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Beatles) 계보에서 가장 빛나는 승전보가 [All Thins Must Pass]라면(사실 때때로 맥카트니경의 [RAM]이라고도 생각한다) 비치 보이스(Beach Boys) 계보의 가장 빛나는 승전보는 바로 이 [Pacific Ocean Blue]라고 생각한다. 비치 보이스가 지녔던 낙천성이 극적인 어두움으로 변했고 해양기후성은 소쇄하기보단 침잠한다, 황홀하게 늘어지는 이완감 사이의 기이한 율동감, 두터운 선율과 화음. 그런 것들이 여기에 있다.

데니스 윌슨은 브라이언 윌슨(Brian Wilson)의 동생이자 칼 윌슨(Carl Wilson)의 형이다. 이게 삼국지의 제갈 가(家)에 대입하면 제갈량의 포지션이란 얘기. 근데 이 큰 형이란 자가 워낙 ‘난 사람’이다보니 어딘지 모르게 기를 못 펴는 인상이었지만, [Sunflower](1970)앨범부터 그 기량을 서서히 꽃피우더니(“forever”라는 명곡을 만든다) 결국 1977년 이 첫 번째 솔로 앨범을 발표하며 자신의 뛰어남을 알린다.

[Sunflower] 발표 후 바로 착수하여 7년의 각고 끝에 만들어진 이 앨범은 도어즈(Doors)이후 록스타의 신격화가 이뤄진 LA의 분위기를 그대로 담고 있다. 실제로 비치 보이스 시절의 유려한 훅은 보기 어렵지만 이 앨범은 데니스 윌슨의 이름만으로 3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거둔다. 또한 그 판매고가 컬트적인 분위기에서 이뤄졌으며 리스너들에게도 사랑받았지만 평단의 호들갑스러운 찬사도 잇달았다. 그런 이 음반은 아주 훌륭한 70년대 말의 팝을 담고 있다. 고통스러운 블루스를 신서사이저와 몇 겹으로 층을 이룬 하모니로 휘감아 고통의 실체를 보기 전에 푹신한 완충제를 안배해두고 그 완충사이에 형형하게 빛나는 고통의 실체를 알게 된 순간 완전히 리스너를 포획해버리는 무서운 덫을 쳐놓은 앨범이다.

뿐만 아니라 이 앨범은 비치 보이스의 멤버들이 긴밀한 공조체제를 이룬 작품이기도 하다. 브루스 존스톤(Bruce Johnston, 비치 보이스 후기의 가장 중요한 인물로 가을이 되면 사무치는 솔로앨범을 하나 발표하신 적이 있다. 가을에 소개하겠다.)이 하모니 보컬로 참여했고 마이크 러브(Mike Love)가 연주와 작곡으로 참여했고 칼 윌슨(Carl Wilson)도 자신의 재능을 기꺼이 선사했다. 또한 앨범의 프로듀서이자 송라이팅 파트너인 그렉 제이콥슨(Gregg Jakobson)은 생애의 한번뿐일지도 모를 정도의 집중력을 발휘했고 카렌 램(Karen Lamm, 시카고의 키보디스트 로버트 램의 전처. 말 나온 김에 로버트 램의 솔로앨범도 소개할 생각;;;)의 송라이팅도 빛나는 멜로디감각을 뽐낸다.

그래서 만들어진 피아노 발라드와 가스펠 콰이어의 조합이 장중한 “River Song”이라던가 육중하고 고통스러운 “Moonshine”, 신음같은 읊조림과 장엄한 혼섹션이 함께하는 “Time”, 보싸노바와 함께하는 애잔한 “You And I” 서글프고 단아한 “Farewell My Friend”등 이 앨범의 모든 곡들이 데니스 윌슨 그 자체여서 가벼이 여길 수가 없다. 70년대의 LA를 파멸적인 약물문화의 끝을 편집증적인 천재의 흔적이 담겨 있다는 이야기다. 팝의 역사상 이토록 개인의 모든 것을 창의적이고 장대한 서사로 담아낸 적은 매우 드물다. 그리고 1978년 [Bamboo]라는 후속작을 준비했지만 이 파멸형 천재는 결국 후속작을 내지 못하고 보드카 파티의 끝에 익사를 택하며 굴곡많은 삶의 종지부를 찍는다.

앨범의 오리지널은 카리부(Caribou)레이블을 통해 발매된 PZ 34354의 카탈로그이며 현재는 나름의 가격대를 형성 중이다. 또한 판형이 여럿 존재하는 바이널로 동시대에 Dutch와 UK Press의 존재를 확인했다. 그래도 미국반을 구하는 게 일단 오리지널이란 사실 때문에 뿌듯하고 구하기도 쉽다.

무엇보다도 게이트폴더 사이의 사진들이 정말 좋다. 70년대 미국 서부라는 느낌 그 자체! 1991년에 극소량의 CD가 발매된 후 근 20년간 200$근처의 가격대를 형성하다 2008년 소니 리거시(Sony Legacy) 레이블에서 두 번째 앨범 [Bamboo]를 위해 녹음된 세션까지 전부 담은 2CD의 디럭스 에디션으로 발매되며 데니스 윌슨의 좀 더 많은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특히 이 앨범을 출시될 때 같이 발매한 미국의 선데이즈드 레이블에서 동시에 발매한 3LP의 디럭스 에디션 바이널 세트는 요사이 가장 수집가들에게 많은 리퀘스트를 받는 판형이며 100$근처의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다.

또한 최근 유럽의 Music On Vinyl에서 중량반 판형으로 발매된 적도 있다. 그리고 동시대에 7인치로 발표한 싱글들도 나날이 수집가치 올라가는 중이다.


Danny Wilson – River Song

One Response

  1. 브루스

    좋은 앨범리뷰 잘 봤습니다.
    근데 중간에 언급하신 Bruce Johnston 앨범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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