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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Choice] 6월 3주차 : G-DRAGON, 서사무엘 & 김아일, SZA, Sufjan Stevens 외

6월 3주차 위클리 초이스는 지드래곤, 서사무엘 & 김아일, SZA의 트랙, 그리고 수프얀 스티븐스 외 3인의 앨범에 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본 위클리 초이스는 음원 사이트 멜론에도 연재되고 있습니다.

 

G-DRAGON | 개소리 (BULLSHIT) | YG Entertainment, 2017.6.8

[권지용]에 쏟아지고 있는 반응은 대부분 타이틀곡 “무제(無題) (Untitled, 2014)”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진솔함’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고백 노래. G-DRAGON이라는 아티스트에게 흔히 가질 법한 기대를 역으로 이용했다는 점에서는 솜씨가 좋다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 피아노와 그의 보컬이란 두 가지 요소만으로 그가 의도했던 진솔함을 전달하는 건 무리가 아니었을까. ‘G-DRAGON이 부른 발라드 타이틀곡’이란 수식어가 곡 자체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트랙이 성공적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EP를 이루는 두 축 중 하나인 “개소리 (BULLSHIT)”에 좀 더 귀를 기울여 보자. 적어도 여기서 그는 ‘G-DRAGON의 또 다른 훌륭한 클럽 뱅어’로 끝나는 설명보단 좀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으니까. 적극적으로 혼란을 유도하는 노랫말 속에서 느끼게 되는 건 그의 유니크한 보컬이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어떤 경지에 올랐다는 확신이다. 이제까지 G-DRAGON이 자신의 목소리만으로 달성했던 스왝, 유머, 냉소, 광기 등 모든 감성은 ‘개소리’ 속에서 마음껏 뛰노는 동시에 서로를 단단하게 지탱한다.

그의 목소리를 받치는 비트 역시 조금 더 ‘혼란’에 가까웠더라면, 랩 구성이 조금만 더 타이트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아쉬움 이전에, 그가 적극적으로 선사하는 ‘개소리’의 즐거움이 더 크다. 그런 ‘대체불가능함’을 구축했다는 것만으로 이 작은 USB는 G-DRAGON에게 있어서 충분히 그 의의를 다했다. | 정구원

 

 

서사무엘(Samuel Seo) & 김아일(Qim Isle) | Mango | Craft & Jun, 2017.6.8

스타일은 음악이 된다. 한국에서 젊고 새로운 스타일을 지닌 음악가를 꼽자면 단연 서사무엘과 김아일이다. 이들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췄다. 서사무엘은 1집 [FRAMEWORK]와 2집 [EGO EXPANDING (100%)]에서 힙합, 소울, 펑크, 신스 팝을 아우르는 사운드와 함께 자신의 음악 세계를 확장하며 팬과 평단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큐팁(Q-Tip)을 떠올리게 하는 톤과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김아일은 그 자체만으로 강력한 한 방이 되어 데뷔와 동시에 주목을 받았다. 개성 강한 두 음악가가 조우해 한바탕 재밌는 일을 벌인 프로젝트 앨범 [Elbow]는 이들의 개성과 매력에 대해 단단한 신뢰를 심어주고, 미처 가늠하지 못한 가능성을 확인시켜준다.

그 중 “Mango”는 신선하고 신기한 에너지로 가득하다. 색과 향이 넘실거리는 미지의 세계로 이끄는 에너지의 진원은 연신 꿈틀거리는 비트에 있다. 프로듀싱을 담당한 비니셔스는 건조한 비트를 경쾌하고 장난스럽게 쏟아 놓으며, 속도, 틈, 강약을 달리하여 독특한 박자감을 주조했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걸음은 달리기보다 더 숨 가쁘고 흥미진진하다. 서사무엘과 김아일의 각기 다른 방식의 랩은 이 곡에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꼭 들어맞는다. 게다가 사무엘의 랩은 비트로, 김아일의 랩은 멜로디로도 충분한 기능을 한다.

