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 정도 중복 녹화한 90년대 초 VHS 비디오 테이프에서 옮겨낸 듯한, 베이퍼웨이브(Vaporwave)와 글리치 아트(glitch art)의 영향력이 짙게 느껴지는 화면 속에서 3D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낸 가상의 쇼핑몰과 롯데월드몰, 롯데월드의 홍보 영상과 즐거운 사람들의 모습이 흘러 지나간다. 그 모든 시각적 이미지를 채우는 건 뭉개질 대로 뭉개진 21세기의 케이팝이다. 프로미스_9(fromis_9)의 “유리구두”, 희진 & 현진(이달의 소녀)의 “I’ll Be There”, 엘리스(ELRIS)의 “열려라 그대 (Roopretelcham)”… 쇼핑몰 구석에 앉아 지친 다리에 휴식을 부여할 때 저 멀리 천장에 붙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이 리믹스의 질감과 비슷하지 않을까.

요컨대 이것은 노스텔지어지만, 베이퍼웨이브의 모든 것이 그러하듯이 테크노 자본주의 시대의 스타일로서 충실히 복무하는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롯데월드에 간 기억이 있는 사람조차 ‘대형 쇼핑몰 세계에서의 꿈의 모험’을 실제로 경험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그런 카피가 담긴 광고를 본 기억은 있을지언정). 하지만 텍사스 휴스턴에 살고 있는 이상한 이름의 프로듀서에 의해 만들어진 이 21세기 케이팝-타임워프가 재현하는 유사 과거가, 현 한국의 대중문화가 그토록 돌아가려고 애쓰는 듯한 시대와 겹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건 기괴한 경험이다. 현재의 어떤 90년대 재현도 이 정도로 노골적이어서 비현실적으로 보이진 않기에 더더욱.

애교킬러(AEGYOKILLER)는 그것을 알고 이 영상 체험을 제작했을까? 애초에 이 사람은 휴스턴 출신이 맞긴 한 걸까? 아니면 그저 인터넷 시대의 과거 탐사(혹은 창조)가 빚은 우연일 뿐일까? 무엇이 되었든, 이 ‘드림 시티 샤핑센터’의 음악은 괴리된 나른함과 편안함으로 당신을 감싸안는다. 그것이 21세기의 케이팝이 자신의 궤도를 벗어나는 또 다른 방식일 것이다. | 정구원 [email protected]

 

p.s 영상의 아이디어 자체는 인터넷 클럽(Internet Club)의 “Wave Temple”을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