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HWI) | ExtraPlex | Earwire, 2019

 

기술복제시대의 영성

어떤 음악에 대해서 ‘영적(Spiritual)’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우리는 그 묘사의 층위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상상해보게 된다. 그것은 성가대의 찬란한 합창에서 비롯되는 화음이나 목탁의 차분한 반복 속에서 파문을 일으키는 풍경 소리처럼 종교적인 성질을 띨 수도,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이나 니나 시몬(Nina Simone)과 같이 인간을 벗어난 듯한 목소리에서 비롯되는 경이감의 형태를 취할 수도 있다. 단순한 표현이지만 그 내부에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갈래를 지니고 있는 이 단어가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수식처럼 보이면서도 의외로 쉽게 발견되지 않는 것은, 그것이 어떤 ‘초월’을 담보로 요구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흔하게 들을 수 있고 ‘세속적’인 요건을 그 안에 짙게 내포하고 있는(음악 차트에 대해 얼마나 많은 말이 오가는지 생각해 보라) 대중음악이라는 형식은 초월이라는 단어가 쉽사리 발을 들이기 어려워 보인다. 많은 대중음악은 뭔가를 벗어나기보단 그 안에 머무르려는 경향이 강하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20세기 후반부터 종교성이나 뛰어난 보컬/악기 운용에서 비롯되는 영적 체험과는 구분되는 영성을 자신의 음악 속에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일련의 흐름을 목격한다. 몇 가지 이름을 들자면 비요크(Björk)를 필두로 피버 레이(Fever Ray), FKA 트윅스(FKA Twigs), 아노니(ANOHNI), 아르카(Arca)를 호명할 수 있으며, 조금 더 깊게 들어가면 엘리시아 크램튼(Elysia Crampton), 클라인(Klein), 입스 튜머(Yves Tumor), 로틱(Lotic) 등도 주목할 수 있을 것이다. 일렉트로닉을 기반으로 복잡하고 불규칙한 비트와 흔히 들을 수 없는 멜로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뒤틀린 음악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이상한 시각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솔로 아티스트들이란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지만, 사실 그 이상의 스타일적 교집합을 찾아보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다만 스타일적 공통점 이상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들이 인간의 행위(악기 연주나 노래 부르기, 합쳐진 목소리 등)로부터 비롯되는 초월감을 얻으려 했던 과거의 실천과는 달리 기술과의 적극적인 교류, 혹은 융합을 통해서 영적인 효과를 얻어낸다는 점이다. 그것은 결국 자신이 초월하고자 하는 육체에 대한 찬미로 되돌아가는 아이러니를 불러오는 과거의 음악적 영성과 달리(‘저 인간이 아닌 듯한 목소리/연주를 들어’에서 초점은 결국 ‘목소리/연주’에 있다) 육체에 대한 거리감을 느끼게 만드는 초월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결국 비요크FKA 트윅스의 목소리에 전율하게 되는 것은 그러한 영적 체험이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한계일지도 모르겠지만.

휘(HWI)의 데뷔 EP [ExtraPlex]를 들으면서 가장 처음 느꼈던 것은 이 레코드가 이러한 기술적 영성의 흐름을 충실하게 계승하고 있다는 감각이었다. 숨가쁘게 고음을 반복하는 목소리와 회전하듯이 공간을 떠도는 전자음의 조각들이 섞이면서 부서져 내리는 “Into the Basement”부터 기이하게 왜곡된 목소리가 폐쇄적으로 파괴적인 신시사이저의 파도 속에서 부유하는 “Malling with You”나 “Where is my Exit?”의 사운드는 그의 음악이 초월적 체험을 유도하려 한다는 점을 즉각적으로 증명한다. 이 흐름을 따르는 다른 모든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청자는 [ExtraPlex] 속에서 (목소리로 대변되는) 육체가 산산조각나는 듯한 감각을 느끼게 될 것이며, 그것은 기술적으로 영적이지 않은 대중음악과 이런 부류의 음악을 가르는 가장 뚜렷한 선이다.

