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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2010년대의 포스트록 (上)

2010년대에 들어오면 국내의 포스트록은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나간다. 선대 포스트록 밴드들의 활동도 물론 이어지지만 역시나 ‘3세대’라고 부를 수 있는 신인 포스트록 밴드들의 다양한 성과들이 특히나 눈에 띤다. 이 모든 밴드들을 전부 깊숙이 다루고 싶지만 그러다가는 시리즈가 끝이 나지 않을 거 같아 2010년대 포스트록의 중요한 음반들을 짚어보는 위주로 진행하려고 한다. 첫 번째 파트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의 주요한 혹은 주목할 만한 포스트록 음반들이다.

 

 

 

 

니나이안 [For A Little Cruise] (2010)

 

 

니나이안은 속옷밴드의 기타리스트 박현민의 새로운 프로젝트다. 조월, 정승호와 함께 속옷밴드의 아름다운 기타 레이어를 만들어낸 니나이안 또한 기타 연주를 중심으로 한 포스트록을 들려주며, 솔로 프로젝트인 만큼 박현민 개인의 포스트록이 더욱 면밀히 드러난다. 니나이안은 기존의 포스트록에 앰비언트와 노이즈를 전폭적으로 결합해내며, 속옷밴드의 몇몇 곡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앰비언트한 분위기에 다양한 이펙트들의 기타 노이즈뿐만 아니라 여러 전자음을 이용해 니나이안의 세계가 구성된다. 그 때문에 니나이안의 노이즈는 기타 위주로 만들어진 슈게이징의 그것도 넘어 독특한 질감을 전달한다.

이는 음반을 여는 “Only Moment Spent Within You”와 닫는 “Wish I Were Here Without You”에서 전형적인 포스트록의 방식으로 나타난다. 한편, 한 곡으로 죽 이어지는 “Little Cruise-Walking on Moon Beams”에서는 “Little Cruise”에서의 반복되는 앰비언트함을 “Walking on Moon Beams”에서 자연스럽게 받은 다음 기타와 건반을 함께 두어 차분히 끌어올리고, 후반부에는 샘플링을 더해 조금 더 색다른 구조의 연주를 들려준다. 특히 “Sun Sun Sun”에서는 다양한 생활 소음들의 뒤편에 철금 소리와 기타 소리 등 다양한 소리들을 집어넣으며 일종의 사운드 콜라주 같은 느낌을 내며 장르적인 한계를 넘기도 한다. 이렇게 니나이안은 포스트록 기타 연주를 바탕으로 앰비언트-노이즈와의 결합과 다양한 소리들의 사용 등으로 기존의 어법을 전복하며 좀 더 새로운 ‘포스트’를 추구하는 음악을 들려준다. 이는 비단 [For A Little Cruise]만이 아니라 다른 음악인들과의 협연이 담긴 [Imago 1_incomplete]에서도 이어진다.

 

스위밍돌 [8wimmingdoll] (2010)

 

 

상당히 짧은 길이의 EP지만, 스위밍돌은 [8wimmingdoll]에서 훌륭하게 포스트록의 장르적인 융합을 추구한다. 옐로우키친의 [Random Elements ‘60]을 연상시키는 스위밍돌의 EP는 전자음 사운드와 슈게이징처럼 짙은 노이즈, 포스트록을 적절히 조합한다. 스위밍돌의 포스트록에서는 특히 전자음의 너른 사용이 그들만의 개성을 만든다고 보는데, 대표곡인 “8”은 정석적인 포스트록의 전개에 전자음들을 여럿 추가한다. 여러 이펙트로 두꺼운 노이즈를 들려주는 기타 위로 몽글거리는 전자음이 얹히고, 박자를 잡아주는 드럼이 점점 긴장감을 올리는 동시에 일렉트로닉 노이즈가 점차 기타 사운드보다 앞으로 나온다. 맥박처럼 오르내리면서 그 위를 자유롭게 오가는 전자 노이즈가 최고조로 달하는 순간 곡은 그 긴장을 해소하며 안정적인 구조를 완성한다. 마지막 곡 “Freak”도 “8”과 거의 똑같다고 할 정도로 이 스타일을 들려준다.

하지만 스위밍돌은 방법론적으로는 “8”과 비슷하지만 건반을 추가하며 이전의 따스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의뭉스럽고 스산하게 뒤집은 “Decret”나 슈게이징의 느낌을 최대치로 살리는 “Last Take” 등 어떠한 전형에 의존하지 않는 포스트록을 들려주기도 한다. EP이기에 정규에 비해 이를 좀 더 다채롭거나 깊숙하게 들려주지 못한 게 아쉽긴 하지만, [8wimmingdoll]은 드림팝스러운 전자음과 포스트록 사이의 조합을 시도한 점에 있어서는 나름의 신선함을 가진다.

