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기본에 대해서 생각한다. 역시, 기본을 지키기란 어려운 일이다. 누가 강제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걸 쉽게 잊어버린다. 그래서 기본을 지키는 일이란 스스로 엄격해지는 일이다. 그건 법보다는 도덕에 가까운 일이고 그래서 양심에 속하는 문제기도 하다. 하지만 그게 잘 안될 경우엔 사회적인 룰을 적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야심차게 [weiv]의 신년 계획을 밝힌 지 몇 달, 업데이트는 여전히 잘 안 되고 있다는 사실에 ‘그럴 줄 알았지’라고 생각할 여러분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지만, 누워서 침 뱉기인 까닭에 민망하고 부끄러울 따름이다. 변명 따윈 필요 없이 솔직히 말하자면 ‘웨이브 리뷰’는 꽤 부담스럽다. 다른 데 쓰는 글보다 어렵다. 처음부터 그랬다. 그래서 오래 붙잡고 있다 보면 귀찮아지고 만다. 그래서 요즘엔 나름의 룰을 정했다. 개인적인 강제다. 써야할 원고 리스트에 [weiv]의 일정을 끼워 넣었다. 물론 [weiv] 리뷰 마감이 정해진 것도 아니다. 그냥 내가 정한 일정이다.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도 그려넣었다. 덧칠된 빨간색을 보면 조금 더 긴장할 것 같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써버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다른 필자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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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상반기가 다 지나가는 와중에 게으른 [weiv]에서는 이제야 몇 개의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 가장 먼저 지금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대거 등장하고 있는 ‘여성 싱어송라이터’에 대한 리뷰와 인터뷰가 연속적으로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정기적으로’, ‘대량으로’ 라는 부분에선 솔직히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꾸준히 이에 대한 관심을 유지할 생각이다. 다만 언제부터 언제까지라는 기한은 없다. 왜냐하면 지금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감지되는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등장과 그녀들의 부각은 일종의 현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weiv]는 그 이유가 단순히 여성들의 음악적 발언권이 높아진 결과가 아니라 음악 제작의 환경이 변화하고 음악 산업이 확장된 결과라고 본다. 실제로 여성들이 밴드가 아니라 솔로 활동을 선택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존재하는데 그 중 하나는 홈레코딩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컴퓨터 시스템과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경제적, 기술적 접근성이 낮아졌다는 사실이 여성들의 솔로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신의 음악을 하기 위해, 혹은 음악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굳이 밴드로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형성된 것이다. 기술적, 환경적 변화야말로 여성들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근거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등장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다른 기획이나 연재도 준비 중인데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다. 그냥 [weiv] 필진들이 뭔가 하긴 하는구나, 정도로 이해해주길 바랄 뿐이다. 이와는 별개로 일종의 개편을 준비 중인데 이것도 언제쯤 구체적인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다. 대신 오랜 시간을 보내며 [weiv] 사이트는 폐쇄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문제의식에는 멤버들의 동의가 있다. 하지만 이게 단지 [weiv] 필자들의 관점이나 게토화된 게시판의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유행하는 말로 web 2.0 어쩌고 하는 환경에서 도태된 [weiv] 사이트의 문제, 또한 그로부터 발생한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라고 본다. 그래서 우리도 변할 생각이다. 대략적인 기획은 나왔는데 혹시라도 무료로 도와주고 싶은 개발자나 기획자 등등이 있다면 언제든 연락해주길 바란다(개발자가 더 절실하다). 관심이 있다면 일단 쪽지든 메일이든 보내주면 좋겠다.

그리고 이번 호부터 [weiv]에 새 필자의 리뷰가 실린다. 최성욱과 김민영이다. 격려를 부탁하고 애정을 가져주길 바란다. 더불어 [weiv]에 참여하고 싶은 여러분들에게도 언제나처럼 이 문은 열려있다. 시원찮게 보일지 모르지만 어쨌든 우리는 최선을 다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여기에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은 이메일을 보내주면 좋겠다. 연재하고 싶은 아이템이나 필자로 활동하고 싶은 분은 차우진([email protected])이나 최민우([email protected])에게 연락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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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 노동절 집회에서 100여 명의 시민이 연행되었다는 뉴스가 있었다. 그 전에는 정기국회가 파행으로 끝나고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구속 수사하는 일도 있었다. 경찰이나 검찰은 여느 때처럼 원칙대로 판단하고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럴수록 원칙 혹은 기본이란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정반대의 의미를 가지기 마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기본을 지키는 건 어렵다. 그게 기본의 속성이다. 상황에 따라 변하지 않는 것, 사정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것이 바로 기본이다. 기본을 지키기가 어려운 이유는 그걸 지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제대로 하려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걸 무시하는 순간 기본은 어려운 게 아니라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 별 것 아닌 게 된다. 그걸 잊지 않으려면 계속 공부하고 긴장하고 변화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지금 같은 시대엔 더욱 그렇다.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얕보이면 안된다. 내가 비겁해지는 순간 저들은 나를 얕잡아볼 것이다. 그러니 비겁하게 살지 말아야겠다.

물론 기본을 지키는 것과 비겁하지 않게 사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새삼 깨닫고 있다. 이 시대 덕분이다. 이 마음 그대로 [weiv] 업데이트를 열심히 해야겠다. | 글 차우진  2009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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