상대에 대한 호감과 호기심을 빗댄 가사는 물 흐르듯 청각을 지나 시각과 후각을 간지럼 태운다. 사과, 망고, 복숭아, 라임, 분홍, 노랑, 초록, 빨강. 듣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고 눈앞에 아른거리는 이름을 호명하며 상상한다. ‘알고 싶어 난 너의 색 / 알고 싶어 더 깊이 / 어떤 향을 가졌는지’ 독특한 색과 향을 가진 망고 한 알이 여기 있다. 이것이 서사무엘과 김아일의 스타일이다. | 정은정

 

 

SZA | Broken Clocks | Top Dawg Entertainment, 2017.6.2

힙합에 관심이 많은 리스너라면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나 스쿨보이 Q(ScHoolboy Q) 등의 트랙 중 그녀의 목소리를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솔라나 이마니 로우(Solána Imani Rowe), 혹은 SZA는 그들이 속한 레이블 탑 독 엔터테인먼트(Top Dawg Entertainment)의 유일한 여성 R&B 아티스트다. 지난 주 첫 정규작 [Ctrl]을 발매했고, 확신을 가지고 쓰건대, 올해의 가장 훌륭한 소울 앨범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비욘세(Beyonce)와 에리카 바두(Erykah Badu) 같은 중견 아티스트부터 자넬 모네(Janelle Monáe), 솔란지(Solange), 자밀라 우즈(Jamila Woods) 등의 ‘떠오르는’ 이름까지, 여성 R&B/소울 뮤지션들의 특징 중 하나는 이들이 여성의 삶, 그리고 주체성을 노래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점점 더 주체적으로, 그리고 숨김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단순히 ‘우먼 파워’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여성으로서 당하는 차별과 흑인-여성이라는 이중적 차별 구조에 대한 비판, 그리고 같은 여성에 대한 연대의 메시지를 담는 음악으로.

SZA 역시 위에서 언급한 이름들 뒤에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새긴다. ‘사랑’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가감없이 풀어놓는 방식으로. 자신을 배신한 애인 대신 다른 남자를 만나는 일, 자신의 성욕과 아름답지 못한 자신의 교차, ‘평범한’ 애인를 바라는 남자에 대한 생각 등. 그 모든 이야기는 불안정하게 흩어져 있지만, SZA는 자기연민의 늪에 빠지는 일 없이 자신의 삶을 성찰한다.

어떤 트랙을 꼽아도 훌륭할 뿐이지만, 세 번째 싱글로 선택된 “Broken Clocks”는 특별히 강렬하다. PBR&B풍의 몽환적 비트와 나른하면서도 어느 순간 번개처럼 몰아치는 SZA의 목소리 속에 일과 연애 관계 사이의 불균형이 묵직한 현실감과 함께 담긴다. 다른 곡들처럼 이 트랙 역시 긴 노동에 지친 피로감과 깨진 관계에 대한 아쉬움, 사랑과 일 사이의 고민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에 후회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그 자체로 이 트랙의 힘이 된다.

‘너랑 데이트한 지 3년은 지났어 / 나는 더 나은 일을 찾고 / 너는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찾았지 (Been about three years since I dated you / I moved on for the better / You moved on to whoever)’

여성으로서 경험하는 일상으로부터 복잡하면서도 내밀한 감정을 이끌어내는 그녀의 접근은 깊은 울림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비록 그 과정이 살짝 혼란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혼란은 삶을 향한 혼란이다. 삶 자체에 내재한 혼란을 직시하는, 뚜렷하고 힘있는 음악. | 정구원

 

 

Sufjan Stevens, Nico Muhly, Bryce Dessner  & James McAlister | Planetarium | 4AD, 2017.6.9

‘우주’라는 낱말을 감싸는 낯선 감각을 생각한다. 세계나 지구와는 다르다. 세계적이란 말은 사회적인 문제와, 지구적이란 말은 환경적인 문제와 주로 얽힌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이 “Heal The World”에서 아프리카의 빈곤을, “Earth Song”에서 환경 파괴를 노래했던 것처럼. 그러나 우주는 다르다. 이 단어는 과학의 힘으로만 간신히 더듬을 수 있는 광활함, 개별자가 먼지처럼 작아지는 보편의 시점을 상상케 한다. 그래서일까. 별자리부터 SF까지, 인류는 우주에 신성하고 장엄하고 과학적인 서사를 덧붙여왔다.