 

더 히치하이커 [Insatiable Curiosity] (2011)

 

 

시리즈에 소개된 뮤지션과 밴드 중에서도 가장 어둡고 실험적인 음악을 들려주는 더 히치하이커는 극도의 실험성을 기반으로 고딕, 다크 앰비언트, 익스페리멘털 록, 드론 노이즈, 로블랙 메탈, 포스트 펑크, 포스트록, 아방가르드 등의 장르를 합쳐냈다. 사실 위에 열거된 장르들 모두 어떤 ‘어두움’을 추구하기에 좋은 장르들이긴 하지만, 더 히치하이커의 경우에는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꿰내며 한층 더 깊고 어두운 세계를 참구한다. 그렇게 심연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Insatiable Curiosity]는 그 태도에 있어서 차별화되는 ‘포스트’함을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음반은 30분 동안 서사시처럼 웅장하게 이어지는 “The Giant” 연작과 그 이후에 등장하는 25분 가량의 다른 곡들로 나눠진다. “The Giant” 연작은 소설가 러브크래프트가 창조한 괴수 크툴루가 거대한 한숨을 내쉬는 것 같은 구조를 띤다. 곡을 한 번 더 나누자면 1부에 속할 “Hexameron-Gigantes-Interlude #1”는 무정형의 퍼커션과 반복되는 드론 노이즈를 함께 두어 알 수 없는 긴장감을 만들고, 혼잡하게 울리는 퍼커션에서 벗어나 묵직한 박자를 반복하며 공포영화의 사운드트랙처럼 그 어두운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간다. 전자음을 비롯한 각종 노이즈로 채워진 인터루드를 지나가면 2부 “Burial of William Blake-Interlude #2-Holiest Grail”가 시작된다. 2부는 먼저 이전의 짙은 드론/다크 앰비언트 노이즈에 중세시대 성가가 떠오르는 묵시록적인 목소리를 추가해 이 분위기를 더욱 깊게 이어가고, 인터루드는 이전과 비슷하게 전자음 노이즈로 곡 사이에 다리를 놓는다. 이후 마지막에는 노웨이브 성향의 포스트 펑크 연주를 이전의 어두운 감각에 담아내며 그 짙은 여정을 마무리한다. 특유의 묵시록적이거나 종교적인 분위기 덕에 “The Giant” 연작은 일종의 순례자 혹은 구도자의 여정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어쩌면 러브크래프트 풍의 코스믹 호러의 느낌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 긴 여정은 이어지는 10분짜리 트랙인 “Oblivion”에서 축소되듯 드러나는데, 재미있게도 곡은 “The Giant” 연작의 묵직하고 느리며 시꺼먼 분위기를 고스란히 가져오면서도 점차 끓어오르는 기타 리프를 중심에 둬 묵시록적인 서사의 포스트록을 들려준다. 어두운 종교 음악과 포스트록의 절묘한 조합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적으로는 조금 다르지만 깊은 어두움을 탐구하는 태도에서는 스완스(Swans)의 근작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렇게 [Insatiable Curiosity]는 지독히 어두운 주제를 담아내는 것에 마찬가지로 지독히 어두운 태도를 취하고, 그 지독히 어두운 태도에 맞는 지독히 어두운 음악을 섞어내는 것으로 지독히 어두운 ‘포스트’함을 추구했다. 이미 심연을 향해 다른 어떤 음악인보다 음악적으로 여러 발짝 깊게 들어간 더 히치하이커는 이후 다시 한 번 훨씬 깊은 곳으로 들어가게 된다.

 

극초단파 (UHF) [ULTRAHIGHFREQUENCY] (2012)

 

 

