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i4rbjpimboi3m2016년 11월 상반기 쇼트리스트는 강이채, 곽푸른하늘, ABTB, 시크릿 아시안 맨, 실리카겔, 이상의 날개, 구텐버즈, 그림자 공동체, 바버렛츠, 샤이니, 박재범, 크러쉬, 팔로알토, 스윙스 앨범에 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강이채 (Echae Kang) | Radical Paradise | 프라이빗커브, 201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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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철: 한 사람의 취향을 그러모은 음반이다. [Radical Paradise]는 바이올린과 가창을 중심으로 전자음악, 록, 집시 음악까지 끌어안는다. 당장 귀를 끄는 건 전면에 나선 신시사이저다. 신시사이저는 타이틀 곡 “Radical Paradise”처럼 바이올린과 맞물려 폭발하기도 하고 “Will The Moon”처럼 음량이 작은 피치카토 주법을 은근하게 받쳐주기도 한다. 반면 “성냥”은 피치카토 주법에 기타와 드럼을 더해 이채언루트 때부터 선보인 록 사운드를 재현한다. 고상지, Mathias Minquet과 함께한 “Gyp”과 “Now I See”는 집시풍의 화려한 솔로를 선보이며 음반의 중반부를 압도적으로 메운다.
담은 장르가 많으니 혼탁해질 법도 한데, 이 음반을 한 장으로 묶어내는 일관성이 있다. 음반을 감싸는 스산하고 낯선 정서다. 웃음소리를 섬뜩하게 섞은 “When memories are posion”의 내레이션, 단호한 가창으로 타버린 숲과 얼굴 잃은 사람을 노래하는 “Radical Paradise”, 연인에게 ‘도망쳐 숨어야 한다’고 노래하는 “Terminal”에서 점점 난폭해지는 신스 아르페지오까지, 강이채는 자칫 불편할 감정들을 끝까지 밀어붙여 자기만의 화법을 확보한다. 타협하지 않음으로써 자기만의 자리를 얻는다. 급진적인 낙원이라는 제목을 그렇게 이해한다. 8/10

나원영: 작년 [Madeline EP]에서 들려준 신선함은 [Radical Paradise]에서도 유효하다. 오히려 더욱 더 나아졌다. 이채언루트가 록적인 성향을 더한 팝이라면 [Radical Paradise]는 바이올린을 중심 악기 삼아 싱어송라이팅을 재즈와 집시 음악을 팝과 합친 사운드를 들려준다. 그러면서도 거의 모든 곡에 적극적으로 전자음을 넣거나 록 성향의 곡도 넣으며 이미 신선한 분위기를 더욱 독보적으로 꾸며낸다. 이렇게 장르적으로도, 악기적으로도 다양한 요소들을 끌어왔지만 [Radical Paradise]는 전혀 난잡해지 않는다. 오히려 이 모든 요소들을 철저하고 정교하게 꾸며진다. 이것이 강이채의 힘일 것이다. 음반에 전체적으로 깔린 분위기도 여기에 일조하는데, 강이채는 음반을 여는 “The Violin”에서부터 자신이 바이올린과 만나게 된 이야기를 내레이션으로 들려주고 그 뒤로 연주를 깔며 단순간에 효과적으로 차가우면서도 열정적인 음반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올해 들어본 최고의 오프닝 곡이다. 이런 분위기는 [Radical Paradise]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지며 긴장을 놓지 않고, 강이채는 이 속에서 그의 모든 역량을 자유롭게 풀어낸다. “Gyp”에서 “Now I See”로 이어지는 집시 음악과 록의 훌륭한 조합이 음반의 멋진 하이브리드함을 대표할 것이다. 바이올린과 기타, 반도네온의 앙상블이 조용히 시작되어 모두 함께 집시 음악과 록을 섞어내며 현란하게 치닫는 연주곡으로 무척이나 감각적으로 전개되는 동시에 분위기에 맞춰 적절히 절제되었고, 팝 성향 음반의 정중앙에 과감히 배치되었지만 음반의 전체적인 구성과 긴장감은 여전히 건재하다. 이렇게 시작부터 끝까지 오직 강이채로 채워진 [Radical Paradise]는 국내 팝에서는 전혀 들을 수 없었던 소리를 가장 과감하고 래디컬하게, 독보적이고 자유롭게 들려준다. 진정한 의미에서 국내 인디 팝의 힘을 들려주는 음반이다. 9/10

 

 

