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32ocm32qpim43p2016년 7월 상반기 쇼트리스트는 생각의 여름, 황푸하, 마치킹스, 썸머 네버 컴즈, 오대리, 애쉬태그, 태연, 씨스타 앨범에 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생각의 여름 | 다시 숲 속으로 | 붕가붕가레코드, 2016.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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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영: 느리지만 꾸준하게 박종현은 생각의 여름이란 이름으로 그의 음악을 들려줬다. 그만의 형식을 만든 [생각의 여름]과 [곶]을 지나 3년 만에 나온 [다시 숲 속으로]는 지난 음반의 형식을 거침없이 해체하고 새롭게 가다듬었다. 통기타 한 대로 반복 없이 짧고 간결하게 흘러가는 포크는 밴드의 형식 속에서 프로듀서 CR태규의 기타나 단편선과 선원들로 활약 중인 장수현의 바이올린 등 다양한 연주자들을 보탰다. 사실 전작에서 다듬어놓은 극도로 미니멀한 스타일을 좋아했았다면 분명 호보다는 불호가 느껴질 수 있을 것이고, 심하면 소박하지만 수려했던 “안녕”에 들어간 바이올린 소리를 듣고 대폭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다시 숲 속으로]는 전작에서 그렇게 멀리하던 후렴과 절의 반복까지 이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형식적인 대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점이 있다면 생각의 여름을 생각의 여름답게 만든 소박한 멜로디와 가사에 있다. [다시 숲 속으로]가 훌륭한 이유는 그런 큰 변화 속에서도 생각의 여름이 가진 느낌만은 오롯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맑은 단출함과 서정적인 여운은 그대로 남아있고, 블루지한 CR태규의 기타가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녀도 그 느낌은 어색하지 않다. 겹겹의 소리로 된 옷으로 갈아입은 [다시 숲 속으로]는 감성의 고수와 새로운 도전 모두를 만족시킨다. 7.5/10

박희아: 단어를 조합하고 문장을 엮는 방식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곡 또는 앨범의 가치에 얼만큼의 영향력을 지닐 수 있을까. 이것이 가사에 지나치게 많은 권력을 부여한 평가 기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생각의 여름’이라는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박종현은 일견 설익고 어리바리해보이지만 완벽하게 세공된 단어들의 조합을 꿈꾼다. 그리고 이 점이 그의 음악을 완벽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매우 평이해 보이지만 지극히 철학적이고자 하는 문장들(“두 나무”, “봄으로 달려나가는 다니야르”)도 있고, 구어체에서는 사용 빈도가 극히 낮은 단어들을 한두 개씩 집어넣어 안정과 불안정이 공존하는 분위기를 그려내는 치밀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주기도 한다(“새”, “대전”). 놀랍게 예리한 비유가 담긴 넘버 “양궁”도 지나칠 수 없다. 고로 언어적 측면에서는 앞선 앨범들에서부터 박종현이 지켜왔던 노랫말의 가치가 또 다른 형태로 재현된 셈이다.
한편 비언어적 언어로서 기능해야 하는 ‘음악’ 그 자체에 대해서는 작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박종현이 지난 앨범들을 통해 단출하게 꾸려온 포크의 맛이 상대적으로 우아하게 변했는데, 이것은 여러 연주자를 기용해 소리를 풍성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전에 불렀던 “안녕”에 바이올린을 활용한 것이 그 직접적인 예다. 그러니 이 소리들이 그의 음악에 불필요한 감상을 덧붙이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있다면 본래의 ‘미니멀리즘’을 벗어난 것에 대한 아쉬움일지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앨범이 이전 앨범들에 비해 따뜻해졌다는 점이다. 앨범 안에서 가장 차가운 말인 ‘미움’이 담긴 넘버 “비둘기호”가 전작들에 비해 가여운 화풀이 정도로만 들리는 것을 보니, 그가 만든 음악의 온도가 조금 올라간 게 분명하다. 7/10

 

 

