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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불싸조

2006년은 국내 포스트록에 있어선 클래식 록의 1967년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어마어마한 음반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해다. 1996년에 시작된 포스트록이 10년간의 여정을 겪은 후 한 번에 터져 나온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해본다. 그 2006년을 장식하는 양대 작품을 꼽으라고 한다면 하나는 속옷밴드의 1집, 그리고 다른 하나는 당연히 불싸조의 2집일 것이다. 불싸조라는 밴드 하면 음악 외적으로 몇 가지의 전설적인(?) 모습들이 떠오를 거 같은데, 대표적인 건 음반 발표 매체로 카세트테이프를 고수하거나 공연장에서 ‘사진 및 동영상 촬영 금지’라고 띄우는 등의 비타협적인 태도다 (이 태도는 2016년 현재까지도 이어진다). 물론 그럼에도 수많은 청자들이 어떻게든 불싸조를 찾아들으려 노력하면서 ‘지랄이 풍년이네’하고 한숨을 쉬지만 말이다. 프론트맨 한상철의 훌륭한 글솜씨와 C급 영화 OST부터 [Loveless] 리마스터링 판의 오디오 파형까지 다방면에 깊은 지식(혹은 덕력)은 이미 유명하고, 기묘하고 키치적인 센스의 B급 영화적 네이밍 센스 또한 이들의 아이덴티티다. 2006년을 빛낸 음반의 이름이 무려 [너희가 재앙을 만날 때에 내가 웃을 것이며 너희에게 두려움이 임할 때에 내가 비웃으리라 (잠언 1:26)]이니 말이다. “수줍은 프로레슬러”, “앗싸라비아 콜롬비아”나 “임금님의 분노” 같은 곡 제목은 양반이다. 근작에서는 <헨리 4세>와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인용구도 음반명도 아니라 곡명으로 삼을 정도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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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세트테이프든 곡 제목이든 중요한 건 그 겉표지 안에 담긴 음악이다. 시리즈에 들어갔다고는 해도, 불싸조를 흔히 받아들여지는 이미지의 포스트록 밴드로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 (포스트록은 범주가 참 애매한 장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자) 장르가 한 차례 폭발하는 2006년을 기점으로 활발하게 발생한 포스트록 밴드들이 흔한 포스트록의 이미지에 걸맞는 감성적이고 웅장한 음악을 하는 것에 비해 불싸조의 음악은 합주와 잼의 느낌이 강하게 드는 인스투르멘탈 밴드 쪽의 음악이 훨씬 더 강하기 때문이다. 불싸조의 음악은 ‘몽환’이나 ‘우울’, ‘감성’ 등의 단어보다는 귀에 착착 들어오는 멜로디와 뭉개진 리프와 함께 ‘신나는’. ‘거친’ 등의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린다. 불싸조의 음악은 좀 다르지만 확실히 청자들을 잡아끄는, 잘 짜인 무언가가 있다. 일반적인 포스트록 밴드들이 기승전결의 구조와 그에 따라 오르내리는 감성을 표현하는 연주로 청자들을 이끈다면, 불싸조는 그 익숙한 포스트록의 감성이 아니라 훨씬 낯선 감각을 담은 연주를 통해 청자들을 놀라게 한다. 그 감각은 아마 개러지 록의 감각일 수도 있고, 힙합의 감각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제이 딜라(J Dilla)에 대한 추모를 담아 커버한 “Time: The Donut of the Heart”나 유튜브에 떠돌아다니는 <나홀로 집에>의 테마 커버곡 같이 가슴 찡한 곡이나 일반적인 포스트록의 구성을 띤 연주들도 여럿 있지만 말이다. 즉 불싸조식 포스트록의 핵심에는 일반적인 형태의 ‘기승전결에 충실한 연주’보다는 훨씬 낯설고 새로운 연주가 있다. 극장과 각종 영화제에 오르며 호평 받는 영화와 인터넷에서 입소문을 타고 B급 컬트영화의 전설이 되는 영화 같은 차이라고 해야 할까.

