Ç÷¡½Ã¹é_Ç¥Áö.indd플래시백: 회상과 환각 사이, 20세기 대항문화 연대기
티머시 리어리 지음 | 김아롱 옮김 (이매진, 2012)

 

 

마법의 버섯

터네이셔스 디(Tenacious D)의 멤버 잭 블랙과 카일 개스 주연의 영화 <터네이셔스 디: 운명의 피크>를 본 사람이라면 중반부의 인상적인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잭 블랙이 ‘운명의 피크’를 찾으러 가는 길에 배가 고파 숲 속에서 버섯 몇 개를 따 먹고는 오색찬란한 환영과 쾌락을 경험하는 바로 그 에피소드 말이다. ‘환각 상태’를 코믹하게 묘사한 이 장면이 다소 과장되어 보인다면, <브리짓 존스의 일기 2: 열정과 애정>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좀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에서 르네 젤위거가 연기한 브리짓 존스는 태국의 한 해변에서 버섯으로 만든 음식을 먹고 나서 시청각적 각성과 쾌감에 휩싸이는데, 알딸딸해진 그녀의 시점에서 묘사된 바닷가 풍경은 그야말로 ‘싸이키’한 분위기로 연출된다.

《플래시백》을 쓴 티머시 리어리(Timothy Leary)는 바로 이 버섯으로 인생이 바뀐 남자다. 하버드대학교 심리학 교수였던 그는, ‘매직 머쉬룸(magic mushroom)’이라 불리는 버섯을 접한 뒤 그 신비로운 경험을 잊지 못해 본격적으로 환각 물질 연구에 착수한다. 책의 제목 ‘플래시백(flashbacks)’은 그가 환각 상태에 있었던 순간으로 소급해가는 행위를 뜻하는데, 일단은 곧이곧대로 ‘회상’이라 번역해 이해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아이들과 내가 푸른 하늘 아래를 달려가던 때는 생기 넘치고 따뜻한 늦가을이었다. 눈부신 색깔의 나뭇잎들이 우리 곁에서 갑자기 화려한 색으로 변했다. 버섯 실험 뒤, 나는 자연의 충일함에 더 눈뜨게 되었다. 처음으로 색채와 형태를 있는 그대로 보게 되었다. 노랗고 빨갛게 빛나는 단풍나무를 보자 환각 상태가 생생하게 떠올랐다. 이 현상은 나중에 ‘플래시백’으로 부르게 된다. 짧지만 강력한 기억의 회상, 매우 격정적인 두뇌 안으로 갑작스런 재진입. 내게 이 플래시백들은 일단 약물로 두뇌에 새로운 순환이 한 번 일어나면, 약물이 없어도 약물 체험을 재생하는 방법을 체득할 수 있다는 분명한 증거였다.” (58)

이는 약물에 의한 경험이 그저 그때뿐인 쾌감으로 흘러가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식 세계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가정에 근거한 생각이었다. 리어리는 1966년에 ‘환각 상태에 도달해(turn on), 깨달음을 얻은 후(tune in), 빠져나오라(drop out)’라는 일종의 환각 체험 행동 강령을 설파함으로써 비트 세대와 히피 문화에 일련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렇게 그는 ‘환각 상태를 통해 자기 내면으로의 탐험과 자신에 대한 깨달음이 가능하다’고 굳게 믿은 사람이었다. 책은, 순진하리만치 그 하나에 자신의 모든 걸 걸었던 한 남자의 솔직한 자서전이자 20세기 환각 물질 연구의 현장에 들이댄 지극히 사적인 현미경이라 할 수 있다.

 


영화 <Tenacious D>의 한 장면

 

새로운 정신세계로의 접근

1960년대에 미국에서 본격적인 ‘대중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환각 약물은, 사실 그때만 해도 지금과는 위상이 달랐다. 리어리를 비롯해 1960년대 전후의 많은 학자들은 실제로 환각 약물이 “의학적 치료를 넘어서” 심리학적으로 인간의 정신세계에 더욱 근접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1930년대 전후에 담배 및 제지 회사들과 정부의 합작으로 미국에서 대마초가 죄악시되며 음지로 밀려난 것처럼, 그리고 1920년대에는 술(에틸알코올)이 ‘불법 약물’이었지만 이후 주류 산업의 막대한 수익성에 기업과 정부가 눈을 뜨면서 일종의 ‘국민 장려 사업’이 되어간 것처럼, 당시 ‘환각 약물’로 불리던 몇몇 물질은 가까운 미래의 모습이 아직 확고하게 결정되지 않은 시기였다.