곽푸른하늘 | 어제의 소설 | 씨티알 사운드, 2016.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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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원: 너에게 읽히기 부끄러운 ‘나’란 소설, 생각없이 ‘우리 집이라고 불렸던’ 곳을 찾고 후회하는 ‘나’, 하고 싶은 것이 많지만 한 줄도 쓰지 않은 ‘나’. [어제의 소설]에서 곽푸른하늘은 ‘나’에 대해 계속해서 풀어놓는다. 그 모습은 부끄러움, 후회, 무력함 등의 부정적인 수식어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러한 ‘나’는 그 부정적인 감정 속에서 침잠하기보단, 작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오늘은 너를 보러 가는 게 아니야’, ‘멀리 있지 말고 가까이’, ‘이래도 좋아 저래도 좋아’라고 타자를 향해 이야기를 거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한층 차분하고 정제된 보컬과 사운드메이킹을 통해 병렬된 ‘나’의 이야기와 ‘너’에 대한 말은, [어제의 소설]이 과거에 갇히지 않고 과거에 대한 성찰을 통해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증명한다. ‘텅 빈 가방을 움켜쥐고 /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요’ (“한 줄도 쓰지 않았어요”)라는 앨범의 마지막 노랫말은, 그래서 진정으로 묵직한 힘을 가진다. 4년만에 나온 두 번째 정규작에서 곽푸른하늘이 ‘전진’하고 있다는 건 명백하다.
그 ‘전진’이 가끔씩 필요 이상으로 깔끔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서 개인적인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는 니가 필요해”에서의 기교적인 보컬은 아름다움 못지 않게 밸런스를 해치며, EP [밤안개] 버전의 “읽히지 않는 책”이나 “애정 없는 장난”의 로파이한 접근을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있는 듯 없는 듯”이나 “그래, 나 어설프다” 같은 데뷔작의 (상대적으로) 직접적이고 거침없는 감성의 트랙이 부재한 것 또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그런 소소한 불만조차 ‘전진에 따른 변화’라고 납득시킨다는 것이 [어제의 소설]의 전진이 지닌 가장 큰 힘일 것이다. 더불어, “열꽃”이나 “이래도 좋아 저래도 좋아” 같은 트랙에서 느껴지는 – 기존의 곽푸른하늘에게서 찾아볼 수 없었던 – 기분좋고 유려한 들뜸이 곽푸른하늘의 ‘전진한 내일’을 한층 더 기대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에 대한 성찰과 현재를 나아가려는 의지, 그리고 미래를 엿보게 하는 비전이 모두 담긴 포크 앨범. 8/10

 

 

ABTB | Attraction Between Two Bodies | 석기시대, 201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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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영: 음반 커버에 그려진 것처럼 서로에게 쾌속으로 돌진하는 두 차가 시원하고 강력하게 처박히는 게 이들의 음악이다. (차 안에는 사람이 없다고 치자) 블루스 록, 싸이키델릭 록, 그런지, 펑크, 일렉트로닉 팝 등 서로 다른 스타일의 밴드에서 연륜을 쌓은 이들이 모여 만든 ABTB는 드디어 나온 데뷔 음반 [Attraction Between Two Bodies]로 80년대 클래식 헤비메탈과 하드 록부터 90년대 그런지와 얼터너티브 메탈, 00년대의 개러지 록까지 관통하는 훌륭한 ‘록’을 들려준다. 그렇다. ABTB는 어떤 수식어 없이 ‘록’이라고 부른 게 제일 적절할 것이다. 이 훌륭한 록은 당연히 온갖 기술적인 측면, 곧 밴드의 합 덕분이다. 리듬 파트의 강대희(드럼)과 장혁조(베이스)는 온갖 방식으로 리듬감을 쪼개며 빈틈없이 기틀을 깐다. 그 위로 곽민혁(기타), 황린(기타)의 투기타가 서로 잡아먹을 듯이 달려들며 날카롭고 강렬한 리프를 들려준다. 이 탄탄한 연주 위로 일찌감치 국내 록에서 가장 독보적인 보컬을 자랑한 박근홍이 마침표를 찍는다. 모든 소리들이 거를 곡 없이 하나의 거대한 합으로 얽혀져 달려가고, 그 흥이 모조리 음반에 꽉꽉 눌러 담겨 있다. 그렇기에 ABTB는 훌륭한 드림팀, 슈퍼 밴드이자 밴드판 어벤저스고 오션스 일레븐이다. 이 훌륭함을 바탕으로 밴드는 넓디넓은 ‘록’ 안에서 수많은 장르적인 변주를 들려주지만, 여전히 그들의 중심을 놓치지는 않는다. “Zeppelin”처럼 대놓고 레퍼런스를 들려주는 블루스 록으로 시작해 “ESC”나 “국면전환”처럼 80년대의 클래식 헤비메탈/하드 록의 속도감을 담아내고, “국면전환”이나 “Love of My Life”처럼 그런지 사운드를 들려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 더하거나 뺄 것 없이 완벽한 합의 연주와 이를 통해 들려주는 확실한 개성과 다양한 장르적 변주는 급기야 “시대정신”을 멋지게 담으며 주제적인 측면에서도 탄탄한 완성도를 가진다. 이렇게 ABTB는 음악적 완성도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힘에 시대에 대한 강렬한 분노를 얹어 수많은 록 팬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끌어들인다. 그 누구도 이 만류인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9/10

