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4주차 위클리 초이스는 빅스, 딘, 언니네 이발관의 트랙, 그리고 로 바이 페퍼스 앨범에 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본 위클리 초이스는 음원 사이트 멜론에도 연재되고 있습니다.

 

빅스 | 도원경 (桃源境) |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2017.5.15

한복을 어레인지한 복장. 부채를 활용한 춤사위. ‘무릉도원’을 연상시키는 뮤직비디오의 공간. 빅스의 새 미니앨범 [桃源境 (도원경)]은 지금까지 빅스가 보여준 모습에서 또 한번 탈피해 새로운 세계로 청자를 인도하며, 타이틀 트랙 “도원경”은 그 ‘동양 판타지’를 충실하게 구현해내고 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자. 이것이 진정 빅스가 그 동안 보여주지 않은 새로운 차원인가? 단지 ‘컨셉돌’이라고 불렸던 빅스가 그저 또 다른 컨셉을 들고 나온 것뿐 아닌가? 더구나 ‘도원경’에 짙게 깔린 퓨처 베이스는 (어렴풋이나마) “The Closer”에서 이미 들려줬던 것이 아닌가?

오해하지 말자. 이 트랙이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니까. 새로운 컨셉을 보여줄 때, 그 컨셉이 진정으로 의미를 지니는가 아닌가는 ‘새로움’만이 아닌, 그 컨셉이 보여주는 설득력에 의해 결정된다. 빅스는 무수히 많은 아이돌 그룹 중에서도 그것을 가장 성공적으로 수행했던 팀 중 하나였고, 그것은 “도원경”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니, 마찬가지 정도가 아니라 아마도 가장 훌륭한 트랙일 것이다.

디바인-채널(Devine-Channel)에 의해 보다 전면적으로 도입된 퓨처 베이스 사운드는 의도적으로 배치된 ‘사운드의 빈틈’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공백으로만 남지 않고 멤버들의 퍼포먼스, 혹은 포인트를 잡아 주는 가야금 소리로 채워진다. ‘덧칠해 좀 더 짙게’라는 가사를 실천하듯이, 장르와 사운드는 컨셉과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쾌감을 전달한다. 빅스의 전작들과 비교해 봐도 ‘도원경’은 그 어느 때보다 사운드와 퍼포먼스의 합치에 신경을 쓴 것이 뚜렷하게 보인다.

유행하는 장르나 사운드를 활용하는 것은 ‘그저 유행을 좇아갈 뿐’이란 덫에 걸릴 가능성을 담보하는 행위다. 그것을 돌파하기 위해선 결국 자신들이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가에 대한 심층적인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도원경”은 빅스가 그 고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동시에 유행을 따오려고 시도할 미래의 수많은 음악가들이 참고해야 할, 모범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 정구원

 

 

딘 (DEAN) | love (Feat. Syd) | Universal Music, 2017.5.19

현재 국내에서 딘만큼 감각적이고 동시대적인 음악을 선보이는 작사가/작곡가/보컬리스트/프로듀서가 또 있을까. 각각 에릭 벨린저(Eric Bellinger)와 앤더슨 .팩(Anderson .Paak)과 함께 작업한 “I’m Not Sorry”와 “Put My Hands On You”로 데뷔한 딘은 본인의 EP [130 mood : TRBL] 외에 엑소(EXO), 빅스, 위너(WINNER), 아이콘(iKON), 다이나믹 듀오, 도끼(Dok2), 존박 등 국내 여러 뮤지션의 앨범에 참여하고, 클럽 에스키모(CLUB ESKIMO) 크루와 함께 공연을 펼치는 등 장르의 영역을 가리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만의 독보적인 방향을 이어나가고 있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요소를 조합하여 새로운 장르를 만드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딘은 미국 소울 밴드 디 인터넷(The Internet)의 보컬이자 프로듀서인 시드(Syd)와 콜라보레이션을 이룬 이 곡에서도 새로운 색깔을 선보이고 있다. “love”는 딘 특유의 소울풀하고 그루비한 업비트에 차분하고 건조한 시드의 목소리와 뜨겁고 찐득한 딘의 목소리가 교차하여 사랑의 불안함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노래를 전개한다. 단순한 서사와 멜로디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심심하기보단 스타일리시하게 들리는 건 쉴 새 없이 쪼개진 비트가 그 사이를 영리하게 채워주며 완급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이 노래는 영국의 떠오르는 싱어송라이터 잭 아벨(Zak Abel)의 코러스를 들을 수 있는 재미도 있는데, 진정한 묘미는 서로 다른 노래가 전개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며 곡이 반전되는 3분 29초에 있다.

딘의 노래는 본인의 스타일과 장점을 잘 가지고 가면서 자기복제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이것이 딘의 음악을 계속해서 기대하게 되는 이유이다. | 성효선

 

 

언니네 이발관 | 너의 몸을 흔들어 너의 마음을 움직여| 블루보이, 2017.5.17

언니네 이발관이 돌아왔다. 이른바 홍대 부흥기였던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까지 언니네 이발관은 인디 음악과 모던 록을 좋아하는 리스너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들은 한국에서 모던 록을 하나의 흐름으로 만든 주역이었고, 그들의 음악은 팬들에게 각자의 청춘기를 떠올리게 할 만큼 한 시기의 BGM으로 남았다. 밴드가 긴 휴식기에 접어든 이후로 6집에 대한 소문은 매해 새해 인사처럼 들려왔지만, 발매는 요원했다. 그리고 현재, 언니네 이발관은 9년만에 발표하는 앨범이자 밴드의 마지막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다.