불싸조는 그렇게 본연에 충실한 탄탄한 연주를 기반으로 수많은 장르들을 그들의 세계로 끌어온다. 2005년에 나온 첫 음반 [Furious Five]에서 이들은 기타 노이즈를 잔뜩 찌그러뜨린 디스토션으로 풀어내는 사운드를 선보이며, 이는 곧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불싸조 음악의 핵심이 된다. 이 기타 노이즈는 슈게이징의 느낌도 나지만, 날 선 개러지록이나 포스트 펑크, 은근히 하드한 느낌까지도 주고, 그 밖에 ‘기타 노이즈’를 들려주는 여러 장르들의 느낌들을 다양하게 담아낸다. 그에 따라 불싸조의 음악은 어떠한 특정 장르로 정의되기 보다는 그저 본인들의 음악으로 화한다.

음반의 구성을 살펴보면, “불멸의 해구신”에서 시작된 연주는 중단된다는 느낌 없이 “울긴요, 내가 울긴요”로 쭉 이어진 다음, 마찬가지로 “파이오니아 오브 에어로다이나믹”과 그 이후의 곡들로도 나아간다. [Furious Five]는 이렇게 하나의 기나긴 연주곡이라도 된 것처럼 자유롭게 무엇이든 연주하는 느낌의 18곡 45분으로 음반을 가득 채운다. 중간 중간 희미하게 들리는 읊조리는 듯한 보컬 멜로디 또한 음반의 한 축을 이룬다. “그랜드 믹서”, “삽질”에서 느껴지는 폭발하는 에너지나 “시켜서가 아니다” 등에서 느껴지는 잔잔한 느낌 등 어떤 특정한 테마에 얽매이지 않은 다양한 분위기는 덤이다. 거칠음과 섬세함이 동시에 존재하는 느낌이랄까. 사운드들 사이의 조화 면에서도, 트랙 간의 차이라는 지점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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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rious Five] / [너희가 재앙을 만날 때에 내가 웃을 것이며 너희에게 두려움이 임할 때에 내가 비웃으리라 (잠언 1:26)] / [*뱅쿠오: 오늘밤 비가 내릴 모양이구나. / *첫번째 암살자: 운명을 받아 들여라]

 

이렇게 [Furious Five]에서 보여준 연주만으로도 불싸조의 음악은 충분히 멋졌다. 하지만 바로 다음 해인 2006년, 국내 포스트록의 첫 정점에 나온 2집 [너희가 재앙을 만날 때에 내가 웃을 것이며 너희에게 두려움이 임할 때에 내가 비웃으리라 (잠언 1:26)] (이하 [잠언])은 한 단계 더 나아간 시도를 하게 되고, 불싸조의 음악을 ‘(기묘한) 포스트록’의 영역에 위치시킨다. 첫 곡 “Born To Fuck (#1)”을 들으면 슈게이징과 개러지를 오가며 전처럼 찰랑거리는 듯 뭉개지는 기타 리프가 들린다. 그리고 곧바로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와 지직거리는 효과음. 직후 바로 사정없이 신나게 잼을 시작하는 “Fuck To Fuck (#2)”에서 불싸조의 연주에 뭐가 더해졌는지 알 수 있다. “Too Big To Fuck (#3)”까지의 Fuck 3부작을 끝까지 들으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이, 샘플링이다.