 

 

시크릿 아시안 맨 (Secret Asian Men) | Secrets Beyond The Room | 일렉트릭 뮤즈, 201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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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영: 곡 제목처럼 시크릿 아시안 맨과 [Secrets Beyond The Room]은 “1987”년을 향해있다. 8090의 인디 록을 직속 선배로 삼으며 밴드는 과거를 현재에 되살린다. 기타 리프는 찰랑거리며 넘실대지만 어느 순간에는 몽환적인 소리를 자글자글 쌓아 기분 좋은 노이즈를 들려준다. 그에 맞춰 보컬도 무성의한 듯 나른한 목소리로 몽환적인 색채를 더한다. 기타 노이즈와 보컬을 큰 줄기로 삼아 밴드는 8090 인디 록이라는 큰 범주 안에서 “Tonight”같이 나른하고 꽉 찬 인디 노이즈 팝부터 재빠른 로큰롤을 들려주는 “Further of Us”까지 그들이 들려줄 수 있는 것을 자유롭게 들려준다. 모든 곡마다 서로 다른 기타 리프가 살아있고, 그에 맞춰서 음악에 담긴 시간동안 과거에서 현재로 천천히 돌아온다.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재창조에 가까운 사운드를 들려주는 건 역시 시대를 정확하게 겨냥한 멤버들의 굳건한 태도 덕일 것이다. (이 정도가 되면 일종의 덕업일치가 아닐까) 이렇게 시크릿 아시안 맨은 단순한 ‘레트로-마니아’에 머무르지 않고 그들만의 8090 인디 록을 직접 재창조해 또 다른 시간대를 만든다. 올해에는 빅베이비드라이버트리오나 더 블랙 언더그라운드처럼 인디 록의 감성과 연주를 훌륭하게 되살리는 밴드가 몇몇 있었는데, 시대와 음악을 향한 무한한 덕심과 함께 스스로도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이 리스트에 시크릿 아시안 맨도 들어갈 것이다. 8/10

 

 

실리카겔 | 실리카겔 | 붕가붕가레코드, 201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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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영: 작년의 EP [새삼스레 들이켜 본 무중력 사슴의 다섯가지 시각 EP]에서부터 실리카겔은 수많은 장르들을 재조립하는 것을 주된 무기로 삼았다. 일렉트로닉, 신스 팝, 드림 팝, 포스트 펑크, 개러지 록, 노이즈 록, 슈게이징, 포스트 록까지. 솔직히 어떻게 장르를 가져다붙여도 잘 맞을 것이다. 올해 초 나온 “두 개의 달”에서도 중독성 있는 그루브로 댄서블함을 담은 드림 팝으로 기대치를 높이 올려놓으니까. 하지만 데뷔 앨범 [실리카겔]은 그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아쉬운 지점들이 분명 있다.
일단, 가장 만족스러운 건 역시 실리카겔을 가장 실리카겔답게 만드는 장르의 재조립이다. 특히 드림 팝과 강한 노이즈를 중심으로 한 EP에 비해 개러지 록과 댄서블한 전자음악으로 무장한 정규 1집은 그에 맞게 타이틀곡인 “모두 그래”나 “9”에서 실리카겔의 다른 면을 보여준다. 또한 EP보다 신스와 전자음의 비율을 훨씬 더 늘리며 밴드의 다른 지점들을 많이 들려준다. “ORANGE”나 “강”을 그 예시로 들 수 있을 것이다. “sister”과 “hrm”를 재편곡해 담으며 EP의 진한 노이즈 록과 정규 음반의 진한 신스를 합치기도 한다. 록 적인 성향보다 전자음악의 성향을 훨씬 더 올린 편곡에서 세부 장르의 팬들이 아쉬워할 수도 있겠지만, EP와 또 다른 밴드의 다양한 모습을 들려주는 것에 있어서는 나쁠 것이 없다. 하지만 지금 이야기한 부분에서 바로 아쉬운 점들이 나온다. 수많은 장르를 오가느라 이 모든 재창조의 과정이 성기게 마무리된 느낌이 있다는 것이다. 짧지만 모든 곡이 개별적으로 뛰어난 동시에 구성적이거나 장르적으로도 한 곡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진 EP에 비해 [실리카겔]은 각 곡들이 서로와 맞아떨어지지 않고 엉성하게 모인 느낌을 주며 곡과 곡 사이의 성긴 전환이 음반이 조금은 난잡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무척이나 탄탄하게 이어지는 EP에 비하면 확실히 치명적인 단점일 것이다. 이렇게 [실리카겔]은 밴드가 가진 가능성과 한계가 함께 드러나는 음반이지만, 이들의 넓은 세계는 아직 시작하고 있을 뿐이다. 벌써부터 희망을 버리는 건 너무 비관적이다. 7/10