책의 초반부, 대략 15장까지는 실로시빈(매직 머쉬룸에 들어 있는 환각 성분)에 관한 얘기가 주를 이룬다. 그 뒤부터는 매직 머쉬룸과는 차원이 다른, 보다 강력한 화학 약물인 LSD를 중심으로 정치적 격변기 속에서 리어리 자신의 활동이 탄압받은 이야기, 가족과 사생활에 얽힌 사담, 약물을 경험한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 그리고 LSD에 관한 효과와 연구 결과, 위험성 등을 밝혀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그 지난한 시간 속에서도 환각 버섯과 LSD, 마리화나에 대한 리어리의 태도는 일관되게 유지되었다는 사실이다.

“지난 20년간 난 (주로 LSD와 마리화나로) 엄청난 양의 환각 약물을 섭취했다. 이 화학 약물들은 조용하고, 침착하면서, 재미있고, 감각적이고, 반사적인 반응을 자극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 약물들은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든다. 이 물질은 내가 후회할 만한 짓을 하게 만들지 않았다. 이 환각 약물들을 더 빨리 사용했다면 상황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생각하며 오랫동안 슬픔에 젖어 명상을 하기도 했다. 만약 메리앤(죽은 부인)과 내가 무감각한 마티니를 병째 마시는 대신, 모닥불 앞에 앉아 낄낄 웃으며 마리화나를 피우며 결혼 문제를 토론했다면……. 만약 내 아버지가 야만적인 아일랜드 사람의 불안을 날려버릴 LSD를 복용했다면…….” (267)

 

리어리의저서들티머시 리어리의 저서

 

리어리가 만난 사람들

리어리는 소위 ‘두뇌 변화 약물’에 관심이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중 상당수는 문학, 미술, 음악 등에 관여하고 있던 예술가들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환각제 지지자”였던 소설가 올더스 헉슬리를 비롯해 앨런 긴즈버그, 잭 케루악, 닐 캐시디 등은 그 대표적인 인물들이었다. 리어리는 닐 캐시디가 날선 어조로 주장한 내용을 자신의 자서전에 싣기도 했다.

“19세기 영국의 낭만주의 시 거의 전부가 약물을 먹고 영감을 받아 쓰인 사실을 아세요? 셸리, 키츠,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콜리지, 바이런이요. 찰스 다윈도 아편 병에서 영감을 얻었다고요. 에드거 앨런 포, 새무얼 클레멘스, 잭 런던 같은 우리 지방의 시인들은 말할 것도 없어요. 지난 2세기 동안 약이 프랑스 시의 주류를 이끌어왔어요. 지난 세대의 위대한 지성이라는 프로이트, 조이스, 구르예프, 크롤리도 약물에서 지혜를 얻은 것 몰라요?” (81)

한편 비트 운동의 선구자였던 시인 앨런 긴즈버그는 LSD나 실로시빈 같은 환각 성분을 “의식 확장 약물”이라 보았고, 모든 사람에게 그러한 약물을 접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믿었다. 심지어 긴즈버그는 리어리에게 “환각 약물을 현명하게 사용하려면, 새롭고 전문적이지만 서구 세계에는 아직 익숙지 않은 두뇌 인솔자가 필요하다”고까지 조언했다. “다중 현실”을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릴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었다.

 

사이키델릭 음악

리어리는 이 책에서 환각 성분과 음악 간의 관계를 비중 있게 다루지는 않는다. 정부의 표적 수사 대상이 되어 마리화나 소지죄로 1970년에 20년이라는 형을 선고받은 뒤 그사이에 존 레논과 오노 요코 등을 만나 교류한 내용 정도가 음악과 관련해 흥미로운 부분이다. 다만 그 시기에 탄생한 사이키델릭(pcychedelic) 음악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그러한 음악이 발원하고 부흥할 수 있었던 배경을 생동감 있게 목격할 수는 있을 것이다.

‘사이키델릭’ 혹은 ‘애시드(acid)’라는 수식어가 붙는 음악을 했거나 그에 영향을 준 이들(비틀스, 롤링스톤스, 지미 헨드릭스 등을 비롯한 수많은 뮤지션)은 당시 문학계가 환각 물질로부터 받은 영감에 결코 뒤지지 않는, 오히려 더욱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다. 책에 소개된 약물 반응 사례들을 봐도 ‘애시드한’ 환각 성분은 즉자적이고 감각적으로 시각과 청각을 통해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그 점에서 이는 음향적인 측면과 매우 밀접할 거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실제로 대중음악에 있어 ‘사이키델릭’ 장르는 전 세계 뮤지션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그리고 노골적으로 오랜 시간 명맥을 이어왔다.

