게타(David Guetta)의 “This One’s for You (feat. Zara Larsson)”가 그것이다. 다비드 게타는 일렉트로니카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라면 모를 수 없을 만큼 대표적인 DJ이다. 핏불의 “Superstar”가 2016 코파 아메리카 공식 주제가답게 라틴 리듬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데 반하여, 다비드 게타의 “This One’s for You”는 다분히 유럽 시장을 겨냥한 하우스 음악이다. 다비드 게타와 호흡을 맞춘 자라 라슨(Zara Larsson)은 유럽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 팝 스타로서, 스웨덴의 〈Got Talent〉라고 할 수 있는 〈Talang Sverige〉 2008 시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스타 반열에 올랐다. 자라 라슨은 2015년 7월에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MNEK와 함께 발표한 “Never Forget You”로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는데, MNEK는 카라 출신의 JY(강지영)의 솔로 데뷔 앨범에 프로듀서로 합류하기도 하였다. 2016 코파 아메리카 공식 주제가를 부른 베키 지와 유로 2016 공식 주제가를 부른 자라 라슨이 모두 1997년생이라는 점도 재미있는 우연이라고 할 수 있겠다.

 

 

2016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2016 코파 아메리카와 유로 2016이 모두 막을 내렸다. 이제 축구 팬들은 한 달 가량 유럽리그 개막을 기다려야 한다. 물론 파피스 시세(Papiss Cisse)ㆍ그라치아노 펠레 등 슈퍼스타들을 잇달아 영입하고 있는 중국 슈퍼리그를 비롯하여 한국 K리그는 시즌 중인 만큼, 도무지 지루할 틈이 없기도 하다. 사각의 피치(pitch) 위에는 둥근 축구공이 계속 굴러갈 것이며, 예측불허의 축구 경기는 계속될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그럼에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우리 인생과 마찬가지로. | 주민혁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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