아니, 샘플링이라니. 힙합에서 비트 만들 때 주로 쓰고 저작권 등록 등등에 잘못 얽히면 표절 시비와 더불어 ‘샘플링이 과연 음악인가?’하는 해묵은 논쟁으로 청자들 사이에 불화를 부른다는 그 샘플링? 이라는 질문이 든다면, 그 샘플링이 맞다. 불싸조는 2집부터 고전 한국 영화에서 따왔을 예스러운 대사들을 채집해서 연주 위에 고명 뿌리듯이 늘어놓는다. 그리고 놀랍게 그 샘플링은 잼 형식의 연주에도 잘 맞으며, 오히려 “섹시한가 – 벌써 썅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야~ 고거 감칠맛 나게 소리 잘 한다’처럼 기묘한 여운 또한 남긴다. 실로 [잠언]의 첫 세 트랙을 담당하는 Fuck 삼부작만 들어도 이러한 음성 샘플링이 불싸조만의 연주/음악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샘플링은 음반의 이곳저곳에서 씬 스틸러처럼 이리저리 등장하며 그 ‘감칠맛’을 톡톡히 낸다. 그러나 아쉽게도 [잠언]에서의 샘플링은 이렇게 몇몇의 곡들에 정확한 의미나 발음없이 흥얼거리는 가사와 더불어 제 2의 가사처럼 얹히거나 “Public Motherfucker #1”같은 충격과 공포의 곡을 만드는 것 외에는 별로 쓰이지 않는다. 샘플링이라는 양념이 고막을 먼저 캐치하긴 하지만, 전보다 더욱 더 업그레이드된 불싸조의 연주 또한 [잠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슈게이징과 개러지 록을 넘나들며 ‘달리는’ 잼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잠언]에는 더 잘게 쪼개진 박자와 귀에 쏙쏙 박히는 훅 등 노이즈 팝 특유의 요소가 전작보다 대폭 강화되었다. 물론 거친 동시에 밝고 가벼운 섬세함을 유지하는 불싸조의 송라이팅은 여전하다. 곧 [잠언]은 샘플링을 더욱 더 향상된 연주에 슬쩍 얹으면서 불싸조 음악에 플러스 알파를 더해준다.

그리고 그 이후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난 2011년에는 ‘카세트테이프-온리’로 3집 [뱅쿠오 : 오늘밤 비가 내릴 모양이구나 / 첫번째 암살자 : 운명을 받아들여라] (이하 [뱅쿠오])가 나온다. 지난 음반명을 성경에서 따 온 것처럼, 이번엔 희곡 <맥베스>의 대사에서 음반 이름이 정해졌다. [뱅쿠오]는 [Furious Five]나 [잠언]과는 조금 더 달라진 불싸조를 담았다. 아예 시작부터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느니, 너희는 서로 사랑하라’라는 의미심장한 샘플링을 들려준 다음 훨씬 더 폭발적인 연주로 음반을 열어젖히며 4~5년 전과는 또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실로 이때부터 불싸조는 슈게이징과 개러지 록을 섞은 1집과 그 에너지 넘치는 잼에 샘플링을 얹은 2집을 적절히 합쳐내어 진행한다. 당장에 위의 샘플링으로 시작한 “Teenage Love”는 불싸조스러운 연주를 잇다가 템포를 늦추면서 비장미를 전달하기도 한다. 더 이상 느긋하고 가볍게 주욱 연주하는 게 아니다. “연변 잭슨”은 행진곡 풍의 리듬을 통해 거칠고 빠르게 진행하며, “너도 가끔 사람을 저주한 것을 네 마음이 아느니라 (전도서 7:22)”는 샘플링을 중간에 넣으며 날뛴다. “80’s Love Groove (Flow Of Century)”는 제목처럼 은근한 그루브감을 탄다. 그리고 “사도세자의 편지”는 여태까지의 불싸조 음악을 일반적인 포스트록적 구조로 구현했을 때 어떤 모습이 되는지에 대한 단면을 보여준다. 잔잔한 연주에 얹힌 샘플링에서 시작해 폭발적으로 후반부를 뒤집는 “지옥에서 온 농부”도 비슷하다. 이렇듯 [뱅쿠오]는 [Furious Five]에서 보여준 불싸조만의 연주와 [잠언]에서 보여준 샘플링의 도입을 5년 동안이나 연마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가만히 앉아 들으며 즐기기에도 좋고, 몸을 까딱까딱하며 즐기기에도 좋다. 기타, 베이스, 드럼, 샘플링 모든 요소들에 담긴 거친 세심함이 (비록 모순적인 표현이지만) 더욱 강해졌다. 그에 맞춰 샘플링 또한 단지 고명 같은 위치에서 벗어나 당당히 불싸조의 음악을 구성하는 요소로써 제대로 이용되어 가장 적절한 순간에 튀어나오며 연주에 박차를 가하거나 심히 유머러스한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분위기를 내는 등 더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곧 [뱅쿠오]는 불싸조가 도입한 샘플링을 더욱 적극적으로 그들의 음악과 합쳐 그들만의 포스트록과 음악의 완성된 한 형태를 들려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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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우 감독의 <나쁜 영화>를 편집한 “Why Hip Hop Still Sucks in ’16″의 뮤직비디오

