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콰이엇 | Music | 소울 컴퍼니, 2005

 

둘을 모두 가진 자

현재 소울 컴퍼니(Soul Company)야말로 한국 힙합씬에서 엠씨 메타(MC Meta)의 영향 아래 랩음악의 토대를 가장 현명하게 수용하고 발전시킨 레이블이라는 평가에 동의할 사람은 적지 않을 것이다. 예컨대 무브먼트(Movement) 크루의 대표적 엠씨인 타이거 JK(Tiger JK)나 마스터플랜(Master Plan)의 아이에프(I.F)가 선보인 ‘미국 본토식’ 랩 스타일의 차용과 대조되는 그들의 랩 메이킹은, 여타 국내의 래퍼들보다도 한층 더 뚜렷한 한국어의 음성학적 활용을 보여준다. 음절 간 연음으로 라임과 플로우를 만들어내는 조음법 또는 영어의 억양을 적극 활용하여 부드러운 플로우를 들려주는 타이거 JK의 래핑과 달리, 소울 컴퍼니의 구성원들은 음절 하나하나를 꼭꼭 씹으며 한국어의 분절적 특성을 내세우는 편이다.

소울 컴퍼니를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한 [The Bangerz](2004)와 [Official Bootleg Vol.1](2005) 등의 컴필레이션 앨범을 제외한다면, 더 콰이엇(The Quiett)의 데뷔 앨범 [Music]은 키비(Kebee)의 [Evolutional Poems](2004)에 이은 소울 컴퍼니의 두 번째 개인 정규작이다. 사실 더 콰이엇은 이미 비트 메이커로서의 프로듀싱 능력에 있어 정평이 난 인물이다. 그는 소울 컴퍼니의 모든 앨범을 비롯해 신의의지 레이블에서 발매된 컴필레이션 [People & Places Vol.1](2003), 팔로알토(Paloalto)의 EP와 1집 [Resoundin’](2005) 등에서 크고 작은 활동을 보인 바 있다.

그만이 품고 있는 특유의 비트가 전제하는 음원의 기본적 성격은, 무엇보다 생생하면서도 다소 거친 질감의 드럼 및 베이스 음향에 그 중심을 둔다. 현대 주류 힙합계의 주된 도구인 전자음향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언플러그드(unplugged)한 사운드를 구현해내려는 의도와, 그에 따른 결과물의 합일점 또한 그의 작품을 이루는 핵심 요소다. 더불어 1990년대 이전의 다양한 흑인음악들로부터 채집한 샘플과 그것의 창의적 조합을 통해 별다른 과잉 없이 수행해내는 특유의 정갈한 프로듀싱은 아직 국내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앨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무엇보다 ‘MC로서의 더 콰이엇’이다. 이 앨범에서 그의 래핑은 소울 컴퍼니의 여느 래퍼들보다도 플로우 상의 타이트함 대신 음절 간의 공간감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음절과 어절 내부의 틈새에서 최대한의 자유로움을 만끽하고있는 모양새라고 할까. 팔로알토와 함께 부른 “상자 속 젊음”, 키비와의 합작품 “Be Quiet” 등의 듀엣 곡에서 엠씨들간의 대조를 통해 확연히 짚어볼 수 있다. 그렇게 그는 특유의 중저음 톤과 탁한 음색 위에서 디지털 기기로는 구현해내기 힘든 인간 언어의 변칙적 리듬화를 꾀한다.

[Music]은 총체적으로도 좋은 앨범이다. 간결한 비트와 래핑만으로도 훵키한 느낌을 잘 살린 “Get Down”, 무난한 비트 위에서 결코 무난하지만은 않은 라임을 들려주는 “Declare”와 “위대한 순간”, 앨범의 유일한 연주곡인 “Take The Q Train”은 미니멀한 앨범의 컨셉을 더욱 부각시키는 트랙이다. 이렇게 더 콰이엇의 데뷔작은 그 자신이 소울 컴퍼니의 주된 비트 메이커로서 이전까지 들려주었던 일련의 경향들과 일정 부분 거리를 두면서도 한편으론 틈틈이 보여줘 왔던 자기만의 색채를 더욱 확고히 다진다. 더욱이 그 내용물은 난해하지 않고 그렇다고 쉽게 물릴 만큼 단조롭지도 않다. 한국 힙합씬의 쾌활한 현재와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음반으로 꼽을 만하다.  | 김영진 [email protected]

rating: 8/10

 
수록곡
01. The Beginning (Intro)
02. Introduction
03. Declare
04. 커다란 실수 (feat. 화나)
05. 섬
06. 상자 속 젊음 (feat. Paloalto)
07. 위대한 순간
08. Take The Q Train
09. 즉흥곡 (feat. Jerry,k)
10. 악몽
11. Be Quiet (feat. Kebee)
12. Get Down
13. 소중한 만남
14. 더 나은 내일을 위한
15. 닿을 수 있다면 (Bonus Tr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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