비틀스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는 LSD에 대한 경험을 노래한 것으로 유명하다. 도어스의 “People Are Strange”, 제퍼슨 에어플레인의 “White Rabbit” 같은 곡도 모두 환각 약물을 흡입한 뒤 느낀 기분에 관한 노래였다. 이러한 경험적 감성(혹은 각성)은 이후 얼터너티브 록과 브릿팝, 하우스 등의 장르로까지 이어졌고, 피드백이나 플렌저, 퍼즈톤 등의 이펙팅과 같이 의도적인 불안정성을 꾀하는 기타 사운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한편 화려하고 약동하는 느낌의 컬러와 시각 효과는 음반 커버와 공연 포스터들에도 반영됐다. 그러한 경향은 음악 산업에 속한 디자인 영역에도 깊숙이 파고들어, 콜라주와 캘리그라피 등의 작법에 자연스레 흡수되었다.

“나는 맥클랜드 교수에게 설명을 하려고 노력했다. 모든 감각기관의 활동이 강화된다는 것을. 색과 모양이 새로워지고 분명해진다는 것을. 내가 모든 악기가 된다는 것을. 모든 것이 살아 있다는 것을. 심지어 움직이지 않는 물건도 신호를 보내고 의미를 갖게 된다는 것을. [중략] 나는 곧 이 세계가 이 경험을 한 사람(또는 하려는 사람)과 경험하지 못한(그 가능성에 벌벌 떠는) 사람으로 양분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54)

 


Beatles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Lost Jeremy Verse

 

자신의 두뇌에 접근할 권리

그러나 ‘환각 물질의 아버지’ 리어리는, 엄연한 낭만주의자이자 이상주의자에 가까웠다. “식물과 약물”을 이용해 “인간의 의식을 확장하고 심리학과 철학을 혁명”하고자 한 그의 의도는, 비록 그것이 부당하게 억압받았으며 지나치게 과소평가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현실적인 유물론과의 공존 지점을 거의 찾지 못했다. 그리고 그러한 자세는 종종 비사회적이고도 비정치적인 극단적 개인주의의 형태로 나아갈 태세를 보이곤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몸과 두뇌 속에서 일어나지요. 과학자들이 절대 말하지 못하는 인간 생명의 위대한 비밀이에요.”라는 닐 캐시디의 발언은 그러한 태도의 빈약함을 대변했다. 또한 리어리의 실험에 함께했던 과학 저술가이자 정치운동가 아서 퀘슬러는 실로시빈에 대한 과잉 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 “버섯은 인간 내부까지 뒤흔들어서 자신에게 지나치게 가깝게 해요. 하지만 거기에는 지혜가 없어요. 어젯밤에 우주의 비밀을 풀기는 했지만 오늘 아침에 잊어버렸거든요.”(94)

600쪽이 넘는 이 책은, 저자 티머시 리어리의 사사로운 일화까지 잡다하게 담고 있다. 마치 혼란스런 플래시백 상태처럼, 리어리의 글은 성글지 않은 채 파편적으로 쓰였다. 다소 기계적인 직역투의 번역도 매끄러운 독해를 방해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책은 반대파의 의견과 자신의 오류를 밝히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을 정도로 솔직하고 거침 없다. 이는 책의 중요한 장점이다. 그래서 독자는 환각 약물에 관한 그 어떤 편파적 자료보다도 현장감 넘치는 당시의 상황을 목격할 수 있게 된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리어리는 자신이 믿은 ‘있는 그대로’를 밝히기 위해 온 힘을 다한 학자였을 뿐이다.

“자신의 두뇌에 접근할 개인의 권리”에 관한 그의 주장 또한 환각 물질의 ‘민주적 사용론’을 쉽게 무시할 수 없도록 만든다. 실제로 마약이라 불리는 물질이 우리의 뇌를, 나아가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해 보인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리어리의 연구와 이론 자체를 공정한 시험대에 올리기도 전에 봉쇄해버렸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 미국에서조차 대마초를 합법화하는 지역이 늘어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리어리의 행적을 추적하는 독서가 그나마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리어리는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은 어조로 다음과 같이 선언한 바 있다. | 김영진 [email protected]

“대중 앞에서 나는 미국 시민을 신경계 변화에서 떼어놓는 법을 반대하는 활동을 활발히 펼쳤다. 여전히 지적이고 절제된 약물의 사용을 100퍼센트 찬성하고, 자신의 두뇌에 접근할 개인의 권리가 지금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쟁점이어야 한다고 확신한다.” (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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