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joi443t42y2016년 7월 하반기 쇼트리스트는 헤이즈, XXX, 마이크로닷, 비프리, 던밀스, 김태춘, 이랑, 타니모션, 사우스 카니발, 얼스바운드, 맨, 야광토끼, NCT 127 앨범에 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헤이즈 (Heize) | And July EP | CJ E&M Music 2016.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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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엽: 7월 여름밤의 배경음악으로 삼기 딱 알맞게 가볍고 시원하다. 유려한 음색의 보컬과 그 빈틈을 메우는 랩, 경쾌한 BPM, 그리고 재지한 코드 진행과 로드(Rhodes) 스타일의 건반까지. 트렌드를 반영한 필수요소가 빠짐없이 혼합되어있다. 그러나 없었더라면 가장 아쉬웠을 법한 요소는 바로 딘(DEAN)의 존재다. 딘이 참여한 두 트랙만큼은 지극히 대중의 입맛을 고려해 심혈을 기울인 티가 난다. 특히 “Shut Up & Groove”는 바운스감이 살아있는 딥 하우스 넘버로서 손색이 없다. 한편으로는 “Underwater”와 “No Way”는 비교적 심플한 접근법으로 자중적인 서사를 담았는데, 당찬 다짐 속에서 은근한 진정성이 전해진다. 유종의 미를 거두는 트랙은 바로 “Don’t Come Back”의 어쿠스틱 버전. 트랙 직전에 스킷으로 미리 분위기를 조성했지만 여타 트랙으로부터 이질감이 든다. 헤이즈(Heize)는 래퍼와 보컬의 두 정체성 사이를 오가며 차근차근 자신만의 노선을 찾아 진입 중임을 호소하고 있다. 6.5/10

박희아: Mnet <언프리티 랩스타>를 통해 빛을 본 래퍼들이 힙합 본연의 색깔보다 팝에 가까운 작업물을 내놓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방점이 ‘랩’이 아니라 ‘스타’에 있고, 그 사실은 출연자들뿐만 아니라 대중도 잘 알고 있으니까. 헤이즈는 적당히 그 인지에 부응하되, 딥 하우스와 어쿠스틱을 오가는 트렌디한 요소들을 배합해 유려한 수준의 팝을 내놓았다. 그의 보컬은 나르시시즘에 젖어있되 때때로 시니컬한데, 여기서 비롯된 나른한 무드가 무척 매력적이다. 그러나 최근 보컬과 래퍼를 겸하며 각광받은 뮤지션들이 왕왕 보여주는 캐릭터란 점에서 그다지 신선하지 않은 게 단점. 또 보컬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아 래퍼로서의 장점이 드러나지 않은 것도 다소 아쉽다. 한편 한국에서 가장 인지도 높은 뮤지션들과 협업해온 딘(DEAN)은 헤이즈에게도 상당한 힘을 실어주고 있다. 두 사람이 함께한 트랙 “And July”와 “Shut Up & Groove”는 “Underwater”나 ”No Way“ 같은 단출한 감성과 대비되는 느낌으로 차갑게 여름밤을 공략한다. 가장 추천하고 싶은 넘버는 역시나 ”Shup Up & Groove“. 간지러운 것들을 모두 걷어낸 듯 시원한 가사가 즐겁다. 6/10

 

 

