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는 음악적으로 풍요로운 시기였을 뿐 아니라 보다 새로운 음악 형식이 대거 등장한 시기다. 소리는 더욱 윤택해졌고 불연속성의 아날로그와 0과 1의 디지털이 공존하며 독특한 방식의 레코딩이 가능했는데 ‘손맛’이 아닌 디지털 신호가 적극적으로 ‘연주’에 관여하기도 했다. 장르의 폭은 넓어졌고 차트의 백가쟁명이 새로운 그 무엇들을 만들어냈다. 팝의 새로운 경향이 속속 등장했는데, 이국적인 요소와 공격성과 낭만성 등 그 모든 요소가 하나로 모이는 특별한 시기를 꼽는다면 대략 1981~85년 사이일 것이다.

멋진 네오 어쿠스틱/기타 팝 계열의 음악만큼 쪄죽을 것 같은 날씨를 식혀주는 음악은 드물다. 오랜만에 짬이 나서 들어 본 지미 스미스(Jimmy Smith)의 트리오 편성을 시작으로 발테르 본덜레이(Walter Wanderley)에 이르는 각종 오르간 트리오들의 판도 좋았고, 오랜 만에 크림(Cream)과 익스피리언스드 그룹(Jimi Hendrix & The Experienced)을 시작으로 그 많은 이들이 찬양하는 싸이키델릭 시절의 좋은 음반들도 들었는데, 결국에는 1980년대 식의 기타 팝이 어째서 1990년대에 등장한 팝에 그토록 좋은 바탕이 되었는가를 탐구하기도 했다. 이번엔 그 중 하나를 찍어서 얘길 하자고 생각했다. XTC, 프리팹 스프라우트(Prefab Sprout), 판타스틱 섬씽(Fantastique Something)같은 음반을 꺼내듣다, 늘 그렇듯 아즈텍 카메라(Aztec Camera)로 끝을 맺었다.

아즈텍 카메라와 로디 프레임(Roddy Brame)의 앨범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앨범(하지만 개인적으로 제일 아끼는 싱글은 다른 앨범 수록곡이다)이자 꽤 많은 이들이 클래식으로 추앙하고 있는 [High Land, Hard Rain]은 글래스고가 자랑하는 부드러우면서도 다소 눅눅한 팝 센스에 쟁글거리는 기타와 로비 프레임의 (데이빗 보위를 닮고자 했던) 낭창한 목소리가 1980년대 식 과잉된 낭만과 어우러진 기적같은 앨범이다.

<!–[if !supportEmptyParas]–> 로디 프레임, 이 양반은 목소리와 기타 연주도 훌륭한데다 상당한 미남이다. 사실 1980년대 UK 팝 스타가 ‘못난이’라는 건 가당치 않은 말이긴 하다. 조물주는 1980년대 내내 꿀을 뿌려주다 막판에

이언 브라운이라는, 굉장한 색다른 그 무엇을 보여줬고

갤러거 형제의 형으로 한 번 더 경이를 선사한 후

가즈 쿰즈로 방점을 찍었다.

 

다시 로디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는 외모만큼이나 말쑥한 율동감과 선율을 조율한다. 이 남자는 팝이란 장르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를 잘 아는 작곡가답게 이 앨범에서 그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여름과 비로 설명할 수 있는 아즈텍 카메라의 음악은 브리티시 팝 유전자의 우성 형질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곧고 아름답게 뻗은 근육질의 그루브와 윤기나게 흩날리는, 쟁글거리는 기타는 그에 못지않게 반짝거리는 건반 악기와 수줍게 짝을 이룬다. 거기에 크리스 레인보우(Chris Rainbow)와 파일럿(Pilot)에서 내려온 기품 높은 코러스 라인이 어우러지는 음악은 군살이 전혀 없는 명마의 질주를 보는 것 같다. 몽키 D. 루피가 대해적시대의 서러브레드라면 이 앨범은 80년대라는 대팝송시대의 서러브레드라고 할 수 있다.

이 앨범은 워낙 프레싱이 많은데다 현재 워너뮤직 산하 레이블 중 하나인 사이어(Sire)가 저작인접권을 가진 이유로 사이어의 프레싱을 오리지널로 보는 사람이 있는 한편, 영국 국적의 팀이기 때문에 러프 트레이드(Rough Trade)의 프레싱을 오리지널로 보는 사람도 있다. 나는 러프 트레이드의 프레싱이 오리지널이라고 생각하는 쪽이다. 이 당시 프레싱의 카탈로그 넘버는 ROUGH 47이며 A면엔 프린트가 없고 B면에 모든 프린트가 적혀있다.

또한 동시기에

 

“Pilar To Post”

 “Oblivious”

“Walk Out To Winter”

세 개의 싱글을 커팅했는데, 악명 높은 영국식 싱글 커팅을 그대로 벤치마킹해 7인치와 12인치 버전들이 전부 존재할 뿐 아니라 각국의 버전도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CD 역시 다양한 버전이 있는데 리마스터 판본도 몇 개나 존재하는, 그야말로 인기반이다. 확실히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다. 이와 관련해 조금 더 ‘독한’ 콜렉터즈 아이템도 몇 가지 있지만, 그건 나중에 소개해보자. | 박주혁 [email protected] / Bandiera Music A&R

 


Aztec Camera – Oblivious

 


Aztec Camera – Oblivious (live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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