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주차 위클리 초이스는 권진아, 단편선과 선원들, 일로와이로의 트랙, 그리고 맥 드마르코 앨범에 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본 위클리 초이스는 음원 사이트 멜론에도 연재되고 있습니다.

 

권진아 | Fly Away | 안테나뮤직, 2017.5.2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이 끝나면 시원한 밤바람이 가슴 한 편을 간질인다. 권진아의 ‘Fly Away’는 봄노래라기보다 가을이 가까워져 오는 늦여름에 어울리는 노래다. 지지부진했던 이별 후의 감상을 버리고 산뜻하게 새 계절을 맞이하는 기분이 담겼다. 차갑고 외로운 겨울을 건넌 봄보다, 뜨겁고 벅찼던 여름을 건넌 쪽에 가까운.

프로듀서 유희열, 재즈 피아니스트 윤석철 등 쟁쟁한 이들이 넣어둔 갖가지 멋진 장치가 돋보인다. 언제나 느릿한 쪽에 가까웠던 권진아가 곡을 팽팽하게 잡아당기는 느낌 또한 새롭게 다가온다. 미지근한 베이스, 드럼 사운드와 함께 시작된 노래는 “기분을 잡쳤어”라는 가사를 기점으로 표정을 바꾼다. 하나씩 경쾌하게 터져 나오는 소리들은 따스한 스트링과 멋지게 어우러진다. 파트마다 분위기 전환을 꾀하는 키보드 역시 재기 넘친다.

덕분이다. 엉망이었던 기억은 차차 날아간다. 하지만 권진아는 특유의 애처로운 감수성을 잃지 않았다. “여름은 모두 끝났지 / 다시 오지 않겠지.” 그의 목소리는 예쁘장한 곡이 자칫하면 놓칠 수 있는 여운을 꽉 잡아둔다. 훌훌 털어버려도 지울 수 없는 일말의 미련이 있다. 사운드부터 스토리텔링까지 섬세하게 연출된 곡이다. | 박희아

 

 

단편선과 선원들 | 러브송 | Self-released, 2017.5.3

 

경쾌한 리듬과 달달한 멜로디. 귀여운 가사와 유쾌한 뮤직비디오. 단편선과 선원들이란 밴드에 어떤 기대를 했느냐에 따라 다른 반응이 나오겠지만, 어쨌든 ‘러브송’은 그들이 만든 음악 중 (선장 단편선의 말마따나) 가장 “밝은”, 그리고 더 나아가 가장 “접근성이 높은” 노래다. “주술적” “싸이키델릭” “장대함” 같은 키워드가 어울렸던 음악을 들려줬던 이들의 이전 행보와 비교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러브송’은 동시에 단편선과 선원들이 지니고 있는 강점을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바이올린을 맡은 장수현이 직조해 내는 멜로디는 여전히 매끄러우면서 유려하고, 최우영의 베이스와 장도혁의 퍼커션은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단단한 감각으로 곡의 뼈대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이들은 – 우리가 흔히 “인디 록”이라고 부르는 – 컨벤셔널한 형식 역시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정석적인 구조를 정석적인 연주와 감성으로 풀어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들이 ‘러브송’에서 이뤄낸 성취가 이전 작품들의 그것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터이다.

그래서 단편선이 곡의 소개 맨 앞에 “그냥 러브송 입니다”라고 쓴 것은 허투루 읽히지 않는다. 어느 때보다도 “그냥” 만든 것처럼 들리는 곡이지만, 곡의 뒤를 받치고 있는 견고한 만듦새는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니까. 그리고 그 단단한 태도, 혹은 신뢰를 통해 우리는 ‘러브송’이 노래하고 있는 연애의 모습에 진정으로 공감한다. 어울리냐는 애정 섞인 물음과 이유도 없는 눈물, 조금은 멈춰 서도 괜찮다는 믿음과 붙잡지 못한 미안함과 두려움이 모두 섞인 모습. 복잡하고 마냥 달콤하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 복잡한 감정을 서로에게 드러낼 수 있는 마음이 여기에 있다. 이들이 들려주는 “우리”에 대한 노래는, 여전히 즐겁고 이따금 찡하며 언제나 믿음직스럽다. | 정구원

 

 

일로와이로 | 소년병 | Self-released, 2017.5.5

 

일로와이로는 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의 기타 일로(강원우), 더 베인의 드럼 이로(강전호), 뷰티핸섬의 키보드 삼로(곽진석)가 뭉친 밴드로, 이들의 두 번째 EP [TV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는 어린이날에 발매됐다. 수록곡인 ‘소년병’에서 일로와이로는 엄마에게도, 다른 모두에게도 핀잔을 듣고 있다. 중2병인지 아닌지 주변 사람들과 실갱이를 하는 사이 증상은 중학교 2학년을 넘어 소년에게서 나타나 버렸다.