XXX | Kyomi EP | BANA, 2016.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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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엽: 내게 그럴싸한 작명 센스만 있었더라면 새로운 장르명을 붙여주고도 남았다. 그 정도로 프랭크(FRNK)의 감각은 기발하고 혁신적이다. [Kyomi EP]는 전반적으로 컬렉티브 소울렉션(Soulection)을 연상시키는데, 그들의 사운드보다도 월등히 실험적이다. 퓨처 하우스, 드럼 앤 베이스, 신스팝, 트랩 그리고 힙합 특유의 바이브까지 기막히게 버무려낸 기념비적인 음반이다. 하지만 배려심(?) 없다고 느껴질 만큼 타이트한 비트 조차 김심야(Kim Ximya)는 별 대수롭지 않는듯 현란한 플로우를 뽐낸다. 앤디 워홀(Andy Warhol)의 작품을 떠올리게 만드는 쾌락, 허영심, 소비주의 등이 스토리텔링의 주요 모티프를 이룬다 (“Liquor”, “교미”, “Dior Homme”). 그러나 맥락을 읽어내기 어려운 노랫말 탓에 김심야의 랩은 서사적 도구보단 단순 악기로 인식했을 때 훨씬 가치를 갖는다. 다만 특정 단어의 남용이나 혐오적 라인들은 깊이 있는 감상을 저해하다 못 해 본작의 가치를 치명적으로 훼손시킨다. 이를테면 일곱 트랙에 걸쳐 ‘bitch’란 단어만 무려 40번 정도나 나온다. 압도적이다. 김심야의 본능적인 화법은 청각적 쾌감을 책임진 동시에, 완벽에 근접했던 앨범에 흠집을 낸 주범이다. 8.5/10

 

 

마이크로닷 (Microdot) | +64 EP | Shin Brothers, 2016.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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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엽: 과거 그룹 올블랙의 마이크로닷(Microdot)이 아닌,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성장한 마이크로닷으로서의 자아를 부각시켰다. 방송 <Show Me The Money>을 통해 얻은 인지도로 탄력을 받았는지 시종일관 들떠있다는 인상을 준다. 반복적인 훅과 조악한 비트로 가득하다. 심지어 아쉬운 엔지니어링 탓에 악기들과 목소리가 뒤엉킨 상태이고, 오토튠이나 효과음 등 불필요한 터치들이 되려 사족처럼 느껴진다. 영어로 뱉는 랩이 훨씬 자연스러움에도 불구하고 (“I’m Yours”, “Still The Same”), 짧은 우리말을 혼용하다보니 속된 말로 ‘아무말 대잔치’로 전락해버린다. 그렇다고 영어로 된 벌스에서 또렷한 메시지나 전달력을 찾아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비효과였을까, 피쳐링한 랩퍼들의 벌스가 대체적으로 평균 혹은 그 이상으로 들린다. 테리야키 보이즈(Teriyaki Boyz)의 와이즈(Wise)도 예상 못 한 출연이었고, 도끼나 제시, 빅스의 라비와 릴보이까지도 썩 언급될 만한 벌스를 뽑아냈다. 야망, 허슬(hustle) 등의 키워드들을 내걸었으나, 기억에 남는 것은 귀를 째는 베이스와 신스뿐. 미숙한 채로 의욕만 앞선 기색이 훤하다. 3/10

 

 

비프리 (B-Free) | Free From Seoul EP | Newwave Records, 2016.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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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영: 클라우드 랩 그리고 트랩 베이스. 그 위에 얹혀진 담백한 래핑은 실로 이상적인 만남을 보여준다. 최근 늘 지속해왔던 사우스 힙합 스타일의 연장으로 보인다. 1년 전 발표됐던 싱글 “Kawasaki”나 “Yoga Flame”과 비교했을 때, 전작이 뭔가 랩핑에 힘이 잔뜩 들어간 크렁크 식의 트랩이었다면, 이번 EP의 트랙들은 상당히 차분하면서도 음울한 엠비언트 느낌의 트랩이다. 특히, “Shadow”에서의 클라우드 랩은 오히려 차분하기 보다 흐물거릴 정도다. 자극적인 전자음악의 톤을 최대한 배제하고, 마치 영 린(Young Lean)을 연상시키는 몽환적인 분위기의 음향이 깔리는 것도 매력적이다. 어쿠스틱 기타와 묵직한 비트가 긴장감 있게 시작되는 “거짓말”도 소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전체적으로 트랙들의 마이너 코드가 ‘과도한’ 그루브로 탈선하는 걸 제어하는 것은 물론, 비프리의 향후 음악적 주관을 확고히 증명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혹은 트랩 장르에서 더 이상 파격적인 변화를 꾀하기 어렵다고 전제했을 때, 한 템포 쉬어가는 경향일 수도 있겠다. 뭐, 아직은 EP 아닌가. 7.5/10