황푸하 | 칼라가 없는 새벽 | Self-released, 2016.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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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원: “첫 마음”에서의 사랑에 대한 깊은 회한과 대자연의 장대함을 노래하는 “쿰바야”의 환희 사이, 출근길이라는 일상과 잊혀지는 존재에 대한 구도자적 성찰 사이를 오고 가는 “칼라가 없는 새벽”, 황푸하의 첫 정규작 [칼라가 없는 새벽]에는 수많은 ‘사이’가 존재한다. 꾸밈없는 표현으로 겹겹이 만들어진 은유에 둘러싸여 있긴 하지만, 그 ‘사이’들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가 ‘생명과 죽음 사이’의 수많은 경험을 노래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하게라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생명이 가진 힘에 대한 찬사(“쿰바야”, “해돋이”), 삶을 이어나가는 행위의 고단함 및 그에 대한 위로(“멀미”, “사랑의 실패자”, “위로” 등), 죽음에 대한 비탄과 좌절(“정글”, “낮잠”)까지. 앨범은 생명과 죽음 사이에서 다뤄낼 수 있는 모든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소박하면서도 장대한 시도에 경탄하려 하다가도, 문득 이 모든 이야기들이 지나치게 분산되어 있는 것이 아닌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그 의문이 단순히 생명과 죽음 사이의 여러 부분을 오가는 노랫말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내밀한 멜로디의 포크(“멀미”)에서부터 아프리카의 숨결이 느껴지는 찬가(“쿰바야”)에 이르는 넓은, 하지만 ‘다채롭다’기보다는 ‘제각각’이라는 인상이 강한 사운드로부터도 느껴지는 의문이다. 각각의 곡이 지닌 밀도 높은 송라이팅을 통해서 앨범 전체의 집중력이 와해되는 상황까지는 이르지 않지만, 그리고 그것이 이 작품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력적인 작품으로 남아 있게 만들지만, 나로서는 일관성에 대한 아쉬움이 조금 더 강하게 느껴진다. 7/10

나원영: [칼라가 없는 새벽]은 촘촘히 짜인 숭고함이 담긴 음반이다. 그 숭고함은 에너지 넘치며 낯선 숭고함이다. 황푸하는 통기타의 스트로크와 아르페지오를 기반으로 다양한 색을 더해 [칼라가 없는 새벽]을 만들어내는데, 우선 가사와 멜로디에서 에너지가 샘솟는다. 황푸하 스스로가 신학을 공부하는 것에도 큰 몫이 있을 것이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쿰바야”나 “해돋이” 같은 곡에서 자연을 통해 많은 것들을 비유하며, 황푸하의 음악은 맑은 자연에서 느껴지는 깨끗한 숭고함을 담는다. 아프리카의 리듬과 멜로디의 영향이 많이 느껴지는 이 곡들은 자연의 모습을 훌륭한 단어와 문장으로 담아 그 넘치는 에너지를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더욱이 [칼라가 없는 새벽]은 이러한 전체적인 분위기 속에서 사랑과 관계 맺기의 실패, 철학적이고 깊있는 고민들 등 다양한 테마를 곱게 담으며 때로는 넓고 웅장하게, 때로는 내밀하고 오밀조밀하게 생의 열기를 담아내고 펼쳐낸다. 그 덕에 [칼라가 없는 새벽]은 최근 들은 자기성찰적인 포크 음반 중에서 가장 맑고 힘차다.
그 힘찬 숭고함은 음반 안에 담긴 여러 음악적인 요소를 통해 낯선 느낌 또한 얻는다. 가장 큰 힘이 되는 건 “첫 마음”이나 “해돋이” 등에 등장하는 레인보우99의 전기 기타일 것이다. [Dream Pop] 같은 음반에서 서정적이고 무게감 있게 들려준 기타 노이즈는 적재적소에 들어가며 자연스럽게 지글거리는 배경이 되어준다. 마찬가지로 “도마치”와 “해돋이” 등에 깊이를 더해주는 지석구의 트럼펫이나 여러 순간마다 깔끔히 나타나는 윤재호의 피아노, 황예지의 바이올린도 곡의 구성에 있어서 훌륭한 배경이 되어주며 에너지뿐만 아니라 다양한 악기들로 구서된 낯선 기운 또한 더해준다. 모든 악기들이 각자의 순간에 아무런 어색함 없이 나타나고 사라지고, 그 와중에도 황푸하의 통기타 멜로디 또한 확실하게 나타난다. 악기 사이의 구성을 매우 섬세하게 주조했다는 것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칼라가 없는 새벽]는 포크 음악에서 좀처럼 느낄 수 없었던 숭고함을 소박하고 열정적으로 제시한다. 각자의 소리들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훌륭하게 이 숭고함을 짜고, 음반은 아이러니하게도 온갖 아름다운 색으로 가득 찬 새벽노을을 보는 것 같다. 그 아름다움을 한 번에 담은 “해돋이”는 여러 번 언급한 포크에 관심 있는 청자라면 꼭 듣고 넘어갈 곡이다. 9/10