80-90년대 영미 인디 록과 2000년대 초중반의 국내 기타 팝의 감수성을 양분 삼은 슈게이징-포스트록을 들려주는 극초단파, 또는 UHF의 음악은 상대적으로 훨씬 더 따스한 포스트록이다. 대표곡인 “안녕 도쿄”를 비롯한 여러 곡들이 슈게이징 스타일에 좀 더 밀접하며 몇몇 곡은 노이즈와 이펙트가 짙게 들어간 기타 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음반 후반부의 슈게이징 곡 “테니스하기 좋은 계절입니다.”와 “평행우주”에서 일종의 포스트록적인 경향을 찾아볼 수 있다. 기타-베이스-드럼을 반복하며 몽환적인 긴장을 만들어내는 “테니스하기 좋은 계절입니다.”는 후반부로 들어갈수록 기타 리프의 강도를 더욱 세게 키우며 점차 고조되어가는 분위기를 형성한다. 조금은 미묘하긴 하지만, 연주의 이렇게 세기를 조금씩 조절해나가며 UHF는 곡에 나름의 포스트록적인 서사를 부여한다. 이는 “평행우주”에서 조금 더 확실하게 들린다. 빠른 속도의 개러지한 기타 리프에 몽환적인 여성 보컬과 노랫말을 읊는 남성 보컬을 배치한 곡은 중반부에서 오히려 이 속도를 살짝 줄인 다음 후반부에 다시 확 올리며 포스트록적인 폭발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연주적인 측면에 있어서 UHF는 포스트록의 요소를 부분적으로 차용해낸다. 여기에 “장마” 같은 곡은 짧은 길이 속에서도 이러한 포스트록적 요소를 팝적인 느낌과 잘 섞어냈다. 포스트록적인 형식과 슈게이징적인 연주, 팝적인 내용과 분위기를 훌륭하게 섞어낸 UHF는 이후 스위머스(Swiimers)를 통해 그들만의 드림 팝을 더 넓게 확장시킨다.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 [소실] (2012)

 

 

모던 록, 기타 팝, 슈게이징, 드림 팝, 포스트 록 등 여러 장르들을 합쳐내는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 줄여서 꿈카는 이름만큼이나 몽환적인 기타 사운드를 선보인다. 데뷔 EP인 [소실]에 실린 6곡은 포스트 록이나 슈게이징 쪽의 실험적인 기타 노이즈에 모던 록, 기타 팝, 드림 팝 등 팝적인 사운드들을 절묘하게 합쳐낸다. 그렇기에 꿈카의 포스트록은 장르적으로 드러나기보다는 포스트록의 방법론이나 기타 노이즈의 전개 구성 등 음악을 구성하는 요소에서 드러난다.

“테러”가 대표적인 예시일 텐데, 어쿠스틱 기타와 전기 기타가 곡의 초반부 꿈결 같은 멜로디 리프를 들려준 다음 이를 다양한 강도와 속도에 배치하며 변주하는 것으로 인상적인 곡이 탄생한다. 특히 조용하고 미니멀한 구성의 악기 위로 얹히는 노래, 그리고 온갖 악기들과 여성 보컬의 꿈결 같은 허밍이 들려오는 후렴의 대비는 포스트록의 폭발과도 맞닿아 훌륭하게 긴장과 해소를 이어간다. 이러한 포스트록적인 구성은 “476-20”에서는 기타 팝의 성향이 조금 더 강조된 채로 이어지며, “비상구”에서는 조금 더 실험적이고 강렬한 노이즈를 추가하며 드러난다.

한편 “냄새”같은 곡은 슈게이징-드림 팝의 색채를 조금 더한 기타 팝을, “오후 3시”도 마찬가지로 찰랑거리는 기타 팝을 전면적으로 내세우며 꿈카의 다른 세계를 들려주기도 한다. 이렇게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은 [소실] 안에서 포스트록을 비롯한 다양한 세계들을 합치기도 하고 나누기도 하며 기묘한 모양새의 공존을 이뤄낸다. 이러한 장르결합적인 성격은 이후의 [슈슈]에 담긴 밴드 이름과 동명의 곡에서도, 작년에 발매된 “일상의 환상”에서도 깔끔하게 나타난다.

 

잠비나이 [차연] (2012)

 

 

