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를 작성하고 있는 현재 드레이크(Drake)의 최신곡 “Nice For What”은 빌보드 핫 100(Billboard Hot 100) 차트에서 3주 연속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번 트랙이 1위를 차지하기 전에는 “God’s Plan”이 11주 동안 1위를 달리고 있었으니, ‘드리지(Drizzy)는 녹음하다 토해도 1위를 차지할 것이다’라는 말이 우스갯소리만으로 들리진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노래가 별로라는 뜻은 아니다. 사실, 1위를 차지하는 곡이 음악적으로 흥미를 끄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걸 감안하면 “Nice For What”의 바운스(Bounce) 비트는 상당히 이질적인 음악적 경험을 제공하는 재료다. 뉴올리언스(New Orleans)의 로컬 힙합 씬에서 발생한 특유의 스타일인 바운스는 곡 내내 이어지는 빠른 BPM과 에너제틱한 비트, 주고받는 ‘콜 앤드 리스폰스(call-and-response)’ 스타일의 래핑을 특징으로 하며, “Nice For What”의 2분 28초부터 등장하는 현란한 브레이크다운이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곡의 처음과 중간을 장식하는 뉴올리언스의 퀴어 래퍼 빅 프리디아(Big Freedia)의 화끈한 콜아웃 역시 이 트랙이 바운스의 피를 수혈했다는 걸 보여주는 요소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당연하게도 이 싱글이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페미니스트적 접근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신의 삶을 진득하게 꾸려 나가는 여성에게 ‘넌 저런 (한심한) 새끼들한테 잘 보일 필요 없지’라고 응원을 보내는 가사, 여성의 홀로서기에 대한 로린 힐(Lauryn Hill)의 발라드 “Ex-Factor”의 통샘플링, 16명의 아름답고 강인한 여성들이 대상화적 시선 없이 자신만의 매력을 펼치는 뮤직비디오(감독 역시 22세의 신예 여성 감독 카레나 에반스(Karena Evans)로, “God’s Plan”의 비디오도 맡았다) 등등. “God’s Plan”의 자선가 포지션에 이어, “Nice For What”에서도 ‘착한 드레이크’ 만들기는 계속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는 “Hotline Bling”에서 보여줬던 자신의 여성혐오적 시선 – 그는 그 노래에서 ‘넌 집에만 있는 착한 여자였지만 달라졌어’라고 랩한다 – 에 대한 반성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이것이 드레이크의 완벽한 페미니스트적 ‘의식화’라고 보긴 어렵다. 왜 드레이크가 이번 트랙에서 찬사를 바치는 여성은 8시부터 5시까지의 풀타임 정규직 여성에 한정될까? 왜 뮤직비디오는 여전히 진짜 여성의 삶보다는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여성의 단면만을 보여주는가? 왜 빅 프리디아는 멋진 콜아웃을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뮤직비디오 출연에선 배제되었는가? 그의 지정성별이 남성이기 때문이 아닐까? 직설적인 여성 찬가인 “Nice For What”에는 그 직설성만큼이나 많은 의문이 따라붙을 수 있다. 어떤 점에서 이는 앤디 자이슬러(Andi Zeisler)가 비판한 페미니즘의 상업화와 시장화의 가장 최신 사례일 것이다. 페미니즘과 큰 관련이 없었던 남성 팝 스타가 여성에 대한 찬사를 전유해 여성 아티스트에게 돌아갈 주목을 분산시킨다는 점에서, 그리고 차별에 대한 분노 및 연대 대신 찬가라는 ‘안전한’ 영역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이것 역시 남성 팝스타라는 드레이크의 우월한 위치에서만 가능한 액션이 아닐까?

그렇지만 팔짱을 낀 채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고 해도, 나에게 “Nice For What”은 여전히 좋은 싱글이다. 그건 내가 이 정도(로 낮은 수준)의 페미니즘적 태도와 방법론이라도 갖춘 트랙을 내놓은 남성 메인스트림 힙합/팝 뮤지션이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젠더 감수성을 갖춘 채로 ‘여성의 삶을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남성 아이돌 그룹이나 래퍼가 한국에 있었나? “Nice For What”을 들으면서 가장 많이 돌이켜보게 되는 것이 한국 가요계의 젠더 평등 수준이라는 건 참 입맛이 쓴 부분이다. 드레이크조차 한국에선 유니콘 같은 존재라니🦄 | 정구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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