 

 

마치킹스 (The March Kings) | Spring Will Come | 일렉트릭 뮤즈, 2016.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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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영: [Spring Will Come]은 지금의 느낌에 맞춰 훌륭하게 재현한 기타팝 음반이다. 여기서 기타팝은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를 수려하게 수놓은 국내의 기타팝이기도 하고, 8090 영미 인디록의 큰 줄기를 차지한 기타팝이기도 하다. 전작에 담긴 가사나 감성에서 훨씬 더 나아가 마치킹스는 밴드가 직접 경험하기도 한 친구의 상실부터 새로운 시간에 대한 불안함까지를 노래한다. 음반 제목에도 있는 ‘봄’은 음반의 많은 곳에 상징적으로 등장하며 청춘이나 새로운 시간, 불안감 등의 의미를 담아 어떠한 절망적인 무력감에서 벗어나는 음반의 전체적인 서사를 만들어낸다. 그에 맞춰 마치킹스의 연주 또한 군더더기 없이 나아가면서도 풍부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때로는 지글거리면서 혼란스럽게 내달리기도 하고, 때로는 찰랑거리면서 창창하게 걸어가기도 한다. 이러한 전체적인 느낌은 김재호와 하이수가 두 대의 기타로 만드는 공간감과 김재호의 보컬에 입체감 있게 올라가는 송재돈의 코러스 덕이 크다. 두 가지의 소리를 적절히 만들고 동적으로 배치하며 [Spring Will Come]은 ‘현기증’에서 ‘반야월’, ‘봄의 실루엣’까지 압도적인 구성과 청량감으로 이어지는 초반부부터 슈게이징만큼이나 겹겹이 톤을 쌓아올리는 ‘올곶의 별’과 밝게 터져버릴 것 같은 속도감을 담은 ‘사랑이 흐른다’의 후반부까지 탄탄하게 구성된 기타팝을 들려준다. 그 안에서 컨트리 같은 ‘토버모리’, 줄리아 하트나 마이 앤트 메리의 팝적인 감수성이 떠오르는 ‘로즈메리’ 같은 곡들로 장르적인 깊이도 더하고, 무엇보다도 마치킹스만의 독특하고 역동적인 기타팝을 완성시켰다. 동료의 죽음을 음악으로 따스히 그러안고 소포모어 징크스는 가볍게 넘어가며 내달린다. 봄이 올 것이라는 제목처럼 힘겹고 불안하겠지만, 계속해서 나아가기에 밝고 멋진 음반이다. 8/10

정구원: 생각해보면, 데뷔작 [Vivid Night] 때부터 마치킹스가 들려주는 모던 록은 특별했다. 이들의 첫 앨범에서 나는 소닉 유스(Sonic Youth), 혹은 같은 대구 밴드인 도그스타(Dogstar)의 잔향을 느꼈는데, 그것은 이런 류의 모던록에서 흔히 듣게 되리라고 예상되는 멜로디를 살짝 빗겨나가는 불협화음과 드문드문 귀를 덮는 기타 노이즈의 덕이었다. 이러한 노 웨이브(No Wave)적 요소와 결합된 모던 록이라는 시도는 [Vivid Night], 그리고 마치킹스라는 밴드를 기억해야 할 이름으로 만들었다.
두 번째 앨범 [Spring Will Come]에서도 이러한 기조는 여전하다.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을 연상케 하는 첫 트랙 “현기증”이나 의도적으로 화음에서 벗어난 코드 진행을 선보이는 “길 위에서”는 이들이 여전히 비전형성의 매력을 놓치지 않았다는 걸 청자들에게 각인시킨다. 그러면서도 1집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긍정성’을 밑바탕에 둔 활력과 생기가 느껴지는 트랙 – “반야월”, “봄의 실루엣”, “사랑이 흐른다” 등 – 이 스트레이트한 즐거움을 전달한다. 동시에, 이 모든 곡들이 전작보다 한층 뚜렷해진 질감과 깊어진 공간감에 의해 뒷받침된다. 앨범 내의 모든 요소에서 청자는 확신에서 비롯된 자신감을 느끼게 될 것이며, 그것이 밴드가 원래 지니고 있었던 매력을 어떻게 증폭시키는지도 깨달을 것이다.
그리하여, [Spring Will Come]은 대중음악에서의 비전형성이 어떻게 단단해질 수 있는가에 대한 또 하나의 답안이 된다. 죽음과 상실을 딛고 삶에 대한 새로운 의지를 다진다는, 일견 ‘전형적’이라고 여겨질 수 ㅣ있는 서사를 ‘비전형적’인 형식을 통해 구현하는 것. [Spring Will Come]에 담긴 소리는 밴드가 자신들의 경험을 어떻게 음악으로 옮길 것인가, 변화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을 것인가에 대해 무게 있는 고민을 이어나갔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 점이 이 앨범이 담은 희망을 거짓이 아닌 ‘어찌하지 못할 사실’로 만든다. 8.5/10