이선엽: [Free From Seoul EP]는 더블케이(Double K)와 함께 설립한 뉴웨이브 레코즈(Newwave Records)의 신호탄 격이다. 러닝타임 내내 일관된 무드를 조성하고 유지해내는 비프리에게서 사뭇 베테랑의 냄새가 난다. 전작에 비해 차분하고 절제된 랩핑과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저히 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특징이다. 이 절제미는 특색 있는 아티스트들의 참여에 의해 보완되는데, ‘뽕끼’를 불어넣는 저스디스(Justhis)의 참여가 그 중 가장 돋보인다 (“거짓말 (Lies)”). 글로벌한 야망을 시사하고 있는 앨범명에서 짐작되듯,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오케이션(Okasian)부터 일본의 코오(Kohh)와 루타(Loota)의 참여 또한 일종의 전략으로 보인다 (“Dollars and Yen”, “Fly Away Remix”). 본작 모든 트랙의 배후에는 프로듀서 콕재즈(Cokejazz)가 있는데, 정교한 악기 연주로 트랙 간의 유기적인 흐름을 갈무리했다. 또한 그런지록 요소가 두드러지는 실험적인 트랙 “Won”을 책임지기도 했다. 비프리의 아쉬운 가창력 때문에 트랙의 완성도는 약간 좌절되지만, 내용과 실험적인 차원에서는 인상 깊다. 싱글컷 “New Wave”부터 전반적인 앨범이 예고하는 두 CEO가 일으킬 새로운 흐름을 기대해보자. 6.5/10

 

 

던밀스 (Don Mills) | 미래 | VMC/Stoneship, 201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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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엽: [Young Don EP]와 싱글, 그리고 수많은 피쳐링 참여로 눈도장을 찍어온 던밀스(Don Mills) 표 워드플레이와 개성 강한 플로우는 국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미래]는 던밀스가 지닌 이 무기들이 적재적소에 고루 담긴 앨범이다. 의식의 흐름대로 뱉는 듯한 랩핑은 올 더리 바스터드(Ol’ Dirty Bastard)의 환생을 방불케한다. 오리지널리티와 완성도가 뒷받침해주기에 직감적인 구성이 설득력을 얻는다. 유학생 시절 경험 등의 서사를 첨가해 흥미를 놓치지 않게 하는 영리함도 지녔다 (“2.0”, “That Shit”, “Air Canada”). “기리보이보다도 훨씬 더 길이 보이고”를 시작으로 “눈에 독기 풀고 트랙에 도끼 품었지 (상구 형도)”, “이젠 세 번째 손가락 피지도 않아/ 난 내 관리도 잘해서 피지도 안 나” 식의 라이밍은 말초적인 센세이션을 선사한다. 굳이 짚어내자면 “드렁큰 던밀스”의 첫 벌스는 위에서 언급한 의식의 흐름 작사법이 주는 쾌감이 극대화되는 지점이다. 타령 같은 라인들 틈을 메우는 애드립도 깨알 같은 빅재미 요소이다. 위의 모든 요소가 진가를 발휘하는데는 무게감 있는 트랩 기반 프로덕션이 일조한다. 던밀스의 우렁찬 딜리버리 또한 펀치라인 낱말 그대로의 의미를 충실케한다. “All Age”에 실린 그의 염원처럼 남녀노소가 거리낌 없이 즐기기엔 다소 난해할 지는 몰라도, 웰메이드 앨범임은 분명하다. 8.5/10

 

 

