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주니어(Super Junior) | Sexy, Free & Single | SM Entertainment, 2012

 

모험과 보험 사이

3집 [쏘리(SORRY, SORRY)]를 기점으로 슈퍼주니어는 그들 만의 장르, 자칭 ‘SJ Funk’를 꾸준히 선보이며 고유의 영역을 구축해왔다. 허나 정체불명의 가사, 무한 반복되는 훅, 과도하게 힘을 준 보컬 등으로 인해 그간의 곡들은 일관되게 ‘오글거린다’는 비아냥을 감내해야 했다. 또한 4집과 5집의 타이틀 곡, “미인아(Bonamana)”와 “Mr.Simple”은 “쏘리 쏘리(SORRY, SORRY)”의 자기복제라는 비난을 벗어나지 못하였고, 결국 3집 만큼의 강한 인상은 남기지 못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슈퍼주니어의 이번 앨범이 그룹의 향후를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어느덧 여섯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한 슈퍼쥬니어가 앞으로도 자신들이 만들어온 영역을 유지하고 거기서 더 나아갈 수 있을 지의 여부를 가늠케하는 지표로서.

이전 앨범들과 마찬가지로 [Sexy, Free & Single]의 구성은 단출하다. 댄스와 나머지 곡들로 깔끔히 나뉜다. 댄스 트랙은 한층 더 진일보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으나, 나머지 트랙들은 그에 비해 그다지 깊은 감흥을 남기지 않는다. 타이틀곡 “Sexy, Free & Single”을 비롯하여 “Rockstar”, “걸리버 (Gulliver)”, “빠삐용 (Butterfly)”으로 이어지는 댄스 트랙들에선, 이전 까지는 ‘오글거림’의 요소였던 과도하게 왜곡된 보컬 톤이 이제는 곡을 구성하는 사운드 요소의 하나로 배치되어 다른 요소들과 잘 달라붙는다는 인상이다.

기존 곡들에 비해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면서 듣는 즐거움 또한 늘어났는데 특히 “Rockstar”에서 보여준 보컬이펙터의 활용(감히 말하건데 이제껏 한국 아이돌계에서 보여준 것중 가장 탁월하다), “걸리버 (Gulliver)” 후반부의 피치 조절 등을 통해 이전 앨범에서 느꼈던 아쉬움을 아낌없이 채우고 있다. 물론, 요즘 아이돌계에서 사운드의 빈약함을 보완하기 위해 만능 포션처럼 사용되는 ‘덥스텝’ 또한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지만, 곡 중간에 흐름을 살짝 비틀어주는 양념 정도로 재치있게 활용되고 있기에 오히려 좋은 귀감이라 할 수 있겠다.

다만 나머지 트랙들은 이들 트랙에 비해 임팩트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어설프게 댄스와 발라드의 중간 지점 어딘가에서 어물쩡거리는 트랙들이 대부분인데 이는 앨범 전체의 흐름을 이어간다기 보단 오히려 앨범의 질을 떨어뜨린다. 꽤나 폭발적인 댄스트랙들에 대한 일종의 ‘보험’용으로 배치되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는데, 이는 슈퍼주니어가 ‘중견 아이돌’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미 고정 팬층을 확보하고 있기에, 팬들이 원할 만한, 듣기 편한 곡들을 넣지 않았을까. 이는 기실 아이돌 음반의 전형적인 기획법이기도 하다. 나름 야심차게 만든 곡 두어개와 ‘듣기 편한’ 트랙으로 나머지를 채우는 것이다. 다만 슈퍼주니어의 경우 그 팬덤의 규모가 현재 아이돌 중 가장 큰 편이기에 팬들의 입맛을 맞추려는 시도가 더욱더 노골적으로 느껴진다. 다시 말해 댄스 트랙들과 그렇지 않은 트랙들 간 사운드의 편차가 너무나 크다는 얘기다. 퀄리티는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댄스와 발라드를 억지로 비벼넣었음에도 불구하고 앨범이라고 하기엔 트랙들간의 단절되어 있는 정도가 심하다.

[Sexy, Free & Single]은 한마디로 모험과 보험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앨범이다. 앨범에서 슈퍼주니어 멤버들이 보여준 관록과 여유 그리고 발전을 보면 충분히 이를 활용하여 더 멀리까지, 그들이 해오던 장르를 극단으로 밀고나가는 모험을 해도 괜찮았을텐데 이는 아쉽게도 몇몇 댄스 트랙에 국한되어있다. 이미 아이돌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졌기에 오히려 음악에 더 욕심을 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단순히 높은 판매량, 대중성의 획득이 이 그룹에게 시급한 당면과제는 아닐 것이다. [Sexy, Free & Single]에서 보여준 사운드에서 한발 더 나아가,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그들의 가사대로, ‘정말 거의 다’ 왔다. | 이다혜 [email protected]

rating: 6/10

 

수록곡
01. Sexy, Free & Single
02. 너로부터 (From U)
03. NOW
04. Rockstar
05. 걸리버 (Gulliver)
06. 언젠가는 (Someday)
07. 달콤씁쓸 (Bittersweet)
08. 빠삐용 (Butterfly)
09. 머문다 (Daydream)
10. 헤어지는 날 (A ‘Good’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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