 

 

이상의 날개 | 의식의 흐름 | 석기시대, 201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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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영: 신기하게도 국내의 기타 중심 포스트록 씬에서 희망적이거나 밝은 정서를 지닌 레코딩은 의외로 적은 편이다. 갓스피드 유! 블랙 엠퍼러(Godspeed You! Black Emperor) 류보다는 익스플로전 인 더 스카이(Explosions In The Sky)나 모노(Mono), 해먹(Hammock), 카스피안(Caspian)에 가까운 포스트록을 생각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밝고 넓은 정서를 들려주는 포스트록 밴드들이 차차 늘고 있으며, 무척 훌륭한 음반도 등장한다. 작년에는 해일의 [소실점]이 그랬다면, 올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건 당연히 이상의 날개의 [의식의 흐름]이다. 음반에는 8~90년대와는 확실히 다른 ‘모던’ 포스트록의 (포스트록에 ‘모던’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전형적인 클리셰들, 장엄한 아르페지오, 웅장한 공간감, 감정적인 전개 등이 가득 담겨있다. 이 포스트록에서 전형적인 요소들을 남용하면 음반이나 곡의 흐름이 지나치게 예상 가능해지고 심심해진다. 하지만 이상의 날개는 이 전형적인 요소들로 교과서다운 포스트록을 선보이면서도 지루할 틈 없이 1시간 반이라는 긴 시간을 채운다. 우선 모든 곡들이 아르페지오, 기승전결, 하강과 상승, 응축-폭발, 뭐라 부르던 간에 포스트록의 기본적인 전개를 따른다. 11곡의 노래들은 모두 이런 전개를 띄지만, 곡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전개를 변주하며 비슷하면서도 각자만의 완결성을 띈다. “신세계”에서의 강렬한 기타 리프나 “상실의 시대”같은 곡에서 전면적으로 나오는 보컬처럼 말이다. 이 전개 속에는 당연히 예상 가능한 순간들이 있으나, 각 전개를 다르게 변주하며 그 순간들을 기꺼이 즐길 수 있게 하며 오히려 알면서도 충격을 받게도 한다. 이것이 곧 [의식의 흐름]이 긴장을 늦추지 않고 나아가는 동력일 것이다.
음반의 또 다른 동력은 압도적으로 광활한 서정성에 있다. ‘칸트가 말하는 숭고’ 어쩌구 같은 걸 가져오는 건 솔직히 심할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이런 형식의 포스트록이 청자에게 웅장한 감동을 가져오지 못하는 것도 이상할 것이다. 이상의 날개도 마찬가지로 넓고 강렬한 사운드에 조금만 익숙해지면 누구나 편안히 따라갈 수 있는 멜로디를 집어넣으며 웅장한 서정성을 극대화한다. 이 서정 속에는 상실의 아픔부터 망각하는 세상에 대한 절규, 닿을 수 없는 곳으로 가고픈 바람, 미래에 대한 희망까지의 수많은 감정들이 포스트록에 맞춰 무척이나 격정적으로 담겼다. 이런 걸 전체적으로 따져보면, 이상의 날개는 포스트록이라는 장르를 가장 제대로 이해하고, 그 철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전형적인 전개를 다양하게 변주하며 포스트록을 잘 알던 못 알던 모두에게 웅장한 서사와 서정적인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음악을 들려준다. [의식의 흐름]이 그 뜨거운 증명이다. 9.5/10

 

 