김태춘 | 악마의 씨앗 | 허수아비 레코드, 2016.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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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영: 최근의 여러 일을 보면서 분노라는 감정을 어떠한 표현으로 담아내는 게 참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 의미로 보면 김태춘은 항상 그 작업을 잘 해내왔다. [악마의 씨앗]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보면 심하다고 할 수 있는 노랫말에 분노가 꼭꼭 담겨져 있고 그 점만큼은 여전하다. 하지만 그가 전하려는 분노는 하나의 음반이 되는 작업을 통해 여러 번 걸러지며 단순한 분노에서 수위 높은 블랙 코미디가 된다. 둘은 엄연히 다르다. <사우스 파크>나 <루이> 등이 적절한 작업을 거쳐 막 던지는 것 같은 농담들을 정밀하게 짜인 하나의 ‘쇼’로 만드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악마의 씨앗]도 단지 화가 나서 될 대로 던지는 분노가 아니라, 어떠한 ‘쇼’를 위해 훌륭하게 만들어진 블랙 코미디다. 그 속에는 모든 방송국을 폭파시켜야 한다, 독재자에게 죽음을, 너흰 펑크의 옷을 훔쳐갔지, 너희들을 찬양하지 않겠네, 같은 저격형 코미디(?)가 있고 다른 쪽에는 서울에는 있는 것도 없다네, 집을 잃고 울었네, 그대 이름도 묻지 못했네, 같은 한탄형 코미디(?)가 있다. [악마의 씨앗]은 두 가지의 코미디를 부단히 오가면서 서울 변두리에 사는 한 실패한 청년의 한탄을 천천히 풀어낸다. 음반이 진행될수록 그의 이야기는 서울의 삶이라든지 고향이라든지 떠난 여자라든지의 요소가 붙으며 구체적으로 되어가고, 그럴수록 쓰라린 코미디도 모습을 갖춘다. 거기에 사용되는 장르들 또한 아주 오래 전부터 블랙 코미디를 들려준 음악인들이 사용하던 장르들이기에 루이 C.K가 스탠딩 코미디를 고르고 트레이 파커와 맷 스톤이 애니메이션을 고른 것처럼 김태춘이 고른 이 장르들은 그가 전하려는 분노와 적절하게 맞아떨어진다. 곧 [악마의 씨앗]은 몇몇 사람들처럼 걸러지지 않은 성긴 말들을 그대로 내뱉는 게 아니라, 김태춘이 촘촘히 감독한 멋진 블랙 코미디 쇼 같은 음반이다. 7/10

 

 

이랑 | 신의 놀이 | 소모임 음반, 2016.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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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철: 말이 중심에 선 음반이다. 이랑은 1집 [욘욘슨]에서 그랬듯 가벼운 기타 스트로크 위에 낙차가 작은 선율을 얹어 가쁘게 말을 쏟아낸다. 그러나 전보다 무겁다. 첼로와 드럼이 비어있던 저음을 메웠고 장난스럽던 가사는 진지해졌다. 첫 곡 “신의 놀이”가 딱 그런 노래다. 이랑은 ‘한국에서 태어나’서 ‘무섭게 일어나는 일들을 마주’하면서도 ‘좋은 이야기’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다. [욘욘슨]의 “너의 리듬”은 ‘사람들이 좀 더 예의가 발랐으면 좋겠다’는 불만을 상대를 향한 예찬으로 끝맺지만, 이번엔 고대 희랍의 비극 전통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 ‘신의 놀이를 하려고 하는지도 모른다’고 선언한다. 시디 대신 책과 다운로드 코드를 팔고, 트위터로 라이브 방송을 하며 매체의 변화에 적응하면서도 작품을 만들 때는 자신을 고대인과 겹쳐놓는다. 가볍게 흘려 듣기는 어려운 음반이다.
책을 읽으면 더 많은 사연을 알게 되지만, 책이 더 많은 진실을 담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둘 다 이랑의 일부이기 때문이며, 어느 것도 이랑의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책 역시 속내를 다 드러내지 않은, 정교하게 구축한 이야기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단 하나의 진실을 찾으려는 대신 삶으로 빚은 말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좋겠다. [신의 놀이]는 이랑이라는 다면체의 두 면에 지나지 않고, 이랑이 보여줄 면은 그보다 많아 보이므로. 8/10

