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램과 함께 [SBS인기가요]에 출연한 국산 보컬로이드 시유(seeU)의 데뷔무대 

보컬로이드는 보컬 가상악기(Virtual Instrument)라고 할 수 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악기 제조로 유명한 일본 야마하(Yamaha)사에서 만든 음성 합성 엔진과, 이 엔진을 이용해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를 칭한다. 야마하에서 보컬로이드 엔진을 만들고, 야마하와 계약을 맺은 업체가 보컬로이드에 사용될 라이브러리를 만들어 파는 방식이다. 라이브러리 제작 업체로는 인터넷(회사 이름이 인터넷이다.), 야마하, 제로-지(Zero-G)등이 있는데, 하츠네 미쿠(Hatsune Miku)와 카가미네 린&렌(Kagamine Rin&Len)을 만든 크립톤 퓨쳐 미디어(Crypton Future Media)가 가장 대표적인 곳이라 할 수 있다.

보컬로이드는 한때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보이스웨어(Voiceware)같은 프로그램과 비슷하다. 사용자가 원하는 문장을 입력하면, 그 문장을 소리로 읽어준다. 다만 TTS(Text-To-Speech)프로그램인 보이스웨어와는 달리, 노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다르다. 때문에 음의 높낮이와 지속시간 등 여러 가지 세밀한 부분을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여기까지는 EWQL의 심포닉 콰이어(Symphonic Choirs) 같은 프로그램과 비슷해 보인다. 게다가 제로-지의 소프라노 보컬로이드인 프리마(Prima)는 캐릭터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EWQL의 프로그램 심포닉 콰이어(Symphonic Choirs)

하지만 최근에 등장한 상당수의 보컬로이드는 캐릭터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확연히 차별된다. 가장 인기 있는 보컬로이드인 하츠네 미쿠부터 국내 무대에도 등장한 시유(SeeU)까지, 제각각 다른 목소리의 프로그램에 다른 캐릭터가 붙는다. 예를 들어 시유의 경우, 나이는 17세에 159cm의 키와 44.5kg의 몸무게를 가진 소녀다. 한편 미쿠나 시유처럼 소녀 캐릭터만 있는 것도 아니다. 카가미네 렌 같은 소년 캐릭터도 있고, 각트가 목소리를 제공한 카무이 가쿠포(Kamui Gakupo)라는 성인 남성 캐릭터도 존재한다. 이러한 경향으로 원래 캐릭터가 없었던 프리마는 대만판 발매시 미쿠처럼 캐릭터가 생기기도 했다.

각트가 목소리를 제공한 보컬로이드 카무이 가쿠포(Kamui Gakupo)

캐릭터와 설정이 핵심인 가상의 가수라는 점에서는, 20세기 말에 등장한 한국의 사이버 가수 아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아담의 경우엔 애니메이션으로 형상화된 가수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케이온!(K-ON!)]이나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의 노래하는 캐릭터처럼, 사람이 만든 애니메이션에 실제 사람의 노래가 더빙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보컬로이드의 노래는 사람이 직접 부른 것이 아니다. 가상악기를 통해 컴퓨터가 합성된 소리로 노래를 부른 것이다. 아담보다 더 인공적인 존재인 것이다.

 

3세대 보컬로이드

공식적인 보컬로이드는 2004년 일본에서 처음으로 발매되었다. 보컬로이드 중에서 가장 유명한 하츠네 미쿠는 2세대에 속하며, 한국어 보컬로이드인 시유는 3세대로 분류할 수 있다. 1세대 보컬로이드 중 하나인 메이코(Meiko)의 모습을 보면, 지금의 보컬로이드와는 많이 달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Vocaloid Meiko – Dearest (pf mix)

메이코는 귀여움으로 승부하는 현재의 많은 보컬로이드들과 달리 성숙한 여성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또한 메이코가 활동할 시기에는 일러스트만 있을 뿐 지금처럼 보다 세밀한 캐릭터 설정 같은 게 없었다. 심지어 보컬로이드의 이름조차 목소리를 담당한 하이고 메이코에서 따온 것이었다. 당시는 보컬로이드가 그리 주목받지 못한 시기였던 것이다.

