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리 아이드(Starry-Eyed) | 미안한 사춘기 (EP) | Leaplay Music, 2012

 

이것도 지나가리라

[미안한 사춘기]를 처음으로 다 듣고 난 뒤, 스타리 아이드가 원래 이런 밴드였었나 하는 의문이 강하게 몰려왔다. ‘그대와 영원히 청춘의 밤은 변치않기를’ 바란다든지(“청춘의 밤”) ‘난 아직도 어린가봐 어젯밤에도 밤새 울어’라고 슬퍼한다든지. 물론 스타리 아이드는 이미 1집 [Lo-Fi Dancing Star]에서 2집 [Sweet Night]로 극적인 사운드 변화를 보여준 바 있었다. 하지만 이런 ‘감성적’ 변화는 또 처음이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했다. 처음 들었을 때는 말이다.

그러나 이들의 전작을 다시 들어 보니, 기실 이들의 노랫말이 다루고 있는 내용은 쭉 일관된 것이었다. 청량한 기타팝을 들려주는 2집에서도, 우중충하면서도 쌉싸름한 슈게이징 앨범인 1집에서도, 시간을 거듭할수록 조금씩 긍정적으로 변하고는 있지만 스타리 아이드는 늘 청춘스러운 아픔, 사랑, 즐거움을 노래하던 밴드였다.

그렇다면 왜 이번 EP에서 그런 ‘감성’이 두드러지게 느껴진 것일까. 일단 사운드적으로 [미안한 사춘기]는 전작들과는 달리 보컬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아졌다. 1집은 제외하고 생각해 보아도, EP에서 가장 먼저 귀에 들어오는 소리는 2집과 같은 기타 멜로디가 아닌 섭(Sub)의 보컬이다. 구조적인 관점에서도 마찬가지다. 2집에서 보컬이 기타 사운드가 만들어내는 파도를 타고 있다는 인상이었다면, EP에서 기타 사운드는 말 그대로 보컬을 ‘반주’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마지막의 연주곡 “Area 51”을 제외하면 이러한 경향은 이번 EP의 네 곡 모두에서 드러난다.

아마도 이러한 선택은 앨범 제목 그대로의 ‘미안한 사춘기’라는 주제를 짧은 EP 안에서나마 담아내 보려는 시도였으리라 짐작된다. 그렇지만 그러한 시도가 성공적이냐고 묻는다면 유보적인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가사와 감성 자체는 진부함을 지울 수 없을지언정 누군가에게는 와 닿을 수도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요소가 전면에 나옴으로써 스타리 아이드 특유의 사운드적 장점을 덮어버리는 것은 어떻게 여기면 좋을까. [Sweet Night]에서 유려하게 빛나면서 겹겹이 쌓여가던 기타 멜로디는 이번 EP에서는 상당 부분 희석되어 있다. 다른 말로 하면 곡들이 단조롭다. 초반의 네 곡은 물론이고 마지막 곡 “Area 51”도 각각의 요소만이 흥미로울 뿐, 그것을 곡 전체의 희열로 승화시키지 못한다.

그나마 스타리 아이드 특유의 훅이 살아있다는 건 위안이 되는 부분이다. “청춘의 밤” 후렴구에서 기타 노이즈에서 섭의 외침으로 이어지는 부분처럼.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미안한 사춘기]는 어쩔 수 없이 기대에 못 미치는 범작이다. 짧은 EP에 너무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으리라. 그저 이번 레코딩이 한때의 사춘기처럼 지나가는 과정이 되었으면 할 뿐이다. | 정구원 [email protected]

rating: 5/10

 

수록곡
01. 청춘의 밤
02. 두더지
03. 밤비
04. 미안한 사춘기
05. Area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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