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 킹스턴 루디스카의 멤버 오정석(트럼펫)이 스카·레게 음악에 관한 연재를 시작한다. 신보 소개를 비롯해 명반 리뷰, 유명 인물 조명, 공연 후기 등 다양한 영역에 걸친 소재를 다소 느슨한 컨셉트 하에 다룰 예정이다. 편안한 에세이로서 즐겨주시면 좋겠다. | [weiv]
Never Grow Old! 노장들의 선전 ①

자메이카 독립 50주년을 맞아 작년 한해에는 수많은 이벤트와 기념 앨범들이 쏟아져 나왔다. 여느 때보다 활기찼던 각종 행사와 다양한 기획 앨범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그중 1960년대에 데뷔한 지미 클리프, 슬라이 앤 로비, 투츠 앤 더 메이털스, 스카탈라이츠, 몬티 알렉산더 등 50년 이상의 음악 활동을 맞이하는 ‘레전드’들의 음반이 동시에 발표된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2012년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오늘 소개하려는 앨범 모두가 우연히도 ‘2013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레게 앨범’ 부문에 동시에 노미네이트되어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정황상으로는 모두가 공로상쯤은 받아야 하는 위치에 있는 뮤지션들이라 더욱 흥미롭다. 칠순을 바라보는 노장들의 신보 중에서 개인적으로 즐겨들었던 몇 장의 앨범을 소개하고자 한다. 오늘은 첫 번째로, 지미 클리프(Jimmy Cliff)의 신보에 대한 얘기다.

Jimmy-Cliff-Rebirth

Jimmy Cliff | Rebirth | UMe, 2012

 

자메이카 출신의 레게 뮤지션을 꼽으라면 아마도 대부분은 밥 말리를 먼저 떠올리겠지만, 지미 클리프는 그 이전의 음악, 그러니까 1960년대의 스카와 1970년대 초 레게를 전 세계에 알려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음악인이다. 레게가 인터내셔널한 장르로 자리매김하는 데 그 누구보다도 지대한 공헌을 한 첫 번째 장본인인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음악적 인지도와는 별개로, 골수 레게 팬들에게조차 밥 말리만큼의 호응은 받지 못해온 것이 사실이다. 남다른 정치적 메시지와 저항 음악을 발표했던 지미 클리프이지만, 국내의 일반 팬들에게는 고작 영화 <쿨러닝>에 삽입된 리메이크곡 “I Can See Clealy Now”로 레게팝 아티스트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그는 오래 전부터 스카와 락스테디, 레게의 정통적인 노선을 꾸준히 고수하고 있었고, 동시에 국제적 팝스타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1980년대 이후 그는 이전의 성향으로부터 벗어난 음악을 하고 싶다는 느낌을 주는 일련의 팝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어쩌면 그는, 소위 ‘정통성’의 주변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레게를 ‘동네 음악’이 아니라 주류 음악 씬에 편입시키기 위한 선봉장의 위치에 서서 많은 시도를 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어디까지나 사견이지만) 범대중적인 팝 성향의 음악을 바탕으로 과도한 스펙트럼의 확장을 불러오기도 했다. 이러한 점에서, 개인적으로도 좋아하고 존경하는 뮤지션이임에 틀림없지만 ‘자주 듣지는 않게 되는’ 음악인 리스트에 올려놓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렇게 볼 때, ‘환생(rebirth)’이라는 이름으로 8년 만에 돌아온 지미 클리프의 스튜디오 정규 앨범은 나에게 매우 특별하다. 활동을 쉬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딱히 주목할 만한 음악적 행보를 보여주지 않던 그의 신작이, 펑크 밴드 랜시드(Rancid)의 팀 암스트롱(Tim Armstrong)을 프로듀서로 맞이하여 제작되었다는 소식이 대대적으로 화제가 되면서 명백한 변화가 있을 것을 암시했다.

 

Jimmy Cliff – One More

 

이 앨범에서 팀 암스트롱은 자신이 직접 밴드 기용부터 시작해 어쿠스틱한 빈티지 레코딩 방식까지 추진하고 조율했다. 그렇게 탄생한 지미 클리프의 신작은, 마치 그의 심플한 초기작으로 돌아간 느낌을 준다. 스카와 레게의 탄생에 기여한 아메리칸 리듬앤블루스, 그리고 젊은 시절 “Harder they come”에서 들려준 바 있는, 단순하지만 기본에 충실한 레게 비트의 조합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몇 년 전 아델과 더피, 에미미 와인하우스 등의 ‘빈티지 소울 리바이벌 붐’에 대한 ‘2012년 자메이카식 레게의 대답’ 같다고나 할까.

팀 암스트롱과 함께 신구 간의 적절한 조화를 보여준 이 컴백 앨범으로 지미 클리프는 자메이카 출신 및 레게 뮤지션 최초로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고, 그래미 어워드는 ‘2013년 올해 최고의 레게 앨범’ 부문에 그의 음반을 강력한 후보로 올려놓았다. 최근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그의 첫 컴백 싱글 “One More”의 가사처럼, 그동안 말하지 못했지만 그가 꼭 말하고 싶었던 그 ‘한 가지 더’가 무엇이었는지는 그의 커리어 속에서 말 그대로 ‘환생’한 이 앨범을 다 듣고 난 뒤에야 비로소 명쾌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오정석(킹스턴 루디스카, 트럼페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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