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ow Anthem | Smart Flesh | Nonesuch, 2011

로 앤섬, 펌프 오르간, 버려진 파스타 소스 공장

몇 해 전, 가수 하림이 “California”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허디거디(hurdy-gurdy)라는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 이색적인 현악기 소리가 곡의 주축인 멜로디 라인을 이끌어 가고 있었다. 생소했던 악기의 음색보다, 악기가 기존의 익숙한 소리(어쿠스틱 밴드 편성)와 조화를 이루며 곡 전반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음의 재료를 취사선택할 것인가, 혹은 선택한 음의 재료를 어떻게 구성하여 표현할 것인가에 따라 다양한 장르와 분위기의 음악이 파생된다. 재료에 민감한 뮤지션이 있는가 하면, 재료의 궁합에 좀더 민감한 뮤지션이 있다. 물론 양 요소를 적절하게 융화시키는 데 성공한 몇몇 이들은 대중성과 음악성 모두를 인정받는 드문 호사를 누리기도 한다(비교적 최근에는 아케이드 파이어가 비슷한 위치에 올라선 듯하다).

서두가 엉뚱하고 길었다. 로 앤섬(The Low Anthem)과 그들 앨범 전체의 분위기를 지배하는 펌프 오르간, 그리고 앨범이 녹음된 파스타 소스 공장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서였다. 로 앤섬은 미국 북동부 로드아일랜드 출신의 4인조 밴드다. 2009년에 발매된 [Oh My God, Charlie Darwin]을 통해 세간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포크와 블루스 록을 기반으로 하는 어쿠스틱 사운드를 들려준다. 재밌는 것은 포크 성향의 싱글과 블루스 록 성향의 싱글이 마치 다른 밴드의 결과물인 것처럼 뚜렷이 구별된다는 것이다. 보컬리스트 벤 녹스 밀러(Ben Knox Miller)의 목소리 역시 양면적이다. 웅크리며 자조적으로 읊조리는 본 이베르(Bon Iver)와 같은 모습을 취하다가도, 어느새 허스키한 목소리의 로커빌리 싱어로 돌변한다. 거기에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조시 아담스(Jocie Adams)의 몫을 의식한 클래식 연주곡까지 더해져, 앨범은 더욱 잡탕스런 구성을 보인다.

그러나 중구난방의 구성에도 불구하고 앨범이 환기하는 정서는 균일하다. 첫사랑의 기억을 되살리며 떠나는 여행처럼, 오래된 것(그로 인해 무용해진 것)들 혹은 잊힌 것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질적인 것들이 이토록 균일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구식 펌프 오르간 특유의 음색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먹먹하게 울리면서 서서히 잦아드는 오르간 음은 곡의 분위기를 차분하게 잡아준다. 반조, 클라리넷, 첼로, 실로폰, 스틸기타 등 다양한 악기들의 음색이 펌프 오르간 사운드와 어우러져 부드럽게 자리 잡는다. 녹음 환경 또한 앨범의 전체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번 앨범은 버려진 파스타 소스 공장에서 모든 녹음이 이루어졌다. 높은 층고의 공장 천장과 벽은 빈티지한 사운드를 더욱 깊게 만들고 음의 공간감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주었다. 보다 주의를 기울이고 감상에 집중한다면, 다양한 악기의 잔향이 만들어내는 음의 층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앨범에서 가장 독특하면서도 인상적인 순간을 묻는다면 세 번째 트랙 “Boeing 737″을 꼽겠다. 온순하게 연주되던 아날로그 악기들이 갑자기 일제히 몰아치기 시작하고 거칠게 포효하는 보컬이 더해져 조화를 이루는 순간은, 여느 포스트록 밴드의 싱글보다 더 인상적이고 강렬하다. | 글  최성욱 [email protected]

ratings: 4/5

 

수록곡
1. Ghost Woman Blues
2. Apothecary Love
3. Boeing 737
4. Love And Altar
5. Matter Of Time
6. Wire
7. Burn
8. Hey, All You Hippies!
9. I’ll Take Out Your Ashes
10. Golden Cattle
11. Smart Fle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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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ow Anthem “Boeing 737”

관련 사이트
로 앤섬 공식 홈페이지
http://www.lowanthe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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