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0일은 국제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Transgender Day of Remembrance)이다. 1998년 11월 28일 살해당한 흑인 트랜스젠더 여성 리타 헤스터(Rita Hester), 그리고 그 이전에 트랜스포비아로 죽어간 모든 트랜스젠더를 기리기 위해 1999년부터 시작되었다. 조용한 추모식으로 시작된 이 날은 현재 20개 이상의 나라에서 트랜스젠더 차별 반대를 외치는 국제적 운동이 되었고, 서울에서도 지난 11월 17일 트랜스해방전선의 주도 하에 행진이 펼쳐졌다.

이러한 추모와 차별 반대에 연대하는 의미에서, 과거와 현재에 걸쳐 있는 트랜스젠더 뮤지션의 음악을 모았다. 트랜스젠더는 다양한 문화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그것은 대중음악도 예외가 아니다. 사운드의 종류도 너무나 다양하다. 선명한 색을 지닌 채로 쪼개지고 발산하는 키라라의 일렉트로닉 사운드, 경쾌하게 진동하는 아예 나코(Aye Nako)의 펑크 멜로디, 어두운 전자음과 잊어버릴 수 없는 목소리를 결합시킨 아노니(ANOHNI)의 절창, 끽끽거리는 사인파와 뒤틀린 팝적 순간을 넘나드는 소피(SOPHIE)의 파열, ‘정신없음’ 그 자체인 빅 프리다(Big Freedia)의 바운스(Bounce), 트랜스포비아를 향한 분노로 가득 찬 히어스 콜렉티브(The HIRS Collective)의 그라인드코어, 불길한 기계음 혹은 침전된 신스팝 속에서 공허하게 울리는 제네시스 P-오리지(Genesis P-Orridge)의 목소리…

이들을 단순히 ‘트랜스젠더 뮤지션’이라는 카테고리로 묶는 것이 온당한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싶을 정도로, 그 스펙트럼은 넓은 사운드와 장르에 걸쳐 있다. 하지만 그것이 가사가 됐든, 구조가 됐든, 사운드가 됐든, 퍼포먼스가 됐든, 나는 이들의 음악에서 어떤 식으로든 기존에 많은 이들이 익숙하다고 느끼는 대중음악의 경로를 파열하는 요소를 발견한다. 그러한 인식을 선입견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젠더 이분법적 구조로 가득 찬 세계에서 그 경계를 허무는(그리고 그로 인해 공격받는) 존재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이 음악에 전혀 녹아 있지 않다고 말하는 것 역시 거짓이 아닐까.

미국의 트랜스젠더 연구가이자 운동가인 수잔 스트라이커(Susan Stryker)는 저서 『트랜스젠더의 역사』에서 “‘트랜스젠더 현상’(흔히 정상으로 가정하는 것하고 다른 방식으로 젠더가 구성될 수 있다는 점을 환기시키는 모든 것)이라고 부르는 대상에 주목함으로써 우리는 아마 이 세계에서 인간으로 존재하는 완전히 다른 방식을 언뜻 보기 시작할 것이다… ‘인간’ 개념이 무엇을 의미하고 무엇을 하는지를 재창조하는 일은 필수적인, 어쩌면 희망적인 일처럼 보인다”라고 말한다. 그것은 음악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대중음악의 경계를 뒤트는 이들의 소리를, 직접 들어보길 바란다. | 정구원 [email protected]

 

 키라라 “걱정”
Shea Diamond “I Am Her”
Against Me! “True Trans Soul Rebel”
Aye Nako “Molasses”
Big Freedia “Explode”
Ah-Mer-Ah-Su “Klonopin”
KC Ortiz “30 Dollar Coat”
Mykki Blanco “The Plug Won’t”
ANOHNI “I Don’t Love You Anymore”
The HIRS Collective “Outnumbered”
G.L.O.S.S. “Give Violence A Chance”
SOPHIE “Ponyboy”
Throbbing Gristle “Convincing People”
Psychic TV “Have Mer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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