나원영: 이랑의 음반 [신의 놀이]만을 듣고 책 『신의 놀이』는 읽지 않았다는 것을 우선 밝히고 싶다. 어떻게 보면 이랑이 전하려는 의도의 반도 안 되는 것만을 받아들인 것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욘욘슨]에서 그랬던 것처럼 [신의 놀이]도 여전히 이랑을 이랑답게 만드는 것들로 가득하다. 묘하게 울리는 목소리에 깔리는 기타 스트로크, 삶의 단면을 잡아 단편소설처럼 다듬은 이야기들, 그리고 여러 군데 등장하는 커트 보네거트와 같이 무언가 씁쓸한 유머까지. (커트 보네거트의 글들이 책 <신의 놀이>의 글들과 어떠한 관련성이 있을 것 같기는 하다.) 그 요소들은 [욘욘슨]에서도, [신의 놀이]에서도 여전하다. 첼로나 피아노 연주 같은 몇 개의 도움이 들어가긴 했지만, 간단한 포크의 구성도 여전하다. [욘욘슨]에도 많이 보였던 자기 고백적이며 가족이 등장하는 서사들은 여전하되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나 “가족을 찾아서”처럼 더욱 스산한 곡들이 되었다. 다른 한 편 “평범한 사람”으로 살고 싶다거나 창작자로서 “신의 놀이”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삶에서의 고민들도 들어가 있다. “좋은 소식, 나쁜 소식”처럼 커트 보네거트를 적절히 이용하는 경우도 있고 말이다.
이랑의 음악은 [신의 놀이]에서도 여전하지만, 왜 [욘욘슨]보다 훨씬 더 어둡게 느껴지는 걸까. 단지 “로쿠차 구다사이”같은 곡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닐텐데 말이다. 책 『신의 놀이』에 그 비밀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음반에 담긴 이야기에서만 보자면 [신의 놀이]가 담는 이랑의 이야기는 훨씬 더 직설적이고 보편적인 이야기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가족이 싫다거나, 살기가 힘들다거나,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주길 바라거나, 하는 이야기들은 이랑 특유의 쓸쓸함과 씁쓸함으로 더욱 깊이 들어온다. 글이 해내는 것과 비슷한 구조로 이랑은 [신의 놀이]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모든 이의 이야기로 확장시키고, 다시 듣는 이의 이야기로 줄인다. 그러한 방식으로 보편적인 이야기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한 번에 전달하기에, [신의 놀이]는 올해 나온 음반 중에서 가장 문학적인 음반이다. 8/10

정구원: ‘한국에서 태어나 산다는 데 어떤 의미를 두고 계시나요’라는 문장을 필두로, 말 그대로 쉼표 없이 이어지는 질문의 연속을 담은 첫 트랙 “신의 놀이”는 이랑의 두 번째 앨범 [신의 놀이]의 성격을 규정한다. 이야기를 담은 앨범. 기타 한 대(와 약간의 전자음)로부터 벗어나 현악기와 드럼 등의 여러 사운드가 추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의 놀이]는 전작 [욘욘슨]보다 훨씬 더 이랑이 들려주는 이야기 자체에 집중한다. 가족에 대한 상실감과 욕구(“가족을 찾아서”), 사랑했던 사람들로부터 느껴지는 소외(“이야기속으로”), 털어낼 수 없는 사람들의 이유없는 미움(“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앎’을 매개로 한 신과 자신 사이의 간극(“나는 왜 알아요”) 등. 심지어 웃음소리만으로 채워진 “웃어, 유머에”마저도, 죽음 – 타인의 죽음, 그리고 이랑 자신의 죽음 – 에 대한 저항으로서의 웃음이라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일견 파편화된 것처럼 보이는 이 이야기들은, 그러나 ‘죽음과 소멸’을 거부하는 아티스트의 기록이라는 공통의 축으로 묶이면서 밀도 높은 응집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그 점에서 이랑에 목소리에 초점을 맞춘 사운드메이킹은 빈약하거나 단촐한 것이 아닌 집중력의 산물로 그 위상을 달리한다.
그 이야기들이 음악과 쌍을 이룬 책이라는, 음악 이외의 매체에 의해 맥락을 부여받는다는 점을 지적할 수도 있다. [욘욘슨]의 가장 빛나는 부분, 단순한 음악적 아이디어가 뛰어난 팝적 감각에 의해 결코 잊혀지지 않는 노래들로 탈바꿈하는 마술적인 우연성의 즐거움이 [신의 놀이]에서는 어느 정도 퇴색한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랑은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 죽음과 소멸을 정면으로 마주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여성, 창작자, 가족의 일원, 연인, 평범한 인간, 일해야만 하는 사람이라는 분열적인 정체성이 죽음과 소멸이라는 단일한 운명에 조용한 포크 사운드를 통해 맞선다. 그 점이 [신의 놀이]를 이끌어나가는, 그리고 우리가 이 앨범으로부터 위안을 얻는 강력한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8/10