구텐버즈 | Things What May Happen In Your Planet | 쿨럭 뮤직, 201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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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영: 먼 길을 돌아 여기까지 왔다. [팔랑귀 EP]의 강렬한 개러지 록, [Reticent X]의 포스트록 같은 인스투르멘탈 록을 지나고, 잠시 나는 모호/호와 호가 들려주는 새로운 느낌의 포크를 지나 구텐버즈가 정규 1집 [Things What May Happen In Your Planet]를 냈다. 긴 시간과 다양한 장르를 거친 만큼 그들이 걸작에 닿은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할 것이다. 우선 전의 행보를 놓고 보자면 음반은 [팔랑귀]의 강렬한 개러지 록보다는 [Reticent X]의 절제된 열정에 더욱 가깝다. 그 때의 변화를 계속 이어가고 발전시켰다는 점이 무척이나 반갑게 느껴졌는데, 밴드로써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모호의 보컬 없이도 오직 연주만으로 ‘구텐버즈스러움’을 들려줄 수 있다는 걸 증명했기 때문이다. 이에 힘입어 [Things What May Happen In Your Planet]는 한 쪽에 모호의 보컬을, 다른 한 쪽에 모호의 기타와 서현의 베이스와 무이의 드럼을 두며 균형을 확실히 잡는다. 자연스럽게 연주가 중요해진다. 이런 연주의 큰 비중은 비단 여러 연주곡뿐만 아니라 “가나다 별곡”이나 “Sailing Out”의 변칙적인 리듬 변화에서도 확연히 느껴진다. 이렇게 구텐버즈는 “I’ll Have Nothing”으로 대표될 강렬한 개러지 리프를 넘어 여전히 밴드 특유의 부글거리는 감각을 담으면서도 무게감까지 담아낸다.
아마 [Things What May Happen In Your Planet]의 주된 정서가 가라앉은 분위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음반에는 그 무겁게 부글거리는 감성들이 가득 담겨있는데, 어떤 불안과 절망의 정서가 기조를 강하게 잡고 있고, 이 정서는 이별을 원인으로 둔다. 누군가를 잃는 상황을 ‘가나다’에 맞춰 부르는 “가나다 별곡”이나 (솔직히 말하자면 장기하와 얼굴들의 시도보다 더욱 낫다) ‘이 계절의 절망과 서러운 바람이 부는 이-별의 시간’을 이야기하는 “다를 나를 만나는 날”같은 곡이 이를 잘 드러낸다. 이 ‘이별’은 곧 수많은 의미와 정서로 확장하며 필연적으로 불안과 절망의 시대에 닿는다. 사실 줄리아 드림의 [불안의 세계]나 전범선과 양반들의 [혁명가]로 대표될 올해의 여러 록 음반들에 공통적으로 이런 시대적인 불안과 절망적인 인식이 보이는데, 구텐버즈 또한 이들처럼 ‘당신의 행성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일’과 그 정서들을 담은 것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구텐버즈는 더욱 강화된 연주와 불안과 절망의 이야기를 합쳐내 장르적으로도 그들의 무겁게 부글거리는 세계를 넓힌다. [Reticent X]에 수록된 연주곡들을 다시금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해 “가나다 별곡”이나 “다를 나를 만나는 날”처럼 한국적인 요소를 가져와 그들만의 무겁고 차분한 개러지 록을 들려주고, “Readiness”에서 이어지는 “Sailing Out”이 음반의 중앙에서 무려 10분 동안이나 훌륭한 연주와 꽉 찬 사운드와 무겁지만 뜨거운 정서를 들려준다. [Things What May Happen In Your Planet]는 이렇게 밴드의 음악적인 발전과 개성, 음반의 탄탄한 구성, 모든 걸 담는 주제와 정서까지 정교하게 맞아떨어진다. 구텐버즈는 짙은 붉은 색으로 음반을 그리며 음악적인 만족감과 사회적인 메시지를 능숙하게 전해주고 마침내 ‘완벽한 어둠의 터널을 지나 / 다를 나를 만나는 날’이라는 마지막 가사로 작게 빛나는 희망을 가져다준다. 완벽한 어둠을 지나가는 지금, ‘당신의 행성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 이제 희망일 것이라는 걸 넌지시 알려주는 것일까? 9.5/10

 

 

그림자 공동체 | 거울의 숲 EP | Self-released, 201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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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영: 작년을 달군 공중도덕이 대체 누구인지 짐작하기 애매했던 것처럼, 어느 순간 나타난 그림자 공동체가 소문처럼 정말로 공중도덕의 새로운 이름일지는 역시 모르는 것이다. ‘4개의 느리고 꽤 조용한 곡’이라 쓰인 설명이 아마 그들의 음악에 가장 맞는 말일 것이다. 두 개의 보컬이 소리를 쌓아가 기묘한 멜로디의 화음을 만들고, 테레민부터 만돌린이나 현악까지 각종 소리들이 떠오르게 하는 노이즈가 이 화음 사이에 들어오며 빈 공간을 채운다. 이 모든 소리들은 부단히 양쪽 귀롤 오가고, 멜로디와 박자는 어떠한 틀과 규칙 없이 쉴 새 없이 낯설고 다양한 순간들을 들려준다. 만약에 소문이 사실이라고 가정하자면 [거울의 숲]은 [공중도덕]에서 폭발하는 노이즈가 더 적은 순간을 끌어와 확장한 음반이다. 조금 더 명료하게 들리는 여성 보컬과 그 밑에서 여전히 웅얼대며 확실한 화음을 만드는 남성 보컬, 느린 페이스로 다듬어졌어도 쉴 새 없이 변주되는 리듬, 음반에서 가장 빛나는 “차라리 꿈이었다면”이 들려주는 은근히 따스한 멜로디 등 전작과 은근히 비슷하면서도 색다른 지점이 들린다. 결국 [공중도덕]이 준 신선한 감응, 얕고 흐리게 깔린 안개가 들려주는 노래 같은 감응은 [거울의 숲]에서도 이어진다고 본다. 만약에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공중도덕]으로 마무리될 것만 같았던 신선함을 갑자기 나타난 이 공동체가 다시 되살렸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이 기분 좋고 신선한 음모론이 진짜라고 믿고 싶다. 이들이 전혀 별개의 뮤지션이라면 그림자 공동체와 [거울의 숲]은 [공중도덕]에 한도 초과할 정도로 너무 많은 빚을 진 셈이니까. 8.5/10