 

 

썸머 네버 컴즈 (Summer Never Comes) | Incomplete Autobiography | 고골레코드, 2016.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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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영: [Blackout]의 여러 순간들처럼 빠르고 무겁게 시작되는 썸머 네버 컴즈의 신작 [Incomplete Autobiography]는 무겁게 달려가는 포스트록의 매력을 온통 들려준다. 날카로운 기타 리프, 무거운 베이스와 드럼을 깔고 빠르게 달려가는 “Prologue”의 3분은 4개의 챕터로 구성된 각 곡들에 부분적으로 드러나고, 각 챕터마다 곡들은 저마다의 서사를 띄고 일정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흐른다. 1집 [이누이트]부터 썸머 네버 컴즈는 지속적으로 포스트록 특유의 무거운 서사를 들려주었기에 [Incomplete Autobiography]에서도 그 서사를 제조해내는 실력은 여전하다. 거기에 좀 더 무거운 질감을 더하면서 밴드는 한차례 변화를 꾀했고, 그 변화는 적절하게 맞아떨어진다. 리드미컬함이 광활하고 입체적인 느낌으로 전개되는 “Chapter 3” 등 포스트록에서 특히 느낄 수 있는 여러 순간들이 썸머 네버 컴즈의 스타일에 맞게 전개되지만, 그 전개와 구성이 전작에서부터 주욱 반복되던 것이라는 느낌을 떨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조금 더 묵직해지고 재빨라지며 확장된 그들의 세계가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진다. 7/10

 

 

오대리 | 레퀴엠 | Slow Slow Quick Quick, 201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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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철: 불친절한 음악이리라 생각했다. 투명 비닐과 종이로만 감싼 시디, “인트로우”를 빼면 20분이 넘는 세 곡만 실은 선택부터 그러했다. [레퀴엠]은 검은 커버만큼이나 어둑한 전자음악이고, 여기엔 전작 [국풍 13]이 샘플링으로 담은 장난기마저 빠져있다. 청자의 반응은 의식조차 않는 괴팍한 장인을 상상하게 된다.
시간을 들여 듣다 보면 인상은 미세하게나마 조정된다. 끝없는 변주가 지루할 틈조차 주지 않기 때문이다. “데자뷰 시티 레퀴엠”의 목소리 샘플이나 “무법 미제레레”의 오케스트라 샘플처럼 특징적인 소리는 반복되지만, 아예 다른 곡이라고 해도 좋을 조각들 또한 곳곳에 덧붙여졌다. 폭발하고 가라앉기를 반복하는 구조는 기승전결로 설명하기도 어렵다. [레퀴엠]은 어둑한 정서를 이어가면서 곡에 잠재된 가능성을 끝까지 펼쳐낸다.
[레퀴엠]은 춤추게 하는 대신 사색하게 한다. 서울을 흑백으로 담은 뮤직비디오는 죽음이 반복되는 도시를 어둑하게 보여주고 “심연… 귀머거리 바다, 깊고 어두운 바다(메멘토 모리)”라는 제목은 세월호를 상기시킨다. 오대리는 청자를 외면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색을 하고 말을 건다. 쉽지 않을 이 대화에 누군가 참여하길 바라는 듯이. 8/10