 

 

타니모션 | 휘청 | Label Lim, 2016.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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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영: 단순한 ‘크로스오버’를 넘은 조합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두번째달의 [춘향가] (판소리와 월드 뮤직)와 잠비나이의 [은서] (국악기와 포스트록/메탈) 등을 이어 타니모션은 국악기를 통해 그들만의 싸이키델릭 팝을 들려준다. [TAN+EMOTION EP]부터 더 본격적으로 아쟁과 생황 등의 국악기와 김소진의 판소리 창법을 자연스럽게 밴드 음악의 여러 요소에 맞춰 적용해오며 밴드는 “내려온다”같이 개성 확실한 싸이키델릭 팝을 만들어냈다. [휘청]은 그러한 [TAN+EMOTION EP]의 시도를 훨씬 더 확장한다. “사랑이 어떻더니”나 “파도” 같이 인상적인 곡들은 물론 독특한 라틴 박자감의 “흘러흘러”나 몽환적인 왈츠 박자의 연주곡 “황월” 등은 국악기의 적용에 대한 넓고 깊은 탐구뿐만 아니라 타니모션의 음악 자체에 대한 깊은 탐구의 성과이기도 하다. 생황과 아쟁의 솔로나 김소진의 목소리는 이질감 없이 훌륭하게 이러한 곡들에 맞아떨어지며 라틴, 월드 뮤직 등 조금 더 넓은 범위의 음악과도 자연스럽게 섞인다. 타니모션의 음악 자체가 알맞은 합으로 완성된 덕분일 것이다. 몇몇 크로스오버들이 한 요소만을 너무 강조하다 유기적인 결합을 챙기지 못한 와중, 타니모션은 두 세계를 성공적으로 결합해냈다. 그들의 여정은 휘청거린다고 해도, 음악은 전혀 휘청거리지 않는다. 8.5/10

 

 

사우스 카니발 (South Carnival) | 제주도의 푸른 밤 EP | 레이블픽, 2016.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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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영: 4곡이라는 짧은 분량에서도 사우스 카니발은 밴드의 여러 모습들을 성공적으로 들려주었다. 제주의 느낌을 중심으로 라틴 스카를 들려주는 만큼 최성원의 명곡에 담긴 서정을 은근히 지키면서도 스카 리듬으로 변주하며 밴드의 개성을 살린 “제주도의 푸른 밤”은 사우스 카니발이 어떤 밴드인지를 들려주는 가장 좋은 곡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제주도의 푸른 밤 EP]에는 1집 [사우스 카니발]에서의 제주어-스카 곡을 “간데사리”로 이어갈 뿐만 아니라 밴드 내적인 시도들도 더한다. 재지한 분위기를 더한 “Love Song”은 말 그대로 러브송 같은 분위기를 유지하다가 브라스와 베이스의 훌륭한 연주를 통해 뒤를 따스하게 장식하고, 제주어 가사라는 최고의 특징 없이도 특유의 활기차고 느긋한 느낌을 유지하며 각 악기들의 훌륭한 솔로 연주를 담은 연주곡 “A Rain Of Sunshine”까지 밴드는 자신의 스타일을 다양하게 만들어내 [제주도의 푸른 밤]에 채웠다. 단순히 제주 컨셉의 밴드를 넘어 사우스 카니발은 당당한 라틴 스카 밴드 자체로써의 가치가 있고, 네 갈래로 뻗어나가는 곡들이 아마 그 점을 증명할 것이다. 7/10

 

 