우주를 소리로 옮기려는 [Planetarium]에도 비슷한 접근이 담겨있다. 웅장한 공간감을 위해 관현악, 기타의 울림, 앰비언스를 동원하고, 과학적인 연상을 위해 신시사이저와 오토튠까지 끌어들인다. 당연히 혼자서는 어려운 규모다. 7년 전의 공연에서 시작된 이 거대한 프로젝트는 포크와 일렉트로닉을 넘나드는 싱어송라이터 수프얀 스티븐스(Sufjan Stevens), 현대 음악 작곡가 니코 멀리(Nico Muhly), 밴드와 오케스트라를 아우르는 브라이스 데스너(Bryce Dessner), 비트를 맡은 제임스 매컬리스터(James McAlister)가 함께했기에 가능한 결과물이다.

거창한 찬사의 무게에 눌려 선뜻 음반에 손을 대기 어렵다면 두 번째 곡 “Jupiter”부터 들어보면 좋겠다. 단순한 비트와 가창으로 시작하는 이 곡은 7분 동안 온갖 변주를 거치며 음반의 모든 소리를 눌러 담는다. 딜레이 걸린 신스가 섞여들더니 3분이 지나면 관현악이 곡을 주도하고, 4분대에는 각종 이펙트로 변조한 보컬이 중심에 선다. 이어 파괴적인 드럼과 합창이 쏟아지더니 끝에서는 오케스트라까지 다시 끼어든다. 매 순간 가쁘게 변하지만 완성도를 놓치지도 않는다. 음반을 대표할 만하다.

물론 시종일관 이런 규모로 몰아칠 수는 없다. 음반에는 수프얀 스티븐스의 포크 음악을 떠올리게 하는 첫 곡 “Neptune”과 끝 곡 “Mercury”이 있고, 짧은 앰비언트 곡들이 귀의 피로를 달래기도 한다. 앰비언트 곡에는 손에 잡히지 않는 “Helly”s Comet”, “Black Energy”라는 이름을 붙인다거나, “Tide”의 뒤에 “Moon”이 오고 “Pluto” 다음에 “Kuiper Belt”가 오는 구성도 소소하게 재미있다.

가사로는 우주와 신화를 오간다. 서양인들은 밤하늘의 거대한 행성들에 로마 신의 이름을 붙였고, [Planetarium]은 신화를 빌어 곡의 정서를 언어로 옮긴다. “Mars”는 전쟁의 신 마르스를 다루고, “Saturn”은 자식마저 삼켜버린 크로노스 신을 신스팝에 가까운 속도감으로 옮겼다. 신의 육성을 자처하는 대목에선 시종일관 오토튠을 활용하는 것도 흥미롭다. 본래의 목소리를 진솔한 고백의 매체로 쓰는 것과 대비되어 독특한 소격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Planetarium]은 포크와 일렉트로닉과 심포니, 우주와 신화가 맞물려 순환하는 거대한 건축물이다. 그 규모 덕분에 근사하지만, 그 규모 때문에 감상이 고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음반의 단 한 곡에라도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었으면 좋겠다. 이 거대한 건축물의 어느 한 조각에라도 이끌릴 수 있다면, 그 덕에 다른 부분들까지 겪고 사랑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끝없이 팽창하는 우주를 온전히 포착하는 일은 끝내 불가능하겠지만, 조금씩 낯선 순간을 품다 보면 우리는 우주를 조금이라도 더 겪고 사랑하게 될 테니까. | 김세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