그러던 중 2007년, 귀여운 목소리와 캐릭터 디자인을 가진 하츠네 미쿠가 나오면서 대중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다. 이후 카가미네 린&렌을 비롯한 수많은 2세대 보컬로이드들이 나오게 된다. 그 후부턴 3세대 보컬로이드들이 나오게 시작했는데, 영어나 일본어 혹은 영어와 일본어만 사용할 수 있었던 1, 2세대의 그것들과는 달리, 여러 언어가 가능한 보컬로이드가 나오게 된 것이다. 한국어의 시유를 비롯해 중국어, 스페인어 보컬로이드도 볼 수 있게 되었다.


급기야는 이런 것까지… 귀여운 미쿠짱과 ‘리얼’ 데이트?!

 

캐릭터 상품으로서의 가치와 UCC 수익모델

캐릭터 상품으로 봤을 때 보컬로이드는 기존의 캐릭터 상품과는 큰 차이가 있다. 설정과 프로그램을 발매하고, 사용자들이 작품을 만들도록 기획된 상품이라는 것이다. 음악을 할 줄 아는 사람들도 동인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물론 이 전에 음악적 동인활동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애니메이션에 삽입된 곡을 연주하거나, 리믹스 하거나, 캐릭터의 대사를 잘라서 오토튠하여 노래를 만드는 경우가 존재하긴 했다. 하지만 보컬로이드는 처음부터 노래할 수 있게 만들어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로 비교적 자연스럽게 노래부르게 만드는 것이 가능한 것. 이 때문에 상품을 내놓으면 새로운 컨텐츠가 사용자에 의해 생산되게된다.

물론 만들어진 노래가 바로 야마하나 SBS 아트텍같은 회사의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A라는 사람이 시유를 구입해서 노래를 만들어서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상황을 가정하자. B라는 사람이 이 노래를 듣고 감동해서 매일 듣는다면 SBS 아트텍에는 어떠한 수익도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 노래를 듣고 감동해서 자신도 시유로 노래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보컬로이드 에디터와 시유를 구입하면 수익이 생긴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 시유(SeeU)의 싱글 “I=Fantasy”

문제는 후자의 상황은 그리 많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상악기를 생각하면 괜찮은 가격인 143,000원이지만, 단순한 금액으로 생각해보면 누구나 쉽게 살수 있을 정도의 가격은 아니다. 또한 보컬로이드로 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3가지를 알아야한다. 1. 음악적 지식 2. 보컬로이드를 돌릴 시퀀서 사용법 3. 보컬로이드 사용법. 특히 3번은 보컬로이드만을 위해서 알아야 하는 지식이므로, 동인 일러스트나 만화를 그리는 것 보다 더 높은 장벽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A라는 사람이 시유로 만든 노래로 디지털 싱글 발매를 했다고 생각해보자. 여기에는 좀더 복잡한 저작권 개념이 따른다. A라는 사람은 시유라는 라이브러리를 합법적으로 구매했으므로 이것을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해도 된다. 하지만 앨범을 발매하면서 시유 앨범이라고 홍보를 하면 어떨까. 이 경우는 다르다. A라는 사람은 시유라는 가상악기를 구매한 것이지, 시유라는 캐릭터의 저작권까지 구매한 것은 아니다. 때문에 시유라는 캐릭터를 앨범에서 알리는 경우는 SBS 아트텍과 계약을 해야한다(SBS 아트텍에도 수익이 가는 구조). 다만 폭발적인 인기를 끈 미쿠와는 달리 시유의 경우는 SBS 아트텍에 별 수익을 못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말이다. | 고두익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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