얼스바운드 (Earthbound) | Artown | Self-Released, 2016.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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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영: 얼스바운드의 음악은 더 이상 서서히 끝나지 않는다. 훨씬 더 공격적이고 거칠어진 음악이 CD 두 장에 가득가득 차있으니, 새로워진 변화가 한 번에 느껴진다. 전범선과 양반들이 [사랑가]에서 [혁명가]로 바뀐 게 생각나기도 한다. [Hangover]에 담긴 펑키한 그루브는 베이스가 떠난 후 기타+드럼의 구조가 되며 훨씬 더 거칠어졌고 록킹해졌다. 그럼에도 어떠한 ‘그루브’는 여전한데 드럼은 더욱 잘게 박자들을 쪼개 한 곡 안에서도 다양하게 오가고, 기타는 블루지하고 잼스러운 개러지 록을 선보이며 훨씬 더 날이 선 연주를 들려준다. 곡 길이는 훨씬 짧아졌고, 그 와중에 그루브보다는 ‘흥’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게 잔뜩 올라온다. “My Knee Gee Jam”이나 “Cat”, “국화” 등이 대표적인 곡일 테고, 특히 기막힌 완급 조절로 8분을 가득가득 채우는 “한”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 있다. “한”에 담긴 여러 요소들, 박자를 이리저리 오가는 드럼과 함께 잦게 바뀌는 분위기, 거친 질감과 함께 투박하게 내리꽂히고 지글거리는 기타 리프, 타령처럼 읊어지는 가사까지. [Hangover]의 탄탄했던 형식들은 잔뜩 해체되어 난장판이 되었고, 오히려 그 덕에 밴드는 훨씬 더 본때를 들려준다. 그 자유로움 속에서 얼스바운드는 [Hangover]에서도 담아낸 혼란스러움을 표현한다. 오히려 이러한 스타일에서 그들이 담으려는 혼란스러움은 훨씬 더 정제된 것 같다. 이전에 들려줬던 혼란이 [Artown]이라는 딱 맞는 스타일의 동네를 찾은 셈이다. 흥으로 가득찬 긴 여정을 반드시 따라갈 필요가 있다. 8/10

 

 

맨 (MAAN) | Right Next Door To MAAN EP | Self-Released, 201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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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원: 1년도 안 되어 새로이 발매된 맨의 새 EP에서 뚜렷하게 드러나는 요소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야심’이 될 것이다. 러브엑스테레오(Love X Stereo)와의 공공 프로듀싱에 힘입은 사운드는 (신시사이저의 추가에 힘입어) 훨씬 방대해졌으며, 트랙들의 구조도 반복과 클라이막스를 거듭하면서 복잡함을 자랑한다. 전작의 기타 중심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 사운드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듯이 밴드는 힘차게 소리를 내뻗어 나간다.
다만 이 변화가 성공적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섣부른 답을 피하고 싶다. 곡들은 지난 EP의 날렵한 음놀림과 커다란 사운드스케이프 사이에서 아직 중심을 못 잡은 것처럼 느껴진다. 보컬과 기타와 신스가 터진 둑처럼 쏟아지는 “밤”의 코러스는 명백하게 과잉이며, “Step 1 To 4”와 “자정”의 뚱뚱한 업템포는 오직 기타 톤과 멜로디만으로 승부하던 “Come Around”나 “Calling Down”이 보여줬던 깔끔함과 집중력에 비해 늘어진다는 인상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밴드는 전작에서는 감지되지 않았던 자신들만의 감정선 – 아스라한 그리움 – 을 새로운 사운드에 담아내는 방법을 “8시”나 “Under The Bridge”에서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이들의 돌파구가 될 것이다. 6/10

