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 | Only One | SM Entertainment, 2012

 

보아(BoA)의 ‘리듬’ 앤 ‘블루스’

[Only One](2012)은 일견 ‘보아 총집편’ 같은 인상이다. “The Shadow”는 그의 일본 발매반 오프닝 트랙들을, “Not Over U”는 일본 앨범 내의 후반 트랙들, “The Top”은 국내반의 전반부 ‘앨범트랙’들, “Mayday! Mayday! (너에게 닿기를 간절히 외치다)”는 일본에서의 발라드 싱글들을 각각 연상시킨다. 첫 자작곡 활동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Only One”을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에서의 활동 중 에센스를 뽑아냈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정작 “Only One”은 기존의 어느 타이틀곡보다도 편안하고 무난하다. 사운드의 자극이 적고 트렌드에서도 한 발 거리를 두고 있는 한편, 일부 신스의 톤으로 트렌디한 느낌을 살짝 가미한 정도다. 대신, ‘보아 안무 총집합’ 같은 안무로 에지를 살리려 한 듯하다. 이는 댄스 버젼과 드라마 버젼으로 나눠 제작된 뮤직비디오로도 이어져서, 강한 퍼포먼스의 댄스 넘버와 호소력 있는 발라드 넘버, 양쪽으로 모두 기능하도록 의도된 것으로 보인다.

이 곡은 앨범 전체가 바라보는 전략의 중심이 되는데, 곡의 양쪽에 강한 트랙들(2, 4, 5)과 감동을 주는 트랙들(3, 6)이 날개를 벌리고 서 있다. 이는 사실 2년 전의 맥락과도 상통한다. 보아의 지난 앨범 [Hurricane Venus](2010, 리패키지 [Copy & Paste])는 트렌디한 댄스 넘버와 김동률 등이 참여한 발라드 넘버가 공존하고 있었다. 그러나 [Only One]은 비교적 미드템포 위주로 전체적인 톤을 맞추고 있다. 댄스 넘버는 덜 자극적으로, 발라드 넘버는 R&B에 가깝게 각각 조절된 것이다.

이것은 에프엑스(f(x))의 [Electric Shock](2012)와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말하자면 ‘백화점식 앨범’의 산만함을 피하고 일관성을 확보하는 문제다. 단, 천진난만하고 별난 이미지의 에프엑스에 비해 보아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보아에게서 발라드를 기대하고 있고, 보컬의 호소력은 일본에서의 발라드 싱글들을 통해 검증된 그의 커다란 무기다. 또한 댄스 음악이나 아이돌에 대한 평가절하가 있는 한국에서 아티스트로서의 자리를 굳혀가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즉 에프엑스에게는 필요하지 않은, ‘감동을 줄 수 있는 트랙’이 보아에게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아는 국내에서 정통 발라드로 활동한 적이 없다. 일본에서 일찌감치 발라드 가수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한 점을 생각하면 새삼 의외다. 유독 발라드 선호가 강한 한국에서 댄스 음악을 기조로 아티스트 고지를 노려온 것으로 이를 해석한다면 놀라운 뚝심이라 하겠다. 이번 앨범의 선택은 댄스 음악의 맥락 위에 발라드의 요소를 더한 것으로, ‘리듬 앤 블루스’의 문자적 의미에 가까운 셈이다. 타이틀 곡 “Only One”이나 “Mayday! Mayday! (너에게 닿기를 간절히 외치다)”가 그렇고, “네모난 바퀴 (Hope)”도 서정적인 멜로디에 힘찬 비트와 희망적 내용을 결합해 밸런스를 잡았다. 감정 과잉에 빠지거나 앨범의 흐름을 떨어뜨리지 않고도 발라드로서 기능해 ‘감동’을 줄 수 있도록 안배한 것으로 해석된다.

감성에 호소하고자 하는 의도는 가사에서도 엿보이는데, 정서적으로 부담될 수 있는 부분을 대폭 덜어낸 것이다. 상대적으로 ‘조리 있고’ ‘의미 있게’ 쓰여진 문장은 ‘알고 보면 의외로’ 시적이었던 “No. 1”(2002)으로 돌아간 듯하다. 내용 또한 선명하고 건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차이의 인정(“네모난 바퀴 (Hope)”), 경쟁의 지양(“The Top”), 안타까운 사랑의 감정(“Only One”, “Mayday! Mayday! (너에게 닿기를 간절히 외치다)”) 등이 그것이다. 그 표현 방법도 “꽃들에게 희망을”(트리나 폴러스)를 인용하는 등 건전하고 평이한 일반 정서에 어필하고 있다.

수록곡들은 웰메이드 지향의 SM 엔터테인먼트 발매반으로서도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다. “Only One”은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연기하는 보컬이 여리고 강한 발성을 오가며 매력을 발하고, 밴드 편성의 “네모난 바퀴 (Hope)”는 묵직한 피아노가 리듬 섹션과 함께 당당한 에너지로 흐르며 폭넓은 보컬의 기량을 선보인다. 수록곡 중 가장 트렌디한 일렉트로닉에 가까운 “Not Over U”는 긴 후렴구가 반복을 거치는데, 그 과정에서 화성을 과감히 비껴가거나 비트를 흘려버리는 등의 변화를 거듭하며 질주감을 선사한다. 또한 “Mayday! Mayday! (너에게 닿기를 간절히 외치다)”는 가쁜 숨을 고르듯 반복되는 후렴구의 멜로디와 풍성한 사운드의 편곡이 보컬을 착실하게 거들며 깊은 호소력을 뿜어낸다. 일본에서의 아레나 투어 같은 라이브 무대에서 빛을 발하기에 손색이 없는 곡들로, 국내에서 이렇다 할 공연이 없어 서운해 하던 팬들에게도 기대를 던져줄 만하다.

두 개의 인스트루먼틀 트랙과 기존에 디지털 발매했던 “One Dream”을 제외하면 총 여섯 곡이다. 발매 뒤 한 인터뷰에서 보아는, 퀄리티를 떨어뜨리면서까지 곡 수를 채우고 싶진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 국내 발매반들을 생각하면 분명 일리 있는 생각이고, 수록곡들의 퀄리티를 보면 수긍이 가기도 한다. 그러나 2년 만의 정규 앨범으로서는 다소 아쉬운 것 또한 사실이다. 비단 음반의 볼륨 문제만은 아니다. 앨범으로서의 흐름은 분명 곡을 추가하면서 조정해볼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익숙해지기는 하나, 특히 첫 세 곡의 흐름은 분명 어색함이 있다.) 또한 자작곡으로서의 첫 활동이라는 선언적 의미와 이 앨범의 야심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갸우뚱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Only One]은 탁월한 웰메이드 트랙들 속에 댄스 음악의 강렬함과 발라드의 감동, 보컬리스트로서의 매력을 함께 담아낸 좋은 음반이다. 감정의 과잉이나 발라드/댄스 이분법 등의 함정들을 고려하면, 앨범의 용기 있는 조율이 더욱 빛난다. ‘SBS K팝 스타’ 등을 계기로 부각된 다양한 모습의 보아가 하나의 형상으로 봉합된다면, 그것은 이 앨범을 통해서여야 마땅할 것이다. | 미묘 [email protected]

rating: 7/10

 

수록곡
01. Only One
02. The Shadow
03. 네모난 바퀴 (Hope)
04. Not Over U
05. The Top
06. Mayday! Mayday! (너에게 닿기를 간절히 외치다)
07. One Dream (feat. HENRY [Super Junior-M] & Key [SHINee])
08. Only One (Inst.)
09. The Shadow (In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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