 

 

바버렛츠 | The Barberettes | EggPlant, 201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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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영: 전작 [바버렛츠 소곡집 #1]이 50~60년대 미국 걸그룹 사운드와 국내의 ‘시스터즈’ 사운드를 현재에 되살리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를 기반으로 삼아 음악 세계를 더욱 확장한 음반이 [The Barberettes]일 것이다. 음반은 전작처럼 세 멤버의 자연스러운 화음을 통해 분위기를 쌓는 게 아니라 각 보컬에 더 주안점을 두었다. 이런 변화에 맞춰 장르 또한 화음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50년대풍 두왑이 아니라 보컬적인 역량이 두드러지는 60년대식 알앤비/소울, 아니면 재지한 팝 등의 요소를 대폭 가져오며 자연스럽게 대중성을 더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음반은 조금 더 넓은 장르에 걸쳐 있고, 1집을 통해 입덕하게 된 팬들을 자연스럽게 새로운 변화로 이끌면서도 바버렛츠를 몰랐던 사람들에게도 ‘바버렛츠표 종합 팝’을 선사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진다. 이번에도 큰 위치를 차지한 안신애의 재즈라는 확실한 기반 덕분이다. “가시내들”이나 “Mr.Sandman”의 커버처럼 장르적인 색이 확실한 곡이 적다는 게 아쉽지만, [바버렛츠 소곡집 #1]이 흑백풍 영화 같다면 [The Barberettes]는 컬러 영화처럼 훨씬 더 다채로운 색을 담아내며 더욱 깔끔해진 가시내들의 발랄한 화음을 우아하게 들려준다. 7/10

 

 

샤이니 (SHINee) | 1 of 1 | SM Entertainment, 201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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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철: 샤이니가 레트로라니. 티저를 봤을 땐 기대하면서도 염려했다. SM의 미감을 최전선에서 이끌어온 팀에게는 좀 뻔한 선택 같았다. 일상에 없는 달콤한 위안을 선물하려는 아이돌의 입장에선 좋았던 과거만큼 안전한 패도 드물다. 그러니 레트로라는 말만으론 부족하다. 관건은 (1) 어떤 레트로를 (2) 어떻게 제시하느냐는 것이고, [1 of 1]은 두 질문 모두에 성공적으로 답한다.
(1) 뉴 잭 스윙, 낙관적인 사랑 가사, 화려한 색감까지, 타이틀 곡 “1 of 1”에는 레트로에 기대하는 대부분이 담겼다. 그러나 샤이니는 이 시대만을 이리저리 변주하는 대신, 팝 역사의 여러 국면을 불러와 현재와 겹친다. 전작 “View”의 딥 하우스와도 이어지는 첫 곡 “Prism”은 투 스텝 위에 익숙한 샘플들을 얹었고, “Feel Good”은 분위기를 바꿔가며 여러 장르를 뒤섞는다. “U Need Me”는 오래된 브라스 밴드 사운드를 복잡하게 꼬아놓았고, “SHIFT”는 복고적인 신스 베이스가 ‘퓨처’라는 이름으로 되살아난 지금을 대변한다.
(2) 시대가 헷갈릴 무렵 음반은 다시 낙관 넘치는 보너스 트랙 “So Amazing”으로 문을 닫는다. 음반은 30분 남짓한 짧은 시간 안에 레트로의 여러 결을 압축하면서도 확실한 인상을 전한다. 그리고 빛과 색에 관한 은유들로 환상과 낙관의 세계관을 굳힌다. 포맷 면에서는 굳이 테이프란 매체를 고르고, 발라드 위주의 리패키지 음반 [1 and 1]에선 굳이 CD를 둘로 나눠 기획의 선명함을 지킨다. 샤이니를 각별하게 만드는 건 이런 태도다. 8/10

 

 

박재범 (Jay Park) | Everything You Wanted | AOMG, 201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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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아: 박재범은 뛰어난 R&B 보컬리스트 겸 래퍼다. 그는 이 앨범에서 한국어와 영어를 자연스럽게 오가는데, 어느 쪽도 어색하지 않게 소화하는 능력이 새삼 놀랍다. 또 이 앨범은 상당히 직관적으로 성적인 부분을 묘사하고 있다. 성적 묘사는 대체로 감각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이라, 박재범이 이를 위해 단어 하나하나 공을 들였다는 느낌이 든다. 한편 앨범 전반에 깔린 부드럽고 섹슈얼한 에너지 자체는 서구적인 정서에 가까운데, 유독 동양적인 박재범의 보이스가 그 위에 얹혀 한층 매력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하지만 복병은 앨범 타이틀이 [Everything You Wanted]임을 증명하는 어마어마한 트랙 숫자. 19개에 이르는 트랙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너무 많다고 느껴지고, 실제로도 집중이 쉽지 않다. 나눠서 들으면 될 일이긴 하나, 연결성을 찾으면서 박재범이 어필하는 감각적인 메시지에 응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지레 부담감이 들 수도 있겠다. 6.5/10