정구원: [레퀴엠]에서 일차적으로 받는 인상은 무지막지함이다. “인투로우” 이후 펼쳐지는 22분 – 21분 – 32분의 세 트랙들은 모두 차갑고 어두운 실험적 일렉트로닉을 담고 있다. 오대리는 [국풍 ’13]에 이어 여전히 과거의 심연으로부터 소리를 길어 와서 기괴한 덩어리를 만드는 것을 주저하지 않지만, 최소한 ‘과거'(혹은 ‘한국’)로부터 왔다는 걸 파악할 수 있었던 [국풍 ’13]의 대사 샘플링에 비해 [레퀴엠]의 조각들은 듣는 이가 정체를 어렴풋이 느끼는 것조차 적극적으로 거부한다. 사회문화적 맥락을 지닌 기표를 최대한 배제하면서 만들어진 ‘해석불가능성’ 혹은 ‘무의미함’은 청자에게 의미가 아닌 소리에서 재미를 찾을 것을 요구한다. “무법 미제레레”의 시작부터 9분대까지 이어지는 덜컹거리는 비트라든지, 신시사이저를 소환하기를 멈추지 않는 “심연…귀머거리 바다, 깊고 어두운 바다 (메멘토 모리)”의 집착적인 구조라든지. 어쩌면 [레퀴엠]이라는 제목은 ‘의미’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거대한 진혼곡이란 점에서 붙은 것이 아닐까.
다만 그러한 재미가 전작에서 느껴지던 기묘한 활력을 희생하는 대가로 얻어졌다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트랙 속에는 번뜩이는 순간만큼이나 지루한 순간도 많으며, 전각과 달리 정형화된 구조의 미학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예측 불가능함에서 비롯되는 에너지를 상당 부분 손실한다 (앨범을 들으면 들을수록 소리들은 점점 더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이 파편화된 심연은 여전히 들어가 볼 가치가 있으며, 당신을 박살을 거듭하는 사운드 속에서 한번 더 헤매게 만들 것이다. 7/10

 

 

애쉬태그 (Ash-Tag) | POETree | Punkmoon Records, 201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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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엽: 1 프로듀서 1 엠씨 듀오 애쉬태그(Ash-Tag)는 대담하게 출사표를 낸 씬의 뉴페이스이다. 풀렝쓰 단위의 작업물이 뜸해져가는 시장 속에서 붐뱁만으로 가득 채운 앨범. 이것만으로도 유의미한 도전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프로듀서 재지문(Jazzy Moon)의 샘플 운용과 질감을 살린 드럼에서 내공과 완성도가 드러난다. 덧붙여 묵직한 베이스라인은 전성기 시절의 DJ 프리미어나 로드 피네스(Lord Finesse)를 소환해낸다. 그 견고한 비트 위로 록스 펑크맨(Loxx Punkman)이 쩌렁쩌렁한 발성과 촘촘한 운율로 “한국판 우탱”을 자처하는 모습이 패기롭다 (“Vintage”, “정의구현”). 그러나 역동적이고 강렬한 초반부를 지나며 점차 그 활력을 조절해 나가는 흐름은 넋두리 같은 독백으로 작용하면서 뒷심이 흐릿해지게 만든다 (“잔향”, “방법”, “Fault”, “쓰레기”). 여성의 독립성을 타이르는 “Mother’s Honor”의 노랫말(“아버지의 맹목적인 사랑보다 어머니의 헌신”/ “근데 지나친 보호만 원하는 여자를/ 삶의 동반자로 볼 순 없다구”)은 몇몇 청자들에게는 불쾌하게 다가올 법하다.
목소리를 보탠 랩퍼들의 굵직한 이름들이 이목을 끄는데, 그 중에서도 딥플로우(Deepflow)와 함께 한 “Lyrical Worship”은 탁월한 조화를 보인다. 넉살과 일리닛 그리고 차붐, DJ 피버 외에도 신예 랩퍼 심바 자와디(Simba Zawadi)와 퀘사딜라(Quesa Dilla)가 가세한 벌스도 비견할 만 하다. 90년대를 재현하기란 애쉬태그에게 아직은 무리일지는 몰라도, 장르 팬들에게 향수를 일으킬만큼의 자격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 6/10

 

 

