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yair | Just Do It | Sony, 2012

 

 
한국 펑크록 팬덤 위에 떨어진 취향의 시약

몇 달 전 일본 록밴드 우버월드(UVERworld)의 서면 인터뷰를 요청하기 위해 국내 유통사인 소니뮤직에 연락한 적이 있었다. 8월 29일 발표된 새 싱글 “The Over”의 발매를 앞둔 시점, 필(筆)에 대한 마음보다 ‘필(feel)’이 동한 탓이었다. 물론 싱글 발매 3개월 전부터 인터뷰 스케줄이 다 짜여 있는 밴드인지라 시기를 놓친 셈이었기에 그냥 한 번 ‘던져 본’ 제안이었다. 한데 담당자로부터 의외의 이름을 들었다. “스파이에어(Spyair)는 어떠세요?”

스파이에어? 순위가 음악의 모든 걸 말해주진 않지만, 일본의 5인조 펑크록 밴드 스파이에어의 최고 성적은 오리콘 앨범 차트 8위(1집인 [Rockin’ in the World])가 전부 아니던가. 그런가 하면 국내에 일본음악 마니아들을 통해 퍼진 특정 히트곡이 있는 것도 아니다. “My World”가 애니메이션의 사운드트랙에 실리긴 했지만 ‘히트 보증’이랄 수 있는 건담의 O.S.T인 점을 감안하면, 그리 반응이 대단하다고는 볼 수 없었다. 때문에 스파이에어라는 밴드는 한국 록음악 팬층의 취향이라는 물질에 떨어뜨려진 일종의 시약인 셈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에선 스파이에어의 인지도가 우버월드보다 높다’는 담당자의 부연은 왠지 조금 미심쩍었던 게 사실이다.

지난 달 중순 한국에 공개된 2집 [Just Do It]은 스파이에어의 두 번째 정규앨범이다. 스파이에어는 나고야 아이치현 출신으로, 고등학교 시절부터 밴드를 함께하던 멤버들인 보컬리스트 이케, 베이시스트 모미켄, 드러머 켄타가 졸업 후 2005년 기타리스트 유지(UZ)를 맞아들여 결성되었다. 메이저 데뷔는 2009년, [Rockin’ in the World]를 통해서였다.

흔히 거리 공연, 즉 ‘버스킹’이라고 하면 어쿠스틱 기타의 울림과 심플한 드럼 세팅이 합을 맞춘 ‘소품’의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 있지만, 그렇다고 펑크록이 부적합한 장르인 것만은 아니다. 물론 정식 음향 시스템을 동원한 옥외 공연의 공간적·물리적 특성상 구현 가능한 사운드의 한계는 분명히 있다. 거리 공연에서는 사운드상으로 적정 수준의 습기를 담당하는 리버브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딜레이를 걸면 사운드와 전혀 개연성을 갖지 못하는 황당한 메아리만 들리기도 한다. 따라서 애드립이나 솔로 스팟 등 유려한 요소가 가미되는 하드락 대신 건조하면서도 직진성이 강한 스타일의 음악이 유리한 환경인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록씬은 거리 공연을 갖는다는 것만으로 이슈를 모을 수 있을 만큼 호락호락한 동네가 아니다. 일본은 클럽 오디션에 통과한 밴드라 하더라도, 평균 10만 엔이 넘는 대관료를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거리 공연이 높은 비용에 대한 대안만은 아니다. 보다 적은 시간에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음악을 알릴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래서 거리 공연은 때로 클럽만큼이나 경쟁이 치열하다.

이 경쟁의 장에서 승부를 볼 수 있는 힘은 우선 음악적인 면에 있을 것이다. 그 외에 멤버들의 외적인 조건이 훌륭하다면 플러스일 터이다. 그러나 결정적인 것은 ‘꾸준함’이다. 어느 정도 기본기가 갖춰진 팀들끼리의 경쟁이라면 결국 지구력 싸움인 셈이다. 스파이에어는 이 싸움에서 확실한 승리 팀이다. 메이저 데뷔 직전에 가진 100회째의 야외 공연에서는 입소문만으로 2천 명의 관객을 동원한 기록도 세웠다. 이는 홍대앞의 중형 공연장 네다섯 곳의 만원 관객에 맞먹는 수치다.