 

그리고 5~6년이 훌쩍 지난 2016년, 불싸조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카세트테이프로 4집 [한(국힙)합]을 냈다. 재밌는 건 각종 홍보 문구나 정보부터 공연 컨셉, 음악 자체까지 모든 것이 ‘90년대 한국 힙합’이라는 큰 테마와 연계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음반이 나온 지 한 달이 되어가는 지금 생각해보면 [한(국힙)합]은 10년이 넘게 이어진 불싸조 음악에 있어서 그 원천으로 돌아가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2집부터 햇수로 10년 동안. 불싸조는 힙합의 어법이었던 샘플링을 그들만의 서정적이고 가벼운 노이즈 연주에 담아내며 특유의 스타일을 만들었다. [뱅쿠오]는 그 스타일이 지금까지는 최대로 발현된 음반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에 비해 [한(국힙)합]은 [잠언] 때처럼 다시 고명으로 얹듯이 샘플링을 가져온다. 연주 또한 그 때와 [Furious Five]까지 포함하는 10년 전의 연주, 그러니까 [뱅쿠오]에서의 훨씬 더 넓은 장르와 느낌을 포괄하는 연주가 아니라 가장 초기의 불싸조가 들려준 개러지한 슈게이징 비슷한 스타일로 돌아왔다. 선공개곡이기도 한 “Why Hip Hop Still Sucks in ‘16”은 [뱅쿠오]에서의 장엄하고 스산한 느낌의 트랙들에 비하면 비해 무척이나 소박하고 통통 튀는 곡이며, [한(국힙)합]에 실린 다른 곡들도 조금 속도감이 붙거나 더욱 밀도 있는 연주를 들려주긴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10년 전처럼 서정적이고 가볍다. 샘플링 또한 “18 1/2 (for Skateboarding)” 등의 곡에서처럼 음악의 감칠맛을 살리는 10년 전의 역할로 돌아왔고 말이다. 세 음반에 걸쳐 기존 요소에 새로운 요소를 더하고 각 요소들을 합친 불싸조가 다시금 원래의 그 모습으로 돌아온 것엔 분명 뭔가가 있을 것이다.

