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Pudditorium) | Episode: 이별 |비타민

 

 

익숙한 낯섦

록과 팝의 서자들은 서럽다. 상업적인 대중음악 시장과 뚜렷한 연결고리를 찾지 못한 채 변방의 반도에 머물기 십상이다. 홍대 앞 인디록 소녀들의 열렬한 환호도 브라운관 속의 화려한 모습도 남의 일이다. 서자들은 흔히 월드음악, 퓨전재즈, 뉴에이지 등으로 통칭된다. 상류층 사람들의 고상한 취향으로 여기지기도 하며, 평일 한적한 카페에 앉아 조간신문을 읽으며 브런치를 즐기기에 적당한 BGM으로 오해 받기도 한다. 음악 장르와 수용자 계층의 상관관계는 아카데믹한 사람들의 몫으로 넘기자. 재즈를 모르니 크로스오버 재즈니 퓨전 재즈니 하는 애매한 용어도 삼가도록 하자. 수식보다 살갑게 다가와 살랑거리는 팝 앨범이 여기 있으니 …….

푸디토리움(Pudditorium)은 푸딩의 리더로 알려진 김정범의 솔로 프로젝트이다. 푸딩은 2003년 1집 [If I Could Meet Again], 2005년 2집 [Pesadelo]를 발매했으며, 김정범은 이윤기 감독의 [Love Talk], [아주 특별한 손님], 그리고 비교적 최근작인 [멋진 하루]의 음악을 담당함으로써 영화음악가라는 직함을 추가했다. 푸딩과 푸디토리움의 관계를 묻는 것은 간선도로와 국도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만큼 무의미하다. 이국적인 분위기의 음악을 하는 이들로 기억하도록 하자. 사전식으로 풀어쓰자면 ‘한국적인 정서를 브라질리안 리듬을 기반으로 팝 스타일의 멜로디를 통해 구현하는’ 이들이다.

‘한국적인 정서’라는 표현에는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 같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경포대 해수욕장 한 모퉁이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온다 해도, 퇴근길 1호선 지하철역 개찰구에서 흘러나온다 해도, 질펀한 농담이 오가는 어느 막창 집에서 흘러나온다 해도 크게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음악이다. 이질감이 적다는 것은 ‘이별’이라는 앨범의 컨셉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남미의 정열적이고 낭만적인 흥취에 들썩이다가도 마음 한 구석은 한없이 구슬프다. 서정적이다. 한국 대중음악 씬에서 활동하는 여타의 재즈 밴드와 푸디토리움(혹은 푸딩)이 구별되는 지점은 서정성에 있다. 서정성의 구현에 있어서 푸디토리움은 좀 더 섬세한 방식을 따른다. 다양한 악기를 혼성하는 데 있어서 모방이나 기교보다는, 감성의 결을 살려내는 데 집중한다.

앨범은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유진 프리즌, 길 골드스타인, 마크 워커 등 그래미 어워드 재즈, 라틴재즈, 뉴에이지 수상자들의 이름이 나열된다. 마치 한 장의 재즈 컴필레이션 앨범을 집어 든 듯하다. 뉴욕, 보스턴, 로스엔젤러스, 상파울로 등 각 도시의 스튜디오를 순회하며 발품을 판 흔적이 보인다. 탁월한 뮤지션을 모아 놓고 진행된 레코딩이지만 결코 과하게 도드라지는 부분이 없다. 일관된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서 세밀하게 각 부분을 조율했음을 감지할 수 있다.

타이틀곡인 “그저 그렇고 그런 기억”의 프랑스어 버전인 “Sans Rancune”는 언어의 사용에 따른 뉘앙스의 차이를 확인하기에 좋은 예이다. 굳이 언어의 의미를 알지 못해도, 그 말소리의 톤, 악센트만으로 같은 곡이 다르게 해석 될 수 있다. 이것은 지나치게 가사의 의미에 천착하는 뮤지션에게 또 다른 시사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푸디토리움은 영어, 포르투갈어, 프랑스어, 한국어를 넘나들며 미묘하게 음악이 풍기는 정서를 변조하고 있다.

인상 깊은 것은 11-12-13번 트랙으로 진행되는 시퀀스이다. 루시드폴이 피쳐링한 “겨울 장마”에서 마치 메마른 가슴을 드러내듯 건조하게 진행되다가, 12번 트랙인 “재회(齋會)”에서 그 갈라지는 맨 가슴살을 내보인다. 가볍게 센티멘털해 있다가 12번 트랙의 피아노 인트로에서 장맛비에 젖는다. 울음이 솟는다. 지독한 신파다. 마지막 트랙인 “그저 그렇고 그런 기억”에서 울음이 서서히 마른다. 그저 그런 기억일 뿐이라고 가볍게 다독인다. 봄밤의 미풍이다. 익숙한 낯섦이다. | 글 최성욱 [email protected]

 

rating: 3.5/5

 

 

수록곡
01. After 11:59 PM
02. Viajante
03. 바람은 차고 우리는 따뜻하니
04. Sans Rancune (그저 그렇고 그런 기억 French Ver.)
05. This Is Love
06. Pra Fazer Uma Cancao
07. Sunset Dance
08. As Voltas Com O Frio
09. Entre Os Passos Do Amor
10. Drown
11. 겨울 장마 (Feat. 루시드폴)
12. 재회(齋會)
13. 그저 그렇고 그런 기억

관련 사이트
푸디토리움, 공식 사이트
http://www.pudditori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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