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맨 | 파블로 카예호(Pablo Callejo), 롭 볼마르(Rob Vollmar)
한미전 옮김 (코리아하우스콘텐츠, 2009)

 

《블루스맨》은 1920년대 후반 미국 아칸소 주를 배경으로 한, 블루스 기타리스트 렘 테일러(Lem Taylor)의 기구한 삶을 그린 그래픽 노블이다. 한 끼 식사와 하룻밤 거처를 얻기 위해 작은 마을들을 떠돌며 연주하고 노래 부르던 렘과 그의 건반 파트너 아이언우드는, 한 시골 술집에서 연주를 하던 중 유명 음반제작자에게 레코딩 제의를 받는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술집에서 만난 여인을 따라간 그들은 어느 오두막집에서 재수 없게도 살인 사건에 휘말린다. 발단의 원인은 폭력적인 백인 남성에게 있었지만, 가진 것 없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결국 렘이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다.

이 기타리스트 주인공이 처하게 되는 사건들의 바탕에는, 당시 노골적으로 활개를 치던 자본주의와 인종주의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기도 힘든 이 척박한 현실”은 블루스맨들을 언제나 쫓아다녔다. 만화 속 렘 테일러는 가상의 인물이지만, 그토록 처참한 상황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살아간 수많은 실제 연주자들의 모습을, 주인공 렘을 통해 떠올려보기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책은 블루스 음악인들의 음악적 고민 같은 것들보다는, 당대 사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하층 계급 예술가들의 내면세계와 주변 조건을 현실감 있게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여기서 독자가 일차로 마주하는 진실은, 모든 예술(예술가)은 그것(그 사람)이 속한 사회로부터 절대적인 영향 아래 놓이기 마련이라는 점이다. 예컨대 중세 유럽의 예술이 비교적 정적이고 형식적이며 변화가 없었던 이유 중에는, 봉건제 하에서 상대적으로 느린 생산력 발전과 그에 따른 불변의 생산관계에 의존하는 엄격한 사회적 위계질서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책은 단편적이지만 인상적인 사건과 그 결말을 통해서, 20세기 초에 촉발된 블루스 음악의 시대적 의미를 흥미롭게 돌아보도록 한다. 이와 관련해선 책의 초반부에 인용된 ‘셸던 돌도프(미국의 음유시인, 남부 지방의 음악가)가 쓴 계간지 《Real Folk》 봄호’의 문구들을 아래에 옮겨두는 것으로 보다 자세한 설명을 대신하겠다. 블루스 악곡처럼 굴곡진 스토리와 강렬한 음영의 그림체가 서로 잘 어울리는, 완결성이 뚜렷한 만화다. | 김영진 [email protected]

● “유명한 블루스 전문 음악인 상당수는 미시시피 델타 지역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그곳에 국한되지는 않았다.”
● “텍사스 전역부터 대서양까지 남부 지방 대부분의 흑인 사회에는 그 지역 내에서만 활동하던 블루스 음악인들이 있었다. 또한 유명해지고 싶거나 자기 연주곡 목록을 알리기 위해 사방을 여행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 “1920년대에 녹음된 블루스 음악의 인기는 떠돌이 블루스맨이란 전통을 만들어냈다. 그뿐 아니라 블루스 음악을 하는 비노동 계층에게 유일한 밥벌이가 돼주었다.”
● “떠돌이 생활은 힘들었다. (때로는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각 지방 선술집에서의 연주는 나름의 장점도 있었다. 그곳의 분위기 속에서 자신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었고 밀주, 여자, 노래가 공존했기에….”
● “가끔 그들의 삶은 힘든 일과 가난으로 찌든 노동자보다 낫게 보였다.”
● “이런 블루스맨들은 남부 여러 흑인 사회에 있어, 고통으로부터 피난처이자 동시에 백인 중심 사회가 그들에게 부여한 편견을 전가하는 손쉬운 대상이 되었다.” (이상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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