태연 | Why | SM Entertainment, 2016.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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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철: 이번에도 런던 노이즈(LDN Noise)다. 트로피컬, 퓨쳐, 딥 하우스로 따위로 장르명을 바꿔 부른다 해도 런던 노이즈를 축으로 SM이 밀고 있는 소리의 기조만은 짐작할 수 있다. 발라드에 주력하던 태연마저 이 경향을 비껴가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만 말할 수는 없다. [Why]는 SM의 경향을 태연 쪽으로 세게 끌어당겼다. 가령 루나의 솔로곡 “Free Somebody”가 보컬의 또렷함을 강조했다면, 태연의 “Why”는 어쿠스틱 사운드를 더해 차별화를 꾀한다. 전작 [I]에서 자연스레 이행하려는 의도로도 읽히고, 여름휴가라는 설정을 더 친숙하게 구현한 결과로도 읽힌다.
“Why”에서 태연은 일상을 잊고 ‘어서 뛰어들’어 순간의 행복을 누리자고 말한다. 역시 런던 노이즈가 참여한 “Fashion”, “Good Thing”에서 앞의 태도는 사랑의 시작을 긍정하고 차지하려는 과감함으로 이어진다. 이별 노래 “Night”만 빼면 [Why]는 순간의 사랑과 행복을 향한 예찬과 전진으로 가득하다. 이 상쾌함만은 휴가가 아니어도 외면하기 어렵다. 7/10

 

 

씨스타 (SISTAR) | 沒我愛(몰아애) | 스타쉽엔터테인먼트, 2016.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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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영: 오늘 멜론 차트를 보니 “I Like That”가 10위 권으로 밀려나 있었다. (이 글이 음반 발매로부터 한달이 지난 시점에서의 글이긴 하지만) 생각외로 기존에 발표됐던 타이틀 곡들이 1~2달간 차트 1위는 물론이거니와 연간 10위권, 못 해도 20위권 안에서 늘 ‘놀던’ 것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의아한 현상이다. 쇼미더머니의 음원차트 올킬과 설상가상으로 원더걸스의 활약과 태연의 싱글발매로 ‘롱런의 계보’가 위태롭기 그지 없다. 씨스타가 원채 ‘여름 시즌송’에 강한 그룹이었기에, “I Like That”의 부진이 음원 파워에 있어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Touch My Body”를 강하게 연상시키는 “Yeah Yeah”나, “Give It To Me”와 상당히 흡사한 분위기의 “I Like That”과 같은 곡에서는 이것이 분명 ‘씨스타식 댄스팝’임에는 틀림없지만, 곡 구성을 비롯해 전반적인 음반의 트랙곡들이 영 ‘심심’하기는 하다. 이런 음악이 이미 5~6년간 들어온 씨스타의 뻔하디 뻔한 댄스 레파토리라, 결정적으로 음반 전체를 관통하는 ‘스타일적 구심점’이 부실해 보인다고 느끼는 건 나만의 착각은 아닐 것 같다. 씨스타의 음악 자체가 트렌드를 지나치게 쫓아가는 건 아니지만, 과거의 스타일을 아우르면서 현재의 음악적 트렌드를 쫓으려는 시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전작의 성공과 비교되는 악습 때문일 수도 있겠다. 독보적인 가창력이 독보적인 대중성을 거둬들인다는 ‘모법 답안’ 따위는 없다. 5/10

 

3 Responses

  1. SSS

    씨스타리뷰…매우 편향적이네요

    태연의 싱글 발매로 씨스타의 롱런 계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전혀 인과관계가 없고 사실 여부랑 맞지 않은데
    ….사실조사도 하지않고 무조건 비판만 하고 보는게 진정 평론인지… 멜론차트에서 태연의 신곡 순위는 체크 해보시고 저러한 문장을 쓰시는지..

    아무튼 음원차트 순위에 기반한 리뷰군요…
    씨스타에게만요..^^

    응답
  2. coli

    태연과의 인과관계가 다소 불충분할지 몰라도, 씨스타 리뷰가 ‘음원차트 순위에 기반’한 것은 아니죠. “음반 전체를 관통하는 ‘스타일적 구심점’이 부실”하다는 것이 요점이고, 음원차트 이야기는 그에 대한 현상으로서 언급된 것 아닐까요. 씨스타에게만 가혹하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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