2010년에 나온 첫 EP [잠비나이] 때부터 잠비나이는 부단히 음악의 경계를 허물어나갔다. EP에는 앰비언트 노이즈를 바탕으로 한 “나무의 대화 2”와 “손끝에서 손끝으로”, 실험적인 진행 방식의 “나부락”이 실렸다. 이후 나온 [차연]은 그 담대한 실험성을 더욱 확장시켜 수많은 장르들을 해체하고 새롭게 결합해낸다. 음반은 “소멸의 시간”, “그레이스 켈리”, “구원의 손길”의 짧고 굵은 하드코어/메탈 연주가 바탕인 부분, 그리고 “감긴 눈 위로 비추는 불빛”, “바라밀다”, “텅 빈 눈동자” 그리고 “커넥션”의 긴 호흡이 바탕인 부분으로 나뉜다. 후자 쪽 곡들의 구성에서 포스트록적인 성향이 대폭적으로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커넥션”은 반복되는 태평소 소리로 시작한 뒤 여기에 해금과 거문고를 올려 어두운 앰비언트함을 키워가고,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기타와 철금 등 다른 악기를 더해나가 그 공간을 우아하게 넓혀내며 정적이고 아름답고 깊은 카타르시스를 전달한다. “커넥션”은 그렇기에 포스트록적인 서사 구성을 잠비나이 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곡이며 국내 포스트록의 가장 신선하고 독창적인 곡으로 꼽힌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차연]과 잠비나이의 포스트록이 가진 중요한 의미는 ‘록의 이후’를 고민했다는 점, 즉 원초적인 의미에서의 ‘포스트’를 추구하는 것에 있다고 본다. 거문고를 내리쳐서 극강의 파괴력을 만들고, 해금 연주로 일종의 리프를 만들고, 모든 장르를 섞어내 정의내릴 수 없는 음악을 만드는 등 [차연]에 들어간 모든 순간과 요소가 이러한 ‘포스트’를 추구하는 순간일 것이다. 잠비나이는 록 외부에 있(다고 여겨지)는 국악기를 사용하며 록 안팎의 수많은 장르와 스타일을 해체하며, 록이란 장르의 ‘테두리’를 파괴하는 동시에 새롭게 재편한다. 그런 의미에서 [차연]은 독보적인 ‘포스트’ 록 음반이며, 이러한 ‘포스트’의 태도는 근작 [은서]에서도 “무저갱”과 “부디 평안한 여행이 되시길” 등의 해체적인 곡들이나 “그대가 잃어버린 그 모든 것들을 위하여”와 “억겁의 인내” 등 전형성에 충실한 곡들로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진다. 잠비나이는 포스트록은 물론 훨씬 더 넓은 범위를 뒤흔드는 기념비적인 순간들을 들려줘왔고, ‘포스트’를 향한 원초적인 탐구는 앞으로도 거침없이 계속될 것이다.

 

모즈다이브 [The Stasis of Humanity] (2013)

 

 

글리터링 블랙니스, 폴과 노 리스펙트 포 뷰티만큼 동시대 포스트록을 대표하는 밴드인 모즈다이브는 유일한 정규 음반 [The Stasis of Humanity]에서 전형적인 포스트록 어법을 극대화시켜 웅장한 사운드스케이프를 들려준다. 앞의 밴드들이 정적이고 차분한 포스트록을 들려줬다면, 모즈다이브의 포스트록은 훨씬 더 격정적으로 이를 들려준다. 이는 모즈다이브가 소리에 접근하는 태도 혹은 방법 때문인데, 속옷밴드-프렌지-노리뷰로 이어지는 포스트록이 훨씬 깔끔하게 정제된 장인의 솜씨를 들려주는 것에 비해 모즈다이브는 불싸조-아폴로18의 노선을 이으며 거칠고 날 선 펑크가 접목된 포스트록을 선보인다.

[The Stasis of Humanity]에서 그 모든 격정적인 순간들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North”와 “Kingdom By The Sea”처럼 전형적인 포스트록 어법에 충실한 동시에 지루해질 틈 없는 전개를 통해 강렬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곡이 있는가 하면 “Monster”처럼 상대적으론 느리지만 짙은 싸이키델릭함을 전달하는 곡, “Sitatilliuqnart Eram”처럼 짧고 굵게 모든 노이즈를 집어넣은 곡도 있다.

