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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푸른하늘 – 어제의 소설 (2016)

곽푸른하늘 | 어제의 소설 | 씨티알사운드, 2016

 

한 줄도 쓰지 않았다는 거짓말

곽푸른하늘의 두 번째 앨범을 들으며 가장 먼저 스쳐 지나간 생각은 ‘왜 [어제의 소설]일까.’하는 질문이었다. 노래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어제의 소설이 아니라 어제의 기록이나 어제의 일기 정도가 더 적절한 제목일 것 같은데, 왜 하필 소설일까 싶었다. 누가 봐도 곽푸른하늘 본인의 일상과 관계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가며 떠오른 감정과 생각을 노래한 것이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한 가사를 담은 노래들이기에 더욱 이렇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인간의 기억이 작동하는 방식은 소설을 창작하는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 소설의 사전적 정의는, ‘사실 또는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허구적으로 이야기를 꾸며 나간 산문체의 문학 양식’(네이버 국어사전 참고)이다. 실재했던 것 혹은 실재에 기반을 둔 상상을 재료 삼아 이런저런 살을 붙인 게 소설이라고 풀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기억도 비슷하게 작동한다. 지나가버린 일을 있는 그대로 호출해내는 경우는 드물다. 때로는 망각으로, 때로는 왜곡으로, 때로는 기시감으로, 형태와 방식은 매번 달라도 기억은 늘 허구를 동반한다.

이 앨범에서 악기들은 기억이 작동하는 방식을 음악에서 재현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안정적인 기타가 대표적이다. 탄탄하게 뒤에서 보컬을 받쳐주는 기타 선율은 곽푸른하늘이 내뱉는 가사들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음악이라는 본질을 놓치지 않게끔 한다. 한편으로 “열꽃”에서는 블루지한 연주를 들려주며, 곡이 담고 있는 이야기의 분위기를 이끌어가기도 한다. 또한 종종 등장하는 첼로는 자칫 언어에만 집중될 수 있는 곡들에서 음악적 요소에 대한 집중력을 다시 환기한다. 모자라지도 과하지도 않은 두 악기는 곽푸른하늘의 일상에 음악이라는 특수한 장치를 덧씌움으로써 허구적으로 느껴지게끔 하여 어제의 소설이 될 수 있게끔 매개하는 핵심적인 장치다.

물론 이 앨범이 어제의 ‘소설’일 수 있게 하는 가장 주된 요소는 역시나 언어이다. 많은 포크 음악이 그러하듯이, [어제의 소설] 또한 보편적이고 사소한 일들을 일상적인 언어로 노래한다. 그러나 ‘나는 네가 쉬지 않는 공휴일’ (“읽히지 않는 책”)이나 ‘너는 그림을 따서 띄워 놓은 것 같아 / 한 발짝 물러서서 감상할 가치가 있어'(“열꽃”) 같은 가사들처럼, 일상 언어에 기반을 두지만 기발하고 통통 튀는 표현들은 일상을 소설로 만드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  곽푸른하늘의 [어제의 소설]을 그저 그런 음악이라고만 말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보편적인 언어로 풀어낸 사소한 일상이, 약간의 각색과 재미있는 표현 그리고 과하지 않은 음악적인 요소가 더해졌을 때, 한 편의 소설 같은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들려주기 때문이다.

우리의 오늘은 곧 어제가 되고 또 어제의 어제가 되며 조금씩 쌓여 갈 것이다. 그렇게 지나간 어제가 너무 평범하고 별 볼 일 없게만 느껴진다고 너무 슬퍼하지는 말자. 쌓인 수많은 어제들은, 오늘의 일상에서 기억이 만들어내는 허구와 뒤섞이며, 끝내 멋진 한 편의 소설이 될 것이다. 시계가 12시를 가리켰다. 어제의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가, 새로이, 한 장, 쓰였다. | 전대한 jeondaehan @naver.com

 

Rating: 7.5/10

 

수록곡
1. 읽히지 않는 책
2. 어떻게 노래할 수 있을까
3. 애정 없는 장난
4. 902동 302호
5. 열꽃
6. 멀리 있지 말고 가까이
7. 나 없는 나
8. 나는 니가 필요해
9. 이래도 좋아 저래도 좋아
10. 나 없는 나 (Instrumental)
11. 한 줄도 쓰지 않았어요

 

“읽히지 않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