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걸스(Wonder Girls) | Wonder Party | JYP엔터테인먼트, 2012


 

쉽지 않은 아이돌 장사

원더걸스(Wonder Girls)의 두 번째 EP 앨범 [Wonder Party](2012)는 투애니원(2NE1)의 데뷔 EP [1st Mini Album](2009)이 보여준 구성, 요컨대 ‘임팩트 있는 클럽튠과 알앤비 발라드 타입의 조합’을 연상시킨다. 물론 차이는 있다. 투애니원이 댄스팝을 바탕으로 당시 인기 절정이던 엠아이에이(M.I.A)의 제조법을 빌려와 수록곡들에 화학적으로 녹여냈다면, 원더걸스는 이번 앨범에서 케샤(Ke$ha)부터 아질리아 뱅크스(Azealia Banks)까지를 아우르는 미국 메인스트림 음악 씬, 특히 빌보드 Rap 및 R&B 차트에서 대중과 평단의 호응을 이끌어낸 일련의 힙합 부류로부터 많은 걸 가져온다.

[Wonder Party]는 앞 두 트랙과 뒤 세 트랙이 비교적 물리적으로 구분된다. (이미 싱글로 발매된 바 있는, 또 다른 성격의 마지막 트랙 “The DJ Is Mine”은 제외하겠다.) 앞의 두 곡 “R.E.A.L”과 “Like This”는 또각또각한 비트에 넘실거리는 신스 라인을 소극적으로 얹어놓은 파티튠(party tune)인 반면, 후반부의 세 곡은 켈리 롤랜드(Kelly Rowland)나 시아라(Ciara) 등의 발라드 기법을 적극적으로 따른다.

흥미로운 부분은 앞쪽에 있다. 두 곡 모두 버즈음의 베이스와 하이톤 신스, 비트와 보컬이 단출하게 엮여 있다. 먼저 발매와 동시에 자유분방한 컨셉트의 안무와 캐치한 훅으로 대중의 호응을 얻고 있는 “Like This”는, 특히나 비욘세(Beyonce)가 최근 “Move Your Body”“Get Me Bodied” 등에서 보여준 음향적·시각적 결과물을 충실히 모방하여 보다 단순화된 사운드와 이미지로 만들어낸 비주얼 송(visual song)이다. 가장 인상적인 트랙은 첫 번째 곡 “R.E.A.L”이다. 이 역시 최근 몇 년간 큰 인기를 끌어온 여성 랩 분야, 그중에서도 니키 미나즈(Nicki Minaj)의 스타일을 정교하게 학습한 흔적이 역력하다. 미니멀한 비트 위에 연기하듯 랩을 속삭이는 창법과, ‘딸기 바나나 and 골드키위, 니가 집는 건 그냥 그런 맛 캔디’ 식의 호전적 가사를 툭툭 끊어 뱉으며 ‘right, right’과 같은 추임새를 넣는 방식은 위와 같이 말할 수 있는 근거의 단적인 예일 뿐이다.

신서사이저의 비중을 줄인 반면 재기발랄하게 꾸민 비트와 연극적 래핑을 내세우며 코러스 파트에 대한 강박 없이 쿨하고도 덤덤한 사운드를 미덕으로 하는 이러한 스타일은, 국내 메이저 씬에선 아직 드물기에 썩 새롭게 들릴 여지가 많다. (이 같은 성과에 있어서는 공동 작곡가 프레드릭 오데스조(Fredrik “Fredro” Ödesjö)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추측해본다. 프레드릭 오데스조는 슈가베입스(Sugababes)와 윈터 고든(Wynter Gordon), 숀텔(Shontelle) 등의 여성 댄스팝 그룹/가수들과 작업한 바 있는 스웨덴 출신의 뮤지션이다. 이 곡의 또 다른 공동 작곡가로는 이우민과 함께 원더걸스의 멤버 박예은이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학습의 영민함’에도 불구하고, 개별 트랙에서의 어색함 내지 미숙함(일례로 “R.E.A.L”은 주로 랩의 발성과 라임 면에서, “Like This”는 레퍼런스의 차용 방식에 있어서)은 지적할 만하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또다시 떠오르는 고민거리는 일관성과 독창성의 부족함이다. 여기서 일관성의 문제는 하나의 곡 혹은 앨범이 주변의 복잡한 문화·산업적 관계와 맞물리며 발생하는데, 대개는 ‘동아시아 10대들의 취향’을 타킷으로 삼아야 하는 아이돌 그룹의 존재적 조건이 소위 ‘그곳(미국)의 음악’을 ‘이곳(한국)의 가사, 안무, 패션 등의 코드’에 끼워 맞추도록 하는 과정에서 가시적으로 드러난다. 주체성이 흐려지거나 심지어 음악을 비롯한 모든 요소들이 유치해지고 또는 촌스러워지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 오류를 그나마 가장 잘 피해온 그룹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에프엑스(f(x))다.)

사실 이러한 문제의 대부분은, 기획사 내 다방면의 제작진이 만들어주는 전략을 시의적인 컨셉트에 따라 단기간 내에 수행하고 빠져야 하는 ‘아이돌 장사’의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된다. 음악적으로 훨씬 더 치밀해질 필요성을 그 밖의 요소들이 덮어버리기 일쑤다. 결국 자신의 음악을 자기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괴리와 모순은, 그 가수(그룹)의 음악적 일관성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독창성 또한 마찬가지다. ‘독창적 음악’이라는 신기루에 발목 잡힐 필요는 없지만, 이토록 참조 대상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경우엔 좀 더 섬세한, 아니 전적으로 다른 세공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결국 [Wonder Party]는 완성도라는 면에서 김빠지게 하는 요소가 눈에 밟히는 음반이다. 학습력은 괜찮았지만 응용력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 김영진 [email protected]
 
rating: 5/10
 

수록곡
01. R.E.A.L
02. Like this
03. Hey Boy
04. Girlfriend
05. Sorry
06. The DJ Is M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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