선공개 곡인 “너의 몸을 흔들어 너의 마음을 움직여”는 언니네 이발관이 지닌 본연의 색채를 그대로 담았다. 천천히 내딛는 멜로디와 잔잔하게 떠받치는 비트, 과하지 않은 루저 감성까지. 익숙하다. 그래서일까. 한편으로는 자기복제라는 인상을 떨치기 어렵다. 그동안 언니네 이발관이 들려준 음악의 전형적인 작법을 갖추고 있으며, 잿빛 현실을 받아들이는 체념조의 가사가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곡의 구조, 악기의 활용, 멜로디 구성이 기존에 발표한 곡들과 흐릿하게 포개어진다. 한 트랙으로 언니네 이발관의 앨범 준비 기간과 6집을 평가하는 것은 성급하다. 그러나 이 트랙을 개별적으로 놓고 보자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 정은정

 

 

로 바이 페퍼스 (Raw By Peppers) | COSMOS | Craft & Jun, 2017.5.18

서사적인 예술에 관해 이야기할 때, 대중음악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평균적으로 한 곡에 3~4분 남짓 혹은 한 앨범에 1시간 남짓의 대중음악에서, 문학이나 영화 같은 장르만큼 깊이 있는 서사를 그려내기는 무척 어렵다. 대중음악이 문학이나 영화보다 열등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대체로 짧은 러닝타임과 오로지 청각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장르적인 특성상, 서사를 구축하기에는 한계가 무척 뚜렷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심지어 보편적으로 기타, 드럼, 베이스, 키보드(혹은 신시사이저)의 4인조 구성이거나 세컨드 기타까지 5인조를 이루는 밴드가 많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보컬 겸 기타와 베이스와 드럼으로 이루어진 3인조 밴드인 로 바이 페퍼스는 밴드치고는 조금 단출한 구성이다. 엄청나게 많은 악기 편성으로 아주 긴 시간 동안 연주되는 관현악조차도 곡 안에 서사를 온전히 담아내기 쉽지 않은데, 이 구성만으로 과연 가능할까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로 바이 페퍼스는 가뿐히 해낸다, 그것도 첫 정규앨범인 [Cosmos]에서 단번에. 이들은 오히려 밀도 높은 연주를 토대로, 서사를 담아내기 위한 기반을 다진다. 기타와 베이스, 드럼 사이의 변칙적인 긴장과 조화는 듣는 이로 하여금 비교적 긴 곡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도록 한다. 또한, 신시사이저의 다양한 소리가 있을 법한 자리에는 이펙터를 활용한 기타 연주가 자리하여, 그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세계를 다채롭게 채운다. 게다가 보컬을 단순히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로만 국한시키지 않고, 리버브를 이용해 공간감을 극대화하는 하나의 수단으로도 이용하면서 서사를 위한 음악적 준비를 마친다.

그리고 결국 이들은 무한히 넓은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한 편의 긴 이야기를 들려준다. 수록된 13편의 곡들은 공통으로 우주를 배경으로 하며 하나의 거대 서사를 구성하는 동시에, 각자가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된 짧은 서사들이기도 하다. 미지의 존재와 조우하여 “너의 친구가 되고 싶다.”라고 말하는 ‘The Encounter”, 자신의 모습이 외계에 보이는 환시를 표현한 “Autoscopy”, 집(지구)로 돌아가는 여정에 대한 “Earth” 등 13개의 트랙들은 따로 또 같이 우주에 대한 로 바이 페퍼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물론 전작 [Spaceship Out Of Bones EP]에서도 로 바이 페퍼스는 우주를 담아냈었다. 다만 전작은 서사보다 이미지에 가까웠다. ‘”Spaceship Out Of Bones”나 “Astral Me Baby”가 우주를 떠다니는 우주선이나 떠오르고 쏟아지는 별의 이미지에 집중하여 그것을 음악적으로 풀어내려는 시도였다면, 이번 앨범 [Cosmos]는 더 나아가 그 이미지들을 그러모으고 하나의 앨범 안에서 아주 촘촘히 이어붙인다. 단편적인 이미지들의 나열에 가까웠던 전작에, 서사라는 살을 붙여서 더 발전시켰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마음 놓고 찬사를 보낼 수가 없다. 계속해서 발전하는 이들이기에, 무한한 우주로 향하던 이들이 앞으로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까 하는 걱정 섞인 호기심이 앞서기 때문이다. 언젠가 다시 로 바이 페퍼스가 그 답을 줄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은 그저 이들의 음악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집중하자. 저 무한한 우주로의 여행은, 지금 당장 출발해도 시간이 모자랄 테니까. | 전대한

4 Responses

  1. 확실히아마도

    정은정님 넘 대충쓰신듯ㅋㅋ
    이발관 음악 평소에 잘 안들으시져?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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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뭐랄까

    뭐랄까… 스타일과 자기복제의 차이점은 동의어가 아닌거 같은데…… 저는 언니네 새 싱글이 밴드 고유의 스타일 작법을 유지한 상황에서 곡에서 하고자 하는 얘기를 그 얘기와 잘 어울리는 사운드(공간계활용이라던가)로 적절하게 잘 녹여낸 수작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지난 앨범이 원래는 마지막 앨범이라 들었던거 같은데 연장선상이라는 측면에서 감상을 해보신다면 자기복제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으실거 같습니다. 그리고 그 표현 아티스트에게 매우 조심해야할 표현 아닌가 싶어요. 창작욕 자체를 꺾어놓을수 있는 워딩이라…. 평론가 입장에서 새로울것 없는 앨범에 붙이기 편리한 용어겠지만, 사용하기 쉬운만큼 그 책임도 큰 단어가 아닐지… 물론 하신 말씀처럼 본 앨범이 나와봐야 자기복제일지 아닐지 알 수 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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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김현진

    언니네이발관의 5집은 자기복제로 인해서 얼마나 발전할 수 있는지 보여주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 6집이 조금 부담스럽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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