이선엽: 지난 정규 앨범 [WORLDWIDE]를 통해 박재범은 래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확립시키며 리스너들이 품고 있던 불신을 단숨에 잠재웠다. 이번 [Everything You Wanted]은 바로 그 반대편에 위치한 앨범이다. 그만큼 랩에서 보컬로 비중이 현저히 기울었으며, 프로덕션에도 소울풀하고 라디오 친화적인 요소가 한층 풍성하게 담겨졌다. 자연스러운 한영혼용은 물론, 로맨틱한 무드와 섹슈얼한 페르소나를 번갈아 차용하며 색채감 있는 흐름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전작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트랙수의 압박을 피할 수는 없다. 무려 (디럭스 에디션 기준) 19트랙에 달하는만큼 어느 정도의 피로감은 불가피하다. 동일 트랙의 한국어 버전과 영어 버전을 한 앨범에 수록시킨 부분은 많은 곡에 따른 피로감을 덜기도 하지만 더하기도 한다. 익히 공개되어 왔던 싱글컷들이 앨범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그렇기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진 못하지만 미처 알지 못 한 채 간과했던 트랙들을 재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Solo”, “사실은”, “곁에 있어주길”, “All I Wanna Do”). 양질의 앨범이라고 불리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전략적으로 파악하고 활용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아티스트임만큼은 제대로 입증해냈다. 7/10

 

 

크러쉬 (Crush) | wonderlust EP | 아메바컬쳐, 201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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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엽: 국내 알앤비 아티스트 중 본토의 스타일에 근접한 양질의 앨범을 꾸준히 다작해온 이가 크러쉬 외에 또 몇이나 될까? 팝적 요소와 알앤비의 뿌리 사이에서 적당한 균형을 맞춰 왔던 그에게 이번 [wanderlust EP]는 F/W 시즌을 세심하게 공략한 결과물이다. 건반과 재즈 기타 그리고 단순한 드럼이 뼈대를 이루는 악기 배치로 일관성과 유기성을 꾀한 덕분에 실제로도 짧은 러닝타임이 더욱 더 감질난다. 포근한 음색과 네오소울 풍 편곡은 시원시원하게 고음을 내지르던 기존 스타일과는 상반되는데, 새로 장만한 코트를 걸친듯 깔끔하고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특히 “어떻게 지내”는 가을이 지나고 겨울을 맞이할 준비 중인 우리가 요즘 가장 필요로 했던 스타일의 알앤비 넘버이다. 6.5/10

박희아: 시즌, 말 그대로 ‘가을’이라는 계절 정서가 뚜렷하게 들여다보이는 앨범이다. 크러쉬 본인이 ‘자기 이야기’를 담았다고 강조한 앨범이기도 한데, 그래서인지 앨범 전체적으로 흐릿해진 섹슈얼리즘을 대체한 자전적이고 소박한 정서가 매력적이다. 건반을 비롯, 미니멀한 연주로 세심한 보컬을 부각시키려 노력한 흔적도 뚜렷하다. 그 중 “향수(nostalgia)”에 삽입된 스트링이 인상적이다. 최근작들에 비해 훨씬 정적인 감정선에 가깝게 다가고자 노력한 크러쉬의 모습이 함축돼 있다. 앨범 수록곡 중 가장 화려한 연주가 삽입된 부분이 미니멀하려고 노력한 아티스트를 대표한다고 하니 모순 아니냐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다른 트랙에 비해 ‘상대적’으로 화려하다는 소리다. 아무튼 언제나처럼, 크러쉬는 R&B 보컬리스트가 갖춰야 할 무게감을 충분히 갖췄다. 하지만 너무 담백하고 세련된 나머지, 감성적인 코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른 포인트들을 놓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끝나도 끝난 것 같지 않은 트랙들. 기승전결이 없다는 것은 이 앨범의 장점일까 단점일까. 6/10

 

 

팔로알토 (Paloalto) | Victories EP | Hi-Lite Records, 201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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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엽: [Victories EP]는 팔로알토의 지난 [Chief Life]와 [Cheers]는 물론, 거의 10년 전의 [Lonely Hearts EP]와도 공통분모를 지니며 연결되는 결과물이다.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굵직한 목소리에 힘있게 실린 노랫말들은 오랜 커리어를 회고하기도, 성공을 자축하기도, 가족과 동료들에 대한 진솔한 감정을 표하기도 하는 서사적 도구로 최적의 역할을 한다. 여기에 더해 그의 담백한 플로우는 큰 반전 없이 심플한 인스트루멘탈 위에서 가장 빛을 발한다 (“Home”, “Matiz”). 타이틀곡 “Victories”는 지난 앨범의 “Good Times”를 닮아있지만서도, 드롭 구간으로 신선함도 놓치지 않는 위트를 지녔다. CJ E&M 합병, 쇼미더머니 출연, 국내 씬 내 불화 등 여러 구설수 속에서도 무게감을 놓치지 않은 그의 모습에서 또다시 팬심을 붙잡게 된다. 6/10

