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rious Artists | 민트페이퍼 컴필레이션 – Life | 해피로봇, 2010

어떤 징후 

민트페이퍼의 첫 번째 컴필레이션 시리즈인 [고양이 이야기], [강아지 이야기]가 발매되었을 때만 해도, 서울의 한 대형 공원에서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의 음악 페스티벌이 열렸을 때만 해도, 기분 좋은 일회성 해프닝 정도로 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음악 산업과 관련된 다수의 참신한 기획들이 시작의 원기 왕성함과는 다르게 초라한 결말로 끝을 맺듯, 손익분기점이라는 높은 벽을 실감한 채 다른 항로로 선회할 줄 알았다.

어느새 이 기획 집단(?)은 세 번째 컴필레이션을 발매했고,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을 대표적 음악 페스티벌로 키워 놓았다. 바깥과 내부의 뮤지션들을 아우르며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성해 가고 있으며, 비슷한 취향과 정서를 공유하는 개인을 느슨한 방식으로 묶고 있다. 그리고 올 봄 ‘뷰티플 민트 라이프‘라는 공연을 통해 그리고 [Life] 컴필레이션 앨범을 통해 자신감에 찬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기서 ‘Life’는 우리가 쉽게 해석할 수 있는 무겁고 애매모호한 의미의 단어를 지칭하지는 않는다. 특정한 방식의 삶을 추구하는(혹은 지향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로 좁혀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앨범 소개 자료에서도 명기했듯이 음반은 일어나고 싶지 않은 아침잠의 유혹, 첫 극장 데이트의 설렘, 냉장고 속에서 발견한 이별의 파편, 여유 있는 휴일의 읊조림 같은 생활 속의 소재를 포크성향의 팝음악의 형식을 빌려 때론 달콤하게 때론 씁쓸하게 풀어내고 있다.

위트있고 능글능글한 디바인 코미디(Divine Comedy)로 변신한 김C의 모습을 보는 것도(“ 고향에 살어리랏다”), 해맑은 블랙코미디를 선보이는 달빛요정만루홈런의 밝은 모습도(“주성치와 함께라면”), 어쿠스틱한 상차림과 재치있는 가사가 돋보이는 10cm(“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의 풋풋한 모습도 앨범이 주는 재미이다. 비슷한 성향의 뮤지션들의 신곡을 묶어 60여분을 채웠음에도 퀄리티가 균일하다는 것은 앨범이 갖는 미덕인 동시에 이 쪽 성향 뮤지션들의 저변이 생각보다 단단함을 확인하게 하는 지점이다.

음악 자체가 아니라 음악을 통해 감성을 교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앨범의 성격으로 보건대 개별 곡의 특성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것은 부질없어 보인다. 하나의 곡들이 앨범의 통일적 콘셉트를 위한 소품으로 자리잡고, 앨범 전체의 흐름이 일상을 위한 BGM처럼 포지셔닝 되어있다. 실험적 형식이나 독특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익숙한 것들을 익숙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에 좋다, 나쁘다 식의 가치 판단을 두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익숙한 것들이 언제까지 익숙하게 들릴 것이냐 라는 것이다. 콘셉트가 진부하게 느껴지는 순간 앨범은 그 수명을 다할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꽤 만족스럽다. | 글 최성욱 [email protected]

ratings: 3.5/5

수록곡
01.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 10cm
02. 포근해 – 성진환
03. 팝콘 – 데이브레이크(Daybreak)
04. good bye – 랄라스윗
05. 유통기한 – 좋아서 하는 밴드
06. 우리집 싱어 – 이아립
07. 오늘은 휴일입니다 – 한희정
08. 끝없는 이야기 – 이능룡 with 임주연
09. 구제불능 – 옥상달빛
10. 고향에 살어리랏다 – 론리 허스 밴드(Lonely H’s Band)
11. 달빛 스쿠터 – 네온스(neons)
12. 무지개 – 나루(naru)
13. 취미는 사랑 – 가을방학
14. 주성치와 함께라면 –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15. 겨울아침 – 오지은
16. 하쿠나마타타 – 세렝게티(Serengeti)

관련 사이트
민트페이퍼 공식 홈페이지
http://www.mintpap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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