이러한 지구력이 메리트로서 눈에 띈다는 것은 이들이 자국 시장에서 음악적인 면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임팩트의 한계에 대한 우회적 수사일 수 있다. 쉽고 거부감 없는 멜로디이지만 선동력이라 할 수 있는 격정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어느 한 악절도 다음 악절의 뒷덜미를 잡고 늘어질 만큼의 악상으로 들리지 않는다. 동시대에 데뷔했거나 활동 중인 아시안 쿵푸제너레이션이나 백혼(The Back Horn) 그리고 ‘뉴 페이스’에 속하는 루키즈 이즈 펑크디(Rookiez is Punk’D)와 비교해도, 드라마틱한 멜로디와 변칙적 구성을 중시하는 자국 펑크록의 주된 성향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스파이에어의 사운드라든가 곡 구성법은 디제잉을 맡은 멤버가 포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통적인 영미식 펑크록에 가깝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원작을 영화화한에서도 주인공이 공연장을 찾아 ‘이게 무슨 록이야’라는 말을 할 정도로 일본 록은 펑크에서조차 장식성이 부각된다. 스파이에어는 그 장식성과는 충분한 거리를 두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자국 내 메인스트림에서의 지명도에 대한 욕심은 크지 않았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2012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빅탑 스테이지

반대로 이들은 2011년과 2012년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무대에 서면서 한국 팬들에게는 충분히 어필한 바 있다. 한국에서 펑크록은, 그 팬의 스펙트럼이 좁은 록씬 전반에서 그나마 대중친화적인 면이 가장 많은 하부 장르다. 음악적 구성의 내적 긴장도에 몰입하기보다는, 즐길 수 있는 분위기에 대한 열망이 높은 팬들이 현재 록음악의 주된 소비자라는 뜻과도 연관된다. 특히 보컬리스트인 이케의 음색은 노브레인 이성우의 톤에서 일그러짐이 약간 덜해진 듯한 질감을 선사하는데, 이 점 역시 한국 팬들의 ‘귀 가림’ 단계를 건너뛸 수 있게 하는 메리트였을 것이다.

또한 이들의 음악은 어떠한 집중력을 요하는 악상이라기보다는 분위기 메이킹의 성향이 짙다. 2012년 한국을 달궜던 ‘록페 러시’에 적합한 정체성인 셈이다. 한국에서는 록페스티벌이라는 여가 문화가 다소 과시적인 측면이 있다. 음악보다는 ‘SNS 후기 사진’에 방점이 찍힌다고 할까. 그래서 어지간한 밴드가 아니라면, 음악을 통해 강한 구심력을 행사하기보다는 ‘분위기’를 제공하는 밴드가 환영받는다. 스파이에어는 바로 록페에 참석한 한국 팬들의 그러한 정서적 욕구를 충족시켜줬을 공산이 크다.

스파이에어는 12월 1일, 홍대 V홀에서 내한공연을 갖는다. 1만 명 규모로 진행하는 부도칸(성공한 가수의 지표가 되는 일본의 공연장) 콘서트의 전초전인 셈이고, 메이저 데뷔 당시 원년 멤버인 DJ 엔젤(Enzel)의 마지막 무대이기도 하다. 이슈가 좋다. 무언가의 마지막이고, 연말이다. 불경기이지만 그 속에서 사람들은 위로를 찾는다. 어떤 지점으로의 몰입보다 사방을 돌아봐도 즐겁게 흔들고 있는 사람들만 눈에 띄면 행복할 그런 연말이다.

스파이에어의 음악은 그러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는 최적이다. 공연장에 어울린다는 것은 록밴드 음악에 최대의 메리트다. 그러나 그 적합성이 ‘분위기’에만 한정된다면 아쉬울 수밖에 없다. 물론 아직 정규앨범은 두 번째다. 자국에서의 인지도도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 영화 <서칭 포 슈가맨>의 모티프를 갖다 붙이기에는 한국에서 ‘메가 히트’를 기록한 것도, 일본에서 완전히 찬밥인 것도 아니다. 어쩌면 이 밴드에 대한 진짜 평가는 다음 정규앨범에서 이뤄져야 할지도 모르겠다. 음악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보컬리스트 이케와 기타리스트 유지(UZ)는, 그때 자신들을 어떻게 평가하게 될까.  | 한명륜 [email protected]

rating: 6/10

 

수록곡

Disc 1
01. Just Do It
02. Rock’n Roll
03. 0 Game
04. My World
05. Little Summer
06. No Where, Now Here
07. Stay Gold
08. Break Myself
09. Naked
10. U & I
11. I Want a Place
12. Raise Your Hands
13. Raise Your Hands

Disc 2
01. To
02. I’ll Be There
03. 哀より愛
04. リセット
05. Come On
06. Movin’ On
07. You 2
08. Why(Acoustic 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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