특히나 중앙에서 빛나는 “Punk For Blood Star” – “Xi’an”이 음반의 핵심이다. 어떻게 보면 이 두 곡은 아폴로18의 거친 웅장함보다도 훨씬 더 격정적이며 훨씬 더 널찍한 사운드를 들려준다고도 할 수 있다. “Punk For Blood Star”은 제목처럼 직설적이고 미니멀한 하드코어 펑크의 속도감을 쥐고 달려간다. 하지만 펑크 특유의 단순함은 잠깐의 정지나 트레몰로의 배치 등을 통해 긴장감을 확실하게 조율하는 구성으로 포스트록적인 서사를 갖는다. 이 모든 것들이 빠른 속도로 밀집되어 나타나는 후반부는 자연스럽게 거대하게 울려퍼지는 “Xi’an”의 시작 부분으로 이어지며 펑크적인 속도감을 포스트록적인 공간감으로 이어진다. 거친 만큼 광활함도 최대치로 키운 “Xi’an”은 여러모로 매우 인상적인 곡인데, “Punk For Blood Star”의 트레몰로와 강한 비트의 속도를 조금 줄이고, 상대적으로 훨씬 느린 브릿지 부분을 그 옆에 바로 둔다. 빠름-중간-느림의 대비가 훌륭하게 이뤄지며 곡이 속도를 올리는 4분대부터 밴드는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자유자재로 미쳐 날뛰는 속도를 이용한다. 최고조로 폭발하는 속도와 빽빽하고 짙은 연주로 절정부를 채운 뒤 다시 도입부의 웅장한 리프로 돌아오며 “Punk For Blood Star” – “Xi’an”은 일종의 음악적인 수미상관 구성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모즈다이브의 포스트록은 곡에 있어서 확실한 서사를 구성해낸다. [The Stasis of Humanity] 자체도 음반의 단위에서 이 서사적인 구성을 찾아낼 수 있다. 8곡을 2곡씩 떼어 기승전결에 각각 부여한다면 첫 두 곡은 모두 5분대에서 모즈다이브의 펑크-포스트록적인 결합을 훌륭하게 제시하며, 이어지는 “Punk For Blood Star-Xi’an”은 16분가량 되는 연작의 구성을 통해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적용하는지를 들려준다. 각각 7분인 “Hide In The Fog”와 “Kingdom By The Sea”는 전 부분에 놓인 입장에서 포스트록적인 어법에 가장 충실한 동시에 거친 연주도 끝까지 밀고 나가 극한의 쾌감을 선사하고, 음반을 닫는 위치에 있는 마지막 두 곡, 특히 “Sitatilliuqnart Eram”은 짙고 묵직한 노이즈로 음반을 닫는다. 곧 모즈다이브의 포스트록은 펑크를 도입한 특유의 격정과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장엄한 구성력이 장점이다. [The Stasis of Humanity] 안에서 그 역량을 훌륭하게 뿜어냈기에, 잠깐의 정지와 변화 끝에 다시 돌아온 그들이 무엇을 들려줄까 무척 기대된다.

 

티어파크 [Tierpark] (2013)

 

 

영미 포스트록에서는 장르의 처음부터 큰 영향을 줬던 매쓰 록은 국내에서는 왜인지 그렇게 수면 위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2010년대부터 아폴로18의 후반기 음반들에서 그 모습이 드러났으며, 티어파크의 시도로 조금 더 수면 위로 드러나는 중이다. 티어파크의 매쓰록적인 포스트록은 장르적으로 밀접한 하드코어를 주축으로 삼은 아폴로18과는 다르게 조금 더 따스한 팝적인 감수성이 주축이다. 그럼에도 매쓰록과 포스트록 본연의 형태는 잃지 않는다. 데뷔 음반 [Tierpark]를 여는 “푸른 사막”이 대표적인 곡으로 박자를 잘게 쪼개며 나아가는 드럼과 이에 맞춰 찰랑거리는 연주를 들려주는 기타, 밑바닥에서 이 둘을 조율해나가는 베이스의 합은 팝적인 멜로디의 보컬과 만나며 낯선 동시에 새로운 느낌을 주조한다. 특히나 후반부의 느리고 정교한 클라이맥스는 국내 포스트록에 있어서는 꽤나 새로운 지점에 놓인다고 본다. 음반이 진행될수록 매쓰록-포스트록적 합과 팝적인 멜로디 사이의 훌륭한 결합은 더욱 다양하게 나타난다. ‘Sylvester“과 “불꽃”의 후반부에 깔리는 진한 기타 리프나 시작과 끝이 꽤나 다른 “가시”의 전개 과정 등 여러 곳에서 각각의 세계들은 별 다른 위화감 없이 합쳐진다. 이렇게 티어파크는 [Tierpark]에서 일종의 매쓰록-팝 혹은 포스트록-팝이라고 할 수 있는 창의적인 시도를 이뤄냈다. 이는 2015년의 2집 [두 세계가 만나는 순간]에서도 훨씬 더 정제되고 깔끔한 스타일의 “명왕성” 같은 곡에서 계속 이어진다.

다양한 밴드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포스트록은 전자음악, 슈게이징과 드림 팝, 인디 록과 기타 팝, 하드코어 펑크, 다크 앰비언트와 드론 노이즈, 국악기의 사용 등 수많은 방향에서 경계 없이, 제한도 없이 높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이러한 발전과 확장은 3세대 포스트록 밴드들의 ‘전성기’라고도 할 수 있는 2014년과 2015년에 빛나는 성과들로 이어진다. | 나원영 [email protected]

 

2 Responses

  1. ..

    국내 포스트록에 대한 정보가 매우 부족해서 로로스, 속옷밴드 등 몇몇 유명한 밴드만 알려져 있습니다.
    나원영님 글은 사막 속 오아시스 같아요! 감사하게 읽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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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marilyncrom

    오늘도 새로운 밴드를 알아가네요. 감사합니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드디어 해일이 나오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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