우월감이든 무기력이든, 중2병이란 증상은 자신에게 도착적으로 침잠하는 태도가 나타난다. 하지만 다른 수록곡 ‘TV Show’, ‘텔레토비’, ‘아이 = I’에서 드러난 자기애, 자조, 방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로와이로의 감정은 도착적으로 나아간다기보단 이리 튀고 저리 튀는 굴곡을 겪는다. ‘소년병’에서 그들은 TV에 나오는 것보다 먼저 까불거리겠다는 듯, 발랄한 음악으로 어린이날을 그들의 “소년선언일”로 만든다.

“그러나 나의 엄만 / 나에게 말하지 / 아마도 너는 이영화에 / 주인공은 아닐꺼야
나중에 너 자라서 / 변한건 없지만 나를 봐/ 나중에 너 자라서 / 바란건 아마도 네버랜드 같아”

팝 펑크와 같은 꾸밈없는 보컬, 경쾌한 리듬은 뛰어 노는 소년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어른이라고 말하기엔 겸연쩍고 어린이라고 말하기엔 멋쩍은 모호함에서 긴장감보다는 동심이 반짝거린다. 인터뷰에서 그들 스스로 “잘하진 않더라도 잘 할 필요도 없지 않냐”고 되묻는 것과 같이, 가끔은 성장하는 것보다 그저 뛰어노는 모습이 더 즐겁고 끌린다. | 김태윤

 

 

Mac Demarco | This Old Dog | Captured Tracks, 2017.5.5

 

미세먼지가 채 가시기도 전에 더운 계절을 맞고 있다. 슬슬 빠른 노래들이 쏟아질 때이기도 하다. 캐럴 없는 겨울을 상상할 수 없듯 댄스 팝 없는 여름도 상상하기 어려우니까. 그러나 여름이 파티의 시간이기만 할까. 그늘에 누워 낮잠을 잘 때, 혹은 장맛비를 멍하니 바라볼 때, 그러니까 지구가 잠깐 느리게 돌아가는 것 같은 순간에도 노래는 필요하다. 그리고 바로 여기, 그런 순간을 위한 음반 [This Old Dog]가 있다.

맥 드마르코(Mac DeMarco)는 자기 색이 분명한 음악가다. 기타, 드럼, 베이스 정도로만 꾸린 단출한 구성, 나른함 속에 품은 사이키델릭과 그루브, 말하듯이 슬쩍 던지는 가창까지, 그에게는 “Mac DeMarco 스타일”로 명명해도 좋을 고유함이 있다. 심지어 삶마저 음악을 닮았다. 장난스러운 퍼포먼스는 물론, 음반에 집 주소를 녹음해 팬들을 초대하는 엉뚱한 친절까지 갖췄다. 그는 “인디 록은 자유분방할 것”이란 기대를 음악으로도 삶으로도 실천해낸다.

그런 그가 [This Old Dog]에선 사뭇 달라졌다. 여전히 여유롭지만 더 치밀해졌고, 여전히 화사하지만 더 진지해졌다. 우선 소리로는 아날로그 드럼머신을 도입했다. 리얼 드럼의 질감을 고수하던 전과 달리 ‘My Old Man’, ‘Dreams From Yesterday’에선 도입부터 드럼머신이 리듬을 이끈다. ‘Baby You’re Out’에선 사이사이 끼워 넣은 카우벨 샘플로 맛을 내기도 했다. 전자음이지만 오래된 전자음이어서 정서를 해치는 대신 추억을 끄집어낸다.

신시사이저의 함량 역시 높아졌다. 전작 ‘Another One’에서도 접했던 포근한 신시사이저는 이제 기타와 주도권을 주고받으며 곡의 정서를 좌우한다. 평소보다 날것처럼 들리는 기타 리프를 반복하던 ‘This Old Dog’는 후렴부터 울리는 신시사이저 덕에 아련함을 확보했고, ‘On The Level’은 기타의 몫을 리버브 섞인 신스 리드로 대체했다. 이처럼 [This Old Dog]에는 분위기만을 생각해 로우 파이로 분류할 수 없는 치밀한 사운드가 있다.

이런 치밀함이 한층 진지해진 가사와 만났다.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연애사를 시니컬하게 그린 ‘One More Love Song’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무게를 더하는 건 아버지의 존재다. 술과 약물 때문에 가족을 떠났던 아버지, 암 투병 후에야 다시 만난 아버지를 향한 심경이 음반 곳곳을 메우고 있다. ‘My Old Man’에선 마찬가지로 술과 담배를 즐기는 자신에게서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하고, ‘Moonlight On The River’에선 그런 아버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방황한다. 힘든 날을 이겨낸 자신을 긍정하는 ‘On The Level’ 역시 아버지의 시선에서 쓴 것처럼 읽힌다.

예외적으로 강렬하고 실험적인 기타 솔로로 혼란을 표현한 ‘Moonlight On The River’가 끝나면, 차분한 끝 곡 ‘Watching Him Fade Away’가 흘러나온다. 아버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사라지는 모습만은 여전히 아프다는 고백으로 음반은 끝을 맺는다. 음반으로서는 어느 때보다도 치밀한 구성이지만, 동시에 어느 때보다도 사적이다. 한적한 오후에도, 장마의 사색에도 곁에 두기에 부족함이 없는 음반이다. | 김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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