음반 전체를 관통하는 90년대 한국 힙합이라는 컨셉에서 어쩌면 그 ‘뭔가’의 일부 정도는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어쩌면 불싸조 음악에 있어서 오랜 떡밥인 샘플링과도 엮을 수 있을 것이다. 불싸조는 그들만의 포스트록과 힙합의 주된 어법인 샘플링을 탁월하게 엮을 수 있다는 걸 들려줬다. 음반은 그 샘플링을 통해 여러 겹으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 일단 옛날 영상에서 따오는 샘플링이란 방법 자체부터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시도일 것이다. 고전 영화에서 따오던 전과는 다르게 [한(국힙)합]은 이곳저곳에 한국 힙합에 대한 다큐멘터리 음성을 훨씬 많이 샘플링했고, 주로 90년대를 통과하는 한국 힙합 음악인들의 힙합 정신과 그에 대한 코멘트, 인터뷰 내용을 담았다. 이 지점에서 [한(국힙)합]은 어쩌면 불싸조만의 ‘골든 에라’를 재현하며 밴드 스스로가 지난 시간을 되살리고 헌정하는 음반이라는 생각이 든다. 음악만 따지고 보자면 [한(국힙)합]은 거칠고 서정적인 개러지-슈게이징 연주에 샘플링을 감칠맛 나게 얹은 [잠언]을 10년 후에 맞게 좀 더 깔끔히 가져온 정도다. 하지만 두 음반과 두 시간의 중심이 되는 샘플링은 하나의 매개가 되어 10년의 간극을 잇기 시작한다. 3장의 음반을 내며 그들은 이 땅에서 유일무이한 힙합 정신을 이어왔다- 는 등의 이야기가 담긴 초반의 샘플링 겸 나레이션은 꽤나 메타적이고 자전적으로 들리며 이후에 나오는 한국 힙합 관련 샘플링들도, 심지어 작은 고추가 맵다거나 진실을 보여 달라 운운하는 일반적인 고전 영화 샘플링도 그러한 맥락에 닿는다. [잠언]처럼 샘플링을 단지 고명처럼 쓰는 게 아니라 오히려 [뱅쿠오]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샘플링을 이용해 음반 자체의 주제를 담아낸 것이다. 이렇게 ‘한국 힙합’은 [한(국힙)합]에서 불싸조의 음악에 대한 하나의 거대한 비유가 된다. 그리고 샘플링은 그 비유와 비유의 대상을 훌륭하게 잇는 연결고리가 된다. 불싸조의 특징인 샘플링을 더한 포스트록에 연관점이 있는 것 같기도, 없는 것 같기도 한 한국 힙합을 거대한 컨셉으로 삼으며 불싸조는 다시 샘플링에서 나오듯이 ‘오직 음악만으로 평가받겠다’는 원초적인 정신을 담아낸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힙)합]은 불싸조만가 10년이 넘게 이어온 ‘비타협적인’ 태도와 슈게이징, 개러지록, 샘플링을 잔뜩 섞은 기묘한 포스트록을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어가고 있으며, 이어갈 것이라는 선언을 담은 음반이다.

 

 

이렇게 불싸조는 비슷한 듯 서로 다른 음반과 테이프들을 발매해왔다. [Furious Five]의 거칠고 세심한 연주 위에 힙합의 어법인 샘플링이 듣기 좋게 얹혀 [잠언]을 만든다. [뱅쿠오]에서는 그 모든 것이 향상되고 다양해진 연주와 그에 맞춘 샘플링의 깊은 적용으로 훨씬 더 완벽해진 다음, [한(국힙)합]에서는 ‘힙합’이라는 주제와 함께 과거와 현재를 이으면서 미래를 바라본다. 이러한 긴 여정에서 힙합만의 어법인 샘플링을 록, 그것도 에너지 넘치는 노이즈 팝에 제대로 이용했다는 점이 바로 ‘힙합 정신’과 기묘한 센스에 담긴 불싸조만의 매력일 것이다.

여태까지의 국내 포스트록/슈게이징 밴드는 여러모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해왔다. 하지만 불싸조는 매우 좋은 의미에서 마이웨이고, 독고다이다. 처음에는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지만 막상 속을 뜯어보면 농담과 서정, 연주와 샘플링, 개러지 록과 포스트록, 다양한 요소들이 제대로 균형 잡아 그들만의 넓은 영역에서 자유롭게 뻗어나가는 음악이다. 보기에는 엉성해도, 농담 같거나 키치적이어도, 불싸조는 불사조 같은 음악을 한다. 그 작은 고추 같은 음악이 10년 넘게 지난 올해, 불싸조는 다시 그들이 태어난 재로 돌아가 새로운 날개를 펼치며 ‘이것이 생음악이다!’라고 소리치고, 또 다시 기묘한 제목들과 카세트테이프와 샘플링과 포스트록의 세계로 날아갔다. 그들의 남은 이야기는, 다음 카세트테이프에서 계속… | 나원영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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