나원영: 이름에 A가 하나 더해진 것처럼, [Come Around EP]부터 맨의 음악에는 새로운 요소가 더해진 것 같다. 국내의 얼터너티브 성향 록밴드들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던 일종의 프로그레시브함인데, [Right Next Door To MAAN EP]은 짧은 길이지만 밴드의 서사를 훌륭하게 담아내며 그들만의 프로그레시브함을 들려준다. “Sunset”에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8시”는 느린 분위기를 점차 고조하며 빽빽한 연주의 절정으로 천천히 데려간다. 이후 EP의 중심에 놓인 “밤”과 “Under The Bridge”, “Step 1 to 4”는 지글거리는 기타 톤을 중심으로 여전한 댄서블함에 서사적인 전개까지 더한다. 빽빽하게 비트를 쪼개는 속도감과 일렉트로닉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유려한 연주는 여러 부분에서 빛을 발하고, 적재적소에서 완급을 조절한다. 마무리마저도 깔끔하다. 칵스가 해내던 걸 고스란히 맨만의 느낌으로 담아내며 밴드는 기승전결 확실한 구조와 확실한 공간감으로 승부한다. 그 덕에 ep에는 우주적인 세련미가 넘쳐흐르며,거침없이 내달린다. [Right Next Door To MAAN EP]에 빼곡히 담긴 청량함은 해질녘 8시부터 자정까지의 열대야를 한 방에 날려버린다. 7.5/10

 

 

야광토끼 (Neon Bunny) | Stay Gold | Seoulight, 2016.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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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철: 변한 것들이 먼저 들린다. 1집 [Seoulight]가 신시사이저로 밝게 빚은 팝이었다면 [Stay Gold]는 일렉트로닉에 방점을 찍었다. 리얼 드럼 샘플로 정직하게 내딛던 리듬은 스텝 꼬인 전자음으로 바뀌었고, 또렷하게 가사를 내뱉던 가창은 느릿하게 떠다닌다. 해외의 주목을 의식하듯 가야금 소리를 넣기도 했고, 다른 소리의 성분 역시 전자음악의 유행과 발을 맞췄다. 피쳐링을 계기로 만난 스파즈키드(Spazzkid)가 편곡한 “Room314”의 후반부, 잘게 쪼갠 스네어 위에 변조된 목소리를 얹은 대목이 그런 예다. 개성이 줄었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야광 토끼가 소리를 성실히 갱신해온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매력은 달라지지 않은 것들 안에 있다. ‘나는 너와 내가 만난 서울 하늘이 좋’다는 “서울 하늘”, ‘나는 너밖에 보이지가 않는’다는 “너여야”의 정서는 [Seoulight]를 감싸던 설렘과 다르지 않다. 야광 토끼는 사랑도 불안도 그리움도 돌려 말하지 않는다. 에두르지 않은 고백이 기교 없이 예쁜 목소리 위에 얹혔다. 음악이 복잡해져도 심정만은 여전하다. 여전히 마음이 가는 것도 그 덕분이다. 7/10

 

 

NCT 127 | NCT #127 | SM Entertainment, 2016.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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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아: 각설하고, 이 앨범에서 가장 ‘멋진 것’은 마크의 랩이다. “Mad City”에서 마크가 랩을 시작하는 순간, 넘버 초반부터 곡 자체의 에너지는 최대치를 찍어버린다. 다행히도 이 에너지는 트랙이 끝날 때까지 큰 부침 없이 유지되지만, 초반에 맛본 쾌감이 주는 만족감 덕이 크다. 이에 NCT를 본격적으로 출범시킨 SM엔터테인먼트가 마크에 어떤 미래를 투영하게 될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타이틀곡 “소방차(Fire Truck)”는 앞서 NCT U가 발표했던 “일곱 번째 감각(The 7th Sense)”에서 느껴진 기계적 인간상에 어느 정도 숨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NCT 특유의 건조한 아이덴티티는 여전히 살아있다. ‘fire truck’과 ‘소방차’라는 투박한 단어들이 정교하고 세련된 후렴으로 변모한 것은 그러한 아이덴티티의 성과일 것이다. 앨범 전체를 압축하자면, 모래시계 모양의 인구 피라미드. “소방차”와 “Mad City”에 과도하게 힘이 쏠려있어 전체 흐름이 고르지 못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못내 아쉽다. 단, 최근 발표된 신인 보이그룹의 앨범 중에서는 단연 돋보인다. 그것만으로도 괜찮은 발견이다. 6.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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