물론 그런 감각을 전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사운드적 파열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정교한 구성과 매력적인 소스의 선택이 뒷받침되어야 비로소 가능한 부분이다. 그 부분이 [ExtraPlex]가 지닌 가장 강력한 힘이다. EP의 곡들이 지닌 가장 큰 특징은 이들이 사운드의 강하와 상승을 통한 낙폭에서 비롯되는 전환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일 텐데, 이를테면 둔탁한 킥과 함께 분해되어 낙하하는 노이즈 – 그 추락을 잠시 지연시키는 듯이 부유하는 보컬 – 보컬의 말소와 함께 벽처럼 거대한 노이즈를 다시 투하해 마무리하는 “Malling with You”, 가장 ‘일반적’인 댄스 음악의 구조를 지녔으면서도 부유하는 듯이 가벼운 킥 비트와 노이즈로 뒤덮인 코러스를 대비시키는 “Déjà vu : Where is my Exit?”의 구성을 예로 들 수 있다. 각 소스들 자체가 지닌 혼미함을 더욱 강화시키는 이 낙폭은 [ExtraPlex]가 선보이는 해체가 지닌 매력을 대변하고 있다.

때로는 음고를 한껏 – 인간의 자연음이 낼 수 없는 수준까지 – 높인 채로, 또 다른 곳에서는 노이즈의 망토를 뒤집어쓴 채로 EP의 이곳저곳을 떠도는 휘의 목소리는 레코드 속에 유일하게 남은 ‘육체’의 흔적으로써 비육체적 요소와 결합한다. 누군가는 그의 목소리를 이 디지털 세계 속에 남은 유일한 인간성으로 받아들일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전자음에 의해 성대로만 낼 수 없는 소리를 내뿜는 그의 모습에 매력을 느낄 것이지만, 그 두 상반된 견해가 공통적으로 다다르는 곳은 이것이 흔히 접할 수 없는 영적 체험이라는 결론일 것이다. 비록 이러한 방식이 아이샤 데비(Aisha Devi)가 이미 또렷하게 선보인 방법론이라는 점에서 완전히 독창적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지만(데비 역시 기술적 영성의 대표적인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휘의 보컬에 매혹되지 않는 것은 어려울 것이리라.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잠깐의 구원을 찾아 이곳 ExtraPlex를 방문하지만, 산만함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여러 시설이 견딜 수 없을 만큼 넓게 도열한 이곳에서 탈진하고 만다”는 뚜렷한 설명이 이 비산(飛散)하는 작품에는 득보다는 실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는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그것은 ‘복제된 천사’(“mígōng”)나 ‘미친 사람들이 말을 쏟는 이 도시’(“Where is my Exit?”) 같은, 불분명해 보이지만 기실 매우 구체적인 ‘비판의 대상’을 지니고 있는 몇몇 노랫말에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을 대도시와 자본주의 문명이 선사하는 압박감에 대한 비판으로 읽었을 때, 그 정체 모를 폐소공포증적 감각을 성공적으로 구현해 낸 사운드에 비해 비유를 둘렀음에도 너무나도 직설적으로 느껴지는 가사가 미치지 못한다는 인상이 강하기에.

하지만 그러한 탈출에 대한 의지 혹은 분노가 [ExtraPlex]에 다른 방향으로부터의 초월적 에너지를 가져다준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그 역시 받아들이지 못할 부분은 아니다. 생각해 보면 영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음악의 매력은 그것이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추상적 승천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끊임없이 불화하는 현실의 대상으로부터의 초월을 꿈꾼다는 점에서 비롯되었다. 그 불화의 대상은 젠더 디스포리아를 경험하는 육체가 될 수도, 파괴되는 환경을 지켜보는 무력함이 될 수도, 인간관계의 갈등이 될 수도 있다. 쇼핑몰의 지하로 잠겨드는 휘는, 그 영적 초월의 많은 시도의 목록에 자신의 단절감을 새로이 새겨넣는다. 그것은 전율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빛을 띠고 있다. | 정구원 [email protected]

 

Rating: 8/10

 

수록곡
1. Into the Basement
2. Malling with You
3. mígōng
4. Where is my Exit?
5. Déjà vu : Where is my Exit?
6. Back to the Ground
7. Where is my Exit? (Vonlin Yoon Remix)

 


“Into The Bas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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