 

 

스윙스 (Swings) | Leviate 2 | 린치핀뮤직, 201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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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엽: ‘펀치라인킹’ 스윙스가 [Levitate] 시리즈로 다시 얼굴을 비추었다. 직설적인 표현과 익살 맞은 딜리버리는 변함이 없다만, 정점을 찍다가도 다시 바닥을 치는 자존감에 관한 스윙스 특유의 서사는 칸예 웨스트(Kanye West)를 떠올리게 만든… 아니 만들 ‘뻔’ 한다. 결국에는 순전히 감정의 배설로만 작용하며 거북한 감상만을 남기기 때문이다. 믹스테잎이라는 포맷의 특성 탓일까? 특정한 방향성 없이 지속되는 자기 과시와 분노 표출의 무한반복은 들으면 들을수록 금방 피로감을 남긴다. 증폭적인 에너지는 과해졌고, 절제미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감탄을 자아내는 언어유희도, 번뜩이는 아이디어(“ㅔㅓㅏ”)도 예전에 비해 드물어졌다. 믹스테잎이란 타이틀에 걸맞는 완성도이다. 하지만 그의 전성기 적 믹스테잎과 이번 작품을 대조해보면 ‘믹스테잎에 걸맞는 완성도’라는 변호마저도 옹색한 변명에 그친다. 그저 그 시절의 패기와 혈기 그리고 재치가 그리워질 뿐이다. 4.5/10

김민영: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힙합씬에서 저스트 뮤직, 특히 스윙스라는 존재는 매우 특이하다. 그만큼 논쟁적이며, 대중적으로도 뜨거운 래퍼 중 하나다. <SHOW ME THE MONEY 2>를 통해 보여준 무대 장악력, 자유자재로 정박과 엇박을 다루는 뛰어난 랩 실력과 더불어 패기 넘치는 모습은 그를 ‘스타덤’의 반열에 올리는 데 충분했다. 이후에는 컨트롤 디스전을 비롯하여 영리활동이나 의가사 제대 등의 사적인 이슈들도 있었지만, 이 또한 스윙스를 한국 힙합씬에 있어 꽤나 ‘전위적’인 위치에 올려놓았다고 할 만하다. [Levitate 2]는 그동안 스윙스가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겪은 일들을 자전적으로 고백함과 동시에 또 다른 전성기를 향해 전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보여지는 음반이다. 본 네번째 정규음반 [Levitate 2]와 함께 동시 발매된 [Levitate 1,3]도 이와 동일한 맥락이다.
우선 전반적인 음악 분위기는 ‘Levitate’ 시리즈 발매 1달 전에 나온 [감정기복 II Part.3: 심리치료]와는 꽤 상반되는 분위기다. 댄서블한 비트의 “On My Way”나 퓨쳐 알앤비 사운드 풍의”24″와 같이 활발한, 혹은 “역주행”이나 “불도저”와 같은 인상적인 과격함은 상당히 줄었다. 그 때문인지 전작들보다 어깨에 힘이 빠진듯 ‘무게감이 덜하다’는 느낌을 받다가도, 정제된 편곡 대문에 안정감을 잃지 않게 된다. 첫 트랙 “그릇의 차이2″나 “The Next Level”는 다운템포의 하우스 리듬에서부터 블루지한 멜로디 멜로디까지 변화무쌍하게 소리의 스펙트럼을 구성한다. 무엇보다 전에 비해 공격적인 사운드에 마구 쏟아내는 욕설 섞인 랩이나, 과격하게 소리를 질러대면서 내뱉는 괴기한 웃음소리 같은 클리셰는 확실히 없어졌다. 특히 “이겨낼거야”는 천재노창의 축축하고 음울한 “행”의 배경 음악에 담담하게 흘리는 랩이 얹혀져 곡의 쓸쓸함과 무덤덤한 감정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준다.
물론 실망스러운 점 또한 존재하는데, 스윙스 특유의 맛깔나는 언어유희로 점철된 펀치라인이나 현란한 스웨거가 없으니 신선함을 느끼기 어렵다는 것. “Indigo Child Remix”의 경우, 원곡에 비해 크게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힐난하거나 공격적인 성향의 랩이 매우 다듬어졌다. 비록 상투적인 펀치라인이 지겹고, 뻐기는 말들도 너무 귀에 익었다고 해도 허세 가득한 객기가 없어 왠지 허전하다. 힙합계의 악동이 너무 지친 탓인가. 6.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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