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K.R.I.T. | Live From The Underground | Cinematic/Def Jam, 2012

 

남부의 소리를 찾아서

이 앨범에는 실려 있지 않지만, 말하자면 자신의 대표곡이라 할 만한 “Country Shit” 리믹스 뮤직비디오에서 빅 크릿(Big K.R.I.T.)은 “UGK를 들으라!(LISTEN TO U.G.K.)”고 대문짝만하게 쓰여 있는 티셔츠를 입고 있다. 그는 리믹스를 위해 – 바로 그 UGK의 유일한 생존 멤버!- 번 비(Bun B)와 루다크리스(Ludacris)를 초빙해 왔고, 코러스에서는 자신이 “남부 촌구석에 대해 말해주마(Let me tell you ’bout this country shit)”고 호언장담한다. 미국의 51개 주를 통틀어 1인당 평균 소득이 가장 낮은 미시시피 출신인 빅 크릿은 자신이 남부 깡촌에서 온 “컨츄리 쉿”임을 당당하게 내보인다. 물론, 질질 늘어지는 남부 억양에서 드러나는 출신지를 숨길래야 숨길 수도 없을 노릇이겠다.

여느 래퍼들이 그렇듯 빅 크릿도 [K.R.I.T. Wuz Here](2010)에서 [Return Of 4eva](2011), [4eva N A Day](2012)로 이어지는 뛰어난 믹스테이프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믹스테이프, 피처링, 그리고 웬만해선 믹스테이프와의 차이점이 잘 감지되지 않는 정규앨범 작업이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다작 시스템이 확립된 현재의 힙합 씬에서는 간혹 재능 있는 아티스트가 믹스테이프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정작 레이블과 계약을 맺고 만든 정식 앨범은 (레이블의 간섭이든 자발적 선택이든) 범상한 작품으로 전락하는 케이스가 생기곤 하는데, “남부 출신임을 쿨하게 만들고 있는 건 바로 우리(We make it cool to be southern)”(“Cool 2 Be Southern”)라고 선언하는 빅 크릿의 ‘정규’ 데뷔작 [Live From The Underground]은 이런 위험을 솜씨 좋게 비껴가고 있을 뿐 아니라 앞선 세 장의 믹스테이프를 통해 보여준 자신의 스타일을 명확한 지향점을 갖고 집대성시킨 앨범이다.

빅 크릿이 계승하고 있는 것은 90년대 초중반 써던 랩의 전통이다. 그러니까 아직 힙합의 중심이 뉴욕과 LA에 있었을 무렵, 텍사스에서 게토 보이즈(Geto Boys)와 UGK, DJ 스크류(DJ Screw)가 서서히 전설로 등극하는 중이었고 애틀랜타에서는 아웃캐스트(Outkast)와 구디 맙(Goodie Mob)이 프로듀싱 팀 오거나이즈드 노이즈(Organized Noise)를 앞세우고 나타난 그때 그 시절 남부의 소리 말이다. 전통적인 ‘써던 랩’은 (이미 80년대부터 독특하게 발전한 마이애미 베이스 정도를 제외하면) 웨스트 코스트 힙합이 미국 남부 전역으로 퍼지는 과정에서 남부의 음악적 유산, 특히 블루스와 결합되어 형성된 결과물 정도로 볼 수 있을 텐데 – 여기에 대해서는 웹진 리드머의 리뷰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 개중에서도 빅 크릿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아티스트는 짐작하건대 UGK의 故 핌프 씨(Pimp C), 거기에 더해 오거나이즈드 노이즈일 게다. 빅 크릿은 비트메이커로서는 핌프 씨의 소울풀하고 블루지한 작법과 오거나이즈드 노이즈의 미래적 사운드를 솜씨 좋게 결합시키고 있고, 랩 스타일이나 톤은 보다 직접적으로 핌프 씨를 연상시키지만 여기에는 좀더 최근의, 말하자면 T.I.같은 이의 스웨거(swagger)가 덧대어져 있다.

번 비와 루다크리스는 물론 에잇볼 & MJG(8Ball & MJG)와 데빈 더 두드(Devin The Dude)에 이르기까지 쟁쟁한 남부의 거장들이 참여한 앨범에서 메인스트림 청자들에게 어필할 만한 게스트는 고작해봐야 루다크리스와 투 체인즈(2 Chainz) 정도다. 그리고 거기에 B.B. 킹(B.B. King)(!!!)을 불러오는 부분에서 빅 크릿의 지향점은 확실해진다. 그는 이 앨범에서 과거의 써던 랩을 21세기에 되살리고 있으며, 비단 재현에 그치지 않고 재해석을 통해 그 뿌리에까지 도달하고자 한다. 이와 같은 시도는 앨범 후반부를 차지하고 있는, 보다 무거운 테마와 보다 소울풀한 비트로 만들어진 “Hydroplaning”과 “Rich Dad, Poor Dad”, “Praying Man” 같은 곡에서 잘 드러난다. 물론 메이저 레이블에서 만들어진 작품인 만큼 ‘히트 싱글’을 노리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게다. 이래저래 B.o.B.가 떠오르는 (차기 싱글용 트랙?) “If I Fall”이 (최소한 트랙리스트의 구성을 감안해 볼 때)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었던 듯 싶은 반면, 첫 싱글로 발표되었던 “Money On The Floor”는 최근 ‘잘 먹히는’ 스트립 클럽 찬가에 신구(新舊), 에잇볼 & MJG와 올해 메인스트림에서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투 체인즈를 한 자리에 모아 결과적으로 괜찮은 결과물로 완성된 듯 보인다.

힙합 씬을 말 그대로 써던 랩이 지배하게 된 지도 좀 되었지만, 90년대의 남부는 2010년대 들어서야 비로소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캐나다 출신이면서도 휴스턴 사운드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 드레이크(Drake)나, 뉴욕에서 ‘텍사스 트릴(Texas Trill)’을 외치는 에이샙 라키(A$AP Rocky), 초기 쓰리 식스 마피아(Three 6 Mafia)의 흔적이 눈에 띄게 보이는 스페이스고스트퍼프(SpaceGhostPurrp)와 같은 아티스트들이 등장한 것은 그런 의미에서 고무적이다. 이들의 롤 모델은 더 이상 뉴욕과 LA의 아티스트들에 국한되지 않는 것이다. 미시시피에서 나고 자란 빅 크릿에게 그러한 존재는 바로 UGK였다. 이런 맥락 아래서 써던 랩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고 있는 [Live From The Underground]는 올해 발표된 힙합 앨범 가운데 가장 야심찬 프로젝트이면서, 또한 가장 완성도가 뛰어난 앨범 가운데 한 장이 될 것이다. | 임승균 [email protected]

rating: 9/10

수록곡

1. LFU300MA (Intro)
2. Live From The Underground
3. Cool 2 Be Southern
4. I Got This
5. Money On The Floor (feat. 8Ball, MJG and 2 Chainz)
6. What U Mean (feat. Ludacris)
7. My Sub Pt. 2: The Jackin’
8. Don’t Let Me Down
9. Porchlight (feat. Anthony Hamilton)
10. Pull Up (feat. Big Sant and Bun B)
11. Yeah Dats Me
12. Hydroplaning (feat. Devin The Dude)
13. If I Fall (feat. Melanie Fiona)
14. Rich Dad, Poor Dad
15. Praying Man (feat. B.B. King)
16. Live From The Underground (Reprise) (feat. Ms. Linn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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